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나오면 꼭 만져봐야 직성풀려"
IT분야에서 우리가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빠른 것을 좋아하는 국민성이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얼리어답터 문화는 촌각을 다투는 IT업계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소식이 나오면 관련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서 얼리어답터들 사이에 즉시 퍼진다. 이들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해당 업체에 의사를 전달해 제품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한다.
국내기업 뿐 아니라 해외기업들도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 출시하고, 영화도 먼저 개봉하는 등 얼리어답터 문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HP의 경우 신제품이 출시되면 관련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설명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들도 얼리어답터 대상 행사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얼리어답터 문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세운상가를 드나들며 저항과 콘덴서, 기판을 구입해 자신들만의 전자기기들을 만들던 이름 없는 수많은 공학도들이 `얼리어답터' 초기 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들은 신제품이나 해외소식을 접하기 어려웠지만 열정만큼은 지금 얼리어답터 못지 않았다. 각 세대들을 대표하는 얼리어답터들을 만나보았다.
◇신세대 얼리어답터 `강병관'군=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들 중에는 IT제품을 좋아하는 얼리어답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얻고 신제품 출시 전에 제조사에서 진행하는 체험단 행사 등에 참여하거나, IT제품을 자주 사고 팔면서 신제품을 사용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꼭 손에 쥐고 만져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강병관군(18)은 자신의 취미를 살려 친구들이 IT제품을 구입할 때 충실한 조언자가 되어 주고 있다.
강군은 "용돈을 아껴서 새로운 제품을 사고, 바꾸는 경험을 통해 친구들에게 제품 구입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강군은 지난 4월 산자부가 후원하고 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리뷰공모전에서 114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대상을 차지했다. 단순히 제품 장단점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선점을 위주로 리뷰를 작성한 것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강군은 "얼리어답터들이 신제품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형 제품은 지원을 못 받는 것 같다"라며 "얼리어답터들이 신제품 뿐 아니라 나온 지 오래된 제품에도 관심을 가져 각 업체들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뤄주는 문화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30대 얼리어답터 이혁준 벨킨 국내총괄 이사=얼리어답터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된다. 가정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이전처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감시(?)를 피해 비상금으로 신제품을 몰래 구입한다.
벨킨 국내 총괄을 맡고 있는 이혁준 이사는 90학번으로 PDA와 애플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IT제품들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그는 "애플 PDA `뉴튼'을 구입하기 위해 1993년 보스턴에서 열린 맥월드에 갔고, 2시간 30분을 기다려 500번째로 뉴튼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하이텔 매킨토시 동호회인 `고맥' 동호회를 중심으로 자신과 같은 `애플' 마니아들과 정보교류를 했던 그는 1992년 애플에서 출시한 `파워북'을 사기 위해 2년 간 아르바이트를 한 280만원을 투자했을 정도로 애플 제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이사는"주위에서는 전부 미쳤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관심을 공유하고 즐기면서 느끼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얼리어답터적 성향을 그대로 살려 `셀빅'으로 잘 알려진 국내 PDA업체 `제이텔'에 입사한 뒤, 레인콤 등을 거쳐 현재 벨킨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얼리어답터 문화에 대해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최근 얼리어답터들은 제품에 대한 열정보다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무감으로 제품을 접하는 것 같다. 얼리어답터 문화가 제품에 대한 관심, 열정이 아니라 상업적인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40대 IT고수 `정철' 몬도시스템 대표 =1980년대 세운상가를 제집 드나들면서 얼리어답터 욕구를 충족했던 고수 얼리어답터들은 IT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수 얼리어답터들은 제품을 많이 구입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자신이 마음에 드는 제품 같은 경우 고가 제품이라도 꼭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열정만큼은 신세대 얼리어답터 못지 않다.
몬도시스템 정철 대표 책상에는 5대 노트북PC가 켜져 있다. 주위의 노트북PC만 세어봐도 10대는 될 것 같다.
"이 녀석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맥은 따로 하나 있어야 하고, 주업무용 PC, 미디어PC, 출장 때 쓰는 PC 이렇게 쓰다보니 한 3대 이상은 항상 동시에 써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때 친구들 중 당시 출시된 애플PC를 가장 먼저 구입했다는 정철 대표는 그 제품을 가지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대학 졸업 때 중소기업 수준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그 때는 PC가 너무 신기해서 잠도 안자고 가지고 놀았다"라며 "지금 얼리어답터들은 많은 기회와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 창의성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오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취미를 살려 아이팟과 MP3플레이어 무선 오디오 시스템 `민트'를 개발하고 이 달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대부분 제품을 자신이 기획한다. 자신이 가장 많은 제품을 써봤고, 쓰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얼리어답터가 제품을 개발할 때 장점도 되지만, 업무를 하면 취미가 아닌 일이기 때문에 얼리어답터로서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IT분야에서 우리가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빠른 것을 좋아하는 국민성이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얼리어답터 문화는 촌각을 다투는 IT업계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소식이 나오면 관련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서 얼리어답터들 사이에 즉시 퍼진다. 이들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해당 업체에 의사를 전달해 제품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한다.
국내기업 뿐 아니라 해외기업들도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 출시하고, 영화도 먼저 개봉하는 등 얼리어답터 문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HP의 경우 신제품이 출시되면 관련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신제품 설명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들도 얼리어답터 대상 행사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얼리어답터 문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세운상가를 드나들며 저항과 콘덴서, 기판을 구입해 자신들만의 전자기기들을 만들던 이름 없는 수많은 공학도들이 `얼리어답터' 초기 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들은 신제품이나 해외소식을 접하기 어려웠지만 열정만큼은 지금 얼리어답터 못지 않았다. 각 세대들을 대표하는 얼리어답터들을 만나보았다.
◇신세대 얼리어답터 `강병관'군=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들 중에는 IT제품을 좋아하는 얼리어답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얻고 신제품 출시 전에 제조사에서 진행하는 체험단 행사 등에 참여하거나, IT제품을 자주 사고 팔면서 신제품을 사용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꼭 손에 쥐고 만져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강병관군(18)은 자신의 취미를 살려 친구들이 IT제품을 구입할 때 충실한 조언자가 되어 주고 있다.
강군은 "용돈을 아껴서 새로운 제품을 사고, 바꾸는 경험을 통해 친구들에게 제품 구입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강군은 지난 4월 산자부가 후원하고 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리뷰공모전에서 114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대상을 차지했다. 단순히 제품 장단점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선점을 위주로 리뷰를 작성한 것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강군은 "얼리어답터들이 신제품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형 제품은 지원을 못 받는 것 같다"라며 "얼리어답터들이 신제품 뿐 아니라 나온 지 오래된 제품에도 관심을 가져 각 업체들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뤄주는 문화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30대 얼리어답터 이혁준 벨킨 국내총괄 이사=얼리어답터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된다. 가정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이전처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감시(?)를 피해 비상금으로 신제품을 몰래 구입한다.
벨킨 국내 총괄을 맡고 있는 이혁준 이사는 90학번으로 PDA와 애플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IT제품들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그는 "애플 PDA `뉴튼'을 구입하기 위해 1993년 보스턴에서 열린 맥월드에 갔고, 2시간 30분을 기다려 500번째로 뉴튼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하이텔 매킨토시 동호회인 `고맥' 동호회를 중심으로 자신과 같은 `애플' 마니아들과 정보교류를 했던 그는 1992년 애플에서 출시한 `파워북'을 사기 위해 2년 간 아르바이트를 한 280만원을 투자했을 정도로 애플 제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이사는"주위에서는 전부 미쳤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관심을 공유하고 즐기면서 느끼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얼리어답터적 성향을 그대로 살려 `셀빅'으로 잘 알려진 국내 PDA업체 `제이텔'에 입사한 뒤, 레인콤 등을 거쳐 현재 벨킨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얼리어답터 문화에 대해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최근 얼리어답터들은 제품에 대한 열정보다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무감으로 제품을 접하는 것 같다. 얼리어답터 문화가 제품에 대한 관심, 열정이 아니라 상업적인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40대 IT고수 `정철' 몬도시스템 대표 =1980년대 세운상가를 제집 드나들면서 얼리어답터 욕구를 충족했던 고수 얼리어답터들은 IT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수 얼리어답터들은 제품을 많이 구입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자신이 마음에 드는 제품 같은 경우 고가 제품이라도 꼭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열정만큼은 신세대 얼리어답터 못지 않다.
몬도시스템 정철 대표 책상에는 5대 노트북PC가 켜져 있다. 주위의 노트북PC만 세어봐도 10대는 될 것 같다.
"이 녀석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맥은 따로 하나 있어야 하고, 주업무용 PC, 미디어PC, 출장 때 쓰는 PC 이렇게 쓰다보니 한 3대 이상은 항상 동시에 써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때 친구들 중 당시 출시된 애플PC를 가장 먼저 구입했다는 정철 대표는 그 제품을 가지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대학 졸업 때 중소기업 수준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그 때는 PC가 너무 신기해서 잠도 안자고 가지고 놀았다"라며 "지금 얼리어답터들은 많은 기회와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 창의성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오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취미를 살려 아이팟과 MP3플레이어 무선 오디오 시스템 `민트'를 개발하고 이 달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대부분 제품을 자신이 기획한다. 자신이 가장 많은 제품을 써봤고, 쓰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얼리어답터가 제품을 개발할 때 장점도 되지만, 업무를 하면 취미가 아닌 일이기 때문에 얼리어답터로서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