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와 융합화의 복합개념인 디지털 컨버전스(convergence)가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변혁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통신, 가전, 컴퓨터 등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이들 산업이 상호융합돼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현재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무조건적인 혁신제품보다 한가지 기능이라도 소비자를 100% 만족시킨 후에 부가적인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심플한 컨버전스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소개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통해 디지털 컨버전스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은 이미 알게 모르게 생활속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가장 간단한 예로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 순간적으로 디지털 카메라가 컨버전스 제품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기존에 필름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카메라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다. 지난 95년 하반기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디지털 카메라는 디지털 가전제품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기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 DVD와 VCR의 복합제품인 DVD 콤비(Combi), 디지털 셋탑박스, 디지털 TV, 카메라가 내장된 이동통신단말기, 인터넷 단말기, 인터넷 TV, 인터넷 게임기 등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이 짧은 기간동안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기존 제품들의 성장한계에 고심하던 기업들이 앞으로 하나의 기기가 여러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향으로 제품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 아래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컨버전스 제품을 개발해 이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컨버전스 제품의 실패사례 〓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기업들의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컨버전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장에 출시된 제품을 100% 활용할 능력조차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단말기는 시장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인터넷 단말기는 웹 브라우징과 이메일 송수신을 할 수 있는 간단한 탁상용 기기로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인터넷 기능, 워드프로세싱 기능 정도만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PC에 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확장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게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은 취약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사용 간편성을 강조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의 PC 보급률이 50~60%를 웃돌아 대부분 사람들이 추가로 수백달러를 지불하며 다른 인터넷 접속수단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가정용 인터넷 전화는 목표시장을 잘못 설정했다. 인터넷 전화로 더욱 많이 알려진 음성데이터통합(VoIP) 서비스는 도입된지 2~3년이 흘렀지만 아직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매번 PC를 부팅해 웹투폰 방식으로 전화를 사용하는데 따른 불편함과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인터넷 전화기를 별도로 구매해야 폰투폰 방식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고객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선통신료가 저렴한데다 가격인하 효과가 큰 장거리 전화의 경우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요금을 대폭 인하해 저렴한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매력을 감소시켰다.
DVD플레이어는 초기에 인프라 미비로 고전했다. DVD 플레이어는 높은 가격이나 녹화 기능의 제한이라는 걸림돌이 존재하긴 했지만 기존 VCR과 비교할 수 없는 선명한 화질로 영화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을 유인할 만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한 DVD 타이틀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프라 측면에 있었다. 영화배급사측은 DVD 타이틀의 렌탈시장을 열지 않고 대신 판매위주 전략을 폈다. 기존 비디오 테이프의 경우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원하는 영화를 빌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DVD 타이틀의 경우에는 비디오 테이프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직접 구매해야 하는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PDP TV는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 DVD 리코더는 규격 논란 등으로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성공사례 〓 시장이 존재하고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으며 가격이나 규격 등 문제가 해결됐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은 기본 기능이 100% 충실히 발휘되거나 기능통합에 있어 전혀 새로운 가치가 추가로 제공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일반인들에게 이미 친숙한 사진이라는 아이템을 타깃으로 아날로그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큰 효용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가정용 PC로 현상소에 가지 않고도 사진을 편집, 가공, 출력할 수 있다는 매력이 소비자들을 끌어당겼다. 더불어 기업들이 고화질화와 저가격화 노력을 현실화해 디지털 카메라는 출시 3년만인 지난 98년 전세계 출하량이 2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연평균 30~40%를 웃도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카메라 폰은 단순한 물리적 복합이 아닌 기능의 효율적 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한 대표적 예다. 최근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카메라 폰(디지털 카메라가 내장된 이동통신단말기)은 정체된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주역이다. 카메라 폰은 한국에서도 젊은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유럽에도 곧 도입될 예정이다. IDC는 2.5세대에서 3세대로 브로드밴드 통신환경이 개선되면서 이미지 촬영 기능이 부가된 이동통신단말기나 PDA의 전세계 출하량이 2006년 1억5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전망 〓 궁극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으로 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지배제품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다양한 컨버전스 제품을 시도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자사가 개발한 컨버전스 제품이 어정쩡한 제품들의 단순융합인지 아니면 확실한 추가효용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통신, 가전, 컴퓨터 등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이들 산업이 상호융합돼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현재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무조건적인 혁신제품보다 한가지 기능이라도 소비자를 100% 만족시킨 후에 부가적인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심플한 컨버전스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소개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통해 디지털 컨버전스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은 이미 알게 모르게 생활속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가장 간단한 예로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 순간적으로 디지털 카메라가 컨버전스 제품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기존에 필름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카메라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다. 지난 95년 하반기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디지털 카메라는 디지털 가전제품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기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 DVD와 VCR의 복합제품인 DVD 콤비(Combi), 디지털 셋탑박스, 디지털 TV, 카메라가 내장된 이동통신단말기, 인터넷 단말기, 인터넷 TV, 인터넷 게임기 등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이 짧은 기간동안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기존 제품들의 성장한계에 고심하던 기업들이 앞으로 하나의 기기가 여러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향으로 제품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 아래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컨버전스 제품을 개발해 이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컨버전스 제품의 실패사례 〓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기업들의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컨버전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장에 출시된 제품을 100% 활용할 능력조차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단말기는 시장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인터넷 단말기는 웹 브라우징과 이메일 송수신을 할 수 있는 간단한 탁상용 기기로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인터넷 기능, 워드프로세싱 기능 정도만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PC에 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확장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게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은 취약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사용 간편성을 강조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의 PC 보급률이 50~60%를 웃돌아 대부분 사람들이 추가로 수백달러를 지불하며 다른 인터넷 접속수단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가정용 인터넷 전화는 목표시장을 잘못 설정했다. 인터넷 전화로 더욱 많이 알려진 음성데이터통합(VoIP) 서비스는 도입된지 2~3년이 흘렀지만 아직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매번 PC를 부팅해 웹투폰 방식으로 전화를 사용하는데 따른 불편함과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인터넷 전화기를 별도로 구매해야 폰투폰 방식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고객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선통신료가 저렴한데다 가격인하 효과가 큰 장거리 전화의 경우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요금을 대폭 인하해 저렴한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매력을 감소시켰다.
DVD플레이어는 초기에 인프라 미비로 고전했다. DVD 플레이어는 높은 가격이나 녹화 기능의 제한이라는 걸림돌이 존재하긴 했지만 기존 VCR과 비교할 수 없는 선명한 화질로 영화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을 유인할 만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한 DVD 타이틀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프라 측면에 있었다. 영화배급사측은 DVD 타이틀의 렌탈시장을 열지 않고 대신 판매위주 전략을 폈다. 기존 비디오 테이프의 경우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원하는 영화를 빌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DVD 타이틀의 경우에는 비디오 테이프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직접 구매해야 하는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PDP TV는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 DVD 리코더는 규격 논란 등으로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성공사례 〓 시장이 존재하고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으며 가격이나 규격 등 문제가 해결됐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은 기본 기능이 100% 충실히 발휘되거나 기능통합에 있어 전혀 새로운 가치가 추가로 제공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일반인들에게 이미 친숙한 사진이라는 아이템을 타깃으로 아날로그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큰 효용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가정용 PC로 현상소에 가지 않고도 사진을 편집, 가공, 출력할 수 있다는 매력이 소비자들을 끌어당겼다. 더불어 기업들이 고화질화와 저가격화 노력을 현실화해 디지털 카메라는 출시 3년만인 지난 98년 전세계 출하량이 2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연평균 30~40%를 웃도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카메라 폰은 단순한 물리적 복합이 아닌 기능의 효율적 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한 대표적 예다. 최근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카메라 폰(디지털 카메라가 내장된 이동통신단말기)은 정체된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주역이다. 카메라 폰은 한국에서도 젊은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유럽에도 곧 도입될 예정이다. IDC는 2.5세대에서 3세대로 브로드밴드 통신환경이 개선되면서 이미지 촬영 기능이 부가된 이동통신단말기나 PDA의 전세계 출하량이 2006년 1억5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전망 〓 궁극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으로 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지배제품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다양한 컨버전스 제품을 시도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자사가 개발한 컨버전스 제품이 어정쩡한 제품들의 단순융합인지 아니면 확실한 추가효용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