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의 진수를 보여주마
게임이 만들어진 최초의 순간부터 게임은 어떤 경험을 주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왔다. `테이블 테니스'라고 이야기 되는 `퐁'이 제공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페이스 워'가 주는 즐거움은 진짜로 우주 전쟁의 경험에서 나오는 걸까. 무척이나 어려운 질문이며, 게임의 역사 40여 년 동안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대전 액션 게임의 고전 `철권'의 남코 역시, `철권'의 매력적인 캐릭터 `니나'를 주인공으로 한 `데스 바이 디그리스'에서 이 문제에 맞닥Em리고 있다.
◇현실과 경험
`데스 바이 디그리스'는 니나를 액션 어드벤처라는 새로운 장르로 옮겨놓았다. 액션 어드벤처는 말 그대로 게임 내내 다양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장르다. 어드벤처의 전통에 따라 몇 가지 퍼즐이 있긴 하지만, 역시 액션 쪽이 중심적이다. 이 게임 역시 비밀 조직인 `카미에타'에 침투해 활약하는 특수 공작원 니나가 펼치게 되는 액션이 중심 테마다. `철권'의 주인공이다 보니 기존의 액션 어드벤처와는 달리 총기가 아니라 맨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무술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어떤 즐거움을 얻게 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수많은 적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무술로 쓰러뜨리는 즐거움이다. 홍콩 액션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무술을 게이머의 손으로 실현한다. 다시 말해 이 게임에서 얻는 경험이란 적들을 쓰러뜨리는 무술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게이머는 이것을 경험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무술을 한다', 풀어서 `다양한 무술 동작을 통해 적을 쓰러 뜨린다'는 경험은 여러 가지 작은 경험들의 복합물이다. 적절한 순간에 상황 판단을 한다. 상대방의 동작을 피하며, 나의 동작을 결정한다. 이 판단에 따라 팔이나 다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무조건 뻗는 것이 아니라 익혀 왔던 동작에 따라 적절하게 움직여야 한다.
적절한 동작을 선택하고 올바른 동작을 구현했다면, 적의 몸을 가격하는 순간적인 경험이 팔이나 다리를 통해 전달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적이 있다. 여러 명의 적이라면 이 작은 경험들의 복합 과정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모든 적이 쓰러져 있는 걸 보는 통쾌한 순간이 뒤따른다. 쉽게 게임에서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무술로 적을 쓰러뜨리는 경험'이란 이처럼 복잡한 현실적 경험들의 총체다.
시뮬레이션 장르와 액션 장르를 나누는 가장 큰 경계는 이런 현실의 경험과 게임에서 얻어지는 경험 사이의 차의 크기다. 어떤 게임도 이 복잡한 현실의 경험을 완전하게 게임 속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무언가는 재현을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경험들을 남겨야 게이머는 여전히 `무술을 한다'는 경험을 지니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재현된 경험
`데스 바이 디그리스'가 우선 선택한 건 다른 액션 게임들이 그렇듯 주로 경험의 마지막 부분이다. 맞은 적이 비틀거리고 쓰러지는 순간 말이다. 그렇다면 정작 무술의 동작을 구현한다는 느낌은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데스 바이 디그리스'는 다소 애매한 방식을 취한다. 많은 액션 게임들, 특히 이 게임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세가의 아케이드 액션 게임인 `다이 하드'의 경우에는 간단한 버튼의 연타만으로 무술 동작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방향을 움직이는 스틱과 킥, 펀치의 버튼만이 게이머가 실제로 해야 되는 행동이다. 어떤 액션이 나가게 될 지는 게임이 알아서 결정한다. 실제 게이머가 행해야 되는 것과 게이머의 눈에 보이는 행동의 결과 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한동안 붐처럼 등장했던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은 대부분 이런 구조를 취한다.
간단한 조작에도 멋진 동작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게이머는 자신의 게임 플레이에 만족하게 된다는 구조다. 만족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무술로 적을 쓰러뜨린다'는 경험을 충분히 제공할 수는 없다. 여기에선 주로 `무술'은 시각적 효과만, 중심적 체험은 `시원하게 적들을 쓰러뜨린다'는 결과에 의존한다.
`데스 바이 디그리스'도 그런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게임의 등장인물인 `니나'가 다름 아닌 `철권'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대전 액션 게임은 일반 액션 게임처럼 아무 버튼이나 연타해도 알아서 다양한 동작이 나가는 것으로 해선 게임이 성립할 수 없다. 반드시 특정한 동작에는 특정한 키 조작을 설정하고, 동작간의 연결 법칙이 있어 아무 동작이나 이어질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게이머는 무술을 하는 경험에 보다 깊게 의존할 수 있다. 게이머는 니나에게서 언제나 이런 경험을 원한다. 하지만 액션 어드벤처는 분명히 대전 액션 게임과 다르다. 그러기에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서 선택한 것이 꽤나 낯선 조작 방식이다. 왼쪽 스틱과 오른쪽 스틱을 조합함으로써 무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만큼 다양한 조작 조합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스틱 두 개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전 액션과 가까운 정교한 조작에서 오는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결과는 성공적일까. 쉽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우선 이 낯선 조작 방식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액션 어드벤처가 주는 호쾌함도 주지 못할뿐더러, 대전 액션의 정교한 조작감도 얻을 수 없다. 그 동안은 오직 불편한 조작 방식에 대한 불만이 쌓일 뿐이다. 그러나 만일 익숙해진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이상 되면 이 기본적 조작계에 다양한 커맨드가 결합돼 훨씬 더 대전 액션에 가까운 느낌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조작계에 익숙해진 사용자층은, 남코의 입장에서 계속 내고 싶은 `철권' 프랜차이즈 게임의 중요한 시장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익숙해질 때까지 게임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는 인내심 깊은 게이머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이 만들어진 최초의 순간부터 게임은 어떤 경험을 주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왔다. `테이블 테니스'라고 이야기 되는 `퐁'이 제공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페이스 워'가 주는 즐거움은 진짜로 우주 전쟁의 경험에서 나오는 걸까. 무척이나 어려운 질문이며, 게임의 역사 40여 년 동안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대전 액션 게임의 고전 `철권'의 남코 역시, `철권'의 매력적인 캐릭터 `니나'를 주인공으로 한 `데스 바이 디그리스'에서 이 문제에 맞닥Em리고 있다.
◇현실과 경험
`데스 바이 디그리스'는 니나를 액션 어드벤처라는 새로운 장르로 옮겨놓았다. 액션 어드벤처는 말 그대로 게임 내내 다양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장르다. 어드벤처의 전통에 따라 몇 가지 퍼즐이 있긴 하지만, 역시 액션 쪽이 중심적이다. 이 게임 역시 비밀 조직인 `카미에타'에 침투해 활약하는 특수 공작원 니나가 펼치게 되는 액션이 중심 테마다. `철권'의 주인공이다 보니 기존의 액션 어드벤처와는 달리 총기가 아니라 맨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무술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어떤 즐거움을 얻게 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수많은 적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무술로 쓰러뜨리는 즐거움이다. 홍콩 액션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무술을 게이머의 손으로 실현한다. 다시 말해 이 게임에서 얻는 경험이란 적들을 쓰러뜨리는 무술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게이머는 이것을 경험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무술을 한다', 풀어서 `다양한 무술 동작을 통해 적을 쓰러 뜨린다'는 경험은 여러 가지 작은 경험들의 복합물이다. 적절한 순간에 상황 판단을 한다. 상대방의 동작을 피하며, 나의 동작을 결정한다. 이 판단에 따라 팔이나 다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무조건 뻗는 것이 아니라 익혀 왔던 동작에 따라 적절하게 움직여야 한다.
적절한 동작을 선택하고 올바른 동작을 구현했다면, 적의 몸을 가격하는 순간적인 경험이 팔이나 다리를 통해 전달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적이 있다. 여러 명의 적이라면 이 작은 경험들의 복합 과정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모든 적이 쓰러져 있는 걸 보는 통쾌한 순간이 뒤따른다. 쉽게 게임에서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무술로 적을 쓰러뜨리는 경험'이란 이처럼 복잡한 현실적 경험들의 총체다.
시뮬레이션 장르와 액션 장르를 나누는 가장 큰 경계는 이런 현실의 경험과 게임에서 얻어지는 경험 사이의 차의 크기다. 어떤 게임도 이 복잡한 현실의 경험을 완전하게 게임 속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무언가는 재현을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경험들을 남겨야 게이머는 여전히 `무술을 한다'는 경험을 지니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재현된 경험
`데스 바이 디그리스'가 우선 선택한 건 다른 액션 게임들이 그렇듯 주로 경험의 마지막 부분이다. 맞은 적이 비틀거리고 쓰러지는 순간 말이다. 그렇다면 정작 무술의 동작을 구현한다는 느낌은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데스 바이 디그리스'는 다소 애매한 방식을 취한다. 많은 액션 게임들, 특히 이 게임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세가의 아케이드 액션 게임인 `다이 하드'의 경우에는 간단한 버튼의 연타만으로 무술 동작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방향을 움직이는 스틱과 킥, 펀치의 버튼만이 게이머가 실제로 해야 되는 행동이다. 어떤 액션이 나가게 될 지는 게임이 알아서 결정한다. 실제 게이머가 행해야 되는 것과 게이머의 눈에 보이는 행동의 결과 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한동안 붐처럼 등장했던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은 대부분 이런 구조를 취한다.
간단한 조작에도 멋진 동작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게이머는 자신의 게임 플레이에 만족하게 된다는 구조다. 만족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무술로 적을 쓰러뜨린다'는 경험을 충분히 제공할 수는 없다. 여기에선 주로 `무술'은 시각적 효과만, 중심적 체험은 `시원하게 적들을 쓰러뜨린다'는 결과에 의존한다.
`데스 바이 디그리스'도 그런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게임의 등장인물인 `니나'가 다름 아닌 `철권'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대전 액션 게임은 일반 액션 게임처럼 아무 버튼이나 연타해도 알아서 다양한 동작이 나가는 것으로 해선 게임이 성립할 수 없다. 반드시 특정한 동작에는 특정한 키 조작을 설정하고, 동작간의 연결 법칙이 있어 아무 동작이나 이어질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게이머는 무술을 하는 경험에 보다 깊게 의존할 수 있다. 게이머는 니나에게서 언제나 이런 경험을 원한다. 하지만 액션 어드벤처는 분명히 대전 액션 게임과 다르다. 그러기에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서 선택한 것이 꽤나 낯선 조작 방식이다. 왼쪽 스틱과 오른쪽 스틱을 조합함으로써 무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만큼 다양한 조작 조합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스틱 두 개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전 액션과 가까운 정교한 조작에서 오는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결과는 성공적일까. 쉽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우선 이 낯선 조작 방식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액션 어드벤처가 주는 호쾌함도 주지 못할뿐더러, 대전 액션의 정교한 조작감도 얻을 수 없다. 그 동안은 오직 불편한 조작 방식에 대한 불만이 쌓일 뿐이다. 그러나 만일 익숙해진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이상 되면 이 기본적 조작계에 다양한 커맨드가 결합돼 훨씬 더 대전 액션에 가까운 느낌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조작계에 익숙해진 사용자층은, 남코의 입장에서 계속 내고 싶은 `철권' 프랜차이즈 게임의 중요한 시장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익숙해질 때까지 게임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는 인내심 깊은 게이머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