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수상한 낌새가…" 증시거래 실시간 모니터링
"작전세력… 딱 걸렸어"
`증시 활황요? 꼭 반갑지만은 않죠...'
최근 들어 다소 조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올 들어 주식시장이 긴 침묵을 깨고 되살아나면서 더욱 바빠진 이들이 있다. 유가증권(옛 거래소), 코스닥, 선물ㆍ옵션 등 통합거래소 출범에 맞춰 새롭게 출발한 3개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2층에 위치한 스톡워치실에서 만난 박길래 시장감시1팀 과장. 2년 넘게 이 곳에서 유가증권 시장을 감시하고 있다. 그는 요즘처럼 시황이 급변할수록 다수 영업점 및 다수 계좌가 동원된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에서부터 종목을 갈아타면서 단기적 차익을 챙기는 신종 불공정 거래까지, 이른바 작전세력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며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기자가 그의 모니터를 살짝 들여다보니 오늘 적발된 이상 거래만도 수십 건에 이르고 있었다.
"일단 주가와 거래량 중 하나라도 이상이 감지되면 실시간으로 적출이 됩니다. 지난 1994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시스템을 모델로 개발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작전세력을 소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증권선물거래소의 자랑인 `종합감리시스템'에 의해서지요."
이희설 시장감시부장의 설명이다.
종합감리시스템은 2001년 전면 개편을 거치면서 현재 시장감시시스템, 심리지원시스템, 선물ㆍ옵션시스템, 사이버감시시스템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또 아직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이 별도의 종합감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연내로 양 시장의 종합감리시스템을 통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부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 달 중으로 양 시장을 한 모니터에서 한꺼번에 감시할 수 있는 통합 단말기가 스톡워치실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렇게 종합감리시스템에 의해 적출된 이상 거래는 이 곳 시장감시팀 사람들에 의해 재분석되는데, 먼저 주가나 거래량이 급변할만한 요인이 있었는지를 보게 된다. 호재 또는 악재가 있는지 공시를 비롯해 각종 대내ㆍ외 정보를 확인하고, 전반적인 시황과 그 업종만의 특수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이상 요인을 확인할 수 없으면 해당 기업에 조회 공시를 요구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허수성 호가, 분할 호가, 종가 관여 확대 등의 특정 계좌 및 지점이 발견되면 증권사에 바로 예방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세 조정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의 혐의가 있다고 보이면 바로 심리부에 추적조사를 의뢰합니다. 심리부에서는 다시 증권사에 계좌 정보와 거래 내역을 요구해 정밀 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 증권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원에 즉시 사안을 이첩합니다. 또 거래소 내부규정 위반 사항의 경우는 내부 규율위원회를 통해 직접 조치를 취하기도 하지요."
이 부장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시장감시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떤 작전세력도 결코 종합감리시스템과 시장감시팀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자신했다.
실제 지난 2002년 8월 발생한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은 이 부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유가증권을 거쳐 현재는 코스닥 시장에서 10년 넘게 작전세력을 소탕하고 있다는 김현철 시장감시3팀장도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금요일이었는데 한 법인계좌로부터 델타정보통신에 대한 대량의 매수 주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델타정보통신은 이미 130개의 계좌가 동원돼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5000원대까지 올라가 있던 주식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던 터라 바로 해당 증권사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증권사에는 그런 매수 주문을 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순간 김 팀장은 증권사 내부 직원이 가담한 주가조작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에 증권사를 통해 당시 영업부에 근무하던 안모씨가 낸 불법 매수 주문임을 확인한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 막 해외로 도피하려던 안모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사전에 델타정보통신에 대한 이상 거래를 감지하지 못했더라면 범인을 검거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겁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금요일에는 실적집계를 하지 않는데, 결국 월요일에 해당 증권사에서 불법 매수 주문을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면 안모씨는 이미 해외로 도피해 있었을 테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사실 델타정보통신과 같은 전형적인 주가조작은 이 부장의 말처럼 시장감시팀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어렵다. 문제는 갈수록 지능화돼 가고 있는 신종 작전세력들이다.
김수진 시장감시1팀장은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매도하는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는 많이 줄었다"며 "대신 주문을 낼 때 100주 단위로 여러 번 주문을 내는가하면, 종목을 갈아타면서 단기적 차익을 챙기는 신종 기법들이 대거 등장해 감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발해도 `투자전략'이라 우길 경우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감시부에서는 신종 불공정 거래에 대한 심리기법을 개발 중이다. 일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와 별도로 `기획심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 감독당국과 공동으로 조사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아울러 신종 작전세력에 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불공정 거래에 대한 사전 경고를 한층 강화할 생각이다.
여기에 주식 투자자들의 지나친 투기성향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에게 꼭 당부할 게 있다는 이 부장은 "우리 투자자들은 이상하게 오르는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시장이 활황일 때 보다 오히려 지금처럼 조정기를 보일 때 작전의 유혹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상 조짐이 보이는 주식은 절대 추격 매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작전세력… 딱 걸렸어"
`증시 활황요? 꼭 반갑지만은 않죠...'
최근 들어 다소 조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올 들어 주식시장이 긴 침묵을 깨고 되살아나면서 더욱 바빠진 이들이 있다. 유가증권(옛 거래소), 코스닥, 선물ㆍ옵션 등 통합거래소 출범에 맞춰 새롭게 출발한 3개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2층에 위치한 스톡워치실에서 만난 박길래 시장감시1팀 과장. 2년 넘게 이 곳에서 유가증권 시장을 감시하고 있다. 그는 요즘처럼 시황이 급변할수록 다수 영업점 및 다수 계좌가 동원된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에서부터 종목을 갈아타면서 단기적 차익을 챙기는 신종 불공정 거래까지, 이른바 작전세력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며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기자가 그의 모니터를 살짝 들여다보니 오늘 적발된 이상 거래만도 수십 건에 이르고 있었다.
"일단 주가와 거래량 중 하나라도 이상이 감지되면 실시간으로 적출이 됩니다. 지난 1994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시스템을 모델로 개발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작전세력을 소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증권선물거래소의 자랑인 `종합감리시스템'에 의해서지요."
이희설 시장감시부장의 설명이다.
종합감리시스템은 2001년 전면 개편을 거치면서 현재 시장감시시스템, 심리지원시스템, 선물ㆍ옵션시스템, 사이버감시시스템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또 아직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이 별도의 종합감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연내로 양 시장의 종합감리시스템을 통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부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 달 중으로 양 시장을 한 모니터에서 한꺼번에 감시할 수 있는 통합 단말기가 스톡워치실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렇게 종합감리시스템에 의해 적출된 이상 거래는 이 곳 시장감시팀 사람들에 의해 재분석되는데, 먼저 주가나 거래량이 급변할만한 요인이 있었는지를 보게 된다. 호재 또는 악재가 있는지 공시를 비롯해 각종 대내ㆍ외 정보를 확인하고, 전반적인 시황과 그 업종만의 특수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이상 요인을 확인할 수 없으면 해당 기업에 조회 공시를 요구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허수성 호가, 분할 호가, 종가 관여 확대 등의 특정 계좌 및 지점이 발견되면 증권사에 바로 예방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세 조정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의 혐의가 있다고 보이면 바로 심리부에 추적조사를 의뢰합니다. 심리부에서는 다시 증권사에 계좌 정보와 거래 내역을 요구해 정밀 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 증권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원에 즉시 사안을 이첩합니다. 또 거래소 내부규정 위반 사항의 경우는 내부 규율위원회를 통해 직접 조치를 취하기도 하지요."
이 부장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시장감시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떤 작전세력도 결코 종합감리시스템과 시장감시팀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자신했다.
실제 지난 2002년 8월 발생한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은 이 부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유가증권을 거쳐 현재는 코스닥 시장에서 10년 넘게 작전세력을 소탕하고 있다는 김현철 시장감시3팀장도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금요일이었는데 한 법인계좌로부터 델타정보통신에 대한 대량의 매수 주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델타정보통신은 이미 130개의 계좌가 동원돼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5000원대까지 올라가 있던 주식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던 터라 바로 해당 증권사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증권사에는 그런 매수 주문을 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순간 김 팀장은 증권사 내부 직원이 가담한 주가조작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에 증권사를 통해 당시 영업부에 근무하던 안모씨가 낸 불법 매수 주문임을 확인한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 막 해외로 도피하려던 안모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사전에 델타정보통신에 대한 이상 거래를 감지하지 못했더라면 범인을 검거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겁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금요일에는 실적집계를 하지 않는데, 결국 월요일에 해당 증권사에서 불법 매수 주문을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면 안모씨는 이미 해외로 도피해 있었을 테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사실 델타정보통신과 같은 전형적인 주가조작은 이 부장의 말처럼 시장감시팀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어렵다. 문제는 갈수록 지능화돼 가고 있는 신종 작전세력들이다.
김수진 시장감시1팀장은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매도하는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는 많이 줄었다"며 "대신 주문을 낼 때 100주 단위로 여러 번 주문을 내는가하면, 종목을 갈아타면서 단기적 차익을 챙기는 신종 기법들이 대거 등장해 감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발해도 `투자전략'이라 우길 경우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감시부에서는 신종 불공정 거래에 대한 심리기법을 개발 중이다. 일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와 별도로 `기획심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 감독당국과 공동으로 조사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아울러 신종 작전세력에 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불공정 거래에 대한 사전 경고를 한층 강화할 생각이다.
여기에 주식 투자자들의 지나친 투기성향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에게 꼭 당부할 게 있다는 이 부장은 "우리 투자자들은 이상하게 오르는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시장이 활황일 때 보다 오히려 지금처럼 조정기를 보일 때 작전의 유혹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상 조짐이 보이는 주식은 절대 추격 매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