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득폰` 3만원이면 버젓이 개통
올상반기 55건 2961대 적발
중앙전파관리소 단속 한계
"휴대폰을 놓고 내린 손님에게 배달해주면 예전에는 2만∼3만원씩 받았죠. 그런데 요즘 들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결국, 쓸데없는 발품만 파느니 회사 근처에 있는 대리점에 아예 넘기고 맙니다."
택시 경력 3년의 김상호(34ㆍ가명)씨가 한 달에 습득하는 분실 휴대폰은 5∼10개에 이른다. 처음엔 사명감으로 열심히 고객을 찾아서 돌려줬지만, 최근 이 휴대폰을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넘기기 시작하면서는 매달 30만∼40만원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업자들이 수출업자에게 넘길 수 있다며 SK텔레콤용 휴대폰을 선호한다"며 "기종에 따라 3만원에서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몇몇 동료나 지인에게 습득한 휴대폰을 선물하기도 한다며 아는 대리점을 통하면 3만원 정도에 분실,`브릿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란 연체 폰이나 줍거나 훔친 남의 휴대폰 등에 기존 구형 단말기의 인증번호를 심어(인식토록 해) 이것을 마치 새 것처럼 사용하는 것을 지칭하는 속어다. 불법 복제폰, 브릿지폰 등을 막기 위한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인터넷과 전자상가 등지에서는 지금도 공공연히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통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소장 이기주)가 올 상반기 적발한 휴대폰 복제는 모두 55건, 2961대로 지난해 전체 적발건수인 43건, 858대를 이미 넘어섰다. 중앙전파관리소가 지난 2002년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아 단속에 나선 이래 최대 규모다. 전파관리소 관계자는 "3월부터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휴대폰 인증서비스'가 실시되면서 전국적인 단속을 실시한 결과 적발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앙전파관리소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점조직화 돼 있는 불법 복제사업자들의 영업을 막기에는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8월에도 구형 휴대폰 고유번호를 신형 휴대폰에 옮기는 수법으로 1000여대를 복제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브릿지가 활개를 치고 있다. 옥션, G마켓 등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에는 매일 수 십건에서 수 백건에 이르는 분실 및 도난 휴대폰이 `B폰', `연체폰', `브릿지폰'이라는 이름으로 매물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브릿지를 광고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품을 구입시 경로를 알려주겠다는 방식으로 불법 판매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한번에 수 십대씩의 분실폰, 연체폰을 판매하는 판매자도 있어 전문적인 판매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문제는 구매자들이 연체폰이나 분실폰을 브릿지해서 사용하는 것에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스에서 습득한 휴대폰을 용산에서 브릿지해 사용하고 있다는 고등학생 양은하(17ㆍ가명)양은 "주인을 돌려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우연히 습득한 휴대폰이 너무 예뻐 불법인 줄 알면서도 사용하고 있다"며 "내 명의로 사용하고 있으니 들킬 염려가 전혀 없는 데다, 요금을 꼬박꼬박 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근래에 성황하고 있는 `휴대폰 대출'도 불법복제나 브릿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폰 대출은 대출희망자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폰을 구매하면서 시작된다. 이 제품을 대출업자가 구매하는 대신 100만원 이하의 대출금을 빌려주지만, 실제로 대출금을 갚는다고 해도 휴대폰을 돌려 받을 방법은 전혀 없다. 이 휴대폰들은 다른 사람이 국제전화 등을 통해 사용해 엄청난 금액이 연체된 후 브릿지 등을 통해 다른 업자에게 넘겨져 별도의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연체금은 대출희망자 명의로 고스란히 남게 마련이다.
이통업체들은 이같은 불법복제폰, 브릿지폰에 대해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통 3사는 지난 2003년부터 같은 번호로 여러 대의 휴대폰이 수신할 수 없는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솔루션은 도ㆍ감청에 대해서만 효과를 발휘할 뿐 복제폰을 하나만 사용하거나 브릿지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혀 적발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한 이상통화 패턴을 발견하더라도 소비자가 이통사에 요청하지 않으면 적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통부와 이통사들은 휴대폰 복제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3월 `인증번호'서비스를 도입했다. 고유번호 외에 또 다른 인증번호를 확인해 복제폰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올해 3월 이전에 생산된 구형 휴대폰에는 기능 자체가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구형 휴대폰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현재 20% 정도인 신규 인증시스템이 점차 확대되면 브릿지폰이나 복제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단속과 솔루션 업그레이드 및 소비자를 대상으로 휴대폰 바로쓰기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통업체 관계자들은 "이통사가 발견한 이상 통화패턴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단말기가 최신형 휴대폰으로 모두 교체되기를 기대하며, 사실상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상반기 55건 2961대 적발
중앙전파관리소 단속 한계
"휴대폰을 놓고 내린 손님에게 배달해주면 예전에는 2만∼3만원씩 받았죠. 그런데 요즘 들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결국, 쓸데없는 발품만 파느니 회사 근처에 있는 대리점에 아예 넘기고 맙니다."
택시 경력 3년의 김상호(34ㆍ가명)씨가 한 달에 습득하는 분실 휴대폰은 5∼10개에 이른다. 처음엔 사명감으로 열심히 고객을 찾아서 돌려줬지만, 최근 이 휴대폰을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넘기기 시작하면서는 매달 30만∼40만원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업자들이 수출업자에게 넘길 수 있다며 SK텔레콤용 휴대폰을 선호한다"며 "기종에 따라 3만원에서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몇몇 동료나 지인에게 습득한 휴대폰을 선물하기도 한다며 아는 대리점을 통하면 3만원 정도에 분실,`브릿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란 연체 폰이나 줍거나 훔친 남의 휴대폰 등에 기존 구형 단말기의 인증번호를 심어(인식토록 해) 이것을 마치 새 것처럼 사용하는 것을 지칭하는 속어다. 불법 복제폰, 브릿지폰 등을 막기 위한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인터넷과 전자상가 등지에서는 지금도 공공연히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통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소장 이기주)가 올 상반기 적발한 휴대폰 복제는 모두 55건, 2961대로 지난해 전체 적발건수인 43건, 858대를 이미 넘어섰다. 중앙전파관리소가 지난 2002년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아 단속에 나선 이래 최대 규모다. 전파관리소 관계자는 "3월부터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휴대폰 인증서비스'가 실시되면서 전국적인 단속을 실시한 결과 적발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앙전파관리소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점조직화 돼 있는 불법 복제사업자들의 영업을 막기에는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8월에도 구형 휴대폰 고유번호를 신형 휴대폰에 옮기는 수법으로 1000여대를 복제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브릿지가 활개를 치고 있다. 옥션, G마켓 등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에는 매일 수 십건에서 수 백건에 이르는 분실 및 도난 휴대폰이 `B폰', `연체폰', `브릿지폰'이라는 이름으로 매물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브릿지를 광고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품을 구입시 경로를 알려주겠다는 방식으로 불법 판매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한번에 수 십대씩의 분실폰, 연체폰을 판매하는 판매자도 있어 전문적인 판매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문제는 구매자들이 연체폰이나 분실폰을 브릿지해서 사용하는 것에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스에서 습득한 휴대폰을 용산에서 브릿지해 사용하고 있다는 고등학생 양은하(17ㆍ가명)양은 "주인을 돌려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우연히 습득한 휴대폰이 너무 예뻐 불법인 줄 알면서도 사용하고 있다"며 "내 명의로 사용하고 있으니 들킬 염려가 전혀 없는 데다, 요금을 꼬박꼬박 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근래에 성황하고 있는 `휴대폰 대출'도 불법복제나 브릿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폰 대출은 대출희망자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폰을 구매하면서 시작된다. 이 제품을 대출업자가 구매하는 대신 100만원 이하의 대출금을 빌려주지만, 실제로 대출금을 갚는다고 해도 휴대폰을 돌려 받을 방법은 전혀 없다. 이 휴대폰들은 다른 사람이 국제전화 등을 통해 사용해 엄청난 금액이 연체된 후 브릿지 등을 통해 다른 업자에게 넘겨져 별도의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연체금은 대출희망자 명의로 고스란히 남게 마련이다.
이통업체들은 이같은 불법복제폰, 브릿지폰에 대해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통 3사는 지난 2003년부터 같은 번호로 여러 대의 휴대폰이 수신할 수 없는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솔루션은 도ㆍ감청에 대해서만 효과를 발휘할 뿐 복제폰을 하나만 사용하거나 브릿지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혀 적발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한 이상통화 패턴을 발견하더라도 소비자가 이통사에 요청하지 않으면 적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통부와 이통사들은 휴대폰 복제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3월 `인증번호'서비스를 도입했다. 고유번호 외에 또 다른 인증번호를 확인해 복제폰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올해 3월 이전에 생산된 구형 휴대폰에는 기능 자체가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구형 휴대폰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현재 20% 정도인 신규 인증시스템이 점차 확대되면 브릿지폰이나 복제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단속과 솔루션 업그레이드 및 소비자를 대상으로 휴대폰 바로쓰기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통업체 관계자들은 "이통사가 발견한 이상 통화패턴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단말기가 최신형 휴대폰으로 모두 교체되기를 기대하며, 사실상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