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IT업계에서는 `멀티채널(Multi-Channel)'이나 `백채널(Back-Channel)' 커뮤니케이션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멀티채널이란 말그대로 대화의 채널이 다양하다는 의미.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주제발표를 듣는 동시에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인터넷 서핑은 물론 인스턴트 메시징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멀티채널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학 강의실이나 첨단기술 관련세미나가 열리는 호텔 등에 무선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계 출신의 유명 블로거들이 기술세미나 현장에서 인터넷으로 올린 비평의 글을 다른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검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 서킷은 최근호를 통해 이처럼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멀티채널의 빛과 그림자를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웹숍(Webshop)'은 매릴랜드대학에서 3주 코스로 열리는 인터넷강좌다. 이 강좌에 참가하고 있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시넌 에어리얼은 강의시간에 인스턴트 메시징(IM)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3시간동안 진행된 다음날 강의시간에는 무선인터넷으로 메신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시작된 `IM 서클'에는 곧 10여명이 모였다. 파워포인트로 강사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강의실에서는 IM으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톡톡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경제적인 이슈란 말이지?", "발표자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지난해부터 무선네트워크가 호텔과 학교 강의실, 컨퍼런스 행사장 등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노트북을 가진 사람들은 강연을 들으며 멍청하게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때로는 발표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혼자만의 웹서핑이나 이메일을 즐기는 학생들 때문에 강사들이 인터넷 연결이나 노트북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토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대화를 나누거나, 강의내용과 관련된 웹사이트를 서핑하거나, 강연자의 논점을 반박하기 위해 IM을 사용한다.
이처럼 무선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백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거나 의견을 주고받고 다음번 컨퍼런스를 위한 기록을 남겨두는 두번째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되는 셈이다.
뉴욕대학의 인터랙티브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담당 조교수인 클레이 쉬어키씨는 30명이 참가하는 세미나에 메시징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그는 이 실험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막상 앞에 나가 발표를 하는 진행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인 루디코프사의 스튜어트 버터필트씨는 "솔직히 말하면 약간 짜증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4월 그는 자신의 회사에서 직접 개발한 콘팹(Confab)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메시징 소프트웨어로 사용되는 컨퍼런스에 참석해 봤다.
시라큐스대 조교수인 인디라 거즈먼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백채널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거 봐라, 이제보니 학생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통신업체인 퀘스트의 전사장인 조 나치오가 기조연설자로 참가했던 컴퓨터산업 관련컨퍼런스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다. 이 컨퍼런스에는 두사람의 블로거인 산호세 머큐리뉴스의 컬럼니스트 댄 길모어와 리눅스저널 편집장 독 셜즈가 참석했다. 이들은 연설을 듣는 동안 블로그를 통해 조 나치오에 대해 썼고 많은 참가자들이 동시에 그 글을 읽었다.
블로그의 내용은 연설자로 나와 경기불황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나치오가 알고보면 최근에 회사 주식을 팔아 수백만달러를 챙겼다는 것이었다. SF소설가이자 역시 블로거인 코리 닥터로우씨에 따르면 길모어가 그 사실을 공개하자 컨퍼런스장의 분위기는 돌변했다고 한다. 호의적인 질문 대신에 무척 곤혹스러운 질문들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의실 전면에 대형스크린으로 대화의 내용이 보여질 수 있도록 컨퍼런스 방식이 진화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공개적인 방식을 도입하면 청중들과 연설자가 격리돼 있다는 느낌을 덜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인스턴트 메시징을 통한 백채널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반대론자들은 백채널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 아니라(물론 그런 관점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무시당하고 내버려진 듯한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릴랜드대학 인터넷강좌 웹숍에서 처음 IM서클을 제안한 에어리얼씨 조차 "메신저를 하다가 다시 강의를 따라가려면 뭔가 방향이 바뀐 듯한 기분이 든다"며 백채널의 문제점을 인정한다.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PSI넷 일본지사의 중역출신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조이치 이토씨는 이달에 버지니아주 크리스탈시티에서 열린 통신컨퍼런스에서 백채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팅룸을 열어 봤다. 그는 "사람들의 집중도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문제점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블랙베리(BlackBerry) PDA나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오는 첨단기술 컨퍼런스에서는 이미 멀티채널 커뮤니케이션이 보편화돼 있다. 많은 기술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만일 노트북 사용이 금지된다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쓸 것이다. 또 무선인터넷 접속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대안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멀티태스킹 환경에 길들여지고 VH1의 팝업비디오(노래가 흘러나올 때 가수에 대한 설명이 뛰어나오는)를 보면서 자라난 젊은 세대들에게 멀티채널은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할 것이다.
대학 강의실이나 첨단기술 관련세미나가 열리는 호텔 등에 무선인터넷이 연결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계 출신의 유명 블로거들이 기술세미나 현장에서 인터넷으로 올린 비평의 글을 다른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검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 서킷은 최근호를 통해 이처럼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멀티채널의 빛과 그림자를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웹숍(Webshop)'은 매릴랜드대학에서 3주 코스로 열리는 인터넷강좌다. 이 강좌에 참가하고 있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시넌 에어리얼은 강의시간에 인스턴트 메시징(IM)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3시간동안 진행된 다음날 강의시간에는 무선인터넷으로 메신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시작된 `IM 서클'에는 곧 10여명이 모였다. 파워포인트로 강사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강의실에서는 IM으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톡톡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경제적인 이슈란 말이지?", "발표자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지난해부터 무선네트워크가 호텔과 학교 강의실, 컨퍼런스 행사장 등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노트북을 가진 사람들은 강연을 들으며 멍청하게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때로는 발표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혼자만의 웹서핑이나 이메일을 즐기는 학생들 때문에 강사들이 인터넷 연결이나 노트북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토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대화를 나누거나, 강의내용과 관련된 웹사이트를 서핑하거나, 강연자의 논점을 반박하기 위해 IM을 사용한다.
이처럼 무선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백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거나 의견을 주고받고 다음번 컨퍼런스를 위한 기록을 남겨두는 두번째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되는 셈이다.
뉴욕대학의 인터랙티브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담당 조교수인 클레이 쉬어키씨는 30명이 참가하는 세미나에 메시징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그는 이 실험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막상 앞에 나가 발표를 하는 진행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인 루디코프사의 스튜어트 버터필트씨는 "솔직히 말하면 약간 짜증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4월 그는 자신의 회사에서 직접 개발한 콘팹(Confab)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메시징 소프트웨어로 사용되는 컨퍼런스에 참석해 봤다.
시라큐스대 조교수인 인디라 거즈먼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백채널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거 봐라, 이제보니 학생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통신업체인 퀘스트의 전사장인 조 나치오가 기조연설자로 참가했던 컴퓨터산업 관련컨퍼런스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다. 이 컨퍼런스에는 두사람의 블로거인 산호세 머큐리뉴스의 컬럼니스트 댄 길모어와 리눅스저널 편집장 독 셜즈가 참석했다. 이들은 연설을 듣는 동안 블로그를 통해 조 나치오에 대해 썼고 많은 참가자들이 동시에 그 글을 읽었다.
블로그의 내용은 연설자로 나와 경기불황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나치오가 알고보면 최근에 회사 주식을 팔아 수백만달러를 챙겼다는 것이었다. SF소설가이자 역시 블로거인 코리 닥터로우씨에 따르면 길모어가 그 사실을 공개하자 컨퍼런스장의 분위기는 돌변했다고 한다. 호의적인 질문 대신에 무척 곤혹스러운 질문들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의실 전면에 대형스크린으로 대화의 내용이 보여질 수 있도록 컨퍼런스 방식이 진화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공개적인 방식을 도입하면 청중들과 연설자가 격리돼 있다는 느낌을 덜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인스턴트 메시징을 통한 백채널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반대론자들은 백채널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 아니라(물론 그런 관점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무시당하고 내버려진 듯한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릴랜드대학 인터넷강좌 웹숍에서 처음 IM서클을 제안한 에어리얼씨 조차 "메신저를 하다가 다시 강의를 따라가려면 뭔가 방향이 바뀐 듯한 기분이 든다"며 백채널의 문제점을 인정한다.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PSI넷 일본지사의 중역출신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조이치 이토씨는 이달에 버지니아주 크리스탈시티에서 열린 통신컨퍼런스에서 백채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팅룸을 열어 봤다. 그는 "사람들의 집중도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문제점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블랙베리(BlackBerry) PDA나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오는 첨단기술 컨퍼런스에서는 이미 멀티채널 커뮤니케이션이 보편화돼 있다. 많은 기술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만일 노트북 사용이 금지된다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쓸 것이다. 또 무선인터넷 접속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대안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멀티태스킹 환경에 길들여지고 VH1의 팝업비디오(노래가 흘러나올 때 가수에 대한 설명이 뛰어나오는)를 보면서 자라난 젊은 세대들에게 멀티채널은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