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바꾼다' 디지털 패러다임의 한복판에 서있는 국내 금융산업이 요즘 생존을 위한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IMF관리체제 이후 지난 2년동안 국내 금융권은 퇴출과 합병으로 요약되는 극심한 구조조정의 홍역을 겪었고 BIS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금융기관들은 직접 개혁의 칼날을 맞아야 했다.
더구나 지난해 터진 대우사태의 후유증은 가까스로 몸을 추슬렀던 금융산업에 다시 한번 엄청난 시련을 가져다 주고 있으며 나라종금의 갑작스런 퇴출은 2차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과연 금융권이 스스로의 생존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IMF관리체제를 겪는 동안 우리 금융권은 정서상으로 거리감이 있는 '글로벌스탠더드'에 짜 맞추기 위해 자신의 몸을 잔혹하게 재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부제를 과감히 도입해 부서 중심에서 본부 중심으로 조직을 대폭 슬림화했고, 급한 대로 위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너나없이 나섰다.
'저비용 고효율'을 담보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IT투자가 맹목적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전산토털 아웃소싱이 무비판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금융기관들이 가시적인 효과를 창출한 것은 인터넷뱅킹과 인터넷트레이딩으로 대표되는 사이버마케팅이다.
이는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뚜렷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열풍이 불면서 사이버마케팅이 자생할 수 있는 시장여건도 절묘하게 조성됐다. 특히 증권업계의 인터넷트레이딩은 증시활황에 힘입어 비약적 성장을 했고, 사이버트레이더의 확산은 증시활황의 버팀목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아직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뱅킹서비스도 새로운 딜리버리 채널(Delivery Channel)찾기에 고심하던 은행권의 숨통을 트이게 한 일등 공신이다.
<왜 사이버금융으로 가야하는가>
사이버 혁명이 금융산업을 재창조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각의 속도'를 앞설 만큼 숨가쁘게 발전되고 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사이버금융시장이 확대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증권업계의 홈트레이딩 시스템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웹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사이버증권사의 출현은 올해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지난해 현대, 대우, 삼성, LG, 대신 등 5대 증권사의 주식거래,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등 총 사이버거래 약정고는 약 444조원에 달한다.
이는 증시 활황과 인터넷 열풍에 힘입은 것으로 지난 98년 말 대비 26배나 급증한 것. 사이버 투자자수도 지난해 12월말 현재 12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는 사이버금융 시장의 여건이 본 괘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이나 보험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 1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엄청난 점포를 통폐합했고 창구인력을 대폭 줄였다. 인터넷이 아니면 물리적으로 수백만의 고객을 응대할 채널이 없다.
전통적으로 '설계사조직'을 통한 마케팅에 익숙해 있는 보험권도 이미 본격적인 인터넷 마케팅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국내 최대의 생보사인 삼성증권은 설계사 의존도를 2년 내에 90%에서 10%미만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제 금융산업은 지식집약적 장치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사이버금융 전쟁,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금융권의 사이버마케팅은 지난해 우후죽순격으로 도입됐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본격적인 경쟁보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홍보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에서의 이렇다할 격돌은 없었다.
아직도 시스템의 안정성이 완전하게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기발한 '콘텐츠'를 앞세운 진검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올 회계 연도에 증권사의 인터넷 기업화를 목표로 이 부문에 약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측은 우선 다양한 네트워크망을 확보하기 위해 농협, 주택은행 등 리테일뱅크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전자화폐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에 대한 상호 지분출자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트레이드와 합작을 통한 사이버증권사를 출범시킨 LG증권도 올해 사이버트레이딩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고 실시간 주식정보서비스를 통한 인터넷 금융포탈사이트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올해 대우그룹으로부터 분리된 대우증권도 최근 대형증권사로는 처음으로 ERP시스템구축에 들어간 것을 비롯 E-비즈니스를 전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미 메릴린치에 실사단까지 파견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국민, 한빛, 주택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는 은행권의 인터넷뱅킹시장도 관심거리다.
독자적인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시중은행들은 시스템 안정화와 차별화된 콘텐츠가 완성되는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대형은행들이 직접 맞붙는 리테일뱅킹(소매금융)시장에서의 우열은 곧 이들 은행들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밖에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기관과 신용금고,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도 일단 '그들만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마을금고연합회와 신협중앙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금융결제원에 가입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어 장차 리테일뱅킹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생을 위한 선택 - 전략적 제휴>
사이버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부쩍 늘어난 것이 공생을 위한 전략적 제휴다.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전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겸업주의는 이미 미국과 일본을 강타하며 국내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년전까지만 해도 생각 수 없었던 '적과의 동침'은 이제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우선 증권사와 은행간의 전략적 제휴가 일반화되면서 은행에서 실명확인, 증권계좌 개설, 주식매매자금 자동이체 등의 서비스와 수익증권 위탁판매 등을 대행한다.
지방은행들도 공모주 및 실권주 청약대행까지 포함,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증권사와 협력하고 있다.
점포망 등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증권사들도 은행이 필요하다.
최근 신한은행, 외환은행과 제휴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신한증권은 또 다른 대형은행 한 곳과 지방은행들을 대상으로 제휴선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증권은 이미 제휴서비스 계좌를 통해서만 월 5000억원대의 약정고를 올리고 있어 이 부문 시장점유율 60%를 넘어섰다.
이같은 실적은 중대형 영업점 2, 3개가 정상적으로 가동됐을 때 나오는 수치다.
또 E*미래에셋증권도 주택은행과 손을 잡았고 앞으로 제일은행 외에 3, 4개 은행과도 제휴를 맺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방카슈랑스(Bancassurance)시대에 대비한 은행과 보험사의 제휴도 그에 못지 않다.
삼성생명은 최근 한미은행과 포괄적 업무제휴 맺고 한미은행 전 지점에 보험설계사를 배치,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한미은행 역시 삼성생명의 1600여개 영업소와 6만여명의 보험설계사를 통해 은행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금융상품 판매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금융기관과 인터넷 포탈서비스업체와의 제휴도 눈에 띈다.
동부화재는 최근 포탈서비스업체인 e머니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공동 이벤트사업 추진, 보험상품 공동개발, 보험대리점 개설 등 대부분의 업무를 인터넷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LG캐피탈과 한솔CSN도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었다.
LG캐피탈은 150만 한솔CSN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제휴카드를 발급하는 한편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공동 마케팅 및 시스템 개발에 나서게 된다.
한솔CSN 역시 LG캐피탈의 LG카드 고객들을 대상으로 알뜰쇼핑 정보를 비롯 구매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증권도 미국의 앤써씽크(AnswerThink) 컨설팅 그룹과 최근 전략적 제휴를 체결,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온라인으로 국내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증권과 은행, 은행과 보험, 증권과 보험 등 갖가지 제휴 조합의 탄생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저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로 대형 금융기관끼리 '짝짓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보험사가 결합하는 '방카슈랑스'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대형보험사들은 은행과의 업무제휴를 속속 체결하고 있으나 소형보험사들은 전략적 제휴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 이는 은행측이 고객이 많은 보험회사를 선호하는 데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보험사와의 업무제휴를 원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 역시 BIS비율이 높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우량회사로 업무제휴가 집중되고 있다.
<사이버마케팅 전략의 핵심 '차별화'>
사이버금융시장의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사이버마케팅 전략도 하루가 다르게 고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인터넷으로 연도별, 업종별, 지역별 통계 등 160여종에 달하는 해외투자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를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검색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해외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해외정보망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물론 개인들이 이 정보를 이용해 해외투자 초기단계에서부터 유용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외환은행은 최근 개통한 독자 인터넷뱅킹서비스를 통해 소매금융뿐만 아니라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온라인마케팅을 실현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측은 "단순한 뱅킹시스템 구현이라기 보다는 컨설팅이 동반된 인터넷비즈니스 전략수립에 가깝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터넷뱅킹이 단순한 계좌이체 서비스수준에서 입체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하나은행은 아예 계열사인 하나증권과 공동으로 인터넷뱅킹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인터넷뱅킹시스템에서 곧바로 증권거래까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은행은 고객들이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면 계좌이체, 송금, 조회, 여수신 업무 등 리테일뱅킹업무는 물론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고객들이 직접 증권거래까지 할 수 있는 최첨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이버'태풍' - 조직파괴 가속화>
사이버금융시장의 폭발가능성이 예고되는 만큼 이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조직 개편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미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전산팀을 사이버금융팀으로 분리, 여기에 다시 기획인력을 투입해 핵심부서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또한 한빛은행과 굿모닝증권은 이미 외부에서 CIO를 직접 수혈하는 등 e-비즈니스 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올초 종합기획업무와 전산업무를 통합한 사업부를 신설했다.
금융권 전체가 e-비즈니스를 화두로 마케팅채널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혁신적 변화다.
외환은행측은 이에 대해 "현재는 단순한 뱅킹거래 지원에서 그치고 있으나 전자서명 등 보안장치가 마련되고 금융겸업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은행은 완전한 첨단 장치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기획부문을 IT부서와 통합시킴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시장적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다.
조흥은행도 최근 E-금융부를 별도로 신설했다.
인터넷뱅킹을 비롯한 모든 E-비즈니스 전략을 전문인력에 의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특공대인 셈. 이밖에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정보시스템부 산하의 전자금융팀을 부서로 격상시켰고 최근에는 e-비즈니스추진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전사적인 IT부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사이버금융 활성화 - 그래도 장벽은 많다>
사이버마케팅은 앞으로 금융기관이 추구해야 할 핵심전략. 그러나 아직 여러 가지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특히 사이버트레이딩과 인터넷뱅킹 활성화를 시급한 현행법의 손질과 제도의 정비는 시장상황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형편.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프라의 보안문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10월 모 시중은행의 경우처럼 원타임패스워드(비밀암호 생성기)가 뚫려 OTP를 회수하는 것과 같은 소동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이밖에 인터넷접속환경의 미비, 타깃마케팅의 모호성,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도 금융기관으로서 냉철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밖에 코스닥시장의 전산시스템이 체결지연 사태를 일으킨다면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이버 트레이딩 확산에 따른 제도권 증권사들의 수수료 격감은 당장 극복해야될 발등의 불이다.
인터넷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고객데이터 지원에서부터 인터넷마케팅기술의 업그레이드까지 인터넷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기반환경을 완벽하게 구축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넷마케팅의 수익성여부도 변수. 인터넷이 뛰어난 마케팅 수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5년 이상의 장기적 투자전략이 없다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투자대비 비효율을 경험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기본적으로 증시의 활황여부와 사이버마케팅 기술은 궤적을 같이한다.
은행권의 경우 온라인뱅킹이 자리잡게 되면 인터넷을 통한 자금조달이 저비용으로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만큼 예대마진의 폭은 훨씬 좁혀지게 된다.
따라서 은행권도 예대수익률에 의존한 수익구조에서 시급히 탈피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나가야만 한다.
IMF관리체제 이후 지난 2년동안 국내 금융권은 퇴출과 합병으로 요약되는 극심한 구조조정의 홍역을 겪었고 BIS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금융기관들은 직접 개혁의 칼날을 맞아야 했다.
더구나 지난해 터진 대우사태의 후유증은 가까스로 몸을 추슬렀던 금융산업에 다시 한번 엄청난 시련을 가져다 주고 있으며 나라종금의 갑작스런 퇴출은 2차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과연 금융권이 스스로의 생존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IMF관리체제를 겪는 동안 우리 금융권은 정서상으로 거리감이 있는 '글로벌스탠더드'에 짜 맞추기 위해 자신의 몸을 잔혹하게 재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부제를 과감히 도입해 부서 중심에서 본부 중심으로 조직을 대폭 슬림화했고, 급한 대로 위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너나없이 나섰다.
'저비용 고효율'을 담보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IT투자가 맹목적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전산토털 아웃소싱이 무비판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금융기관들이 가시적인 효과를 창출한 것은 인터넷뱅킹과 인터넷트레이딩으로 대표되는 사이버마케팅이다.
이는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뚜렷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열풍이 불면서 사이버마케팅이 자생할 수 있는 시장여건도 절묘하게 조성됐다. 특히 증권업계의 인터넷트레이딩은 증시활황에 힘입어 비약적 성장을 했고, 사이버트레이더의 확산은 증시활황의 버팀목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아직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뱅킹서비스도 새로운 딜리버리 채널(Delivery Channel)찾기에 고심하던 은행권의 숨통을 트이게 한 일등 공신이다.
<왜 사이버금융으로 가야하는가>
사이버 혁명이 금융산업을 재창조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각의 속도'를 앞설 만큼 숨가쁘게 발전되고 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사이버금융시장이 확대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증권업계의 홈트레이딩 시스템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웹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사이버증권사의 출현은 올해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지난해 현대, 대우, 삼성, LG, 대신 등 5대 증권사의 주식거래,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등 총 사이버거래 약정고는 약 444조원에 달한다.
이는 증시 활황과 인터넷 열풍에 힘입은 것으로 지난 98년 말 대비 26배나 급증한 것. 사이버 투자자수도 지난해 12월말 현재 12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는 사이버금융 시장의 여건이 본 괘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이나 보험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 1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엄청난 점포를 통폐합했고 창구인력을 대폭 줄였다. 인터넷이 아니면 물리적으로 수백만의 고객을 응대할 채널이 없다.
전통적으로 '설계사조직'을 통한 마케팅에 익숙해 있는 보험권도 이미 본격적인 인터넷 마케팅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국내 최대의 생보사인 삼성증권은 설계사 의존도를 2년 내에 90%에서 10%미만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제 금융산업은 지식집약적 장치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사이버금융 전쟁,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금융권의 사이버마케팅은 지난해 우후죽순격으로 도입됐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본격적인 경쟁보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홍보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에서의 이렇다할 격돌은 없었다.
아직도 시스템의 안정성이 완전하게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기발한 '콘텐츠'를 앞세운 진검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올 회계 연도에 증권사의 인터넷 기업화를 목표로 이 부문에 약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측은 우선 다양한 네트워크망을 확보하기 위해 농협, 주택은행 등 리테일뱅크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전자화폐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에 대한 상호 지분출자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트레이드와 합작을 통한 사이버증권사를 출범시킨 LG증권도 올해 사이버트레이딩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고 실시간 주식정보서비스를 통한 인터넷 금융포탈사이트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올해 대우그룹으로부터 분리된 대우증권도 최근 대형증권사로는 처음으로 ERP시스템구축에 들어간 것을 비롯 E-비즈니스를 전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미 메릴린치에 실사단까지 파견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국민, 한빛, 주택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는 은행권의 인터넷뱅킹시장도 관심거리다.
독자적인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시중은행들은 시스템 안정화와 차별화된 콘텐츠가 완성되는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대형은행들이 직접 맞붙는 리테일뱅킹(소매금융)시장에서의 우열은 곧 이들 은행들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밖에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기관과 신용금고,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도 일단 '그들만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마을금고연합회와 신협중앙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금융결제원에 가입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어 장차 리테일뱅킹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생을 위한 선택 - 전략적 제휴>
사이버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부쩍 늘어난 것이 공생을 위한 전략적 제휴다.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전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겸업주의는 이미 미국과 일본을 강타하며 국내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년전까지만 해도 생각 수 없었던 '적과의 동침'은 이제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우선 증권사와 은행간의 전략적 제휴가 일반화되면서 은행에서 실명확인, 증권계좌 개설, 주식매매자금 자동이체 등의 서비스와 수익증권 위탁판매 등을 대행한다.
지방은행들도 공모주 및 실권주 청약대행까지 포함,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증권사와 협력하고 있다.
점포망 등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증권사들도 은행이 필요하다.
최근 신한은행, 외환은행과 제휴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신한증권은 또 다른 대형은행 한 곳과 지방은행들을 대상으로 제휴선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증권은 이미 제휴서비스 계좌를 통해서만 월 5000억원대의 약정고를 올리고 있어 이 부문 시장점유율 60%를 넘어섰다.
이같은 실적은 중대형 영업점 2, 3개가 정상적으로 가동됐을 때 나오는 수치다.
또 E*미래에셋증권도 주택은행과 손을 잡았고 앞으로 제일은행 외에 3, 4개 은행과도 제휴를 맺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격적인 방카슈랑스(Bancassurance)시대에 대비한 은행과 보험사의 제휴도 그에 못지 않다.
삼성생명은 최근 한미은행과 포괄적 업무제휴 맺고 한미은행 전 지점에 보험설계사를 배치,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한미은행 역시 삼성생명의 1600여개 영업소와 6만여명의 보험설계사를 통해 은행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금융상품 판매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금융기관과 인터넷 포탈서비스업체와의 제휴도 눈에 띈다.
동부화재는 최근 포탈서비스업체인 e머니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공동 이벤트사업 추진, 보험상품 공동개발, 보험대리점 개설 등 대부분의 업무를 인터넷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LG캐피탈과 한솔CSN도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었다.
LG캐피탈은 150만 한솔CSN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제휴카드를 발급하는 한편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공동 마케팅 및 시스템 개발에 나서게 된다.
한솔CSN 역시 LG캐피탈의 LG카드 고객들을 대상으로 알뜰쇼핑 정보를 비롯 구매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증권도 미국의 앤써씽크(AnswerThink) 컨설팅 그룹과 최근 전략적 제휴를 체결,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온라인으로 국내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증권과 은행, 은행과 보험, 증권과 보험 등 갖가지 제휴 조합의 탄생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저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로 대형 금융기관끼리 '짝짓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보험사가 결합하는 '방카슈랑스'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대형보험사들은 은행과의 업무제휴를 속속 체결하고 있으나 소형보험사들은 전략적 제휴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 이는 은행측이 고객이 많은 보험회사를 선호하는 데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보험사와의 업무제휴를 원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 역시 BIS비율이 높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우량회사로 업무제휴가 집중되고 있다.
<사이버마케팅 전략의 핵심 '차별화'>
사이버금융시장의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사이버마케팅 전략도 하루가 다르게 고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인터넷으로 연도별, 업종별, 지역별 통계 등 160여종에 달하는 해외투자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를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검색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해외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해외정보망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물론 개인들이 이 정보를 이용해 해외투자 초기단계에서부터 유용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외환은행은 최근 개통한 독자 인터넷뱅킹서비스를 통해 소매금융뿐만 아니라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온라인마케팅을 실현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측은 "단순한 뱅킹시스템 구현이라기 보다는 컨설팅이 동반된 인터넷비즈니스 전략수립에 가깝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터넷뱅킹이 단순한 계좌이체 서비스수준에서 입체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하나은행은 아예 계열사인 하나증권과 공동으로 인터넷뱅킹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인터넷뱅킹시스템에서 곧바로 증권거래까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은행은 고객들이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면 계좌이체, 송금, 조회, 여수신 업무 등 리테일뱅킹업무는 물론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고객들이 직접 증권거래까지 할 수 있는 최첨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이버'태풍' - 조직파괴 가속화>
사이버금융시장의 폭발가능성이 예고되는 만큼 이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조직 개편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미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전산팀을 사이버금융팀으로 분리, 여기에 다시 기획인력을 투입해 핵심부서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또한 한빛은행과 굿모닝증권은 이미 외부에서 CIO를 직접 수혈하는 등 e-비즈니스 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올초 종합기획업무와 전산업무를 통합한 사업부를 신설했다.
금융권 전체가 e-비즈니스를 화두로 마케팅채널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혁신적 변화다.
외환은행측은 이에 대해 "현재는 단순한 뱅킹거래 지원에서 그치고 있으나 전자서명 등 보안장치가 마련되고 금융겸업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은행은 완전한 첨단 장치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기획부문을 IT부서와 통합시킴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시장적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다.
조흥은행도 최근 E-금융부를 별도로 신설했다.
인터넷뱅킹을 비롯한 모든 E-비즈니스 전략을 전문인력에 의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특공대인 셈. 이밖에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정보시스템부 산하의 전자금융팀을 부서로 격상시켰고 최근에는 e-비즈니스추진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전사적인 IT부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사이버금융 활성화 - 그래도 장벽은 많다>
사이버마케팅은 앞으로 금융기관이 추구해야 할 핵심전략. 그러나 아직 여러 가지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특히 사이버트레이딩과 인터넷뱅킹 활성화를 시급한 현행법의 손질과 제도의 정비는 시장상황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형편.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프라의 보안문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10월 모 시중은행의 경우처럼 원타임패스워드(비밀암호 생성기)가 뚫려 OTP를 회수하는 것과 같은 소동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이밖에 인터넷접속환경의 미비, 타깃마케팅의 모호성,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도 금융기관으로서 냉철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밖에 코스닥시장의 전산시스템이 체결지연 사태를 일으킨다면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이버 트레이딩 확산에 따른 제도권 증권사들의 수수료 격감은 당장 극복해야될 발등의 불이다.
인터넷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고객데이터 지원에서부터 인터넷마케팅기술의 업그레이드까지 인터넷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기반환경을 완벽하게 구축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넷마케팅의 수익성여부도 변수. 인터넷이 뛰어난 마케팅 수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5년 이상의 장기적 투자전략이 없다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투자대비 비효율을 경험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기본적으로 증시의 활황여부와 사이버마케팅 기술은 궤적을 같이한다.
은행권의 경우 온라인뱅킹이 자리잡게 되면 인터넷을 통한 자금조달이 저비용으로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만큼 예대마진의 폭은 훨씬 좁혀지게 된다.
따라서 은행권도 예대수익률에 의존한 수익구조에서 시급히 탈피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나가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