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두 가지씩 어릴 적 꿈이 있다. 대통령, 사업가, 선생님, 피아니스트, 간호사 등등... 하지만 그 꿈을 이룬 `행운아'는 그리 많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업종별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e마켓플레이스인 `이피아(www.e-pia.net)'를 운영하고 있는 B2B업체 일렉트로피아의 수장, 이충화 사장(46)은 본인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말한다.
◆꿈을 이룬 행운아
고등학교 2학년 상업시간이었다. 근대 산업공학의 창시자로 추앙 받는 테일러의 이론을 배웠는데, 과학적 관리법이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실 제조기업의 목표는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원가는 낮추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빨리 생산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이 단순한 것 같지만 어려운 일을 과학적 관리법, 즉 현재 우리가 IT(정보기술)라 부르는 것이 실현해 줄 수 있다는 데 무척 고무됐었다고 이 시장은 말한다.
이 때부터 이 사장의 꿈은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주는 산업전문가였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선택을 별 주저 없이 할 수 있었다. 80년 KAIST 석사를 마치고 동료들이 학업을 지속하는데 반해 바로 산업현장에 입문한 것이나, 지난해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B2B 시장에 뛰어든 것 모두 이같은 소신에서였다.
즉 이 사장에게 있어 B2B는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주기 위해 활용해야하는 일종의 도구였다. "어떠한 경우에도 B2B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B2B e마켓플레이스 몇 개로 우리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B2B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분명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습니다." 이충화 사장이 B2B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CALS부터 e마켓까지... B2B 1세대
이 사장은 국내 B2B 1세대로 통한다. 이 사장이 B2B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88년 미국 유학 시절. 국내에 막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때다.
당시 이 사장은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에서 `제조경쟁력과 기업정보화'라는 주제로 산업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바로 이 때 B2B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CALS(Computer At Light Speed)를 처음 접했다.
직감적으로 이를 적극 활용해야겠다고 판단, CALS는 물론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이나 컴퓨터통합제조시스템(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등과 같은 관련 분야까지 배우고 연구했다. 귀국과 동시에 국내에 적용해보기 위해서였다.
93년 귀국한 이 사장은 대우정보시스템에서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룹의 제조분야 시스템 개발에 이 새로운 개념들을 적용했으며, 이어 국내에서도 CALS에 대한 소개가 본격화된 95년부터는 이에 대한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장은 특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CALS 사례를 벤치마킹한 결과,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CALS를 추진할 수는 없음을 깨닫고 국내 대기업들의 설득에 나섰다. 이 때 결성된 게 바로 `일렉트로피아'다. 즉 삼성·현대·LG·대우 등 대기업들의 임원을 중심으로 한국전자거래협회내에 워킹그룹을 만들었으며, `일렉트로피아'라는 CALS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때가 97년 1월이었다.
그러나 이렇다할 사업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는 답보상태를 거듭했다. 이에 98년 11월 일렉트로피아를 별도법인으로 설립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삼성SDS·LG-EDS시스템·현대정보기술·대우정보시스템 등 시스템통합(SI) 4사가 공동 출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직 CALS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불충분한데다, 말이 전자산업 CALS지 실제 전자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피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11월 정통부가 업종별 B2B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정통부는 전자·자동차·건설·국방 등 4대 업종을 대상으로 B2B 시범사업을 지원하기로 하고 전자업종 대표업체로 일렉트로피아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2000년 1월 본격적인 전자업종 B2B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그때까지 사외이사로 일렉트로피아를 지원해 온 이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글로벌 전자 B2B e장터 만든다
이 사장이 일렉트로피아를 맡은 지 만 1년이 지났다. 99년 38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35억원으로 증가했으며, 4년여를 끌어온 전자부품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드디어 완료하고 1차 서비스도 오픈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시장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각 업체별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했으며, 비즈니스 모델만 갖고 관련 업체들을 설득하기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 시장은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B2B 시장 역시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 및 구매하는 행위는 기업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며, 앞서 말했듯이 B2B는 이를 효율화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도구라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이 도구를 잘 활용하도록 하느냐는 것이라고 이 사장은 말한다.
이에 이 사장은 확실한 사용효과를 입증함으로써 기업들이 B2B를 활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미 판매대행과 같은 일부 서비스를 통해 성공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를 본 기업들의 인식 역시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게 이 사장의 귀뜸이다.
이 사장은 특히 일렉트로피아를 `우물안 개구리'로는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다. "B2B 시장 역시 결국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아시아간 3파전이 될 것입니다. 이에 일렉트로피아와 같은 e마켓플레이스가 살아 남으려면 적어도 해당 권역에서만큼은 확실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B2B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일렉트로피아를 글로벌 전자 B2B e마켓플레이스로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일본 전자 B2B e마켓플레이스 한 곳과 연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의 부품체계를 표준으로 따르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렉트로피아는 우리나라 전자업종을 대표하는 토종 e마켓플레이스로서, 특히 단독으로는 e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견 및 중소 전자업체들이 효율적으로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자사의 행보를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이충화 사장의 부탁이다.
<한민옥기자>
국내 대표적인 업종별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e마켓플레이스인 `이피아(www.e-pia.net)'를 운영하고 있는 B2B업체 일렉트로피아의 수장, 이충화 사장(46)은 본인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말한다.
◆꿈을 이룬 행운아
고등학교 2학년 상업시간이었다. 근대 산업공학의 창시자로 추앙 받는 테일러의 이론을 배웠는데, 과학적 관리법이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실 제조기업의 목표는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원가는 낮추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빨리 생산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이 단순한 것 같지만 어려운 일을 과학적 관리법, 즉 현재 우리가 IT(정보기술)라 부르는 것이 실현해 줄 수 있다는 데 무척 고무됐었다고 이 시장은 말한다.
이 때부터 이 사장의 꿈은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주는 산업전문가였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선택을 별 주저 없이 할 수 있었다. 80년 KAIST 석사를 마치고 동료들이 학업을 지속하는데 반해 바로 산업현장에 입문한 것이나, 지난해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B2B 시장에 뛰어든 것 모두 이같은 소신에서였다.
즉 이 사장에게 있어 B2B는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주기 위해 활용해야하는 일종의 도구였다. "어떠한 경우에도 B2B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B2B e마켓플레이스 몇 개로 우리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B2B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분명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습니다." 이충화 사장이 B2B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CALS부터 e마켓까지... B2B 1세대
이 사장은 국내 B2B 1세대로 통한다. 이 사장이 B2B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88년 미국 유학 시절. 국내에 막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때다.
당시 이 사장은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에서 `제조경쟁력과 기업정보화'라는 주제로 산업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바로 이 때 B2B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CALS(Computer At Light Speed)를 처음 접했다.
직감적으로 이를 적극 활용해야겠다고 판단, CALS는 물론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이나 컴퓨터통합제조시스템(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등과 같은 관련 분야까지 배우고 연구했다. 귀국과 동시에 국내에 적용해보기 위해서였다.
93년 귀국한 이 사장은 대우정보시스템에서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룹의 제조분야 시스템 개발에 이 새로운 개념들을 적용했으며, 이어 국내에서도 CALS에 대한 소개가 본격화된 95년부터는 이에 대한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장은 특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CALS 사례를 벤치마킹한 결과,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CALS를 추진할 수는 없음을 깨닫고 국내 대기업들의 설득에 나섰다. 이 때 결성된 게 바로 `일렉트로피아'다. 즉 삼성·현대·LG·대우 등 대기업들의 임원을 중심으로 한국전자거래협회내에 워킹그룹을 만들었으며, `일렉트로피아'라는 CALS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때가 97년 1월이었다.
그러나 이렇다할 사업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는 답보상태를 거듭했다. 이에 98년 11월 일렉트로피아를 별도법인으로 설립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삼성SDS·LG-EDS시스템·현대정보기술·대우정보시스템 등 시스템통합(SI) 4사가 공동 출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직 CALS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불충분한데다, 말이 전자산업 CALS지 실제 전자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피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11월 정통부가 업종별 B2B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정통부는 전자·자동차·건설·국방 등 4대 업종을 대상으로 B2B 시범사업을 지원하기로 하고 전자업종 대표업체로 일렉트로피아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2000년 1월 본격적인 전자업종 B2B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그때까지 사외이사로 일렉트로피아를 지원해 온 이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글로벌 전자 B2B e장터 만든다
이 사장이 일렉트로피아를 맡은 지 만 1년이 지났다. 99년 38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35억원으로 증가했으며, 4년여를 끌어온 전자부품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드디어 완료하고 1차 서비스도 오픈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시장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각 업체별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했으며, 비즈니스 모델만 갖고 관련 업체들을 설득하기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 시장은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B2B 시장 역시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 및 구매하는 행위는 기업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며, 앞서 말했듯이 B2B는 이를 효율화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도구라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이 도구를 잘 활용하도록 하느냐는 것이라고 이 사장은 말한다.
이에 이 사장은 확실한 사용효과를 입증함으로써 기업들이 B2B를 활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미 판매대행과 같은 일부 서비스를 통해 성공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를 본 기업들의 인식 역시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게 이 사장의 귀뜸이다.
이 사장은 특히 일렉트로피아를 `우물안 개구리'로는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다. "B2B 시장 역시 결국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아시아간 3파전이 될 것입니다. 이에 일렉트로피아와 같은 e마켓플레이스가 살아 남으려면 적어도 해당 권역에서만큼은 확실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B2B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일렉트로피아를 글로벌 전자 B2B e마켓플레이스로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일본 전자 B2B e마켓플레이스 한 곳과 연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의 부품체계를 표준으로 따르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렉트로피아는 우리나라 전자업종을 대표하는 토종 e마켓플레이스로서, 특히 단독으로는 e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견 및 중소 전자업체들이 효율적으로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끝으로 자사의 행보를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이충화 사장의 부탁이다.
<한민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