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자들에게 태국은 아시아의 유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보 여행자라도 부담 없이 배낭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열려 있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약 4시간 30분의 비행시간에 저렴한 물가, 이국적인 풍경과 화려한 역사의 잔재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태국이다. 이런 이유로 여행자들에게 태국은 친숙하다.
방콕, 푸켓에 비해 여행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태국 북부지역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방콕이나 편안한 휴식을 연상케 하는 푸켓과는 다르게 태국 북부는 원시림의 시원함을 떠오르게 하는 색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다. 태국 북부에는 `북부의 장미'로 불리는 치앙마이를 비롯해 목이 긴 고산족인 카렌족 마을로 유명한 메홍쏜, 태국의 최초 수도인 쑤코타이, 란나왕국의 수도였던 치앙라이 등이 대표 도시들이다. 방콕이나 파타야에 익숙한 여행자들에게 차분하고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가진 태국 북부의 도시들은 태국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여행자들이 태국 북부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트레킹 때문이다. 트레킹의 뜻은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ㆍ들과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으로, 빌딩 숲 속에 `사육된' 도시인들이 자연에 푹 빠져 살아가게 되면서 트레킹에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정처 없이 집단으로 이주한 데서 유래했다는 트레킹은 네팔의 히말라야가 가장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평창이나 영월의 트레킹 프로그램이 있지만, 지역별로 트레킹 내용이 다소 다르다. 태국의 트레킹은 다른 지역의 트레킹과 비교해, 코끼리 타기나 뗏목 타기, 고산족 마을에서의 숙박 등 소소한 재미들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태국에서 트레킹 지역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치앙마이. 그러나 좀더 스릴 넘치는 트레킹을 경험하기 위해 치앙마이에서 버스로 4시간 떨어진 시골마을 빠이(Pai)를 선택했다. 1박 2일 일정의 트레킹 첫날 아침 스트레스를 모두 원시림에 던져버리고 오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태국 현지 가이드인 팻과 도를 따라 나섰다. 트레킹을 출발하기 전, 빠이에서 1시간 동안 트럭으로 달려 리수족이라는 고산족을 만났다. 리수족은 태국의 소수민족 중 가장 화려한 의상을 자랑한다더니, 팔고 있는 기념품들의 색깔이 예사롭지 않았다.
트레킹의 시작.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물 웅덩이가 나와 신발과 옷을 다 적셔야했다. 이어지는 외나무 다리. 다리를 건너 숨을 고르고 있는데 뒤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동행인 프랑스인 세실이 발을 헛디뎌 그만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출발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을 했다. 가이드인 빼가 즉석에서 칼을 꺼내더니 대나무를 잘라 일행들에게 나무지팡이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했다.
어느새 겁먹던 표정은 사라지고, 모두들 초록빛 원시림에 마음을 다 놓아버린 것처럼 보였다. 친구 3명이 함께 여행한다는 네덜란드 친구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없이 행복한 아이들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새소리와 물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얼굴에는 싱싱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가이드 빼는 길을 만드는 것이 주 임무였다. 왼손에는 칼을 들고 앞에 있는 수풀과 나무를 자르며, 전혀 길 같아 보이지 않는 길을 헤쳐갔다. 키를 훌쩍 넘은 수풀 사이를 지나다보니,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 나무 잎을 만지다가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진흙에 미끄러져 바지가 온통 폭탄을 맞은 것처럼 변하기도 했다.
옥수수 나무가 보이더니, 목적지인 라후족 마을이 나타났다. 라후족은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더니, 외모도 태국보다는 우리네와 더 비슷했다. 집안의 아궁이를 쓰는 것도 우리네와 닮았다. 구수한 장작타는 냄새가 마치 시골 외갓집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숙소인 대나무 방에 들어섰는데, 라후족 사람들이 죽 몰려오더니 우리 일행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행과 라후족들은 `아보르야(안녕하세요)'를 연발하며, 무공해 미소를 나눴다.
특별한 체험인 고산족 마을에서의 하루. 대나무로 만든 오두막을 촛불로 밝히고 옹기종기 모여, 여행 이야기와 고산족 이야기를 하며 아름다운 산 속에서의 밤을 보냈다. 전기가 없는 그곳에서 어스름해지는 산을 보며, 한없는 편안함에 잠겼다. 특급호텔이 부럽지 않은 그런 숙소였다.
이틀째 아침, 눈을 뜨게 만든 건 비단 닭 울음뿐이 아니었다. 대나무 집 밑에서 키우는 돼지들이 바로 귀밑에서 `꿀꿀'하고 울어대는 통에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모두들 어제 받아놓은 빗물에 세수를 했다. 수도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날에는 계속 비가 내려, 걸음이 무거웠다. 진흙이 신발에 붙어 마치 키 높이 구두를 신고 산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강을 건너는 일이 많았다. 거머리도 많아, `담배 쥬스(tabacco juice)'라는 즉석 거머리 약을 시도 때도 없이 발에 바르며 행군을 계속해야 했다. 그러나 거머리가 아무리 달라붙어도 때묻지 않은 자연의 선물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까칠까칠한 코끼리의 살을 밟고 코끼리 등위에 만들어진 자리 `티낭'에 앉아, 산을 타기 시작했다. 코끼리 위에 앉아 코끼리가 엉덩이까지 올라오는 물길을 헤치며 나가는 모습이나 먹성 좋게 강가의 풀들을 뿌리째 뽑아 우걱우걱 씹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마지막 코스는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만든 뗏목을 타는 래프팅으로, 물살이 그다지 세지는 않았지만 기분 좋은 비가 쏟아져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1박2일,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일행은 모두 행복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비에 젖은 채 산행을 하느라 발가락이 퉁퉁 부어있었지만, 어느새 도시에서 이만큼 담아가지고 온 찌든 때와 스트레스가 저만큼 날아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콕, 푸켓에 비해 여행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태국 북부지역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방콕이나 편안한 휴식을 연상케 하는 푸켓과는 다르게 태국 북부는 원시림의 시원함을 떠오르게 하는 색다른 맛이 있기 때문이다. 태국 북부에는 `북부의 장미'로 불리는 치앙마이를 비롯해 목이 긴 고산족인 카렌족 마을로 유명한 메홍쏜, 태국의 최초 수도인 쑤코타이, 란나왕국의 수도였던 치앙라이 등이 대표 도시들이다. 방콕이나 파타야에 익숙한 여행자들에게 차분하고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가진 태국 북부의 도시들은 태국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여행자들이 태국 북부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트레킹 때문이다. 트레킹의 뜻은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ㆍ들과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으로, 빌딩 숲 속에 `사육된' 도시인들이 자연에 푹 빠져 살아가게 되면서 트레킹에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정처 없이 집단으로 이주한 데서 유래했다는 트레킹은 네팔의 히말라야가 가장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평창이나 영월의 트레킹 프로그램이 있지만, 지역별로 트레킹 내용이 다소 다르다. 태국의 트레킹은 다른 지역의 트레킹과 비교해, 코끼리 타기나 뗏목 타기, 고산족 마을에서의 숙박 등 소소한 재미들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태국에서 트레킹 지역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치앙마이. 그러나 좀더 스릴 넘치는 트레킹을 경험하기 위해 치앙마이에서 버스로 4시간 떨어진 시골마을 빠이(Pai)를 선택했다. 1박 2일 일정의 트레킹 첫날 아침 스트레스를 모두 원시림에 던져버리고 오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태국 현지 가이드인 팻과 도를 따라 나섰다. 트레킹을 출발하기 전, 빠이에서 1시간 동안 트럭으로 달려 리수족이라는 고산족을 만났다. 리수족은 태국의 소수민족 중 가장 화려한 의상을 자랑한다더니, 팔고 있는 기념품들의 색깔이 예사롭지 않았다.
트레킹의 시작.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물 웅덩이가 나와 신발과 옷을 다 적셔야했다. 이어지는 외나무 다리. 다리를 건너 숨을 고르고 있는데 뒤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동행인 프랑스인 세실이 발을 헛디뎌 그만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출발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을 했다. 가이드인 빼가 즉석에서 칼을 꺼내더니 대나무를 잘라 일행들에게 나무지팡이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했다.
어느새 겁먹던 표정은 사라지고, 모두들 초록빛 원시림에 마음을 다 놓아버린 것처럼 보였다. 친구 3명이 함께 여행한다는 네덜란드 친구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없이 행복한 아이들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새소리와 물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얼굴에는 싱싱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가이드 빼는 길을 만드는 것이 주 임무였다. 왼손에는 칼을 들고 앞에 있는 수풀과 나무를 자르며, 전혀 길 같아 보이지 않는 길을 헤쳐갔다. 키를 훌쩍 넘은 수풀 사이를 지나다보니,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 나무 잎을 만지다가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진흙에 미끄러져 바지가 온통 폭탄을 맞은 것처럼 변하기도 했다.
옥수수 나무가 보이더니, 목적지인 라후족 마을이 나타났다. 라후족은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더니, 외모도 태국보다는 우리네와 더 비슷했다. 집안의 아궁이를 쓰는 것도 우리네와 닮았다. 구수한 장작타는 냄새가 마치 시골 외갓집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숙소인 대나무 방에 들어섰는데, 라후족 사람들이 죽 몰려오더니 우리 일행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행과 라후족들은 `아보르야(안녕하세요)'를 연발하며, 무공해 미소를 나눴다.
특별한 체험인 고산족 마을에서의 하루. 대나무로 만든 오두막을 촛불로 밝히고 옹기종기 모여, 여행 이야기와 고산족 이야기를 하며 아름다운 산 속에서의 밤을 보냈다. 전기가 없는 그곳에서 어스름해지는 산을 보며, 한없는 편안함에 잠겼다. 특급호텔이 부럽지 않은 그런 숙소였다.
이틀째 아침, 눈을 뜨게 만든 건 비단 닭 울음뿐이 아니었다. 대나무 집 밑에서 키우는 돼지들이 바로 귀밑에서 `꿀꿀'하고 울어대는 통에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모두들 어제 받아놓은 빗물에 세수를 했다. 수도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날에는 계속 비가 내려, 걸음이 무거웠다. 진흙이 신발에 붙어 마치 키 높이 구두를 신고 산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강을 건너는 일이 많았다. 거머리도 많아, `담배 쥬스(tabacco juice)'라는 즉석 거머리 약을 시도 때도 없이 발에 바르며 행군을 계속해야 했다. 그러나 거머리가 아무리 달라붙어도 때묻지 않은 자연의 선물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까칠까칠한 코끼리의 살을 밟고 코끼리 등위에 만들어진 자리 `티낭'에 앉아, 산을 타기 시작했다. 코끼리 위에 앉아 코끼리가 엉덩이까지 올라오는 물길을 헤치며 나가는 모습이나 먹성 좋게 강가의 풀들을 뿌리째 뽑아 우걱우걱 씹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마지막 코스는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만든 뗏목을 타는 래프팅으로, 물살이 그다지 세지는 않았지만 기분 좋은 비가 쏟아져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1박2일,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일행은 모두 행복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비에 젖은 채 산행을 하느라 발가락이 퉁퉁 부어있었지만, 어느새 도시에서 이만큼 담아가지고 온 찌든 때와 스트레스가 저만큼 날아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