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영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얼마 전 학교에 첫 아이를 입학시킨 김 과장은 자식이라면 끔찍이 여긴다.
결혼하자마자 태교부터 시작해 유기농 유아식이며 선진국의 유아 학습법이니 자식에게는 아낌이 없다. 임신 계획 때부터 별 보는 날짜를 잡는다고 온갖 소란을 떨던 그는 임신이 진행되는 내내 태교니 건강식이니 해서 뱃속의 아이에게 엄청난 신경을 썼다. 덕분에 건강한 공주님을 얻었고 출산 이후에도 맞혀야 할 주사라면 달력에 표시하는 것은 물론 PC에 미리 알림 설정까지 해 놓을 정도로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김 과장은 사실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 현 우리 사회의 부모 대부분의 모습이기도 하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 과장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정보보호에도 상응하는 예방 조치와 유비무환의 노력 등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건강한 아이를 임신하기 위한 우리의 상식은 거의 모자람이 없다. 즉, 음주 흡연을 줄이고 몸을 건강하게 하고 약을 먹지 않는 등 갖은 정성(?)을 들여 근본적으로 건강한 생명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홍역, 볼거리, 뇌염 등 줄줄이 면역을 형성하거나 높이려는 목적의 주사를 맞히는데 게으름이 없다. 또 어쩌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급성 전염병이라도 생기면 밤을 세워 줄을 서가며 백신 주사를 맞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사만 맞혔다면 병을 피해 갈 수 있었는데 그 전염병에 대한 경고도, 또 이미 나온 백신도 무시한 채 수개월이나 아이를 방치하다 그 아이가 그 전염병에 걸려 목숨이 위험하다면 그 부모는 과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곳이 있다. 바로 인터넷이고 우리의 PC다.PC는 자녀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지식의 마르지 않는 샘이며 가족의 은행거래 창구이자 쇼핑몰이다. 이곳은 인터넷이라는 매우 자유롭고 통제되어있지 않은 출입구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수많은 전염병, 바이러스들을 퍼 나르고 있지만, PC를 켜는 순간의 화려함은 그러한 걱정거리를 일순간 날려 버리는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온 가족들이 인터넷과 PC의 다양한 콘텐츠와 동영상에 열광하는 동안 별 통제조차 없이 집안 깊숙이 침투한 나쁜 병균들은 조용히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그런 피해를 주고 있는 중일 수도 있으며 자각증상이 일어났을 때는 되돌릴 여지조차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PC 자체를,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윈도 운영체제(OS)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면 안 되겠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런데 윈도 OS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프로그램이며, 아이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애당초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온갖 노력을 해서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만들어내어도 예상치 못한 하자나 전염병은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보안패치(보안 업데이트)라는 것을 통해 매월 그 하자를 보수하고 있으며, 전염병에 대비하는 면역력을 PC에 주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패치를 사용자들은 잘 하지 않는다. 자녀의 면역 주사에는 열심인 부모들이 가족의 PC 안전을 위한 패치는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사람이 아닌 자동차 브레이크가 이상이 있더라도 안전을 위해 수리할지언정 PC 안전을 위한 조치에는 무감각하다.
최근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각종 인터넷 사기들을 보면 대부분 이러한 보안 취약점을 이용하여 PC에 침투하고 권한을 획득한 후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중요 파일을 훔치거나 바꾸어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전자거래의 필수 요소인 공인인증서 수천 건이 도난당한 것도 같은 사례이다. 여기에 취약점이 알려지고 그에 대한 보완책이 나오기도 전에 공격이 시작되는 제로데이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해커들의 신속함에 혀가 내둘릴 정도이다.
그런데 공격을 당하는 PC들의 공통점은 자그마치 7~8개월 전에 나온 보안 패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 개월 심지어 일 년 전에 알려진 매우 심각한 보안 취약점에 대한 패치도 하지 않고 있는 수많은 PC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PC들은 1년 365일 제로데이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해커들이 굳이 시끄러운 제로데이 취약점을 이용할 필요조차 없게 만든다. 그저 오래된 취약점에 노출돼 있는 적당한 PC를 선택해서 공격하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악성 해커들의 풍요로운 놀이터인 것이다.
얼마 전 학교에 첫 아이를 입학시킨 김 과장은 자식이라면 끔찍이 여긴다.
결혼하자마자 태교부터 시작해 유기농 유아식이며 선진국의 유아 학습법이니 자식에게는 아낌이 없다. 임신 계획 때부터 별 보는 날짜를 잡는다고 온갖 소란을 떨던 그는 임신이 진행되는 내내 태교니 건강식이니 해서 뱃속의 아이에게 엄청난 신경을 썼다. 덕분에 건강한 공주님을 얻었고 출산 이후에도 맞혀야 할 주사라면 달력에 표시하는 것은 물론 PC에 미리 알림 설정까지 해 놓을 정도로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김 과장은 사실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 현 우리 사회의 부모 대부분의 모습이기도 하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 과장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정보보호에도 상응하는 예방 조치와 유비무환의 노력 등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건강한 아이를 임신하기 위한 우리의 상식은 거의 모자람이 없다. 즉, 음주 흡연을 줄이고 몸을 건강하게 하고 약을 먹지 않는 등 갖은 정성(?)을 들여 근본적으로 건강한 생명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홍역, 볼거리, 뇌염 등 줄줄이 면역을 형성하거나 높이려는 목적의 주사를 맞히는데 게으름이 없다. 또 어쩌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급성 전염병이라도 생기면 밤을 세워 줄을 서가며 백신 주사를 맞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사만 맞혔다면 병을 피해 갈 수 있었는데 그 전염병에 대한 경고도, 또 이미 나온 백신도 무시한 채 수개월이나 아이를 방치하다 그 아이가 그 전염병에 걸려 목숨이 위험하다면 그 부모는 과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곳이 있다. 바로 인터넷이고 우리의 PC다.PC는 자녀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지식의 마르지 않는 샘이며 가족의 은행거래 창구이자 쇼핑몰이다. 이곳은 인터넷이라는 매우 자유롭고 통제되어있지 않은 출입구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수많은 전염병, 바이러스들을 퍼 나르고 있지만, PC를 켜는 순간의 화려함은 그러한 걱정거리를 일순간 날려 버리는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온 가족들이 인터넷과 PC의 다양한 콘텐츠와 동영상에 열광하는 동안 별 통제조차 없이 집안 깊숙이 침투한 나쁜 병균들은 조용히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그런 피해를 주고 있는 중일 수도 있으며 자각증상이 일어났을 때는 되돌릴 여지조차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PC 자체를,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윈도 운영체제(OS)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면 안 되겠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런데 윈도 OS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프로그램이며, 아이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애당초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온갖 노력을 해서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만들어내어도 예상치 못한 하자나 전염병은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보안패치(보안 업데이트)라는 것을 통해 매월 그 하자를 보수하고 있으며, 전염병에 대비하는 면역력을 PC에 주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패치를 사용자들은 잘 하지 않는다. 자녀의 면역 주사에는 열심인 부모들이 가족의 PC 안전을 위한 패치는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사람이 아닌 자동차 브레이크가 이상이 있더라도 안전을 위해 수리할지언정 PC 안전을 위한 조치에는 무감각하다.
최근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각종 인터넷 사기들을 보면 대부분 이러한 보안 취약점을 이용하여 PC에 침투하고 권한을 획득한 후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중요 파일을 훔치거나 바꾸어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전자거래의 필수 요소인 공인인증서 수천 건이 도난당한 것도 같은 사례이다. 여기에 취약점이 알려지고 그에 대한 보완책이 나오기도 전에 공격이 시작되는 제로데이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해커들의 신속함에 혀가 내둘릴 정도이다.
그런데 공격을 당하는 PC들의 공통점은 자그마치 7~8개월 전에 나온 보안 패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 개월 심지어 일 년 전에 알려진 매우 심각한 보안 취약점에 대한 패치도 하지 않고 있는 수많은 PC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PC들은 1년 365일 제로데이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해커들이 굳이 시끄러운 제로데이 취약점을 이용할 필요조차 없게 만든다. 그저 오래된 취약점에 노출돼 있는 적당한 PC를 선택해서 공격하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악성 해커들의 풍요로운 놀이터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