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신우특파원>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정보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혁이 필요한가. 그리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로부터는 무엇을 배워야할 것인가. 이종문(李鐘文) 실리콘밸리 R&D펀드LLP 회장은 6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사가 주최한 '2000년 아시아과학기술회의'에서 '정보기술과 아시아의 미래'라는 제목의 주제강연을 갖고 "아시아 각국은 하루빨리 지적부가가치 창출의 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가장 대표적인 재미한국인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지난 82년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창립,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아시아는 전통산업 즉 금융, 제조업,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철강, 정부기구, 중소기업 등의 경영에서 어떻게 선진 IT를 도입해가고 있는가. 일본은 이들 프로세스에서 상당한 진보를 이루고 있으나 여타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는 최근 들어서야 겨우 기술발전과 지식기반경제 창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단계다.
그 주요변화가 테크놀로지의 신장이다.
이 부문은 이미 아시아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특히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영역은 61%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이같은 강력한 성장세에 힘입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퍼스널컴퓨터(PC) 생산 비중이 2000년 1사분기 동안만도 무려 15%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1999년 한해동안 4배나 늘었으며 일본은 이미 2000만명의 이용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전체 인터넷 사용자는 매년 50%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인터넷 보급률에서 오는 2003년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을 중심으로 한 이코머스(e-commerce)가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 눈에 띄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 변화는 이코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주역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인터넷이 시장을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데서 보듯 아시아 기업들은 이 단계에서 확실한 경쟁체제를 갖춰야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완전히 뒤쳐지고 말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아시아가 어떻게 이 지점에 도달했는가를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40-50년간 아시아 국가들은 산업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점차 부유해지고 강력해졌다.
아시아는 저임금과 숙련노동자를 통한 산업화의 열매를 향유해왔다.이는 특히 대량생산, 대량수출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시아 경제는 제조업분야와 소비재 수출분야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아시아 국가의 정부들도 이같은 전략수행에 주요한 플레이어였다. 물질적 근대화를 향한 톱다운 방식의 접근은 아시아 경제성장의 시금석이었다.
지적가치의 창조는 이 근대화작업에서 별다른 비중을 갖지 못했다.
심지어 정보기술을 포함한 많은 산업에서조차 주요한 역할을 하지못하고 있다.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에서도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아시아의 정치적 과거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과제와 연계돼 왔다.
오직 몇 개국만이 운명의 자유로운 선택을 허용하는 사회적·제도적 장치를 갖춘 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경우 정부는 여전히 위로부터 지시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가들이 톱다운 방식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스타일의 기업지도자들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해왔으며 이들은 이를 '아시아적 가치'라고 명명했다.
이는 종업원과의 파트너십 보다 위로부터의 통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새로운 인터넷 시대에 이같은 아시아적 가치나 경제발전을 위한 모델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점에 비춰 아시아는 여전히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준비자세가 덜돼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총리조차 변화를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시아는 정부가 앞장서서 기관차를 끌고 민간이 뒤에서 밀고간다는 생각이나 견해로부터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정보기술에 의해 네트워크화된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한 범위로 네트워크화돼 있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정보에의 자유로운 접근을 향유하고 있다.
정보는 더 이상 조작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같은 혜택을 국경이나 시간대에 의해 제약받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 그동안 엄격한 정보통제로 이득을 봐왔던 아시아의 전통적 기업들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인터넷은 새롭고 직접적인 분배채널이며 새로운 기업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휼렛 패커드는 주식시가총액에서 10억 달러 규모를 달성하는데 47년이 걸렸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15년, 야후는 2년, 그리고 넷제로는 9개월로 단축시켜왔다.
인터넷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사고와 행동의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고 말해지고 있다.
인터넷은 아시아지역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지만 불행히도 기업관행은 아직 변화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 중국이 그렇다.
아시아의 기업들은 새로운 형태의 라이벌이 등장할 때마다 여전히 통치자인 정부에 의존하려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1980년대 초 IBM이나 제록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좁스나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스콧 맥닐리의 충격파를 예견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의 제록스 연구소에서 매킨토시PC가 발명됐지만 제록스는 이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1990년대 특히 1995년이래 인터넷이 상용화하면서 새로운 발명가나 기업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스코 시스템의 샌디 러너와 렌 보사크, 넷스케이프의 짐 클라크와 마크 앤더슨, 야후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 아마존 닷 컴의 제프 베조스 그리고 AOL의 스티브 케이스는 인터넷을 통해 수십억달러짜리 기업을 일으켰다.
아시아 내에서도 현상유지의 타파를 겨냥하는 수많은 개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 젊은이를 발굴해내고 그들의 기업가 정신을 꽃피게 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책임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의 실리콘밸리야말로 이들 기업이 자랄 수 있게 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실리콘밸리는 엔지니어의 천국만이 아니다.
이곳이야말로 경쟁에서 밀려난 자에게는 지옥이기도 하다.
나 역시 양극단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곳에는 수많은 대학과 벤처 캐피털, 인큐베이터, 교수, 연구자, 전략 매니지먼트, 아웃소싱 컨설턴트, 법률가, 회계사, 홍보회사 등이 함께 자리잡은 채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를 지배하지 않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다시 말해 전문적인 일벌들로 가득찬 하나의 커다란 벌집과 같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기업 가운데 30% 이상이 아시아계 이민들에 의해 창업되고 있다.
나는 40% 이상일 것으로 생각한다.
또다른 창업기업의 25-30%가 다른 지역 이민자들에 의해 출현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65-70%가 이민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미국사회의 주역인 앵글로색슨은 이 지역에서 절대로 다수자가 아니다.
나는 아시아가 IT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의 역할에 하루빨리 눈떠야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정신이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를 열거해보자. 당신들은 이런 몇가지 예를 아시아적 모델과 비교해주기 바란다.
첫째는 장기비전형 기업가다.
이들 기업가는 회사를 창업하는데서 스릴을 만끽하며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을 세계와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기업을 일으키고 비전을 제시하며 기업이 비전을 키워가는 모습을 인내심있게 지켜본다.
물론 이들은 기업경영 책임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그들은 일상적 경영업무에 종사하기보다 비전을 현실화하는데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데이비드 파일로야말로 전형적인 예다.
이들은 기업을 돈벌이 수단이라기보다 종업원에게 충족감과 귀속감을 안겨주는 하나의 공동체로 파악한다.
둘째는 매수형 기업가다.
시스코 시스템의 존 체임버가 좋은 예다.
그는 이따금 '뉴 월드 네트워크' 등의 용어를 입에 올린다.
이 타입은 우선 커다란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랜드 디자인에 관련된 수많은 기업들을 매수한다.
달리 표현해 이들은 수많은 비전들을 하나의 일관된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비전으로 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강점은 유연성이며 프래그머티즘이다.
이들은 많은 별개의 기업 요소를 종합함으로써 지속적인 사업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효율적인 경영팀을 유지하는 능력도 엿보인다.
세 번째로 변혁형 기업가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나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을 들 수 있다.
변혁형 기업가는 자신의 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에서 항상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도록 재정립시켜간다.
새로 등장한 하이테크 기업들은 기존의 라이벌과 효율적으로 경쟁하는 한편, 자신의 뒤에서 좀더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나타나는 보다 새로운 기업들의 도전에 직면한다.
변혁형 기업가가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이들은 자신의 기업이 새로운 조직과 방향 그리고 초기단계의 모험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재창조해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창업보다 수성이 훨씬 힘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속형 기업가다.
이들은 새 회사를 창업한 후 어느 정도 키워졌다고 판단이 내려지면 훌훌 털어버린 채 또 다른 창업에 나선다.
실리콘그래픽스의 짐 클라크는 현재 그의 네 번째 및 다섯 번째 스타트업 기업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첫 회사인 실리콘그래픽스를 비롯해 넷스케이프, 헬시온 등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으면서도 결코 안주하는 법이 없다.
이들은 열정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펼쳐보이며 가용한 모든 자원을 통합한 후 최종적으로 일을 벌인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아시아 역시 기업가정신의 아시아 모델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보다 야심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 기술을 기존산업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시아는 새로운 부가가치 기술을 창조해나가야 한다.
그 길만이 세계의 다른 지역을 리드할 수 있다.
아시아의 벤처 캐피털 역시 자본의 투자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훌륭한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열쇠는 일상적인 경영행위라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가장 대표적인 재미한국인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지난 82년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창립,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아시아는 전통산업 즉 금융, 제조업,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철강, 정부기구, 중소기업 등의 경영에서 어떻게 선진 IT를 도입해가고 있는가. 일본은 이들 프로세스에서 상당한 진보를 이루고 있으나 여타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는 최근 들어서야 겨우 기술발전과 지식기반경제 창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단계다.
그 주요변화가 테크놀로지의 신장이다.
이 부문은 이미 아시아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특히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영역은 61%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이같은 강력한 성장세에 힘입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퍼스널컴퓨터(PC) 생산 비중이 2000년 1사분기 동안만도 무려 15%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1999년 한해동안 4배나 늘었으며 일본은 이미 2000만명의 이용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전체 인터넷 사용자는 매년 50%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인터넷 보급률에서 오는 2003년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을 중심으로 한 이코머스(e-commerce)가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 눈에 띄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 변화는 이코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주역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인터넷이 시장을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데서 보듯 아시아 기업들은 이 단계에서 확실한 경쟁체제를 갖춰야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완전히 뒤쳐지고 말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아시아가 어떻게 이 지점에 도달했는가를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40-50년간 아시아 국가들은 산업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점차 부유해지고 강력해졌다.
아시아는 저임금과 숙련노동자를 통한 산업화의 열매를 향유해왔다.이는 특히 대량생산, 대량수출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시아 경제는 제조업분야와 소비재 수출분야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아시아 국가의 정부들도 이같은 전략수행에 주요한 플레이어였다. 물질적 근대화를 향한 톱다운 방식의 접근은 아시아 경제성장의 시금석이었다.
지적가치의 창조는 이 근대화작업에서 별다른 비중을 갖지 못했다.
심지어 정보기술을 포함한 많은 산업에서조차 주요한 역할을 하지못하고 있다.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에서도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아시아의 정치적 과거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과제와 연계돼 왔다.
오직 몇 개국만이 운명의 자유로운 선택을 허용하는 사회적·제도적 장치를 갖춘 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경우 정부는 여전히 위로부터 지시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가들이 톱다운 방식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스타일의 기업지도자들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해왔으며 이들은 이를 '아시아적 가치'라고 명명했다.
이는 종업원과의 파트너십 보다 위로부터의 통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새로운 인터넷 시대에 이같은 아시아적 가치나 경제발전을 위한 모델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점에 비춰 아시아는 여전히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준비자세가 덜돼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총리조차 변화를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시아는 정부가 앞장서서 기관차를 끌고 민간이 뒤에서 밀고간다는 생각이나 견해로부터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정보기술에 의해 네트워크화된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한 범위로 네트워크화돼 있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정보에의 자유로운 접근을 향유하고 있다.
정보는 더 이상 조작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같은 혜택을 국경이나 시간대에 의해 제약받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 그동안 엄격한 정보통제로 이득을 봐왔던 아시아의 전통적 기업들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인터넷은 새롭고 직접적인 분배채널이며 새로운 기업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휼렛 패커드는 주식시가총액에서 10억 달러 규모를 달성하는데 47년이 걸렸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15년, 야후는 2년, 그리고 넷제로는 9개월로 단축시켜왔다.
인터넷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사고와 행동의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고 말해지고 있다.
인터넷은 아시아지역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지만 불행히도 기업관행은 아직 변화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 중국이 그렇다.
아시아의 기업들은 새로운 형태의 라이벌이 등장할 때마다 여전히 통치자인 정부에 의존하려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1980년대 초 IBM이나 제록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좁스나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스콧 맥닐리의 충격파를 예견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의 제록스 연구소에서 매킨토시PC가 발명됐지만 제록스는 이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1990년대 특히 1995년이래 인터넷이 상용화하면서 새로운 발명가나 기업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스코 시스템의 샌디 러너와 렌 보사크, 넷스케이프의 짐 클라크와 마크 앤더슨, 야후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 아마존 닷 컴의 제프 베조스 그리고 AOL의 스티브 케이스는 인터넷을 통해 수십억달러짜리 기업을 일으켰다.
아시아 내에서도 현상유지의 타파를 겨냥하는 수많은 개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 젊은이를 발굴해내고 그들의 기업가 정신을 꽃피게 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책임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의 실리콘밸리야말로 이들 기업이 자랄 수 있게 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실리콘밸리는 엔지니어의 천국만이 아니다.
이곳이야말로 경쟁에서 밀려난 자에게는 지옥이기도 하다.
나 역시 양극단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곳에는 수많은 대학과 벤처 캐피털, 인큐베이터, 교수, 연구자, 전략 매니지먼트, 아웃소싱 컨설턴트, 법률가, 회계사, 홍보회사 등이 함께 자리잡은 채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를 지배하지 않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다시 말해 전문적인 일벌들로 가득찬 하나의 커다란 벌집과 같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기업 가운데 30% 이상이 아시아계 이민들에 의해 창업되고 있다.
나는 40% 이상일 것으로 생각한다.
또다른 창업기업의 25-30%가 다른 지역 이민자들에 의해 출현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65-70%가 이민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미국사회의 주역인 앵글로색슨은 이 지역에서 절대로 다수자가 아니다.
나는 아시아가 IT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의 역할에 하루빨리 눈떠야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정신이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를 열거해보자. 당신들은 이런 몇가지 예를 아시아적 모델과 비교해주기 바란다.
첫째는 장기비전형 기업가다.
이들 기업가는 회사를 창업하는데서 스릴을 만끽하며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을 세계와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기업을 일으키고 비전을 제시하며 기업이 비전을 키워가는 모습을 인내심있게 지켜본다.
물론 이들은 기업경영 책임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그들은 일상적 경영업무에 종사하기보다 비전을 현실화하는데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데이비드 파일로야말로 전형적인 예다.
이들은 기업을 돈벌이 수단이라기보다 종업원에게 충족감과 귀속감을 안겨주는 하나의 공동체로 파악한다.
둘째는 매수형 기업가다.
시스코 시스템의 존 체임버가 좋은 예다.
그는 이따금 '뉴 월드 네트워크' 등의 용어를 입에 올린다.
이 타입은 우선 커다란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랜드 디자인에 관련된 수많은 기업들을 매수한다.
달리 표현해 이들은 수많은 비전들을 하나의 일관된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비전으로 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강점은 유연성이며 프래그머티즘이다.
이들은 많은 별개의 기업 요소를 종합함으로써 지속적인 사업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효율적인 경영팀을 유지하는 능력도 엿보인다.
세 번째로 변혁형 기업가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나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을 들 수 있다.
변혁형 기업가는 자신의 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에서 항상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도록 재정립시켜간다.
새로 등장한 하이테크 기업들은 기존의 라이벌과 효율적으로 경쟁하는 한편, 자신의 뒤에서 좀더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나타나는 보다 새로운 기업들의 도전에 직면한다.
변혁형 기업가가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이들은 자신의 기업이 새로운 조직과 방향 그리고 초기단계의 모험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재창조해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창업보다 수성이 훨씬 힘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속형 기업가다.
이들은 새 회사를 창업한 후 어느 정도 키워졌다고 판단이 내려지면 훌훌 털어버린 채 또 다른 창업에 나선다.
실리콘그래픽스의 짐 클라크는 현재 그의 네 번째 및 다섯 번째 스타트업 기업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첫 회사인 실리콘그래픽스를 비롯해 넷스케이프, 헬시온 등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으면서도 결코 안주하는 법이 없다.
이들은 열정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펼쳐보이며 가용한 모든 자원을 통합한 후 최종적으로 일을 벌인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아시아 역시 기업가정신의 아시아 모델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보다 야심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 기술을 기존산업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시아는 새로운 부가가치 기술을 창조해나가야 한다.
그 길만이 세계의 다른 지역을 리드할 수 있다.
아시아의 벤처 캐피털 역시 자본의 투자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훌륭한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열쇠는 일상적인 경영행위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