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옥 경희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지난 30년동안 필자의 집을 찾아온 필자의 제자나 손님 중에 필자의 집 주소를 알고 정확히 찾아온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전문 택배인 까지도 약도를 갖고도 전화를 걸어 물어오는 것이다. 한번은 화가 나서 번지가 적힌 지도를 1만원이면 살수가 있으니 이 지도를 사보고 찾아오면 대금을 되돌려 주겠다고 까지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후로도 수많은 배송이 있었지만 번지 적힌 지도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뿐 아니라 한국인이 자기 집을 알려주는 방법이란 것도 대개가 이렇다. "전봇대를 지나서 쭈~욱 오다가 왼편으로 돌아서 하한~참 가면...이라고 설명한다. 방위나 거리는 아랑곳 없이 쭈~욱, 하한~참 등 주변의 지형과 지물만 감성적으로만 설명할 뿐이다. 분명 한국인의 지리인식은 주소체계가 아니라 지형지물을 기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도로교통 표지판도 마찬가지다. 시청 앞이니. 코엑스니, **초교 앞 등등 지형지물 중심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20년전 이준 열사가 분사한 현장을 둘러 볼 겸 네덜란드 헤이그의 만국평화회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대사관을 가려고 택시를 부른 다음 "한국대사관"을 외쳤다. 운전기사는 "아드라세?"라고 주소를 요구하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다행히 적어온 것이 있어 무사히 갈 수가 있었지만, 서구 여러 나라 도로 표지판 어디에도 건물이나, 기관을 중심으로 표기한 경우는 어느 곳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것일까? 지난 20년간 의문은 1996년 몽골초원의 여행에서 풀렸다. 드넓은 초원의 이동민들에게 위치정보는 생명선 그것이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보조 수단으로 돌무지를 쌓았는데. 기준판단은 물론이고, 유사시 적이나 다른 동물들과 대치했을 때 방어 진지가 되기도 했다. 이를 몽골말로 `어버'라 부르는데 우리들의 돌무지 성황당의 기원이었다.
그에 비해 유럽인들은 농업이동을 중심으로 성립된 사회이다. 농사철에 따라 이동하던 서양인들은 수확기에는 언제나 잠정 휴전상태를 유지하고―이를 PAX라 부른다. 팍스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등이 그것이다 ― 경계를 명확히 구획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연이 주소체계와 측량술이 발전하고 기하학이 이를 뒷받침했다. 미국에서 주소체계는 일직선 구획이 대부분인 것은 바로 이러한 유럽의 전통이 신세계에 적용된 때문이었다.
인터넷 기술의 요체는 분산처리의 패킷 전송기술이고 상용화의 원천이 브라우저 구성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분산이동 후에 목적지에서 재상봉하는 것이 패킷전송의 원리인데 소포 꾸러미 수준의 소분방식이 적용되고 재조립을 거쳐 원상 복원된다. 마을에 장이 서는 것처럼 경로상의 정보 집산지가 등장하고, 전송 우편의 개인 배송에는 알파벳 구조의 주소가 사용되게 됐다. 이를 전송우편주소(E―mail address )와 구획이름체계(DNS)라 부른다.
나라별, 업종별, 기관별로 구분한 것이 숫자 주소체계와 다른 점이다. 이를 문ㆍ숫자(alphanumeric) 주소체계라 하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게 됐다. 모든 주소 체계와 구획이름이 모두 영어식 로마자로 일원화되고, 자국어 주소와 자국어 구획이름은 발도 못 붙이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구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은 모두 팍스아메리카나 체계로 휩쓸려 들어가고 말았으며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여세를 몰아 미국 상무부는 전자번호(eNUM)체계를 통해 컴통 융합(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을 시도해 전화까지 인터넷과 상통하게 했지만, 아직은 전화에서 인터넷으로 연계(phone to web)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이유는 한글을 포함해 영문이외의 경우는 문숫자 표준이 없고, 그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자국어 문자가 3*4〓12번호 체계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손전화에 의한 단문전송(SMS) 이용이 수직 상승하고 있으며, 수익성에서도 음성에 비해 60배 정도의 폭리를 취한다고 해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날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역폭에서 6배, 가격에서 10배 이상의 수익성을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 손자판들은 18종이나 난립되고 입력 방식이 제각각이고 영문 호환성도 결여돼 있어 그 불편함을 10쯤으로 계산하면 600배쯤 더 짜증이 나는 일이다. 문숫자 자판표준이 없어 전화번호와 전송우편의 통합번호체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치 지형지물로 집을 찾는 문화전통을 무시당한 체 숫자번호체계의 굴레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동안 필자의 집을 찾아온 필자의 제자나 손님 중에 필자의 집 주소를 알고 정확히 찾아온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전문 택배인 까지도 약도를 갖고도 전화를 걸어 물어오는 것이다. 한번은 화가 나서 번지가 적힌 지도를 1만원이면 살수가 있으니 이 지도를 사보고 찾아오면 대금을 되돌려 주겠다고 까지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후로도 수많은 배송이 있었지만 번지 적힌 지도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뿐 아니라 한국인이 자기 집을 알려주는 방법이란 것도 대개가 이렇다. "전봇대를 지나서 쭈~욱 오다가 왼편으로 돌아서 하한~참 가면...이라고 설명한다. 방위나 거리는 아랑곳 없이 쭈~욱, 하한~참 등 주변의 지형과 지물만 감성적으로만 설명할 뿐이다. 분명 한국인의 지리인식은 주소체계가 아니라 지형지물을 기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도로교통 표지판도 마찬가지다. 시청 앞이니. 코엑스니, **초교 앞 등등 지형지물 중심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20년전 이준 열사가 분사한 현장을 둘러 볼 겸 네덜란드 헤이그의 만국평화회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대사관을 가려고 택시를 부른 다음 "한국대사관"을 외쳤다. 운전기사는 "아드라세?"라고 주소를 요구하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다행히 적어온 것이 있어 무사히 갈 수가 있었지만, 서구 여러 나라 도로 표지판 어디에도 건물이나, 기관을 중심으로 표기한 경우는 어느 곳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것일까? 지난 20년간 의문은 1996년 몽골초원의 여행에서 풀렸다. 드넓은 초원의 이동민들에게 위치정보는 생명선 그것이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보조 수단으로 돌무지를 쌓았는데. 기준판단은 물론이고, 유사시 적이나 다른 동물들과 대치했을 때 방어 진지가 되기도 했다. 이를 몽골말로 `어버'라 부르는데 우리들의 돌무지 성황당의 기원이었다.
그에 비해 유럽인들은 농업이동을 중심으로 성립된 사회이다. 농사철에 따라 이동하던 서양인들은 수확기에는 언제나 잠정 휴전상태를 유지하고―이를 PAX라 부른다. 팍스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등이 그것이다 ― 경계를 명확히 구획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연이 주소체계와 측량술이 발전하고 기하학이 이를 뒷받침했다. 미국에서 주소체계는 일직선 구획이 대부분인 것은 바로 이러한 유럽의 전통이 신세계에 적용된 때문이었다.
인터넷 기술의 요체는 분산처리의 패킷 전송기술이고 상용화의 원천이 브라우저 구성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분산이동 후에 목적지에서 재상봉하는 것이 패킷전송의 원리인데 소포 꾸러미 수준의 소분방식이 적용되고 재조립을 거쳐 원상 복원된다. 마을에 장이 서는 것처럼 경로상의 정보 집산지가 등장하고, 전송 우편의 개인 배송에는 알파벳 구조의 주소가 사용되게 됐다. 이를 전송우편주소(E―mail address )와 구획이름체계(DNS)라 부른다.
나라별, 업종별, 기관별로 구분한 것이 숫자 주소체계와 다른 점이다. 이를 문ㆍ숫자(alphanumeric) 주소체계라 하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게 됐다. 모든 주소 체계와 구획이름이 모두 영어식 로마자로 일원화되고, 자국어 주소와 자국어 구획이름은 발도 못 붙이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구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은 모두 팍스아메리카나 체계로 휩쓸려 들어가고 말았으며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여세를 몰아 미국 상무부는 전자번호(eNUM)체계를 통해 컴통 융합(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을 시도해 전화까지 인터넷과 상통하게 했지만, 아직은 전화에서 인터넷으로 연계(phone to web)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이유는 한글을 포함해 영문이외의 경우는 문숫자 표준이 없고, 그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자국어 문자가 3*4〓12번호 체계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손전화에 의한 단문전송(SMS) 이용이 수직 상승하고 있으며, 수익성에서도 음성에 비해 60배 정도의 폭리를 취한다고 해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날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역폭에서 6배, 가격에서 10배 이상의 수익성을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 손자판들은 18종이나 난립되고 입력 방식이 제각각이고 영문 호환성도 결여돼 있어 그 불편함을 10쯤으로 계산하면 600배쯤 더 짜증이 나는 일이다. 문숫자 자판표준이 없어 전화번호와 전송우편의 통합번호체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치 지형지물로 집을 찾는 문화전통을 무시당한 체 숫자번호체계의 굴레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