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서강대 교수 객원논설위원
지금 온 국토는 가을의 정취로 불타고 있다. 한국의 사계절이 너무 뚜렷한 데 매료되어, 특히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는 어느 독일인의 한국사랑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만큼 우리의 가을 산하(山河)는 형형색색의 물결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주 국제회의에 참석한 외국인 부부를 데리고 지방여행을 다녀온 바 있다. 일일관광버스를 타자마자 물건 파는 데부터 들리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경주보다는 조선시대의 유적을 많이 갖고 있는 안동, 문경 지역을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특별 허가를 받아 찾아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스님들의 최후 고향으로 인식될 만큼 선방(禪房)으로 유명한 문경의 봉암사 경내는 정말 정적 그 자체였다. 그것에다가 가을로 물든 자연은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수년 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하여 더욱 유명해진 안동의 하회마을은 인간들의, 아니 주민들의 상혼(商魂)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양반 하회 류씨들의 거택들은 대부분 음식점, 상점, 아니면 여관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유물 전시관에는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된 설명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한글로 된 설명도 제대로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고이 간직하고 있는 양반문화를 보러 갔다가 현대의 천한 장사꾼 문화만 보고 온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퇴계 이황의 유적을 기리는 도산서원은 4백30년의 세월을 이겨낸 기품을 잘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당시 유림들이 거닐었던 빼어난 정원은 앞의 가파른 뜨락 아래 가득찬 호수로 더욱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당시 유림(儒林)들이 국사(國事)와 문예(文藝)를 함께 즐겼을 것을 생각하면 부러움이 앞섰다. 그런데 이 찬란한 역사의 현장을 설명하고 있는 영문은 거의 엉망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설명 현판들에서 문장이 안 되는 부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국제적으로 퇴계학회가 생길 정도이니 많은 외국인이 도산서원을 방문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그것을 쉽게 잘 설명하는 영문소개 책자도 만들고, 현판의 영문설명도 보다 철저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이런 영문 설명의 오자(誤字), 오문(誤文)은 도산서원을 거쳐 문경의 한두개 고(古)사찰을 더 관람하는 과정에서도 똑 같이 나타났다. 예컨대, 열반한 성철스님의 정진지역에 들어가 있는 문경의 대승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었다. 놀라운 것은 지나가는 스님에게 그것을 지적했더니 어떻게 그런 엉터리 오자가 새겨 있는지 처음 듣는다는 것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전략 요충지였고 지금은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 및 무인시대의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 새재의 유적에 대한 설명은 더욱 심했다. 아예 영문으로 설명하는 작은 종이쪽지 하나 없었다. 그래서 제1, 2, 3관문을 돌아, 박물관을 둘러본 들 외국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웠다. 역사의 흔적과 의미에 대한 이해가 없이 유적을 감상하는 것은 그저 돌더미를 바라보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한국도 국제화되었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다양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우선 급한 대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설명들은 필수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미 새마을 열차에서 그들 언어로 동시에 설명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외국어 설명이 단순히 서울, 경주나 제주도 같은 곳에서만 존재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문화관광지역에서도 잘 이루어질 때 풍부한 문화유산을 외국인에게 선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온 국토는 가을의 정취로 불타고 있다. 한국의 사계절이 너무 뚜렷한 데 매료되어, 특히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는 어느 독일인의 한국사랑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만큼 우리의 가을 산하(山河)는 형형색색의 물결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주 국제회의에 참석한 외국인 부부를 데리고 지방여행을 다녀온 바 있다. 일일관광버스를 타자마자 물건 파는 데부터 들리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경주보다는 조선시대의 유적을 많이 갖고 있는 안동, 문경 지역을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특별 허가를 받아 찾아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스님들의 최후 고향으로 인식될 만큼 선방(禪房)으로 유명한 문경의 봉암사 경내는 정말 정적 그 자체였다. 그것에다가 가을로 물든 자연은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수년 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하여 더욱 유명해진 안동의 하회마을은 인간들의, 아니 주민들의 상혼(商魂)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양반 하회 류씨들의 거택들은 대부분 음식점, 상점, 아니면 여관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유물 전시관에는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된 설명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한글로 된 설명도 제대로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고이 간직하고 있는 양반문화를 보러 갔다가 현대의 천한 장사꾼 문화만 보고 온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퇴계 이황의 유적을 기리는 도산서원은 4백30년의 세월을 이겨낸 기품을 잘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당시 유림들이 거닐었던 빼어난 정원은 앞의 가파른 뜨락 아래 가득찬 호수로 더욱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당시 유림(儒林)들이 국사(國事)와 문예(文藝)를 함께 즐겼을 것을 생각하면 부러움이 앞섰다. 그런데 이 찬란한 역사의 현장을 설명하고 있는 영문은 거의 엉망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설명 현판들에서 문장이 안 되는 부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국제적으로 퇴계학회가 생길 정도이니 많은 외국인이 도산서원을 방문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그것을 쉽게 잘 설명하는 영문소개 책자도 만들고, 현판의 영문설명도 보다 철저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이런 영문 설명의 오자(誤字), 오문(誤文)은 도산서원을 거쳐 문경의 한두개 고(古)사찰을 더 관람하는 과정에서도 똑 같이 나타났다. 예컨대, 열반한 성철스님의 정진지역에 들어가 있는 문경의 대승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었다. 놀라운 것은 지나가는 스님에게 그것을 지적했더니 어떻게 그런 엉터리 오자가 새겨 있는지 처음 듣는다는 것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전략 요충지였고 지금은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 및 무인시대의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 새재의 유적에 대한 설명은 더욱 심했다. 아예 영문으로 설명하는 작은 종이쪽지 하나 없었다. 그래서 제1, 2, 3관문을 돌아, 박물관을 둘러본 들 외국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웠다. 역사의 흔적과 의미에 대한 이해가 없이 유적을 감상하는 것은 그저 돌더미를 바라보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한국도 국제화되었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다양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우선 급한 대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설명들은 필수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미 새마을 열차에서 그들 언어로 동시에 설명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외국어 설명이 단순히 서울, 경주나 제주도 같은 곳에서만 존재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문화관광지역에서도 잘 이루어질 때 풍부한 문화유산을 외국인에게 선양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