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게, 그리고 영화처럼…
호들갑스럽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걸 찬양하는 것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한 일은 없다. 그러나 때로는 신뢰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찬양에 나서는 것이 나중에 역사적 순간을 놓쳤다는 자책에 빠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전후 세대는 이제 새로운 세대간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며 외국 신문들이 호들갑떠는 건 `헤일로 2'라는 게임의 등장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해 최고의 `먹튀'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던 밸브의 `하프라이프 2'도 발매됐다. 출시되자마자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는 사실보다, `소스 엔진'이 차세대 엔진 시장을 주름잡을 것이라는 이야기보다, 이 두 게임의 발매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영화를 넘어서는 순간
게임이 영화와 벌여왔던 치열한 경쟁은 번번이 게임의 패배로 끝났다. 영화보다 더 큰 스케일을 펼치고 더 강한 액션을 펼쳐도 게임에는 숙명적인 조잡함이 뒤따랐다. 때로는 영화에 비견해도 깜짝 놀랄만한 작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몇 개의 명 장면을 따지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은 영상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정작 게임의 재미를 잃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이 경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수 정도로 게임의 입장은 불리하다. 오필리아의 고민을 알 수 없는 FPS 햄릿이 게이머에게 감동을 줄 수 없으며, 오필리아의 고뇌를 뻔히 알면서 모른 척 레벨 업을 해야 하는 RPG 햄릿이 게이머를 움직일 수도 없다.
어느 사이 X박스라는 콘솔을 대표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번지소프트의 `헤일로'가 2편을 내놨다. 이번 기종으론 마지막일 2편에서 번지소프트가 만들어낸 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명이다. 내용은 1편의 뒤를 이어 지구연방군과 코버넌트 간 전투를 그리고 있다. PC용 FPS를 콘솔이라는, 특히 게임 패드라는 입력 장치로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전작의 미덕은 여전하다. 여기에 이번 작품에 첨가된 양 손 무기의 사용은 X박스의 패드를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통쾌감을 더해준다. 다양한 탈 것을 조종하며 벌이는 시나리오 역시 게임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건 물론이다.
그러나 `헤일로 2'가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은 이런 게임의 재미를 넘어서 존재한다. 그것은 게임이 보여주는 놀라운 스펙타클이다. 예전 극장 간판에는 언제나 `스펙터클 대서사시'라는 듣기만 해도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 있곤 했다. 영화의 내용이 어쨌건 화면 가득 펼쳐지는 사막이나 거대한 원형 경기장만으로도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닫을 수 없었다. `헤일로 2'가 주는 감동은 그것이다. 다른 모든 게임적 장점이 혁명적인 FPS로 극찬을 받던 1편의 연장선이라면, 이 스펙터클은 1편의 전쟁을 모의 전쟁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거대화됐다. 물론 이런 거대한 규모와 방대해진 스토리만으로 `헤일로 2'의 성과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진 건 이 거대한 무대의 뒤에 감춰진 무언가를, 두 종족 사이를 오가며 게이머 스스로가 찾아나가게 하는 힘이다.
밖으로부터 안으로
`헤일로 2'가 벌여놓은 세계는 무한정 확대될 것이다. 아마 차세대 기종으로 나오는 `헤일로 3'는 X박스2의 승리 선언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작품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벌어지는 세계에서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밸브의 `하프라이프 2'는 거기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이다. 슬픈 일에도, 기쁜 일에도 오직 한 가지 표정밖에 지을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임 엔진들이 게임의 그래픽 표현 능력을 발전시켜 얼굴의 정교함을 높여나갔을 지라도, 정작 그 얼굴에 표정이 깃들 게 하지는 못한다. `하프라이프 2'는 시작하자마자 소스 엔진의 능력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화면 가득 나와서 눈을 부라리며 이야기한 얼굴에 경악하게 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진행하는 게임에서 말을 걸때마다 눈알을 굴리고 입을 실룩이며 대답하는 캐릭터들에 이르러서는 이미 게임이 이전과는 다른 세계로 넘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게임으로서의 `하프라이프 2'는 놀라운 물리 엔진과 이 물리 엔진은 적절하게 사용하는 무기들, 그리고 이 무기를 통해서만 클리어할 수 있게 짜여진 세련된 레벨 디자인 등 어디 하나 흠잡기 어렵다.
경쟁작으로 꼽던 `둠3'를 밀어내기에 충분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건 섬세한 얼굴 표정과, 이 얼굴 표정을 이야기에 절묘하게 맞춰 놓았던 프로듀서의 연출력이다. 세계가 놀라울 뿐만 아니라, 이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서 생동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헤일로 2'와 `하프라이프 2'는 모두 영화적 기쁨을 위해 게임의 재미를 포기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영화적 즐거움을 위해 게임의 재미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놀라운 재미를 제공한다. 한 쪽은 지금까지 게임이 다루지 못했던 놀라운 스케일의 세계를, 다른 한 쪽은 게임이 만들어낸 세계의 사람들이 더 이상 꼭두각시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라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사실은 게임에 쌓인 경험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킬 준비가 되었다는 상징일 지 모른다. 그리고 이 새로운 단계는 이 두 개의 발전이 통합될 때 본격적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호들갑스럽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걸 찬양하는 것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한 일은 없다. 그러나 때로는 신뢰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찬양에 나서는 것이 나중에 역사적 순간을 놓쳤다는 자책에 빠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전후 세대는 이제 새로운 세대간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며 외국 신문들이 호들갑떠는 건 `헤일로 2'라는 게임의 등장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해 최고의 `먹튀'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던 밸브의 `하프라이프 2'도 발매됐다. 출시되자마자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는 사실보다, `소스 엔진'이 차세대 엔진 시장을 주름잡을 것이라는 이야기보다, 이 두 게임의 발매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영화를 넘어서는 순간
게임이 영화와 벌여왔던 치열한 경쟁은 번번이 게임의 패배로 끝났다. 영화보다 더 큰 스케일을 펼치고 더 강한 액션을 펼쳐도 게임에는 숙명적인 조잡함이 뒤따랐다. 때로는 영화에 비견해도 깜짝 놀랄만한 작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몇 개의 명 장면을 따지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은 영상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정작 게임의 재미를 잃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이 경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수 정도로 게임의 입장은 불리하다. 오필리아의 고민을 알 수 없는 FPS 햄릿이 게이머에게 감동을 줄 수 없으며, 오필리아의 고뇌를 뻔히 알면서 모른 척 레벨 업을 해야 하는 RPG 햄릿이 게이머를 움직일 수도 없다.
어느 사이 X박스라는 콘솔을 대표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번지소프트의 `헤일로'가 2편을 내놨다. 이번 기종으론 마지막일 2편에서 번지소프트가 만들어낸 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명이다. 내용은 1편의 뒤를 이어 지구연방군과 코버넌트 간 전투를 그리고 있다. PC용 FPS를 콘솔이라는, 특히 게임 패드라는 입력 장치로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전작의 미덕은 여전하다. 여기에 이번 작품에 첨가된 양 손 무기의 사용은 X박스의 패드를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통쾌감을 더해준다. 다양한 탈 것을 조종하며 벌이는 시나리오 역시 게임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건 물론이다.
그러나 `헤일로 2'가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은 이런 게임의 재미를 넘어서 존재한다. 그것은 게임이 보여주는 놀라운 스펙타클이다. 예전 극장 간판에는 언제나 `스펙터클 대서사시'라는 듣기만 해도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 있곤 했다. 영화의 내용이 어쨌건 화면 가득 펼쳐지는 사막이나 거대한 원형 경기장만으로도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닫을 수 없었다. `헤일로 2'가 주는 감동은 그것이다. 다른 모든 게임적 장점이 혁명적인 FPS로 극찬을 받던 1편의 연장선이라면, 이 스펙터클은 1편의 전쟁을 모의 전쟁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거대화됐다. 물론 이런 거대한 규모와 방대해진 스토리만으로 `헤일로 2'의 성과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진 건 이 거대한 무대의 뒤에 감춰진 무언가를, 두 종족 사이를 오가며 게이머 스스로가 찾아나가게 하는 힘이다.
밖으로부터 안으로
`헤일로 2'가 벌여놓은 세계는 무한정 확대될 것이다. 아마 차세대 기종으로 나오는 `헤일로 3'는 X박스2의 승리 선언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작품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벌어지는 세계에서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밸브의 `하프라이프 2'는 거기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이다. 슬픈 일에도, 기쁜 일에도 오직 한 가지 표정밖에 지을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임 엔진들이 게임의 그래픽 표현 능력을 발전시켜 얼굴의 정교함을 높여나갔을 지라도, 정작 그 얼굴에 표정이 깃들 게 하지는 못한다. `하프라이프 2'는 시작하자마자 소스 엔진의 능력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화면 가득 나와서 눈을 부라리며 이야기한 얼굴에 경악하게 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진행하는 게임에서 말을 걸때마다 눈알을 굴리고 입을 실룩이며 대답하는 캐릭터들에 이르러서는 이미 게임이 이전과는 다른 세계로 넘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게임으로서의 `하프라이프 2'는 놀라운 물리 엔진과 이 물리 엔진은 적절하게 사용하는 무기들, 그리고 이 무기를 통해서만 클리어할 수 있게 짜여진 세련된 레벨 디자인 등 어디 하나 흠잡기 어렵다.
경쟁작으로 꼽던 `둠3'를 밀어내기에 충분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건 섬세한 얼굴 표정과, 이 얼굴 표정을 이야기에 절묘하게 맞춰 놓았던 프로듀서의 연출력이다. 세계가 놀라울 뿐만 아니라, 이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서 생동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헤일로 2'와 `하프라이프 2'는 모두 영화적 기쁨을 위해 게임의 재미를 포기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영화적 즐거움을 위해 게임의 재미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놀라운 재미를 제공한다. 한 쪽은 지금까지 게임이 다루지 못했던 놀라운 스케일의 세계를, 다른 한 쪽은 게임이 만들어낸 세계의 사람들이 더 이상 꼭두각시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라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사실은 게임에 쌓인 경험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킬 준비가 되었다는 상징일 지 모른다. 그리고 이 새로운 단계는 이 두 개의 발전이 통합될 때 본격적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