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홍보'… 경쟁사 제품엔 혹평
비용 적고 의도하는 효과 커
최근엔 대행업체까지 등장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박균재(26)씨는 동영상 강의를 듣기 위해 PMP를 구입하기로 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고시생 입장에서 몇 십 만원이나 되는 PMP 구입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사기 위해 열심히 각 포털사이트와 PMP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보를 확인했다.
그런 그가 제품구입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미 그 회사 제품을 써봤던 사람들의 평이다. 물론 각 사용자마다 그 제품을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다르겠지만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대체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제품을 발견했다. 박씨는 그 정보들을 신뢰하고 몇 개 경쟁 제품을 뒤로하고 이 제품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가 인터넷에서 본 사용기와 평가 중에 실제 제품을 써보고 쓴 경우는 얼마나 될까?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포털과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용기와 평가 중 상당부분은 해당업체가 의도적으로 올린 것이 많다. 그리고 그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업체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마케팅(e-Marketing)은 엄밀히 보면 `사기'=업계에서는 온라인으로 자사 제품에 유리한 글이나 사용기를 올리는 등 온라인을 통해 회사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을 `이마케팅(e-Market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반적인 광고나 홍보와 달리 이마케팅은 마케팅 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일반사용자'처럼 가장한다는 것이 다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하고 있는 광고인 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마케팅 전문업체들은 특정 신제품, 회사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거나, 경쟁회사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나쁜 이야기를 올려놓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들이 제품 구입 전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에 맞춰 이마케팅은 늘어나고 있다. 홍보대행사나 웹에이전시 등에서 업체와 홍보계약을 맺으면서 이마케팅을 해당업체에게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마케팅은 업체로서는 내세울 수 있을만한 마케팅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업체와 어떻게 계약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만약 이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소비자들은 그 업체에서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마케팅 비용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계약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외비로 분류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마케팅은 종류와 방법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지만 대체로 한 달에 300만원에서 500만원 선이다. 업체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고 효과가 크기 때문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마케팅을 하는 분야는 IT업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음식점, 통신서비스, 영화, 여행정보 등 모든 분야가 이마케팅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도 치열한 이마케팅이 예상되고 있다.
◇진화하는 이마케팅=최근 이마케팅은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포털 및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이마케팅이다. IP 기록이 남는지 모르고 자신이 올린 질문에 아이디만 바꿔서 자신이 답을 했다가 뒤늦게 밝혀져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일도 발생한다.
일단 이마케팅 업체들은 수십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관련 커뮤니티에 제품 사진이나 정보를 올려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도 한다.
회사홈페이지에 소비자인 것처럼 글을 올리기도 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글에 반박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제품을 써보고 제품에 대한 평가나 소감을 올려놓는 사용기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관련 블로그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검색에 노출되게 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키워드를 연속으로 입력해 `인기 키워드'에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수십 명이 특정제품에 대해 편파적인 정보를 늘어놓으면 소비자로서는 제품에 대한 공정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진다. 충격적인 것은 관련 정보를 교류하는 전문커뮤니티에서 앞장서서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IT제품을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한 전문커뮤니티에서 신제품 체험단 운용과 관련해 논의를 하다가 이마케팅을 하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일부 회원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고 제품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자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업체들로서는 이마케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IT제품 경우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로 이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생업체들 일수록 빠르게 제품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이마케팅에 쉽게 손을 댄다. 단기간동안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판매에 압력을 받는 마케팅 담당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시대가 낳은 역작용, 불신 키워=인터넷쇼핑몰들은 이마케팅을 통한 편파적인 정보를 막기 위해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만 평가를 올릴 수 있게 만들어 놓았으나 이마케팅 업체들은 물건을 구매한 뒤에 평가를 작성하고 환불하는 지능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범위해지고 있는 이마케팅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에 있는 정보를 맹신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들이 커뮤니티에 올려놓은 정보나 칭찬일색인 정보는 이마케팅 일환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며 "업체들도 과도한 이마케팅은 소비자들로부터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적고 의도하는 효과 커
최근엔 대행업체까지 등장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박균재(26)씨는 동영상 강의를 듣기 위해 PMP를 구입하기로 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고시생 입장에서 몇 십 만원이나 되는 PMP 구입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사기 위해 열심히 각 포털사이트와 PMP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보를 확인했다.
그런 그가 제품구입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미 그 회사 제품을 써봤던 사람들의 평이다. 물론 각 사용자마다 그 제품을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다르겠지만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대체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제품을 발견했다. 박씨는 그 정보들을 신뢰하고 몇 개 경쟁 제품을 뒤로하고 이 제품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가 인터넷에서 본 사용기와 평가 중에 실제 제품을 써보고 쓴 경우는 얼마나 될까?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포털과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용기와 평가 중 상당부분은 해당업체가 의도적으로 올린 것이 많다. 그리고 그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업체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마케팅(e-Marketing)은 엄밀히 보면 `사기'=업계에서는 온라인으로 자사 제품에 유리한 글이나 사용기를 올리는 등 온라인을 통해 회사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을 `이마케팅(e-Market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반적인 광고나 홍보와 달리 이마케팅은 마케팅 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일반사용자'처럼 가장한다는 것이 다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하고 있는 광고인 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마케팅 전문업체들은 특정 신제품, 회사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거나, 경쟁회사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나쁜 이야기를 올려놓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들이 제품 구입 전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에 맞춰 이마케팅은 늘어나고 있다. 홍보대행사나 웹에이전시 등에서 업체와 홍보계약을 맺으면서 이마케팅을 해당업체에게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마케팅은 업체로서는 내세울 수 있을만한 마케팅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업체와 어떻게 계약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만약 이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소비자들은 그 업체에서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마케팅 비용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계약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외비로 분류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마케팅은 종류와 방법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지만 대체로 한 달에 300만원에서 500만원 선이다. 업체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고 효과가 크기 때문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마케팅을 하는 분야는 IT업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음식점, 통신서비스, 영화, 여행정보 등 모든 분야가 이마케팅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도 치열한 이마케팅이 예상되고 있다.
◇진화하는 이마케팅=최근 이마케팅은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포털 및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이마케팅이다. IP 기록이 남는지 모르고 자신이 올린 질문에 아이디만 바꿔서 자신이 답을 했다가 뒤늦게 밝혀져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일도 발생한다.
일단 이마케팅 업체들은 수십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관련 커뮤니티에 제품 사진이나 정보를 올려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도 한다.
회사홈페이지에 소비자인 것처럼 글을 올리기도 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글에 반박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제품을 써보고 제품에 대한 평가나 소감을 올려놓는 사용기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관련 블로그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검색에 노출되게 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키워드를 연속으로 입력해 `인기 키워드'에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수십 명이 특정제품에 대해 편파적인 정보를 늘어놓으면 소비자로서는 제품에 대한 공정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진다. 충격적인 것은 관련 정보를 교류하는 전문커뮤니티에서 앞장서서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IT제품을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한 전문커뮤니티에서 신제품 체험단 운용과 관련해 논의를 하다가 이마케팅을 하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일부 회원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고 제품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자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업체들로서는 이마케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IT제품 경우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로 이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생업체들 일수록 빠르게 제품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이마케팅에 쉽게 손을 댄다. 단기간동안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판매에 압력을 받는 마케팅 담당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시대가 낳은 역작용, 불신 키워=인터넷쇼핑몰들은 이마케팅을 통한 편파적인 정보를 막기 위해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만 평가를 올릴 수 있게 만들어 놓았으나 이마케팅 업체들은 물건을 구매한 뒤에 평가를 작성하고 환불하는 지능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범위해지고 있는 이마케팅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에 있는 정보를 맹신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들이 커뮤니티에 올려놓은 정보나 칭찬일색인 정보는 이마케팅 일환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며 "업체들도 과도한 이마케팅은 소비자들로부터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