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국내 주요 SW업체 대표들과의 모임에서 "올해를 SW 산업 육성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통부도 최근 △전략SW육성 △중소기업의 자생력 배가 △법제도 개선 △SW전문인력 양성 △해외진출지원 등을 골자로 한 2005 SW육성 5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남다른 SW산업 육성의 의지를 내비쳤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정통부의 의지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SW 산업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된 경우가 많지 않았고, SW업계가 느끼는 실질적인 변화나 혜택도 그리 크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창간 5주년을 맞아 SW 업체 대표들에게 정통부의 2005년 SW 산업 육성정책 및 중장기 계획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제목=SW산업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좌담회
◇일시=2월 21일
◇장소=디지털타임스 대회의실
◇ 참석자=다우기술 최헌규 회장, 소프트파워 김길웅 회장, 알티베이스 김기완 대표, 아이티플러스 이수용 대표, 날리지큐브 김학훈 대표, 핸디소프트 김규동 대표(무순)
◇사회=박서기 컴퓨팅부 차장
◇사회=정통부는 최근 SW산업 육성을 위한 5대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정통부 산업육성에 대한 의지는 감지되지만 과연 제대로 될 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있다. 이에 대한 현업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올해 SW경기는 어떨 것으로 보나.
◇최헌규=각종 연구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3%포인트 늘어나지만 SW는 6%포인트 더 성장이 예측된다. 다른 산업보다 SW의 성장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이 있어 주가도 이같은 상승구도를 이어간다. 현실적으로 당장 매출은 증가된 바 없지만 예감은 좋다.
◇김길웅=경제는 심리적 요소가 강하고 설비투자는 더욱 그렇다. SW도 설비투자의 성향을 갖는다. 특히 ERP나 CRM쪽 산업이나 제조업의 투자확대 움직임이 긍정적이다.
◇김기완=심리적 요인은 좋아진 것 같지만 지난해 예측에 비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큰 프로젝트는 많아질 것이다. 너무 긍정적으로 보고 인력이나 투자 확대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김규동=지난해 IMF 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다. 올해는 큰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국내 SW비중이 1%도 안되지만 정부 주도 하에 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긍정적이다. 핸디는 올해 700억원 라이선스 매출을 노리고 이중 절반을 해외시장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다. 다행히 글로벌시장에서 전략적 무기인 BPM이 급신장하고 있어 신호가 좋다.
◇이수용=지난해 중소SW솔루션사업자협의회 회장을 맡았는데 어려운 해였다. 올해부터 신규프로젝트가 많이 뜨고 있어 인력이 모자란다. 정책효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일본에 다녀왔는데 우리 SW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더라. 이같은 기회를 살리고 정부가 지원하면 순조롭게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김학훈=전체적으로 국내 SW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나 외산에 밀리는 것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와 연관이 있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도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SW활성화를 위해 정통부의 전략이 지향할 바나 중ㆍ장기적으로 업계가 변화해야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김길웅=먼저 SW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 SW의 범주나 대상이 20년 전과 지금과 같은지, 또 향후에도 같을지 봐야 한다. 지금의 정통부 정책은 목표나 대상을 확실히 하고 있지 않다. 영화산업을 생각해보자. 영화의 하드웨어는 영사기, 촬영기 등 장비이고 SW는 촬영기 다루는 기술, 필름현상기술, 편집기술이다. 복제배포도 SW다. 또 다른 SW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발굴하고 이에 맞춰 드라마틱한 시나리오를 짜고 사람들을 사로잡는 연출능력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SW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나라의 SW는 어디에 주안을 두고 있는가.
어떤 것이 미래적이며 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지난해 한해 18조원 생산했다는데 연구개발은 1.3%인 2300억 정도에 그친다. MS의 경우 37조원의 매출에서 20%인 7~8조원이 연구개발비다. 한 회사는 7~8조를 투자하는데 우리는 고작 3000억원이다. 우리는 수백개 업체가 카메라와 필름을 다루는 능력을 연구개발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있나. MS나 IBM, 오라클 같은 회사는 IT 산업을 이해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SAP나 피플소프트는 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도 응용분야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이수용=SW활성화에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SW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산 SW수요를 창출하고 수입대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남이 안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다. 후자는 성공은 하겠지만 시장사이즈는 작을 것이다. 둘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관계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오라클이나 MS가 하는 것을 다시 한다는 것은 투자낭비다. 이제 SW는 서비스화 된다. 라이선스는 오픈소스로 가고있고 나머지는 서비스가 된다. 남이 안하는 부분을 서비스화, 템플릿화, 모듈화해야 기회가 생겨난다. 이런 부분에서 정통부나 관련기관이 연구를 해 방법론을 제시해 줘야한다. 전략SW라고 공개SW육성이나 위치기반시스템(LBS) 등을 막연히 언급해서는 곤란하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근법을 제시해야한다.
◇김규동=정부는 5가지 중요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환영한다. 그간 SW를 조그만 부속으로 인식하다 올해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물론 보완 과제가 적지 않다. 올 초 삼성전자가 위기경영을 언급했다. 핸디소프트도 올 초 직원들에게 10년 후 망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SW는 글로벌 오픈마켓이다. 국경이 결코 SW업체의 보호장벽이 될 수 없다. MS, IBM, BEA, 오라클 등과 경쟁해야 한다. 같이 투자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제품 만들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미래 강국으로 가려면 SW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능력만으로 글로벌 SW가 육성되지는 않는다. 정부의 육성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 철강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포스코가 있어서 그렇다. 조선은 현대, 삼성이 있다. SW가 그러려면 100대 글로벌 SW 기업이 몇 개는 있어야한다. 그러나 정부정책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100대 기업을 만들겠다는 정책이 없다. 정책SW업체를 글로벌 기업으로 양성하기 위한 정책안이 구체화되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김기완=일단 정부정책을 보면 상황판단은 정확하게 한 것 같다. 오라클이나 MS 등 거대기업에 대응해야 하는데 정부는 어떻게든 공개SW를 하자는 것이다. MS같은 회사가 전반적으로 작업을 한다면 SW는 살길이 없다. MS는 번들화하면서 힘 한번 못쓰게 총공세를 펼친다. 공개SW를 해서 방어적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적절하게 운영의 묘를 갖춰야한다. 특화하는 것은 좋은데 사실 기반 SW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한다고 본다. OS나 DB를 하자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OS를 개발하면 관련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응용SW도 나오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리가 메모리상주데이터베이스(MMDB)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10여년간 ETRI와 업계가 연구투자를 한 결과물이다.
◇이수용=과거 기반SW에 투자한 결과가 오늘날의 SW산업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경쟁이다. 경쟁이 되는 회사가 10군데 있으면 절대 못한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 먼저 깨진다. 인수합병이 활성화시키고 시장을 합리화해야 한다. 인력수급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전략 SW 선정 및 육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부주도의 K도스나 바다DBMS처럼 전략 SW육성은 논란이 많다. 특히 장비가 끼는 임베디드는 그렇다고 쳐도 공개SW가 전략적 과제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김길웅=SW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즉 엔드유저가 바라보는 것이 SW다. 공개 SW의 취지나 당위성은 인정하나 소프트웨어진흥원의 논리대로 클라이언트 모두 리눅스를 깔았다고 해도 응용SW가 없어 사용하지 못한다. 엔드유저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툴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는 메커니컬한 기반 SW를 얘기하고 있다.
◇최헌규=소프트웨어산업협회 직무대행과 SPC회장을 맡으며 정부와 접촉을 많이 하는데 정부도 문제점은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매관행에서 정부의 조달문제까지 이를 좀더 빨리 해결해야 한다. SW 연구개발에 대해 언급했는데 소비자들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제품은 사지 않는다. 연구개발에 30%를 투자한다면 나머지 70%는 세일즈와 마케팅에 투자하라고 말하고싶다. SW 패키지는 마케팅하는 데 돈 안쓰면 실패를 맛본다.
핸디의 경우 국내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성공한 것이다. 국내에서 잘 되어 자금력이 있어야 해외에 갈 수 있다. 처음 엔지니어들이 기업 설립하면 자기제품이 최고인 줄 아는데 외국기업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마케팅에서 성공해야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책이 전무하다. 자금지원도 절대적이다. 국내에서 성공해서 자금력 갖추고, 마케팅 세일즈 회사를 활용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옥석을 가려 연구개발 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지원을 하고 기업과 학교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수용=전략SW선정에 있어 정부가 공개 SW와 임베디드를 선정했는데 전략적이라는 말은 해외에서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한말이다. 그런데 공개SW라면 어떻게 해외에서 성공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공개 SW라면 그 부분에 대해 누가 잘해왔고 전략 대표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것인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김규동=좋은 SW가 잘 팔리는 게 아니고 많이 팔린 게 좋은 SW다. 정부가 나서 SW산업 도약시키자는 것은 이렇게 해야 대한민국이 경제강국으로서 성장하는데 기여하고 고용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양한 기준이 있겠으나 세계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이 전략제품이다. 국내 SW는 전세계의 1%도 안된다. 전세계 SW의 86%를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인도는 제품은 없지만 포춘 50대기중 80%가 인도에 아웃소싱해서 SW개발하고 있다. 공개SW와 임베디드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미국은 안된다고 해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단 구체적인 전략을 봐야한다. 또 이 두 개만 전략제품이 아니다. 더 발굴해서 이를 집중 육성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
◇ 사회=전략SW발굴의 모델은 무엇인가.
◇ 김길웅=자본주의는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시장에서 정한 아이템이 진정한 아이템이다. 이를 위해서는 SW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해야한다. MS는 수직적 분업체계를 통해 제품을 내놓는다. 개발에서 마케팅까지 다 처리한다. 규모가 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미국 같은 경우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 모델이 안 된다. 수평적 분할을 해야한다. 가령 소프트파워는 제품만 만들고 다우가 판매하면 된다. 한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연구개발, AS하는 인력 집약적인 구조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 김기완=다른 생각이다. 극단적으로 본다면 정부가 아예 손떼면 좋겠다. 어차피 잘하는 기업은 크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잘 지원하면 나태해진다. 절대 직접적인 투자는 안 된다. 기업이 못하면 망해야한다. 전환사채(CB)발행의 폐단이 무엇인가. 무너져야 할 회사는 무너져야 시장이 바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SW는 절대 비관적이지 않다. IBM PC가 나오고 나서 SW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5년전 인터넷이 확산되고 나서는 정체상태다. 그러나 다음단계가 있다. 유비쿼터스다. IT839나 기반기술이 우리의 선진 통신인프라를 활용한 유비쿼터스로 가기 위한 것인데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서 기회를 포착하면 미국 거대SW 업체들과도 경쟁할 수 있다.
◇ 김길웅=보안시장은 수많은 업체가 과당경쟁을 일삼아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를 인위적으로 막지는 못한다. 정책만큼은 선명해야 한다. 수요자 입장에서 입안하고 집행하는데 공급자의 논리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IT업체 연구출연자금도 될성부른 회사에 집중해 수요자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50억 예산을 5000만원으로 쪼개 100개 기업에 준다. 죽어야할 기업을 못 죽게 하는 것이다. 차라리 해야한다면 `오얏나무 밑의 갓끈' 얘기가 나오더라도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ERP업체는 270개나 된다. 시장이 어떻게 됐겠는가.
◇사회=중소기업 자생력 배가 항목에 국산 SW 품질인증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김학훈=모 통신회사의 연구개발 부문에서 SW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회사가 제시하는 SW품질 가이드라인과 제공된 툴을 보니 세계적 수준이었다. 그러나 함께 했던 연구원은 형식적인 수준에서 품질문제에 접근했다. 이는 교육의 문제인 것 같다. 품질부분은 장기간의 교육으로 마인드화해야 해결될 문제다.
◇김기완=품질인증에 1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는데 이를 가지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SW품질은 테스트나 회사의 프로세스, 버전관리 등 해야할 게 많다. 가령 우리회사 버그가 1만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SW회사는 품질관리시스템도 적절히 갖춰야 한다. 개발단계의 버그와 출시단계의 버그는 처리비용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부에서 15억 가지고 센터를 만든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적다고 본다. 차라리 테스트나 품질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 이수용=인도 SW 성장의 요인은 품질관리다. 품질관리기준인 CMMI레벨의 완성단계가 5인데 이에 해당하는 전세계 기업 3곳이 모두 인도회사다. 우리 대형 SI업체가 겨우 3수준이다. 해외로 가기 위해서는 품질을 국제경쟁력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 김길웅=정부가 품질을 언급한 것은 수요자의 위험도를 줄여 국산업체들의 세일즈나 마케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인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TTA나 정통부 정책은 미흡하다. TTA는 제품 테스트를 수행하는데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는 성능이나 퍼포먼스에 대한 검증이 안되고 있다. 버그를 잡는 등의 무결성 테스트나 매뉴얼이나 규격서의 내용 대로 작동되는지를 검증하는 것과 세일즈나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 정부가 인증해준 것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한 CIO의 시각은 이를 잘 반영한다. 에러대처는 소극적인 것이다. 엔드유저가 사용해 성능테스트 해 순위를 매긴 것과 요식행위 식의 인증은 곤란하다.
◇사회=법제도 개선은 특히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유지보수 가이드라인이나 굿소프트웨어(GS)인증, 대기업수주하한제 내실화, 불법복제방지 등 과제가 많다.
◇김길웅=먼저 구매관행을 바꿔야한다. 하드웨어 SW, 용역을 분리 구매하자는 것이다. 분리구매하면 되는데 SW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하청줄 때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다. SW를 독립된 상품으로 인식시켜야 하는데 어떤 것은 SI용역의 서비스웨어이고 어떤 것은 독립된 상품이다.
◇ 최헌규=정부와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많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정부도 종합전산소를 만들 예정이니 이를 시발점으로 분리구매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 그룹의 자체 수요도 무시할 수도 없다. 당장에 해결되기 어려우나 정부조달만이라도 분리구매를 서둘러야한다. 최근 일반 수요자는 분리 구매하는데 긍정적 신호다.
◇김길웅=패키지와 수주개발 SW는 근본이 다르다. 수주개발부터 본 사람들은 분리구매를 절대 생각 못한다. 과거의 관행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은 절대 못하기 때문에 SW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한다. 정부조달에 등록된 것은 의당, 분리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제도화해놓고도 현실에서는 적용이 안 돼 SW가 덤으로 끼워팔리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아한다. 분리구매는 국가 SW경쟁력을 좌우할 정책이다.
◇ 이수용=분리구매는 SW업체들의 수익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분리구매해도 출혈경쟁이 없으리란 가정은 없다. 기술력 평가나 공정경쟁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 사회= 전문인력 양성과 전략적 해외진출 전략 등에 대한 고민이나 조언도 해달라.
◇ 김기완=해외진출은 무조건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해외 협력사를 잡는다면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이수용=일단 SW는 세계적으로 라이선스가 유료에서 무료로 가는 추세다. 마이SQL은 공개SW로 나오고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기존의 라이선스를 생필품화, 서버스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서비스와 결합된 패키지SW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도 중요하고 정부지원도 좋으나 일단 좋은 인력들이 와야한다. 최근 카이스트나 서울대 고급 인력이 SW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 병역특례 같은 제도가 있으나 별도의 장학제도나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 등 전문인력양성 체계가 필요하다. 산학협동도 중요하다.
◇김학훈=SW쪽으로 인력유입을 활성화하려면 일단 SW산업이 희망적이어야 한다. 산업체가 원하는 인력을 위해서는 대학도 변해야한다. 특히 대학에서 SW적인 마인드를 강화해야 한다.
◇ 사회=현장에서 인력수급의 어려움은 없나.
◇ 최헌규=학부에서 현장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일단 교수들의 역량이 부족하다. 전문 부분에서는 높은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은 미흡하다. 산학협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우도 교육원을 통해 몇몇 대학들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는데 반응이 좋고 좀더 확대됐으면 한다.
◇ 김길웅=IT로부터 독립해야 된다. IT인력이 회계나 물류나 생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비IT인력들도 몇 일이면 간단히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개발툴이 필요하다. 지금 전공이 무슨 의미가 있나. 처음부터 가르쳐서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코딩은 중요치 않다. 정부가 정책에서 코딩능력을 우수한 평가지표로 내세웠는데 우스운 일이다.
◇김규동=SW인력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일 할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 유치하고 인도처럼 생산기지로 자리잡도록 유치활동을 해야한다. 10년 뒤 20년뒤 성공하자는 접근법은 곤란하다. 단기적으로 성공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SW로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회사가 없다. 과거의 엄청난 수출은 개별 기업브랜드가 아니라 종합상사가 해줬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전략이 무용하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이번 정책이 잘 만들어졌다. 문제는 실행이다.
먼저 정부조직이 강화되어야 한다. 주무부처가 정통부안에 SW진흥팀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국(局)정도의 주무부처에서 SW를 진흥해야한다. 예산도 부족하지만 집중해야 한다. SW진흥원도 청정도의 기관으로 승격되어야 한다. 역량과 예산을 키울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두 번째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다. 내가 잘되기 위해 남들을 죽이는 논리는 곤란하다. 업계의 공통된 역량을 키워야 한다. SW기업은 영세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SW업체의 협업모델이 나와야한다. 대기업이나 SI업체 욕만 해서는 안된다.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야한다.
◇제목=SW산업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좌담회
◇일시=2월 21일
◇장소=디지털타임스 대회의실
◇ 참석자=다우기술 최헌규 회장, 소프트파워 김길웅 회장, 알티베이스 김기완 대표, 아이티플러스 이수용 대표, 날리지큐브 김학훈 대표, 핸디소프트 김규동 대표(무순)
◇사회=박서기 컴퓨팅부 차장
◇사회=정통부는 최근 SW산업 육성을 위한 5대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정통부 산업육성에 대한 의지는 감지되지만 과연 제대로 될 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있다. 이에 대한 현업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올해 SW경기는 어떨 것으로 보나.
◇최헌규=각종 연구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3%포인트 늘어나지만 SW는 6%포인트 더 성장이 예측된다. 다른 산업보다 SW의 성장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이 있어 주가도 이같은 상승구도를 이어간다. 현실적으로 당장 매출은 증가된 바 없지만 예감은 좋다.
◇김길웅=경제는 심리적 요소가 강하고 설비투자는 더욱 그렇다. SW도 설비투자의 성향을 갖는다. 특히 ERP나 CRM쪽 산업이나 제조업의 투자확대 움직임이 긍정적이다.
◇김기완=심리적 요인은 좋아진 것 같지만 지난해 예측에 비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큰 프로젝트는 많아질 것이다. 너무 긍정적으로 보고 인력이나 투자 확대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김규동=지난해 IMF 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다. 올해는 큰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국내 SW비중이 1%도 안되지만 정부 주도 하에 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긍정적이다. 핸디는 올해 700억원 라이선스 매출을 노리고 이중 절반을 해외시장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다. 다행히 글로벌시장에서 전략적 무기인 BPM이 급신장하고 있어 신호가 좋다.
◇이수용=지난해 중소SW솔루션사업자협의회 회장을 맡았는데 어려운 해였다. 올해부터 신규프로젝트가 많이 뜨고 있어 인력이 모자란다. 정책효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일본에 다녀왔는데 우리 SW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더라. 이같은 기회를 살리고 정부가 지원하면 순조롭게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김학훈=전체적으로 국내 SW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나 외산에 밀리는 것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와 연관이 있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도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SW활성화를 위해 정통부의 전략이 지향할 바나 중ㆍ장기적으로 업계가 변화해야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김길웅=먼저 SW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 SW의 범주나 대상이 20년 전과 지금과 같은지, 또 향후에도 같을지 봐야 한다. 지금의 정통부 정책은 목표나 대상을 확실히 하고 있지 않다. 영화산업을 생각해보자. 영화의 하드웨어는 영사기, 촬영기 등 장비이고 SW는 촬영기 다루는 기술, 필름현상기술, 편집기술이다. 복제배포도 SW다. 또 다른 SW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발굴하고 이에 맞춰 드라마틱한 시나리오를 짜고 사람들을 사로잡는 연출능력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SW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나라의 SW는 어디에 주안을 두고 있는가.
어떤 것이 미래적이며 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지난해 한해 18조원 생산했다는데 연구개발은 1.3%인 2300억 정도에 그친다. MS의 경우 37조원의 매출에서 20%인 7~8조원이 연구개발비다. 한 회사는 7~8조를 투자하는데 우리는 고작 3000억원이다. 우리는 수백개 업체가 카메라와 필름을 다루는 능력을 연구개발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있나. MS나 IBM, 오라클 같은 회사는 IT 산업을 이해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SAP나 피플소프트는 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도 응용분야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이수용=SW활성화에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SW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산 SW수요를 창출하고 수입대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남이 안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다. 후자는 성공은 하겠지만 시장사이즈는 작을 것이다. 둘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관계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오라클이나 MS가 하는 것을 다시 한다는 것은 투자낭비다. 이제 SW는 서비스화 된다. 라이선스는 오픈소스로 가고있고 나머지는 서비스가 된다. 남이 안하는 부분을 서비스화, 템플릿화, 모듈화해야 기회가 생겨난다. 이런 부분에서 정통부나 관련기관이 연구를 해 방법론을 제시해 줘야한다. 전략SW라고 공개SW육성이나 위치기반시스템(LBS) 등을 막연히 언급해서는 곤란하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근법을 제시해야한다.
◇김규동=정부는 5가지 중요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환영한다. 그간 SW를 조그만 부속으로 인식하다 올해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물론 보완 과제가 적지 않다. 올 초 삼성전자가 위기경영을 언급했다. 핸디소프트도 올 초 직원들에게 10년 후 망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SW는 글로벌 오픈마켓이다. 국경이 결코 SW업체의 보호장벽이 될 수 없다. MS, IBM, BEA, 오라클 등과 경쟁해야 한다. 같이 투자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제품 만들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미래 강국으로 가려면 SW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능력만으로 글로벌 SW가 육성되지는 않는다. 정부의 육성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 철강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포스코가 있어서 그렇다. 조선은 현대, 삼성이 있다. SW가 그러려면 100대 글로벌 SW 기업이 몇 개는 있어야한다. 그러나 정부정책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100대 기업을 만들겠다는 정책이 없다. 정책SW업체를 글로벌 기업으로 양성하기 위한 정책안이 구체화되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김기완=일단 정부정책을 보면 상황판단은 정확하게 한 것 같다. 오라클이나 MS 등 거대기업에 대응해야 하는데 정부는 어떻게든 공개SW를 하자는 것이다. MS같은 회사가 전반적으로 작업을 한다면 SW는 살길이 없다. MS는 번들화하면서 힘 한번 못쓰게 총공세를 펼친다. 공개SW를 해서 방어적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적절하게 운영의 묘를 갖춰야한다. 특화하는 것은 좋은데 사실 기반 SW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한다고 본다. OS나 DB를 하자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OS를 개발하면 관련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응용SW도 나오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리가 메모리상주데이터베이스(MMDB)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10여년간 ETRI와 업계가 연구투자를 한 결과물이다.
◇이수용=과거 기반SW에 투자한 결과가 오늘날의 SW산업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경쟁이다. 경쟁이 되는 회사가 10군데 있으면 절대 못한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 먼저 깨진다. 인수합병이 활성화시키고 시장을 합리화해야 한다. 인력수급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전략 SW 선정 및 육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부주도의 K도스나 바다DBMS처럼 전략 SW육성은 논란이 많다. 특히 장비가 끼는 임베디드는 그렇다고 쳐도 공개SW가 전략적 과제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김길웅=SW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즉 엔드유저가 바라보는 것이 SW다. 공개 SW의 취지나 당위성은 인정하나 소프트웨어진흥원의 논리대로 클라이언트 모두 리눅스를 깔았다고 해도 응용SW가 없어 사용하지 못한다. 엔드유저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툴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는 메커니컬한 기반 SW를 얘기하고 있다.
◇최헌규=소프트웨어산업협회 직무대행과 SPC회장을 맡으며 정부와 접촉을 많이 하는데 정부도 문제점은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매관행에서 정부의 조달문제까지 이를 좀더 빨리 해결해야 한다. SW 연구개발에 대해 언급했는데 소비자들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제품은 사지 않는다. 연구개발에 30%를 투자한다면 나머지 70%는 세일즈와 마케팅에 투자하라고 말하고싶다. SW 패키지는 마케팅하는 데 돈 안쓰면 실패를 맛본다.
핸디의 경우 국내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성공한 것이다. 국내에서 잘 되어 자금력이 있어야 해외에 갈 수 있다. 처음 엔지니어들이 기업 설립하면 자기제품이 최고인 줄 아는데 외국기업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마케팅에서 성공해야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책이 전무하다. 자금지원도 절대적이다. 국내에서 성공해서 자금력 갖추고, 마케팅 세일즈 회사를 활용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옥석을 가려 연구개발 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지원을 하고 기업과 학교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수용=전략SW선정에 있어 정부가 공개 SW와 임베디드를 선정했는데 전략적이라는 말은 해외에서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한말이다. 그런데 공개SW라면 어떻게 해외에서 성공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공개 SW라면 그 부분에 대해 누가 잘해왔고 전략 대표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것인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김규동=좋은 SW가 잘 팔리는 게 아니고 많이 팔린 게 좋은 SW다. 정부가 나서 SW산업 도약시키자는 것은 이렇게 해야 대한민국이 경제강국으로서 성장하는데 기여하고 고용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양한 기준이 있겠으나 세계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이 전략제품이다. 국내 SW는 전세계의 1%도 안된다. 전세계 SW의 86%를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인도는 제품은 없지만 포춘 50대기중 80%가 인도에 아웃소싱해서 SW개발하고 있다. 공개SW와 임베디드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미국은 안된다고 해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단 구체적인 전략을 봐야한다. 또 이 두 개만 전략제품이 아니다. 더 발굴해서 이를 집중 육성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
◇ 사회=전략SW발굴의 모델은 무엇인가.
◇ 김길웅=자본주의는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시장에서 정한 아이템이 진정한 아이템이다. 이를 위해서는 SW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해야한다. MS는 수직적 분업체계를 통해 제품을 내놓는다. 개발에서 마케팅까지 다 처리한다. 규모가 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미국 같은 경우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 모델이 안 된다. 수평적 분할을 해야한다. 가령 소프트파워는 제품만 만들고 다우가 판매하면 된다. 한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연구개발, AS하는 인력 집약적인 구조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 김기완=다른 생각이다. 극단적으로 본다면 정부가 아예 손떼면 좋겠다. 어차피 잘하는 기업은 크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잘 지원하면 나태해진다. 절대 직접적인 투자는 안 된다. 기업이 못하면 망해야한다. 전환사채(CB)발행의 폐단이 무엇인가. 무너져야 할 회사는 무너져야 시장이 바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SW는 절대 비관적이지 않다. IBM PC가 나오고 나서 SW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5년전 인터넷이 확산되고 나서는 정체상태다. 그러나 다음단계가 있다. 유비쿼터스다. IT839나 기반기술이 우리의 선진 통신인프라를 활용한 유비쿼터스로 가기 위한 것인데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서 기회를 포착하면 미국 거대SW 업체들과도 경쟁할 수 있다.
◇ 김길웅=보안시장은 수많은 업체가 과당경쟁을 일삼아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를 인위적으로 막지는 못한다. 정책만큼은 선명해야 한다. 수요자 입장에서 입안하고 집행하는데 공급자의 논리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IT업체 연구출연자금도 될성부른 회사에 집중해 수요자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50억 예산을 5000만원으로 쪼개 100개 기업에 준다. 죽어야할 기업을 못 죽게 하는 것이다. 차라리 해야한다면 `오얏나무 밑의 갓끈' 얘기가 나오더라도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ERP업체는 270개나 된다. 시장이 어떻게 됐겠는가.
◇사회=중소기업 자생력 배가 항목에 국산 SW 품질인증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김학훈=모 통신회사의 연구개발 부문에서 SW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회사가 제시하는 SW품질 가이드라인과 제공된 툴을 보니 세계적 수준이었다. 그러나 함께 했던 연구원은 형식적인 수준에서 품질문제에 접근했다. 이는 교육의 문제인 것 같다. 품질부분은 장기간의 교육으로 마인드화해야 해결될 문제다.
◇김기완=품질인증에 1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는데 이를 가지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SW품질은 테스트나 회사의 프로세스, 버전관리 등 해야할 게 많다. 가령 우리회사 버그가 1만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SW회사는 품질관리시스템도 적절히 갖춰야 한다. 개발단계의 버그와 출시단계의 버그는 처리비용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부에서 15억 가지고 센터를 만든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적다고 본다. 차라리 테스트나 품질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 이수용=인도 SW 성장의 요인은 품질관리다. 품질관리기준인 CMMI레벨의 완성단계가 5인데 이에 해당하는 전세계 기업 3곳이 모두 인도회사다. 우리 대형 SI업체가 겨우 3수준이다. 해외로 가기 위해서는 품질을 국제경쟁력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 김길웅=정부가 품질을 언급한 것은 수요자의 위험도를 줄여 국산업체들의 세일즈나 마케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인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TTA나 정통부 정책은 미흡하다. TTA는 제품 테스트를 수행하는데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는 성능이나 퍼포먼스에 대한 검증이 안되고 있다. 버그를 잡는 등의 무결성 테스트나 매뉴얼이나 규격서의 내용 대로 작동되는지를 검증하는 것과 세일즈나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 정부가 인증해준 것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한 CIO의 시각은 이를 잘 반영한다. 에러대처는 소극적인 것이다. 엔드유저가 사용해 성능테스트 해 순위를 매긴 것과 요식행위 식의 인증은 곤란하다.
◇사회=법제도 개선은 특히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유지보수 가이드라인이나 굿소프트웨어(GS)인증, 대기업수주하한제 내실화, 불법복제방지 등 과제가 많다.
◇김길웅=먼저 구매관행을 바꿔야한다. 하드웨어 SW, 용역을 분리 구매하자는 것이다. 분리구매하면 되는데 SW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하청줄 때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다. SW를 독립된 상품으로 인식시켜야 하는데 어떤 것은 SI용역의 서비스웨어이고 어떤 것은 독립된 상품이다.
◇ 최헌규=정부와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많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정부도 종합전산소를 만들 예정이니 이를 시발점으로 분리구매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 그룹의 자체 수요도 무시할 수도 없다. 당장에 해결되기 어려우나 정부조달만이라도 분리구매를 서둘러야한다. 최근 일반 수요자는 분리 구매하는데 긍정적 신호다.
◇김길웅=패키지와 수주개발 SW는 근본이 다르다. 수주개발부터 본 사람들은 분리구매를 절대 생각 못한다. 과거의 관행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은 절대 못하기 때문에 SW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한다. 정부조달에 등록된 것은 의당, 분리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제도화해놓고도 현실에서는 적용이 안 돼 SW가 덤으로 끼워팔리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아한다. 분리구매는 국가 SW경쟁력을 좌우할 정책이다.
◇ 이수용=분리구매는 SW업체들의 수익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분리구매해도 출혈경쟁이 없으리란 가정은 없다. 기술력 평가나 공정경쟁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 사회= 전문인력 양성과 전략적 해외진출 전략 등에 대한 고민이나 조언도 해달라.
◇ 김기완=해외진출은 무조건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해외 협력사를 잡는다면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이수용=일단 SW는 세계적으로 라이선스가 유료에서 무료로 가는 추세다. 마이SQL은 공개SW로 나오고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기존의 라이선스를 생필품화, 서버스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서비스와 결합된 패키지SW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도 중요하고 정부지원도 좋으나 일단 좋은 인력들이 와야한다. 최근 카이스트나 서울대 고급 인력이 SW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 병역특례 같은 제도가 있으나 별도의 장학제도나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 등 전문인력양성 체계가 필요하다. 산학협동도 중요하다.
◇김학훈=SW쪽으로 인력유입을 활성화하려면 일단 SW산업이 희망적이어야 한다. 산업체가 원하는 인력을 위해서는 대학도 변해야한다. 특히 대학에서 SW적인 마인드를 강화해야 한다.
◇ 사회=현장에서 인력수급의 어려움은 없나.
◇ 최헌규=학부에서 현장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일단 교수들의 역량이 부족하다. 전문 부분에서는 높은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은 미흡하다. 산학협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우도 교육원을 통해 몇몇 대학들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는데 반응이 좋고 좀더 확대됐으면 한다.
◇ 김길웅=IT로부터 독립해야 된다. IT인력이 회계나 물류나 생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비IT인력들도 몇 일이면 간단히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개발툴이 필요하다. 지금 전공이 무슨 의미가 있나. 처음부터 가르쳐서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코딩은 중요치 않다. 정부가 정책에서 코딩능력을 우수한 평가지표로 내세웠는데 우스운 일이다.
◇김규동=SW인력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일 할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 유치하고 인도처럼 생산기지로 자리잡도록 유치활동을 해야한다. 10년 뒤 20년뒤 성공하자는 접근법은 곤란하다. 단기적으로 성공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SW로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회사가 없다. 과거의 엄청난 수출은 개별 기업브랜드가 아니라 종합상사가 해줬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전략이 무용하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이번 정책이 잘 만들어졌다. 문제는 실행이다.
먼저 정부조직이 강화되어야 한다. 주무부처가 정통부안에 SW진흥팀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국(局)정도의 주무부처에서 SW를 진흥해야한다. 예산도 부족하지만 집중해야 한다. SW진흥원도 청정도의 기관으로 승격되어야 한다. 역량과 예산을 키울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두 번째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다. 내가 잘되기 위해 남들을 죽이는 논리는 곤란하다. 업계의 공통된 역량을 키워야 한다. SW기업은 영세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SW업체의 협업모델이 나와야한다. 대기업이나 SI업체 욕만 해서는 안된다.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