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기간 턱없이 짧아
휴일도 없이 하루 12시간 일해
급여도 열악…처우 개선 절실
한국의 미래 핵심동력으로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밑거름인 SW 개발자들이 장시간 근무와 열악한 처우, 비전의 부재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SW 개발자들의 어려움은 지난 2000년대 초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SW 개발자들 스스로 어려운 현실을 짚어보기 위한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더는 덮어둘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열악한 SW 개발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일류 SW 제품이 나오길 바라기 어렵다는 점이다. SW 개발자들의 현실은 어떠한지,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봤다.
<장면1> 지난해 12월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W 산업 발전전략 토론회. 이 자리에 참석한 한 SW 개발자는 "SW 개발자들 사이에서 `월화수목금금금', `런타임 50시간' 등의 우스개가 오간다"며 "개발자들의 처우가 너무 낙후돼 있는 현실이 제품 개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SW 개발자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어로 자리잡았다.
<장면2>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19일, 토요일 오후 강남의 한 SW 기업 강당에서 100여명의 SW 개발자들이 모였다. 국내 SW 개발자들이 노동시간이나 임금 등 자신들의 처우와 비전을 공개적으로 논의한 첫 자리였던 이 날 참석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비전도 찾기 어려워 떠나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말들을 쏟아냈다.
현재 국내 SW 개발자들의 어려움은 긴 노동시간과 박봉으로 대변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당시 IT산업노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SW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실노동시간은 57.8시간. 이를 주 5일 근무로 환산하면,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는 셈이다. 또 주당 노동시간이 무려 80시간을 넘는다는 응답자도 7.6%에 달했다.
한 리쿠르팅 업체 조사에는 웹 프로그래머, 응용 프로그래머, 게임 프로그래머, 웹 마스터의 평균연봉은 조사 대상 47개 직종 가운데 모두 35위권밖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과거 IT 벤처 붐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열악한 근무조건이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의례 거쳐야 하는 하나의 절차로 여겨졌고, 적지 않은 스톡옵션 약속이 박봉의 고통을 잊게 해주기도 했으나 벤처 붐이 꺼진 지금 열악한 근무조건은 SW 개발자들이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SW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그렇다면, 과도한 근무시간 등 SW 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의 원인은 무엇일까?
개발자들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우선 잘못된 프로젝트 수행 관행과 하도급 문제 등을 꼽는다.
중소기업 SW개발자의 경우 하도급 구조로 인해 노력한 만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무리하게 짧게 잡는 프로젝트 기간과 수시로 바뀌는 고객사의 요구 등으로 근무시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업성만을 고려해 프로젝트 기간을 너무 짧게 잡는 것이 개발자의 무리한 근무시간을 낳고 있는데, 이는 프로젝트 결과물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개발자들의 하소연이다.
또 외국에 비해 SW개발자의 공헌도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점도 열악한 처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경훈 훈스닷넷 대표는 "외국에서는 개발한 SW가 이른바 대박을 내면 개발자에 많은 보상을 해주지만, 국내에서는 개발자의 공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데, 이러한 현상이 좋을 개발자를 만나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급 SW 개발자로 발전하기 어려운 현실도 지적됐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저임금의 초급 개발자를 원하는 분위기여서 고급 개발자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급 SW 개발자가 되기 위한 마땅한 교육과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옥상훈 한국자바개발자협의회 회장은 "SW산업은 인재가 많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임에도 SW 제품과 개발자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SW 개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으며, 이는 곧 SW 인력 부족 등 SW 산업계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휴일도 없이 하루 12시간 일해
급여도 열악…처우 개선 절실
한국의 미래 핵심동력으로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밑거름인 SW 개발자들이 장시간 근무와 열악한 처우, 비전의 부재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SW 개발자들의 어려움은 지난 2000년대 초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SW 개발자들 스스로 어려운 현실을 짚어보기 위한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더는 덮어둘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열악한 SW 개발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일류 SW 제품이 나오길 바라기 어렵다는 점이다. SW 개발자들의 현실은 어떠한지,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봤다.
<장면1> 지난해 12월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W 산업 발전전략 토론회. 이 자리에 참석한 한 SW 개발자는 "SW 개발자들 사이에서 `월화수목금금금', `런타임 50시간' 등의 우스개가 오간다"며 "개발자들의 처우가 너무 낙후돼 있는 현실이 제품 개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SW 개발자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어로 자리잡았다.
<장면2>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19일, 토요일 오후 강남의 한 SW 기업 강당에서 100여명의 SW 개발자들이 모였다. 국내 SW 개발자들이 노동시간이나 임금 등 자신들의 처우와 비전을 공개적으로 논의한 첫 자리였던 이 날 참석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비전도 찾기 어려워 떠나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말들을 쏟아냈다.
현재 국내 SW 개발자들의 어려움은 긴 노동시간과 박봉으로 대변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당시 IT산업노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SW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실노동시간은 57.8시간. 이를 주 5일 근무로 환산하면,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는 셈이다. 또 주당 노동시간이 무려 80시간을 넘는다는 응답자도 7.6%에 달했다.
한 리쿠르팅 업체 조사에는 웹 프로그래머, 응용 프로그래머, 게임 프로그래머, 웹 마스터의 평균연봉은 조사 대상 47개 직종 가운데 모두 35위권밖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과거 IT 벤처 붐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열악한 근무조건이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의례 거쳐야 하는 하나의 절차로 여겨졌고, 적지 않은 스톡옵션 약속이 박봉의 고통을 잊게 해주기도 했으나 벤처 붐이 꺼진 지금 열악한 근무조건은 SW 개발자들이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SW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그렇다면, 과도한 근무시간 등 SW 개발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의 원인은 무엇일까?
개발자들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우선 잘못된 프로젝트 수행 관행과 하도급 문제 등을 꼽는다.
중소기업 SW개발자의 경우 하도급 구조로 인해 노력한 만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무리하게 짧게 잡는 프로젝트 기간과 수시로 바뀌는 고객사의 요구 등으로 근무시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업성만을 고려해 프로젝트 기간을 너무 짧게 잡는 것이 개발자의 무리한 근무시간을 낳고 있는데, 이는 프로젝트 결과물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개발자들의 하소연이다.
또 외국에 비해 SW개발자의 공헌도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점도 열악한 처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경훈 훈스닷넷 대표는 "외국에서는 개발한 SW가 이른바 대박을 내면 개발자에 많은 보상을 해주지만, 국내에서는 개발자의 공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데, 이러한 현상이 좋을 개발자를 만나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급 SW 개발자로 발전하기 어려운 현실도 지적됐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저임금의 초급 개발자를 원하는 분위기여서 고급 개발자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급 SW 개발자가 되기 위한 마땅한 교육과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옥상훈 한국자바개발자협의회 회장은 "SW산업은 인재가 많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임에도 SW 제품과 개발자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SW 개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으며, 이는 곧 SW 인력 부족 등 SW 산업계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