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에이전시가 IT업계의 황금어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해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웹 에이전시 시장이 올해도 성장기조를 이어갈 것인가에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닷컴의 퇴조와 제 살 깍아먹기식 출혈경쟁으로 웹에이전시의 열기가 급격히 냉각될 것이라는 견해와, 과열양상이 사그라들면서 오히려 시장이 성숙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 해도 웹 에이전시가 IT업계의 핫 이슈로 남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 판매자 시장에서 구매자 시장으로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웹 에이전시는 분명한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이었다. 세이피언트나 iXL, 레이저피쉬 같은 선두업체들은 밀려오는 주문을 거절하기 바빴을 정도다.
이처럼 수요가 폭발했던 이유는 e비즈 시스템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수단으로 한껏 기대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특히 닷컴과 오프라인 대기업들이 디지털 신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면서 어부지리로 웹에이전시에 돈이 몰렸다.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이 없는 닷컴기업들은 단기간에 e비즈를 구현해 굴뚝을 제압하려 했고,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도 경쟁에서 이기려는 강박관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닷컴기업의 돈줄은 말라버렸고, 굴뚝들도 냉정을 되찾았다. 이제는 웹이 강력한 e커머스의 채널이 될 것인가, 또 e마켓플레이스와 eCRM이 신규고객을 창출하고 비용을 절감해 줄 것인가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웹 에이전시는 판매자에서 구매자 시장으로 전환됐다.
◆ 수익모델에 적신호 켜진 글로벌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웹 에이전시의 수익모델에 적신호가 켜졌다. 나스닥에 상장된 30여개의 메이저 업체 주가는 수십 분의 1로 추락한 상태다. 몸집 줄이기도 줄을 이었다. 마치퍼스트가 1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의 해고 결정을 내린데 이어, iXL 엔터프라이즈도 3000여명의 종업원 중 350명 가량을 잘라냈다. 세이피언트, US 인터랙티브, 레이저피쉬 등 기대를 모았던 웹 에이전시들도 한결같이 2000년을 저조한 실적으로 마감했다. 웹에이전시의 원조로 불리는 올가닉온라인은 올 3사분기 이후에나 적자를 벗어날 것이라고 발표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e-비즈니스 컨설팅과 통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시들면서 당분간 웹 에이전시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저가경쟁으로 흔들리는 국내 시장
홍익인터넷, 클릭, 클라우드나인, 이모션, 드림원, 네트로21, 디자인스톰 등 견실한 10여개사를 중심으로 흘러왔던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은 지난 해 갑작스럽게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자본을 앞세운 재벌기업을 비롯 에이전시닷컴, 아시아콘텐츠닷컴 같은 글로벌 에이전시들이 가세했고,거기에 외국계 컨설팅회사와 SI업체, 광고대행사, 인큐베이팅 업체까지 달려들었다. 수익성을 찾기 힘들어진 순수 닷컴 업체들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몰려들면서 불과 3000억을 넘지 못하는 웹 에이전시 시장에서 무려 2000개 업체들이 혈전을 벌이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처럼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다보니 건당 1억~2억원 정도로 외국업체들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평균 프로젝트 가격은 그나마 5000만원 이하까지 내려갔다. 국내 웹에이전시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FID가 100억을 살짝 넘었을 뿐 그밖의 메이저 업체는 지난 해 대부분 50~80억원의 빈약한 매출에 머물렀다. 이제 웹에이전시는 품질이 아니라 가격이 결정짓는 인건비 비즈니스로 인식이 굳어지고, 종합e서비스 사업이란 이름 뿐 단순 웹 디자인이나 솔루션 구축을 위한 하청업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올 해 웹 에이전시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이 혼란한 시장에서 살아 남을 것인가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업체나 자본을 앞세운 국내 대기업 계열의 웹 에이전시들이 좀더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선 미국의 경우 이같은 구도로 시장구도가 재편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기업계열 S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크리에이티즈 중심으로 시장을 리드해온 전문업체들은 컨설팅과 솔루션을 포함한 토털 e서비스 업체로 진화하기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한다. 저가 수주전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연 매출 100억을 넘지 못하는 전문업체들이 솔루션 개발 및 e비즈 컨설턴트 보강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선발업체들이 카테고리 메이커로서 프리미엄을 얻지 못한다면,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 인력을 고루 갖춘 대기업 계열의 후발주자나 SI업체들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홍익인터넷 노상범 사장은 자본과 브랜드만 믿고 국내시장을 공략했던 외국업체들이 참패했던 광고업계의 사례가 웹 에이전시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며 무리한 몸 부풀리기를 시도하지 않고 착실하게 핵심 역량을 다져온 전문업체들이 아웃소싱이나 M&A를 통해 시장을 주도할 나갈 것으로 자신했다. 게다가 웹 에이전시의 경쟁력인 e비즈 방법론의 경우지난 4~5년간의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전문업체들이 고객의 구체적인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웹에 관해 A에서 Z까지 종합 e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웹 에이전시와 분야별로 특화된 서비스를무기로 니치 시장을 공략하는 중소 웹 에이전시로 시장이 양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성숙기로 접어든 웹 에이전시 시장
아무튼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고 나면 국내 웹에이전시 시장은 본격적인 성숙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해는 해외진출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가시적 성과를 거둬들인 FID와 이모션에 이어 홍익인터넷과 디지인스톰이 제휴 또는 현지법인으로 일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클릭커뮤니케이션은 현지법인 클릭뉴욕을 통해 미국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며, 네트로21이 중국현지에 상주인력을 파견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시동을 건 오픈타이드가 올해는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를 묶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웹에이전시가 단순히 닷컴 기업들을 겨냥한 사업이 아닌 만큼 디지털 신경제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시장전망은 밝다고 보고 있다. 닷컴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비등한 월스트릿에서 조차 아직까지 웹에이전시를 안정적이고 성장성 높은 기업형태로 분류한다. 더구나 시장형성 초기에 지나친 과열현상을 보였던 국내시장은 당분간 숨고르기를 통해 옥석이 가려지고 나면 더욱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예측이다.
<이선기기자>
지난 해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웹 에이전시 시장이 올해도 성장기조를 이어갈 것인가에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닷컴의 퇴조와 제 살 깍아먹기식 출혈경쟁으로 웹에이전시의 열기가 급격히 냉각될 것이라는 견해와, 과열양상이 사그라들면서 오히려 시장이 성숙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 해도 웹 에이전시가 IT업계의 핫 이슈로 남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 판매자 시장에서 구매자 시장으로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웹 에이전시는 분명한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이었다. 세이피언트나 iXL, 레이저피쉬 같은 선두업체들은 밀려오는 주문을 거절하기 바빴을 정도다.
이처럼 수요가 폭발했던 이유는 e비즈 시스템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수단으로 한껏 기대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특히 닷컴과 오프라인 대기업들이 디지털 신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면서 어부지리로 웹에이전시에 돈이 몰렸다.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이 없는 닷컴기업들은 단기간에 e비즈를 구현해 굴뚝을 제압하려 했고,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도 경쟁에서 이기려는 강박관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해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닷컴기업의 돈줄은 말라버렸고, 굴뚝들도 냉정을 되찾았다. 이제는 웹이 강력한 e커머스의 채널이 될 것인가, 또 e마켓플레이스와 eCRM이 신규고객을 창출하고 비용을 절감해 줄 것인가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웹 에이전시는 판매자에서 구매자 시장으로 전환됐다.
◆ 수익모델에 적신호 켜진 글로벌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웹 에이전시의 수익모델에 적신호가 켜졌다. 나스닥에 상장된 30여개의 메이저 업체 주가는 수십 분의 1로 추락한 상태다. 몸집 줄이기도 줄을 이었다. 마치퍼스트가 1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의 해고 결정을 내린데 이어, iXL 엔터프라이즈도 3000여명의 종업원 중 350명 가량을 잘라냈다. 세이피언트, US 인터랙티브, 레이저피쉬 등 기대를 모았던 웹 에이전시들도 한결같이 2000년을 저조한 실적으로 마감했다. 웹에이전시의 원조로 불리는 올가닉온라인은 올 3사분기 이후에나 적자를 벗어날 것이라고 발표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e-비즈니스 컨설팅과 통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시들면서 당분간 웹 에이전시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저가경쟁으로 흔들리는 국내 시장
홍익인터넷, 클릭, 클라우드나인, 이모션, 드림원, 네트로21, 디자인스톰 등 견실한 10여개사를 중심으로 흘러왔던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은 지난 해 갑작스럽게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자본을 앞세운 재벌기업을 비롯 에이전시닷컴, 아시아콘텐츠닷컴 같은 글로벌 에이전시들이 가세했고,거기에 외국계 컨설팅회사와 SI업체, 광고대행사, 인큐베이팅 업체까지 달려들었다. 수익성을 찾기 힘들어진 순수 닷컴 업체들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몰려들면서 불과 3000억을 넘지 못하는 웹 에이전시 시장에서 무려 2000개 업체들이 혈전을 벌이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처럼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다보니 건당 1억~2억원 정도로 외국업체들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평균 프로젝트 가격은 그나마 5000만원 이하까지 내려갔다. 국내 웹에이전시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FID가 100억을 살짝 넘었을 뿐 그밖의 메이저 업체는 지난 해 대부분 50~80억원의 빈약한 매출에 머물렀다. 이제 웹에이전시는 품질이 아니라 가격이 결정짓는 인건비 비즈니스로 인식이 굳어지고, 종합e서비스 사업이란 이름 뿐 단순 웹 디자인이나 솔루션 구축을 위한 하청업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올 해 웹 에이전시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이 혼란한 시장에서 살아 남을 것인가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업체나 자본을 앞세운 국내 대기업 계열의 웹 에이전시들이 좀더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선 미국의 경우 이같은 구도로 시장구도가 재편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기업계열 S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크리에이티즈 중심으로 시장을 리드해온 전문업체들은 컨설팅과 솔루션을 포함한 토털 e서비스 업체로 진화하기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한다. 저가 수주전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연 매출 100억을 넘지 못하는 전문업체들이 솔루션 개발 및 e비즈 컨설턴트 보강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선발업체들이 카테고리 메이커로서 프리미엄을 얻지 못한다면,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 인력을 고루 갖춘 대기업 계열의 후발주자나 SI업체들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홍익인터넷 노상범 사장은 자본과 브랜드만 믿고 국내시장을 공략했던 외국업체들이 참패했던 광고업계의 사례가 웹 에이전시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며 무리한 몸 부풀리기를 시도하지 않고 착실하게 핵심 역량을 다져온 전문업체들이 아웃소싱이나 M&A를 통해 시장을 주도할 나갈 것으로 자신했다. 게다가 웹 에이전시의 경쟁력인 e비즈 방법론의 경우지난 4~5년간의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전문업체들이 고객의 구체적인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웹에 관해 A에서 Z까지 종합 e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웹 에이전시와 분야별로 특화된 서비스를무기로 니치 시장을 공략하는 중소 웹 에이전시로 시장이 양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성숙기로 접어든 웹 에이전시 시장
아무튼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고 나면 국내 웹에이전시 시장은 본격적인 성숙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해는 해외진출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가시적 성과를 거둬들인 FID와 이모션에 이어 홍익인터넷과 디지인스톰이 제휴 또는 현지법인으로 일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클릭커뮤니케이션은 현지법인 클릭뉴욕을 통해 미국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며, 네트로21이 중국현지에 상주인력을 파견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시동을 건 오픈타이드가 올해는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를 묶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웹에이전시가 단순히 닷컴 기업들을 겨냥한 사업이 아닌 만큼 디지털 신경제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시장전망은 밝다고 보고 있다. 닷컴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비등한 월스트릿에서 조차 아직까지 웹에이전시를 안정적이고 성장성 높은 기업형태로 분류한다. 더구나 시장형성 초기에 지나친 과열현상을 보였던 국내시장은 당분간 숨고르기를 통해 옥석이 가려지고 나면 더욱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예측이다.
<이선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