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저씨처럼 털털함 속에도 어딘가 고집이 있어 보이는 인상. 국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업체의 대표주자중 하나인 마크애니 최종욱 사장(49)을 처음 만났을 때 받은 느낌이었다. 최사장과의 만남과 얘기를 거듭할수록 그런 직관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캐주얼을 즐겨하는 옷차림에 누구와도 격의없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기업운영 등에 관한 확고한 주관과 철학이 옹골차게 자리잡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벤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기술로 승부를 해야 한다” 정보공학을 연구하던 교수에서 잠시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교수 사장님의 ‘벤처론’이다. 그만큼 마크애니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사장은 1999년말 연구실에서 같이 일하던 제자 3명과 벤처기업을 창업한 이후 벤처열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한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는데도 지금까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마크애니가 갖고 뛰어난 기술력과 관련시장의 조기진출, 적극적인 세계 표준화 논의 참여 등의 결과였다.
스스로 지적호기심이 많다고 말하는 최사장은 1996년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우연히 워터마킹에 관한 논문을 접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선진외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빨리 기술개발에 나선 것이다. 워터마킹은 텍스트, 비디오, 오디오 등 데이터에 소유주만이 아는 마크(Mark)를 육안이나 귀로는 식별할 수 없게 삽입, 타인이 이를 불법 복제 또는 사용했을 때 데이터에 숨겨진 마크를 추출해 자신의 소유임을 밝힐 수 있는 기술이다. 마크애니는 워터마킹 뿐만아니라 콘텐츠를 암호화하여 고객에게 전송함으로써 불법복제 방지하는 동시에 불법유출자를 추적할 수 있는 DRM 기술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보기 드문 업체로, 현재 국내 60개, 해외 20개 특허를 출원중이다.
특히 최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국제적인 워터마킹 기술세미나나 표준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크애니의 기술을 선보였다.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적지 않은 경비를 써가며 기술자들과 열심히 국제회의를 찾아다녔다. 이같은 전략이 성공해 다행이지만 그동안 안팎에서 대기업도 아닌 벤처가 국제 표준화 모임을 ？杵틈募求쨉？대해 반대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벤처라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로 도전해야 한다는 최사장의 소신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세계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마크애니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창업 초기인 2000년 3월 오디오 불법복제방지를 위한 국제표준화모임인 SDMI에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해 1차로 상위 5개업체에 들었고, 같은해 말 일본과 유럽에서 인정받는 오디오 워터마킹 국제인증 테스트인 ‘STEP2000’ 기술심사에서는 미국 IBM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작년 10월 STEP2001에서도 IBM을 비롯한 미국과 일본의 3개 업체와 함께 마크애니의 기술이 표준으로 인증을 받았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12월 소프트엑스포 행사에서 문서보안 솔루션이 신소프트웨어 대상의 대통령상을 수상해 국내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같은 성과는 마크애니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보증해줌으로써 단기간에 회사를 DRM과 워터마킹 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시켰으며 마케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고객이 솔루션 도입에 앞서 신생 벤처의 기술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것을 국제적인 인증으로 불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콘텐츠 유료화 바람과 더불어 문서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년말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 지난해 20억원의 매출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고, 올해는 그 3배에 이르는 6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해외에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마크애니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최사장은 “처음에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품을 만들어 납품할려고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내 연구실에서 솔루션을 개발했지만 납품을 위해서는 각양각색인 고객의 환경에 맞춰야 하는데도 처음에는 이를 몰라 납품이 지연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고 최사장은 털어놓았다. 벤처가 기술만 있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원하는 시기에 제공할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벤처게이트에 대해 그는 “국내 벤처가 너무 로컬화되어 있고 정치에 민감하며 도덕적 해이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벤처가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경영의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최사장이 직원 3명과 캐나다 출장을 다녀오면서 선배가 밥값을 내는 ‘전통’에 따라 최사장이 지불한 식대 영수증을 재정담당책임자에게 제시하고 정산을 요구했으나 부하직원인 책임자가 “회사 규정에 따라 그런 돈을 지불할 수 없다”고 버텨 할 수 없이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이같은 회사 규정이 그후 고쳐졌지만 그 책임자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고 ‘건재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최사장은 마크애니를 “프로들이 모인 회사”라고 소개한다. 프로인 만큼 직원들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학교에 있을 때도 교수들이 연구실적과 상관없이 똑같은 급료를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여겼던 그였다. 이에 따라 마크애니에서는 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A,B,C,D 4등급으로 나눠 등급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고 있다. 그의 회사관은 조직원이 일류가 되기 위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개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직원이 80명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자기계발을 희망하는 직원에게 연 50만원짜리 쿠퐁을 지급하는 것으로 대체했지만, 초기에는 전직원이 희망에 따라 아침 저녁으로 회사에서 영어·일어·중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학교같은 회사’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최사장 본인은 자신의 레간자 승용차를 영업사원들에게 내주고 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최사장은 1999년말 마크애니를 창업하면서 상명대 정보통신학부(현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를 3년간 휴직한 상태다. 현재로는 휴직기간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럼 마크애니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최사장은“나중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이라면서도“특정한 인물에 의존해 운영하는 회사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라는) 시스템의 키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정기자>
“누가 뭐라고 해도 벤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기술로 승부를 해야 한다” 정보공학을 연구하던 교수에서 잠시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교수 사장님의 ‘벤처론’이다. 그만큼 마크애니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사장은 1999년말 연구실에서 같이 일하던 제자 3명과 벤처기업을 창업한 이후 벤처열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한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는데도 지금까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마크애니가 갖고 뛰어난 기술력과 관련시장의 조기진출, 적극적인 세계 표준화 논의 참여 등의 결과였다.
스스로 지적호기심이 많다고 말하는 최사장은 1996년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우연히 워터마킹에 관한 논문을 접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선진외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빨리 기술개발에 나선 것이다. 워터마킹은 텍스트, 비디오, 오디오 등 데이터에 소유주만이 아는 마크(Mark)를 육안이나 귀로는 식별할 수 없게 삽입, 타인이 이를 불법 복제 또는 사용했을 때 데이터에 숨겨진 마크를 추출해 자신의 소유임을 밝힐 수 있는 기술이다. 마크애니는 워터마킹 뿐만아니라 콘텐츠를 암호화하여 고객에게 전송함으로써 불법복제 방지하는 동시에 불법유출자를 추적할 수 있는 DRM 기술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보기 드문 업체로, 현재 국내 60개, 해외 20개 특허를 출원중이다.
특히 최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국제적인 워터마킹 기술세미나나 표준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크애니의 기술을 선보였다.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적지 않은 경비를 써가며 기술자들과 열심히 국제회의를 찾아다녔다. 이같은 전략이 성공해 다행이지만 그동안 안팎에서 대기업도 아닌 벤처가 국제 표준화 모임을 ？杵틈募求쨉？대해 반대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벤처라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로 도전해야 한다는 최사장의 소신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세계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마크애니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창업 초기인 2000년 3월 오디오 불법복제방지를 위한 국제표준화모임인 SDMI에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해 1차로 상위 5개업체에 들었고, 같은해 말 일본과 유럽에서 인정받는 오디오 워터마킹 국제인증 테스트인 ‘STEP2000’ 기술심사에서는 미국 IBM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작년 10월 STEP2001에서도 IBM을 비롯한 미국과 일본의 3개 업체와 함께 마크애니의 기술이 표준으로 인증을 받았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12월 소프트엑스포 행사에서 문서보안 솔루션이 신소프트웨어 대상의 대통령상을 수상해 국내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같은 성과는 마크애니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보증해줌으로써 단기간에 회사를 DRM과 워터마킹 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시켰으며 마케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고객이 솔루션 도입에 앞서 신생 벤처의 기술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것을 국제적인 인증으로 불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콘텐츠 유료화 바람과 더불어 문서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년말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 지난해 20억원의 매출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고, 올해는 그 3배에 이르는 6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해외에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마크애니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최사장은 “처음에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품을 만들어 납품할려고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내 연구실에서 솔루션을 개발했지만 납품을 위해서는 각양각색인 고객의 환경에 맞춰야 하는데도 처음에는 이를 몰라 납품이 지연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고 최사장은 털어놓았다. 벤처가 기술만 있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원하는 시기에 제공할 수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벤처게이트에 대해 그는 “국내 벤처가 너무 로컬화되어 있고 정치에 민감하며 도덕적 해이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벤처가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경영의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최사장이 직원 3명과 캐나다 출장을 다녀오면서 선배가 밥값을 내는 ‘전통’에 따라 최사장이 지불한 식대 영수증을 재정담당책임자에게 제시하고 정산을 요구했으나 부하직원인 책임자가 “회사 규정에 따라 그런 돈을 지불할 수 없다”고 버텨 할 수 없이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이같은 회사 규정이 그후 고쳐졌지만 그 책임자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고 ‘건재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최사장은 마크애니를 “프로들이 모인 회사”라고 소개한다. 프로인 만큼 직원들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학교에 있을 때도 교수들이 연구실적과 상관없이 똑같은 급료를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여겼던 그였다. 이에 따라 마크애니에서는 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A,B,C,D 4등급으로 나눠 등급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고 있다. 그의 회사관은 조직원이 일류가 되기 위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개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직원이 80명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자기계발을 희망하는 직원에게 연 50만원짜리 쿠퐁을 지급하는 것으로 대체했지만, 초기에는 전직원이 희망에 따라 아침 저녁으로 회사에서 영어·일어·중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학교같은 회사’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최사장 본인은 자신의 레간자 승용차를 영업사원들에게 내주고 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최사장은 1999년말 마크애니를 창업하면서 상명대 정보통신학부(현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를 3년간 휴직한 상태다. 현재로는 휴직기간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럼 마크애니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최사장은“나중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이라면서도“특정한 인물에 의존해 운영하는 회사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라는) 시스템의 키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