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데이터통합(VoIP) 전문기업인 코스모브리지에서 홍보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이혜정씨는 지난 3월의 어느날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다. 모 인터넷 데일리 뉴스 사이트 기자가 최찬규 사장(39)을 인터뷰중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고 두 사람이 첫 인사를 나눈터라 적당한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식당을 찾겠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씨의 고민은 최사장의 한 마디에 해결됐다. “여기 자장면 2그릇”
1평 반 남짓한 좁은 집무실에서 초면인 두 사람이 앉아 자장면 나눠먹을 장면을 그리면서 이씨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최찬규 사장은 소탈한 사람이다. 태능 자택에서 논현동 사무실까지 매일 전철로 출퇴근한다. ‘자장면’은 아직도 그의 단골 메뉴다. 자장면에 얽힌 일화는 또 하나. 최근 직원수가 급증한 코스모브리지는 2개 건물에 나눠 입주해 있다. 자연스레 사무실 통합을 위해 회사이전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최사장은 저렴하고 공기좋고 교통좋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정작 이전을 바랬던 이들이 손을 든 것은 “여름에 뒷산 정자에서 자장면 시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라는 고백(?) 때문이었다. 출장 때는 ‘고무신’을 꼭 챙긴다. 비행기 안에서 신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단다.
최사장의 소탈함은 코스모브리지에 그대로 배어 있다. 회사 문턱을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직접 손으로 꾸민듯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만큼이나 편안한 직원들의 복장과 얼굴 표정이다.
최 사장은 멋을 아는 사람이다. 지인들과 풍찻사(풍류를 찾는 사람들)’라는 모임을 만들고 한달에 한번 정도 인사동에서 만나 판소리와 풍물 등 전통예술을 즐긴다. 가끔은 베레모와 코트로 멋을 내거나 개량 한복을 입고 와서는 사무실을 한바퀴 돌며 맵시를 뽐내기도 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논다’가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달에 보통 책 20여 권을 사고 이중 4~5권을 출퇴근길 전철안에서 독파하는 독서파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물스케치중 ‘가장 감명있게 읽은 책’ 이라는 설문 항목에 장고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 주로 동양철학, 고대 상고사, 고대 언어에 대한 책을 읽는다.
흔히 기업 CEO들은 경영·경제 관련 책을 선호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하자 그는 “철학이나 역사 원전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낸다”고 설명하면서 “내 삶의 과정이 (독서처럼) 역발상적으로 이뤄져왔다”고 덧붙인다.
최 사장의 역발상은 대학을 졸업하던 83년, 사회생활의 첫발을 디디면서 이미 시작됐다. 너나할 것없이 대기업으로만 몰리던 그때 ‘뭔가 내손으로 해보고 싶어’10명이 채 안되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후 무역회사에서 일하면서 잔뼈가 굵었다. 웨스턴유니버설, 도드웰 등 외국계 무역회사에 일하면서 세계각지를 안방드나들듯 다니면서 일찍부터 ‘글로벌’ 감각을 익혔다.
그가 “‘머천다이저’로서 갈고닦은 시장을 보는 안목은 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화 게이트웨이인 보칼텍사 제품을 보고 ‘이거다’고 확신할 수 있게 했고, 그때 그 경험과 네트워크는 코스모브리지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컴퓨터, 전자 제품의 무역일을 주로 했기에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다. 그래서 남들보다 훨씬 앞선 95년부터 인터넷 전화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미국 출장중 만난 재미교포와 결혼한 개인사도 인터넷 전화의 진가를 아는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 비싼 국제전화를 수시로 해야만 했으니까.
최사장은 특유의 소탈함과 풍류에서 우러나오는 친화력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95년 VoIP 사업에 승부를 걸기로 결심하고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당시 천수무역이라는 이름의 무역회사를 IT업체로 방향전환했다. 이영훈 부사장, 서동연 일본 지사장 등 창업멤버들이 그들이다.
당시 생소한 개념이었던 VoIP 관련 기술을 확보했지 못한 와중에도 처음부터 VoIP장비 국산화를 통한 해외 진출을 목표로 했다. 장비 개발해줄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첫 장벽에 부딪혔지만 우연히 제주도 여행길에 만난 제주대 임지운 통신공학과 교수를 단번에 협력자로 끌어들였다.
코스모브리지는 전세계 16개국 30여개 도시에 VoIP솔루션 공급해 지난해 102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290억원 매출에 30억원 이상의 경상이익이 목표이다.
이같은 수출 실적때문에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선정돼 그는 여기저기로 불러다녔다. 그러나 최사장은 올해 진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본게임’이 시작된다고 밑고 있다. “이제 시스코, 클래런트 등 ‘월드클래스’ 기업과 겨눌수 있는 기술력을 쌓았다고 본다. 해외 마케팅을 본격화해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코스모브리지는 올해 해외 본격 진출과 코스닥 등록 등을 앞두고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벤처기업이 잘 되는 것과 우량기업이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판단이 현재 최사장에게 가장 큰 짐이다. 때문에 ‘창업에 강하지만 수성에 약하다’라고 자평, 스스로 전문경영인을 공동사장으로 초빙하기도 했으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골프도 배울 작정이다.
“기술도 지향점을 가진다. 20세기 과학이 짜르고 가르는 ‘분석’을 지향했다면 21세기는 컨버전스를 지향한다. 흔히 얘기하는 통합이 양적인 차원이라면 컨버전스는 지향성과 시공성을 가지고 있다” 음성과 데이터를 조화롭게 융합한 VoIP 기술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최사장은 평일에는 첨단 통신장비를 만들고 해외 수출을 꿈꾸고 주말에는 가족과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동양철학과 역사서를 읽고 풍류를 즐긴다. 틈틈히 단학선원에도 다니며 자신을 독실한 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철학과 기술과 문화가 조화롭게 최사장 한몸에 융합돼 있다. 최사장이 VoIP사업에 빠진 이유이다.
<권정숙기자>
1평 반 남짓한 좁은 집무실에서 초면인 두 사람이 앉아 자장면 나눠먹을 장면을 그리면서 이씨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최찬규 사장은 소탈한 사람이다. 태능 자택에서 논현동 사무실까지 매일 전철로 출퇴근한다. ‘자장면’은 아직도 그의 단골 메뉴다. 자장면에 얽힌 일화는 또 하나. 최근 직원수가 급증한 코스모브리지는 2개 건물에 나눠 입주해 있다. 자연스레 사무실 통합을 위해 회사이전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최사장은 저렴하고 공기좋고 교통좋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정작 이전을 바랬던 이들이 손을 든 것은 “여름에 뒷산 정자에서 자장면 시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라는 고백(?) 때문이었다. 출장 때는 ‘고무신’을 꼭 챙긴다. 비행기 안에서 신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단다.
최사장의 소탈함은 코스모브리지에 그대로 배어 있다. 회사 문턱을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직접 손으로 꾸민듯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만큼이나 편안한 직원들의 복장과 얼굴 표정이다.
최 사장은 멋을 아는 사람이다. 지인들과 풍찻사(풍류를 찾는 사람들)’라는 모임을 만들고 한달에 한번 정도 인사동에서 만나 판소리와 풍물 등 전통예술을 즐긴다. 가끔은 베레모와 코트로 멋을 내거나 개량 한복을 입고 와서는 사무실을 한바퀴 돌며 맵시를 뽐내기도 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논다’가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달에 보통 책 20여 권을 사고 이중 4~5권을 출퇴근길 전철안에서 독파하는 독서파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물스케치중 ‘가장 감명있게 읽은 책’ 이라는 설문 항목에 장고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 주로 동양철학, 고대 상고사, 고대 언어에 대한 책을 읽는다.
흔히 기업 CEO들은 경영·경제 관련 책을 선호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하자 그는 “철학이나 역사 원전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낸다”고 설명하면서 “내 삶의 과정이 (독서처럼) 역발상적으로 이뤄져왔다”고 덧붙인다.
최 사장의 역발상은 대학을 졸업하던 83년, 사회생활의 첫발을 디디면서 이미 시작됐다. 너나할 것없이 대기업으로만 몰리던 그때 ‘뭔가 내손으로 해보고 싶어’10명이 채 안되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후 무역회사에서 일하면서 잔뼈가 굵었다. 웨스턴유니버설, 도드웰 등 외국계 무역회사에 일하면서 세계각지를 안방드나들듯 다니면서 일찍부터 ‘글로벌’ 감각을 익혔다.
그가 “‘머천다이저’로서 갈고닦은 시장을 보는 안목은 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화 게이트웨이인 보칼텍사 제품을 보고 ‘이거다’고 확신할 수 있게 했고, 그때 그 경험과 네트워크는 코스모브리지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컴퓨터, 전자 제품의 무역일을 주로 했기에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다. 그래서 남들보다 훨씬 앞선 95년부터 인터넷 전화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미국 출장중 만난 재미교포와 결혼한 개인사도 인터넷 전화의 진가를 아는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 비싼 국제전화를 수시로 해야만 했으니까.
최사장은 특유의 소탈함과 풍류에서 우러나오는 친화력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95년 VoIP 사업에 승부를 걸기로 결심하고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당시 천수무역이라는 이름의 무역회사를 IT업체로 방향전환했다. 이영훈 부사장, 서동연 일본 지사장 등 창업멤버들이 그들이다.
당시 생소한 개념이었던 VoIP 관련 기술을 확보했지 못한 와중에도 처음부터 VoIP장비 국산화를 통한 해외 진출을 목표로 했다. 장비 개발해줄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첫 장벽에 부딪혔지만 우연히 제주도 여행길에 만난 제주대 임지운 통신공학과 교수를 단번에 협력자로 끌어들였다.
코스모브리지는 전세계 16개국 30여개 도시에 VoIP솔루션 공급해 지난해 102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290억원 매출에 30억원 이상의 경상이익이 목표이다.
이같은 수출 실적때문에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선정돼 그는 여기저기로 불러다녔다. 그러나 최사장은 올해 진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본게임’이 시작된다고 밑고 있다. “이제 시스코, 클래런트 등 ‘월드클래스’ 기업과 겨눌수 있는 기술력을 쌓았다고 본다. 해외 마케팅을 본격화해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코스모브리지는 올해 해외 본격 진출과 코스닥 등록 등을 앞두고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벤처기업이 잘 되는 것과 우량기업이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판단이 현재 최사장에게 가장 큰 짐이다. 때문에 ‘창업에 강하지만 수성에 약하다’라고 자평, 스스로 전문경영인을 공동사장으로 초빙하기도 했으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골프도 배울 작정이다.
“기술도 지향점을 가진다. 20세기 과학이 짜르고 가르는 ‘분석’을 지향했다면 21세기는 컨버전스를 지향한다. 흔히 얘기하는 통합이 양적인 차원이라면 컨버전스는 지향성과 시공성을 가지고 있다” 음성과 데이터를 조화롭게 융합한 VoIP 기술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최사장은 평일에는 첨단 통신장비를 만들고 해외 수출을 꿈꾸고 주말에는 가족과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동양철학과 역사서를 읽고 풍류를 즐긴다. 틈틈히 단학선원에도 다니며 자신을 독실한 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철학과 기술과 문화가 조화롭게 최사장 한몸에 융합돼 있다. 최사장이 VoIP사업에 빠진 이유이다.
<권정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