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센터 동북아 IT허브 성장엔진"
허운나 의원(53)은 노무현 신정부의 IT정책을 이끌어갈 `IT파워 3인방'의 한 사람이다.
허 의원은 비록 민주당 초선의원(전국구)이지만 지난 76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최연소 교육공학박사를 취득했을 정도로 이미 IT관련 학문에 대해 25년여간 실력과 노하우를 축적, 남궁석ㆍ김효석의원과 함께 민주당내 대표적인 `IT파워 브레인'으로 꼽힌다.
운나(雲那)라는 이름에서 풍겨지듯 구름처럼 전세계를 누비며 많은 경험을 다진 것이 허의원의 강점이다. 허의원은 자신을 "구름가운데서도 `적란운'에 가까운 것 같다"고 평한다. 적란운은 보통 때는 부드러운 데 일단 차가운 기류를 만나면 엄청난 파워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파워우먼인 허의원을 쏙 빼닮았다. 그는 노무현정부의 초대 정통부장관감으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뉴스메이커이기도 하다. 추진력이 대단한 그는 영국의 대처수상을 연상케 하는 `허처'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허 의원의 홈페이지(www.unna.or.kr)에 접속하면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상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자'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허 의원을 여의도 의원회관 540호에서 2시간여 동안 만나 그의 비전과 꿈에 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최근 `1ㆍ25 인터넷 대란'으로 전국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이번 1ㆍ25 인터넷대란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일인 것 같다. 한국의 인터넷 망이 훌륭하게 구축됐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컸다. 빠른 시기에 남이 안간 길을 가다보니 더욱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정부의 늑장대응 등에 관해 질책은 할 수 있지만 정보화에 앞서 가다보니 겪게 된 일이라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나마 평일이 아닌 주말에 그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네트워크 보안 등에 더욱 긴장감을 갖고 철저히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일이 빨리 터진 것이 오히려 낫다는 측면도 있다. 복병에 걸린 셈이지만 재앙으로 까지 번지지 않고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보안불감증 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바로잡아야 한다."
―정통부 장관후보로 많이 거론되는데 장관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펴는데 주력할 것인가.
"현재로서 가정을 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간 IT관련 정책에 간여하면서 상암동 미디어밸리와 같은 세계적 첨단 프로젝트를 한국에 유치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IT허브로 가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계표준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글로벌 IT세계를 우리가 선도해가자는 얘기다. R&D센터를 여러곳 만들어 성장의 견인차로 삼아야 한다. 최근 국내 IT분야에서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개설해도 그 과목을 맡을 교수 등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을 한국에 유치하면 인재육성이나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새로운 산업정보화분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육성정책과 장려법안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금융과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도 정보통신부가 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정보화부문에 있어서 정통부가 국가 CIO로서의 확고한 기능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빌게이츠'와 같은 IT인재들을 양성하는 것도 주요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통부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 같은 데 `하라고 하면 준비는 돼 있다. 하지만 마음은 비웠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일각에서는 IT산업체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기도 하는데..
"그 같은 지적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미 수요포럼을 40회 가량 운영하면서 수많은 IT중소기업인들과 친분을 다지고 있는 것은 물론 IT업계 내부의 속사정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의 통합이나 조직개편 문제에 대한 견해는.
"일단 신정부에서 정부 조직개편은 당장 대규모로 실시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 정부가 추슬러야 할 시급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어 전면적인 조직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심도 있게 논의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73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을 개편했으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은 적이 거의 없어 학계ㆍ산업계ㆍ관계 모두의 신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중복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능 조정을 통해 각부처가 발전적인 방안을 찾아내면 될 것이다. 특히 정통부가 IT산업뿐 아니라 정보화 총괄기능, 통신서비스시장 활성화, 주파수 관리 등 정보통신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IT산업 지원기능 가운데 전자상거래 등 일부 중복되는 분야가 있다고 해서 부처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최근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느 부문에 중심을 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보는가.
"통신과 방송의 디지털화와 고속화로 인해 데이터방송과 같은 통ㆍ방 융합형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전통적인 통신과 방송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같은 기술 발전은 기존 통신과 방송의 관련 법령과 정책의 구분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으며, 관련 부처들이 새로운 영역에 대한 주도권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통신이 시장경제 중심으로 정책이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방송은 공익성과 독립성 확보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어 상이한 정책기조간의 원활한 융합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선, 통신과 방송 각 분야가 통방융합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양 기관의 상호 협조아래 추진해야 하며, 법과 조직의 정비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연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서로 양보와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면 통방융합의 기술 발전은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통신시장 3강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사실 3강 축으로의 전환 논의는 KT그룹, SK텔레콤, LG그룹(LG텔레콤, 데이콤), 하나로통신, 파워콤, 두루넷 등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제기됐으며, 그후 몇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2강(KT, SK그룹) 2중(LG,하나로통신그룹)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 2강2중의 구도를 3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식의 본격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 앞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몇 개의 회사로 개편하든 시장 원리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인 시장구도 조성보다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경쟁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 분석과 방향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때 강력히 부각됐던 IT수석 신설 논의가 최근 완전히 무산된 데 이어 요즘에는 `국가 CIO(정보화 최고책임자)'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 조차 지지부진한 인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국가 CIO나 IT수석 신설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건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직제를 신설하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그 같은 직제를 만들었을 때 과연 역할 이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시스템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조직문화를 살펴 볼 때 IT수석, 국가 CIO를 임명했을 때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런 점 때문에 그 같은 직제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음에도 직제 신설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시스템적인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차세대 IT산업을 이끌 성장엔진을 무엇으로 보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한다고 보는가.
"우선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수익성 높은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지금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률은 지난해에도 20%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해 왔으나 내년에는 13%대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초고속통신망의 경우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에서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으로 점차 전환되는 추세이며, 이동통신도 음성과 데이터통신에서 고속데이터통신과 영상통신으로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유선과 무선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통신망 구축 환경이 완성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발전된 통신망을 활용하는 수익모델 창출이 통신서비스의 성장 방향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금융과 통신의 융합서비스, 통신과 방송의 융합서비스 등은 유력한 수익창출 분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IT벤처기업 육성방안에 관한 복안은 무엇인가.
"벤처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벤처기업 지원정책이 지금까지는 라이프사이클 전체 단계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라이프 사이클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창업단계에서는 기술을 지원하고 나머지 단계에서는 수요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자금지원을 해줬다면 앞으로는 민간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정부의 벤처기업 인증도 시장 인증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 인증'이란 벤처에 대한 인증업무를 벤처캐피털 등에게 맡기는 것을 뜻한다. 전문성과 수익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질 수 밖에 없는 민간부문에 그같은 업무를 위임한다면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김대중정부와 오는 25일 출범하는 노무현 신정부간 IT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정보기술(IT)은 이미 우리 경제의 중심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IT가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뤄져 소프트웨어 부문이 취약한 것이 문제다. 신수종(新樹種) 산업으로 BT(생명공학기술)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BT의 경우도 국내 시장규모는 미국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선 신수종산업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노무현대통령 당선자는 김대중대통령 보다 IT를 더욱 잘 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정부체제하에서 국내 IT산업의 발전은 더욱 긍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요즘 인수위 활동을 둘러싸고 노무현정부가 IT정책을 소홀히 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 등 많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 정부가 IT정책을 소홀히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말 그대로 기우라고 본다. 우선 노무현 당선자 본인이 IT전문가라 할 정도로 IT분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노 당선자는 직접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업무에 적용할 정도의 실력가이기도 하다. 10대 국정과제에 정보화사회나 IT강국 등의 표현이 없다고 해서 IT육성에 소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민반응이다. 신정부의 탄생에는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본다. 또한 10대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데 있어 IT는 인프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IT분야에 대한 신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계속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는 인터넷 세대의 선거참여가 새로운 감성문화와 네티즌의 파워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대선이후 `세대간 격차'가 사회이슈가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법은 과연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보화과정에서 세대격차 등의 문제가 불거졌지만 정보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나타난 작은 부작용이라고 보며, 정부의 정확한 대책과 네티즌들의 사고의 대전환이 이뤄지면 별다른 어려움없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정치적 변화는 단순히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정부의 열린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한 의견 청취가 아닌, 인터넷과 같은 열린 자세의 국정수행인 것이다."
김동원기자/사진〓김민수기자
◈ 허운나 의원 약력
* 학력 및 경력
경기여고 졸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 졸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육공학박사
한양대교육공학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객원교수
세계IT의원연맹 초대회장
한국IT의원연맹 회장
대통령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
(사)여성정보문화21회장
국가정보화 추진위원회 위원, 교육개혁위원
국회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회장
허운나 의원(53)은 노무현 신정부의 IT정책을 이끌어갈 `IT파워 3인방'의 한 사람이다.
허 의원은 비록 민주당 초선의원(전국구)이지만 지난 76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최연소 교육공학박사를 취득했을 정도로 이미 IT관련 학문에 대해 25년여간 실력과 노하우를 축적, 남궁석ㆍ김효석의원과 함께 민주당내 대표적인 `IT파워 브레인'으로 꼽힌다.
운나(雲那)라는 이름에서 풍겨지듯 구름처럼 전세계를 누비며 많은 경험을 다진 것이 허의원의 강점이다. 허의원은 자신을 "구름가운데서도 `적란운'에 가까운 것 같다"고 평한다. 적란운은 보통 때는 부드러운 데 일단 차가운 기류를 만나면 엄청난 파워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파워우먼인 허의원을 쏙 빼닮았다. 그는 노무현정부의 초대 정통부장관감으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뉴스메이커이기도 하다. 추진력이 대단한 그는 영국의 대처수상을 연상케 하는 `허처'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허 의원의 홈페이지(www.unna.or.kr)에 접속하면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상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자'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허 의원을 여의도 의원회관 540호에서 2시간여 동안 만나 그의 비전과 꿈에 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최근 `1ㆍ25 인터넷 대란'으로 전국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이번 1ㆍ25 인터넷대란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일인 것 같다. 한국의 인터넷 망이 훌륭하게 구축됐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컸다. 빠른 시기에 남이 안간 길을 가다보니 더욱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정부의 늑장대응 등에 관해 질책은 할 수 있지만 정보화에 앞서 가다보니 겪게 된 일이라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나마 평일이 아닌 주말에 그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네트워크 보안 등에 더욱 긴장감을 갖고 철저히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일이 빨리 터진 것이 오히려 낫다는 측면도 있다. 복병에 걸린 셈이지만 재앙으로 까지 번지지 않고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보안불감증 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바로잡아야 한다."
―정통부 장관후보로 많이 거론되는데 장관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펴는데 주력할 것인가.
"현재로서 가정을 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간 IT관련 정책에 간여하면서 상암동 미디어밸리와 같은 세계적 첨단 프로젝트를 한국에 유치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IT허브로 가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계표준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글로벌 IT세계를 우리가 선도해가자는 얘기다. R&D센터를 여러곳 만들어 성장의 견인차로 삼아야 한다. 최근 국내 IT분야에서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개설해도 그 과목을 맡을 교수 등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을 한국에 유치하면 인재육성이나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새로운 산업정보화분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육성정책과 장려법안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금융과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도 정보통신부가 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정보화부문에 있어서 정통부가 국가 CIO로서의 확고한 기능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빌게이츠'와 같은 IT인재들을 양성하는 것도 주요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통부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 같은 데 `하라고 하면 준비는 돼 있다. 하지만 마음은 비웠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일각에서는 IT산업체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기도 하는데..
"그 같은 지적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미 수요포럼을 40회 가량 운영하면서 수많은 IT중소기업인들과 친분을 다지고 있는 것은 물론 IT업계 내부의 속사정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의 통합이나 조직개편 문제에 대한 견해는.
"일단 신정부에서 정부 조직개편은 당장 대규모로 실시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 정부가 추슬러야 할 시급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어 전면적인 조직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심도 있게 논의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73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을 개편했으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은 적이 거의 없어 학계ㆍ산업계ㆍ관계 모두의 신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중복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능 조정을 통해 각부처가 발전적인 방안을 찾아내면 될 것이다. 특히 정통부가 IT산업뿐 아니라 정보화 총괄기능, 통신서비스시장 활성화, 주파수 관리 등 정보통신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IT산업 지원기능 가운데 전자상거래 등 일부 중복되는 분야가 있다고 해서 부처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최근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느 부문에 중심을 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보는가.
"통신과 방송의 디지털화와 고속화로 인해 데이터방송과 같은 통ㆍ방 융합형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전통적인 통신과 방송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같은 기술 발전은 기존 통신과 방송의 관련 법령과 정책의 구분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으며, 관련 부처들이 새로운 영역에 대한 주도권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통신이 시장경제 중심으로 정책이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방송은 공익성과 독립성 확보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어 상이한 정책기조간의 원활한 융합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선, 통신과 방송 각 분야가 통방융합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양 기관의 상호 협조아래 추진해야 하며, 법과 조직의 정비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연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서로 양보와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면 통방융합의 기술 발전은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통신시장 3강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사실 3강 축으로의 전환 논의는 KT그룹, SK텔레콤, LG그룹(LG텔레콤, 데이콤), 하나로통신, 파워콤, 두루넷 등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제기됐으며, 그후 몇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2강(KT, SK그룹) 2중(LG,하나로통신그룹)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 2강2중의 구도를 3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식의 본격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 앞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몇 개의 회사로 개편하든 시장 원리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인 시장구도 조성보다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경쟁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 분석과 방향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때 강력히 부각됐던 IT수석 신설 논의가 최근 완전히 무산된 데 이어 요즘에는 `국가 CIO(정보화 최고책임자)'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 조차 지지부진한 인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국가 CIO나 IT수석 신설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건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직제를 신설하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그 같은 직제를 만들었을 때 과연 역할 이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시스템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조직문화를 살펴 볼 때 IT수석, 국가 CIO를 임명했을 때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런 점 때문에 그 같은 직제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음에도 직제 신설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시스템적인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차세대 IT산업을 이끌 성장엔진을 무엇으로 보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한다고 보는가.
"우선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수익성 높은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지금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률은 지난해에도 20%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해 왔으나 내년에는 13%대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초고속통신망의 경우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에서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으로 점차 전환되는 추세이며, 이동통신도 음성과 데이터통신에서 고속데이터통신과 영상통신으로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유선과 무선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통신망 구축 환경이 완성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발전된 통신망을 활용하는 수익모델 창출이 통신서비스의 성장 방향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금융과 통신의 융합서비스, 통신과 방송의 융합서비스 등은 유력한 수익창출 분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IT벤처기업 육성방안에 관한 복안은 무엇인가.
"벤처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벤처기업 지원정책이 지금까지는 라이프사이클 전체 단계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라이프 사이클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창업단계에서는 기술을 지원하고 나머지 단계에서는 수요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자금지원을 해줬다면 앞으로는 민간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정부의 벤처기업 인증도 시장 인증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 인증'이란 벤처에 대한 인증업무를 벤처캐피털 등에게 맡기는 것을 뜻한다. 전문성과 수익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질 수 밖에 없는 민간부문에 그같은 업무를 위임한다면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김대중정부와 오는 25일 출범하는 노무현 신정부간 IT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정보기술(IT)은 이미 우리 경제의 중심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IT가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뤄져 소프트웨어 부문이 취약한 것이 문제다. 신수종(新樹種) 산업으로 BT(생명공학기술)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BT의 경우도 국내 시장규모는 미국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선 신수종산업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노무현대통령 당선자는 김대중대통령 보다 IT를 더욱 잘 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정부체제하에서 국내 IT산업의 발전은 더욱 긍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요즘 인수위 활동을 둘러싸고 노무현정부가 IT정책을 소홀히 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 등 많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 정부가 IT정책을 소홀히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말 그대로 기우라고 본다. 우선 노무현 당선자 본인이 IT전문가라 할 정도로 IT분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노 당선자는 직접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업무에 적용할 정도의 실력가이기도 하다. 10대 국정과제에 정보화사회나 IT강국 등의 표현이 없다고 해서 IT육성에 소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민반응이다. 신정부의 탄생에는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본다. 또한 10대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데 있어 IT는 인프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IT분야에 대한 신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계속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는 인터넷 세대의 선거참여가 새로운 감성문화와 네티즌의 파워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대선이후 `세대간 격차'가 사회이슈가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법은 과연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보화과정에서 세대격차 등의 문제가 불거졌지만 정보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나타난 작은 부작용이라고 보며, 정부의 정확한 대책과 네티즌들의 사고의 대전환이 이뤄지면 별다른 어려움없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정치적 변화는 단순히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정부의 열린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한 의견 청취가 아닌, 인터넷과 같은 열린 자세의 국정수행인 것이다."
김동원기자/사진〓김민수기자
◈ 허운나 의원 약력
* 학력 및 경력
경기여고 졸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 졸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육공학박사
한양대교육공학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객원교수
세계IT의원연맹 초대회장
한국IT의원연맹 회장
대통령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
(사)여성정보문화21회장
국가정보화 추진위원회 위원, 교육개혁위원
국회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