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빌딩 숲 안에 우뚝 서있는 위스마 GKBI 건물에는 인도네시아 1위 포털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회사 이름은 볼레넷(www.boleh.net).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에서 기업 활동을 하지만 총 사령관은 20여 년이 넘도록 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장호열 사장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볼레넷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자카르타의 거리에 다니는 젊은 친구들 중 볼레넷을 모르는 인도네시아 사람은 드물다. 자카르타 공항에서는 모자에 붙어있는 볼레넷 마크를 보고 현지인이 먼저 아는 척을 할 정도다.
볼레넷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문화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 제대로 시장을 공략한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적인 한국 사람들이 ‘느릿느릿’의 대명사인 인도네시아 사람의 문화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볼레넷의 수장인 장호열 사장이 인도네시아 현지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던 5년여간의 생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이 인도네시아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전 직장인 상업은행의 해외지점 진출이 직접적인 동기이다. 1976년 상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장호열 사장은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1995년 상업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전산총괄 상무이사로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약 25년을 상업은행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그에게 인생의 행로를 바꿀만한 큰 사건이 일어났다. IMF가 터지면서, 상업은행이 한일은행과 합병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 때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뛰어든 새로운 인생은 바로 볼레넷이라는 인터넷 사업이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2억1000만 명의 인구, 현재 전 국민의 1% 수준인 240만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 시장이 매년 97% 정도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조사전문기관인 IDC의 보고서도 그에게 인도네시아 인터넷 시장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장 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시장 잠재력이 큰 나라이지만, 지금은 IT 분야에서 한국에 비해 5년 이상 뒤쳐져 있다”며 그 차이를 이용하는 거죠. 국내에서 1위인 솔루션들을 이 나라에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볼레넷의 기반을 들여다보면, 커뮤니티, 채팅, 게시판 등 각 분야별 국내 유명 솔루션들이 레고 조각처럼 잘 짜여져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또 다른 블록을 연결시켰다. 휴대폰 결제 서비스 업체인 다날, 커뮤니티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유니텔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다. 유명 게임업체인 넥슨과는 이미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넥시아(www.bolehgame.com/nexia)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장 사장은 특기 중 하나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끝까지 찾아가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삼고초려 끝에 모은 4명의 한국 직원들이 그에게는 가장 큰 보물이다.
“지금 볼레넷을 지탱하고 있는 4명의 운영진들은 회사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해 경험도 가지고 있는 막강한 드림팀이지요. 만일 이들 4명이 없었다면, 볼레넷이 지금처럼 인도네시아 1위 포털업체로 발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장 사장은 “다른 CEO들이 이들 드림팀을 부러워할 때마다 자신감을 갖는다”며 “이들이 없었다면 아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라고 직원들 자랑에 침이 마른다.
볼레넷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에서 출발해, 게임, 검색, 채팅 등 종합 포털로 서비스를 확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쇼핑몰 사업도 시작했다. 또 웹에이전시 사업과 ISP, 위성인터넷, VOIP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국계 투자기업인 AITI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최초의 인터넷데이터센터인 ‘IDC 인도네시아’를 설립해, 현재 인도네시아 인터넷 트래픽 전체의 75%를 처리하고 있으며, 신규 GSM18000 모바일 컨텐츠 개발 주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 사장은 이같은 성공에 대해 ‘타이밍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한다. 그는 타고난 경영자는 아니지만, 타고난 경영자들이 갖추지 못한 특별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은행원으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길러진 성실함과 끈기, 자금에 대한 감각, 그의 천성인 사람에 대한 신뢰 등이 그를 만들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런 장호열 사장의 성격 때문에, 볼레넷은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인터뷰를 하던 날도 한국통신과 넥슨에서 날아온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미팅이 잡혀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도네시아 시장 자료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품도 만만치가 않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처럼 제가 도움을 주면 또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돕게 된다”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다”는 장 사장을 보면, ‘인도네시아 진출 도우미’라는 명함이라도 하나 더 가지고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장 사장은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의 고민은 현지 직원들에 대한 것이다. 지금은 한국 직원 4명의 큰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고 있고 40여명이 넘는 인도네시아 직원들도 열심히 일해주고 있지만, 조직이 계속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이원화된 조직 구조에 변화를 줘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 직원들에게도 스톡 옵션을 주는 것, 우수한 현지 직원들을 한국 기업에 연수를 보내는 것, 현지 직원을 운영진에 포함시키는 것 등 현지 직원들을 위한 당근을 하나둘 마련해가고 있다.
장 사장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단기적으로 결과를 보려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 길”이라며 “남의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그 시장을 함께 키워가면서 사업을 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내년 2월이면 장 사장이 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지 만 2년째를 맞는다. ‘위기가 기회를 만든다’는 말처럼, IMF를 넘으며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그는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올라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놓고 다시한번 출발선에 서 있다.
장 사장은 볼레넷을 인도네시아 인터넷 1위 기업을 넘어서, 최고의 인도네시아 회사를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지만, 그의 꿈은 이렇게 크고 힘차다.
<채지형기자>
인도네시아에서 볼레넷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자카르타의 거리에 다니는 젊은 친구들 중 볼레넷을 모르는 인도네시아 사람은 드물다. 자카르타 공항에서는 모자에 붙어있는 볼레넷 마크를 보고 현지인이 먼저 아는 척을 할 정도다.
볼레넷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문화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 제대로 시장을 공략한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적인 한국 사람들이 ‘느릿느릿’의 대명사인 인도네시아 사람의 문화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볼레넷의 수장인 장호열 사장이 인도네시아 현지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던 5년여간의 생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이 인도네시아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전 직장인 상업은행의 해외지점 진출이 직접적인 동기이다. 1976년 상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장호열 사장은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1995년 상업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전산총괄 상무이사로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약 25년을 상업은행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그에게 인생의 행로를 바꿀만한 큰 사건이 일어났다. IMF가 터지면서, 상업은행이 한일은행과 합병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 때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뛰어든 새로운 인생은 바로 볼레넷이라는 인터넷 사업이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2억1000만 명의 인구, 현재 전 국민의 1% 수준인 240만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 시장이 매년 97% 정도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조사전문기관인 IDC의 보고서도 그에게 인도네시아 인터넷 시장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장 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시장 잠재력이 큰 나라이지만, 지금은 IT 분야에서 한국에 비해 5년 이상 뒤쳐져 있다”며 그 차이를 이용하는 거죠. 국내에서 1위인 솔루션들을 이 나라에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볼레넷의 기반을 들여다보면, 커뮤니티, 채팅, 게시판 등 각 분야별 국내 유명 솔루션들이 레고 조각처럼 잘 짜여져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또 다른 블록을 연결시켰다. 휴대폰 결제 서비스 업체인 다날, 커뮤니티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유니텔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다. 유명 게임업체인 넥슨과는 이미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넥시아(www.bolehgame.com/nexia)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장 사장은 특기 중 하나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끝까지 찾아가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삼고초려 끝에 모은 4명의 한국 직원들이 그에게는 가장 큰 보물이다.
“지금 볼레넷을 지탱하고 있는 4명의 운영진들은 회사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해 경험도 가지고 있는 막강한 드림팀이지요. 만일 이들 4명이 없었다면, 볼레넷이 지금처럼 인도네시아 1위 포털업체로 발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장 사장은 “다른 CEO들이 이들 드림팀을 부러워할 때마다 자신감을 갖는다”며 “이들이 없었다면 아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라고 직원들 자랑에 침이 마른다.
볼레넷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에서 출발해, 게임, 검색, 채팅 등 종합 포털로 서비스를 확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쇼핑몰 사업도 시작했다. 또 웹에이전시 사업과 ISP, 위성인터넷, VOIP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국계 투자기업인 AITI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최초의 인터넷데이터센터인 ‘IDC 인도네시아’를 설립해, 현재 인도네시아 인터넷 트래픽 전체의 75%를 처리하고 있으며, 신규 GSM18000 모바일 컨텐츠 개발 주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 사장은 이같은 성공에 대해 ‘타이밍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한다. 그는 타고난 경영자는 아니지만, 타고난 경영자들이 갖추지 못한 특별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은행원으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길러진 성실함과 끈기, 자금에 대한 감각, 그의 천성인 사람에 대한 신뢰 등이 그를 만들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런 장호열 사장의 성격 때문에, 볼레넷은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인터뷰를 하던 날도 한국통신과 넥슨에서 날아온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미팅이 잡혀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도네시아 시장 자료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품도 만만치가 않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처럼 제가 도움을 주면 또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돕게 된다”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다”는 장 사장을 보면, ‘인도네시아 진출 도우미’라는 명함이라도 하나 더 가지고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장 사장은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의 고민은 현지 직원들에 대한 것이다. 지금은 한국 직원 4명의 큰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고 있고 40여명이 넘는 인도네시아 직원들도 열심히 일해주고 있지만, 조직이 계속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이원화된 조직 구조에 변화를 줘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 직원들에게도 스톡 옵션을 주는 것, 우수한 현지 직원들을 한국 기업에 연수를 보내는 것, 현지 직원을 운영진에 포함시키는 것 등 현지 직원들을 위한 당근을 하나둘 마련해가고 있다.
장 사장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단기적으로 결과를 보려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 길”이라며 “남의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그 시장을 함께 키워가면서 사업을 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내년 2월이면 장 사장이 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지 만 2년째를 맞는다. ‘위기가 기회를 만든다’는 말처럼, IMF를 넘으며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그는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올라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놓고 다시한번 출발선에 서 있다.
장 사장은 볼레넷을 인도네시아 인터넷 1위 기업을 넘어서, 최고의 인도네시아 회사를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지만, 그의 꿈은 이렇게 크고 힘차다.
<채지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