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반전 드라마`는 왜 이토록 일찍 막을 내렸을까.
19일 오후 5시 시작된 프로야구 일부 심판들의 파업 불사 사태는 24시간이 채 흐르기도 전인 20일 오후 1시45분 종료됐다. 드라마 종료 화면에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물의를 일으킨 만큼 그라운드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자막이 떴다.
원칙없는 인사로 심판 간 파벌을 조장한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에 대한 성토에서 출발한 허운 심판원을 중심으로 한 26명의 집단 행동은 `인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20일 경기부터 출장을 거부하겠다`는 `폭탄 선언`으로 이어졌다.
KBO의 허운 심판 계약해지 및 관련 심판들의 징계안이 발표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3시간 가까이 `항전 불사`를 견지했지만 불과 10여분 만에 180도 달라진 `파업철회 및 현장투쟁`으로 급선회했다.
심판진이 갑자기 의사를 바꾼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야구와 팬을 볼모로 초유의 파업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11년 만에 4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고 올스타 휴식기 이후 경기가 재개되는 첫날이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끓었다.
`야구의 한 축인 심판진이 오죽했으면 그런 결정을 내렸겠느냐`는 내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프로야구가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대전제 앞에 힘을 잃었다. 파국을 막은 것은 야구팬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이 KBO에 `백기 투항`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허운 심판 측 최규순 심판원은 "현장에 복귀하되 허운 심판의 계약해지 철회와 인사 문제 정상화를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자세를 강조했다.
허운계 심판들은 기자회견이라는 다소 무리한 수를 뒀지만 싸울 수 밖에 없었다는 `명분`을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부터 금주까지 7개월 이상 계속돼 온 하일성 KBO 사무총장의 `거짓말 퍼레이드`를 공개적으로 까발린 것이다.
즉 심판위원회를 지휘ㆍ감독해야 할 KBO 수뇌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미봉책으로 일관, 결과적으로 심판의 파벌을 조장했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 록 방치했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다.
적지 않은 팬들의 비난을 접했지만 아울러 싸움의 `명분`을 알리면서 계속 투쟁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건 큰 소득이다.
그런 측면에서 허운계 심판진이 파업문제로 안게 된 무거운 짐을 KBO 측에 다시넘긴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여러 차례 비판 받은 KBO의 무능한 행정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심판들은 일단 복귀를 선택, 징계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감정의 골이 깊이 팬 마당에 벌어진 이번 파업 시도 사태로 김호인 전 위원장파와 허운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들의 갈등은 더욱 악화하지 호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들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고 관계 정상화를 복원하는 건 전적으로 KBO의 몫이 됐다. 무수한 임시방편으로 숱한 난관(?)을 거쳐온 KBO가 이번에도 `눈 가리고 아웅`식의 조치로 일을 덮을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설지 이목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화합`을 최우선으로 삼고 조직을 운영하겠다던 신상우 KBO 총재가 면담을 요구한 허운계 심판들과 만남을 수락한다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c)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일 오후 5시 시작된 프로야구 일부 심판들의 파업 불사 사태는 24시간이 채 흐르기도 전인 20일 오후 1시45분 종료됐다. 드라마 종료 화면에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물의를 일으킨 만큼 그라운드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자막이 떴다.
원칙없는 인사로 심판 간 파벌을 조장한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에 대한 성토에서 출발한 허운 심판원을 중심으로 한 26명의 집단 행동은 `인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20일 경기부터 출장을 거부하겠다`는 `폭탄 선언`으로 이어졌다.
KBO의 허운 심판 계약해지 및 관련 심판들의 징계안이 발표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3시간 가까이 `항전 불사`를 견지했지만 불과 10여분 만에 180도 달라진 `파업철회 및 현장투쟁`으로 급선회했다.
심판진이 갑자기 의사를 바꾼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야구와 팬을 볼모로 초유의 파업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11년 만에 4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고 올스타 휴식기 이후 경기가 재개되는 첫날이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끓었다.
`야구의 한 축인 심판진이 오죽했으면 그런 결정을 내렸겠느냐`는 내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프로야구가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대전제 앞에 힘을 잃었다. 파국을 막은 것은 야구팬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이 KBO에 `백기 투항`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허운 심판 측 최규순 심판원은 "현장에 복귀하되 허운 심판의 계약해지 철회와 인사 문제 정상화를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자세를 강조했다.
허운계 심판들은 기자회견이라는 다소 무리한 수를 뒀지만 싸울 수 밖에 없었다는 `명분`을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부터 금주까지 7개월 이상 계속돼 온 하일성 KBO 사무총장의 `거짓말 퍼레이드`를 공개적으로 까발린 것이다.
즉 심판위원회를 지휘ㆍ감독해야 할 KBO 수뇌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미봉책으로 일관, 결과적으로 심판의 파벌을 조장했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 록 방치했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다.
적지 않은 팬들의 비난을 접했지만 아울러 싸움의 `명분`을 알리면서 계속 투쟁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건 큰 소득이다.
그런 측면에서 허운계 심판진이 파업문제로 안게 된 무거운 짐을 KBO 측에 다시넘긴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여러 차례 비판 받은 KBO의 무능한 행정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심판들은 일단 복귀를 선택, 징계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감정의 골이 깊이 팬 마당에 벌어진 이번 파업 시도 사태로 김호인 전 위원장파와 허운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들의 갈등은 더욱 악화하지 호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들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고 관계 정상화를 복원하는 건 전적으로 KBO의 몫이 됐다. 무수한 임시방편으로 숱한 난관(?)을 거쳐온 KBO가 이번에도 `눈 가리고 아웅`식의 조치로 일을 덮을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설지 이목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화합`을 최우선으로 삼고 조직을 운영하겠다던 신상우 KBO 총재가 면담을 요구한 허운계 심판들과 만남을 수락한다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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