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 머스크의 가치 있는 상상/오세웅 지음/아틀라스 북스 펴냄/224쪽/1만2000원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최근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이 같은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작품은 경제 붕괴와 식량 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인류, 멸망 직전에 놓인 인류를 구하기 위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희망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 실제로 '2030년까지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힌 기업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엘런 머스크(사진)'.
그는 현재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 태양광 에너지를 보급하는 솔라시티, 우주 로켓을 개발하는 스페이스X라는 3개 기업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이 3개 기업에는 전기 자동차와 태양광 에너지의 보급으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위기를 늦추고, 지구가 진짜 위기에 처했을 때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킬 우주로켓을 개발하겠다는 머스크의 의지가 담겨 있다.
새로운 도전의 이면에는 언제나 비웃음을 던지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 머스크 역시 한때 세상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마침내 머스크의 상상이 하나씩 실현됐고, 전 세계 언론들은 그를 향해 '가장 섹시한 최고경영자(CEO)', '7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기업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세계 최고의 발명가'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가치 있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엘런 머스크, 그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던지는 질문 '인류를 구하기 위한 답'을 찾아낼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가 세상에 전하려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창조는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상상에 가치가 있다면 불가능을 생각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그러면 인류의 미래가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20대 때의 엘런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던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가이였다. 그런 그에게 마침내 성공신화의 주역이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ZIP2, 엑스닷컴에 이어 창업한 페이팔이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되면서 그의 손에도 1억 6500만 달러의 거금이 쥐어졌다. 그는 그 돈으로 스페이스X(2002년), 테슬라(2004년), 솔라시티(2006년)를 연이어 창업했다. 모두가 머스크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우주 로켓을 발사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었다. 또 자동차도 모르는 아마추어가 가솔린 자동차의 성능을 능가하는 순수 전기 자동차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무모한 도전은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스페이스X에서 개발한 첫 번째 우주로켓인 '펠컨1'은 연이어 발사에 실패했고 테슬라의 첫 전기자동차 '로드스터'는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오래된 불가능과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이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역발상'을 시도했다. 스페이스X에서 개발하는 로켓은 처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로켓의 재활용을 통해 우주 로켓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비용 절감으로 현재 스페이스X는 펠컨1과 펠컨9의 발사 성공에 이어 유인 우주선의 모델이 될 펠컨 헤비를 개발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 로켓기업으로는 최초로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 물자를 수송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기도 하다. 머스크의 역발상은 테슬라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차체 밑바닥 전면에 깔아서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잡겠다는 발상으로 혁신을 만들어냈다. 이 아이디어를 적용한 로드스터는 최고의 레이싱 자동차라고 불리는 포르쉐를 압도하는 스피드를 보여줬고, 언론에서 '가장 섹시한 자동차'라는 극찬을 모델S는 1회 충전으로 480㎞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게 됐다.
머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기업가다. 그는 앞으로도 음속으로 질주하는 하이퍼루프, 수륙양용 자동차, 화성 거주를 목적으로 한 멀티 플래닛 프로젝트 등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의 도전정신은 오늘 날 새로운 혁신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된다. 그는 말한다. "근거없는 두려움은 무시해야 한다"고 말이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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