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대한 해킹의 주체가 북한으로 밝혀졌다. 정부합동수사단은 중국 선양의 인터넷주소를 통해 국내 업체의 IP 주소로 접속한 것, 북 해커집단이 사용하는 '킴수키(kimsuky)' 계열의 악성코드로 공격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또 북한이냐며 곱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 주도의 사이버 테러이든, 개인이 한 해킹이든 그 배후를 밝히기는 참으로 어렵다. 해외 비영리 보안 연구단체인 허니넷 프로젝트(Honeynet Project)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해킹을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면 이것을 조사하는 데는 수사관 1명당 약 34시간, 즉 68배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게다가 디지털 매체는 그 특성상 흔적을 지우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100% 확실한 증거를 찾는 일은 더욱더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 테러 또는 해킹 수사는 항상 뒷말을 남기기 마련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소니픽쳐스사 해킹수사 결과 발표 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FBI와 NSA가 해킹의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한 후 미국 정부는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그러나 미국이든 한국이든 각국 정부기관들은 평상시 국가차원의 네트워크 모니터링, 상대국 해킹, HUMINT(Human Intelligence :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 등을 통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해 오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정보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기 마련이다. 이런 정보 및 그 출처는 알려질 경우 정보수집통로 자체가 원천 봉쇄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언론에 공개되곤 한다. (최근 공개된 미국 정부의 비밀보고서, "Is there 'fifth party' collection?"에 따르면 우리 정부도 북한을 해킹하고 있으며 여기서 얻어진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서 fifth party collection이란 목표물에 대해서 다른 나라가 해킹해 얻은 정보를 공유한 것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가 발표하는 해킹 수사결과들을 미심쩍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고 정부를 두둔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그 배후에 북한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불가항력이었다"라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매우 곤란하다. 한수원 사태를 제외하고도, 4.12 농협 전산망 해킹(2011년), 3.20 언론사 및 금융기관 전산망 마비사태 (2013년) 등 북한 소행으로 결론이 난 대규모 사이버 공격만도 지난 5년 동안 7번, 피해 규모는 정부 추계로 총 8600억 원에 이른다. 국군사이버사령부에 따르면, 2010∼2013년 군(軍)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 건수는 총 6392건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데도 사고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이는 여지껏 아무도 없었다. 한수원과 그 관련 시설들은 국가 1급 보안시설이다. 정부는 이것이 뚫린 책임을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앞서도 말했듯이 모든 정보의 출처와 분석 과정을 상세히 밝히는 것은 분명 곤란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만 믿어라", "왜 정부를 믿지 못하는가?"라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대중들의 불신을 믿음으로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정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는 좀 더 국민에게 다가가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발표와 향후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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