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남 KAIST 전자전산학부 석좌교수
강의를 모두 마치고 한 학기를 돌이켜 보니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학생들에게 A만이 아닌 여러 종류의 학점을 주면서,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느낄 실망감 생각에 언짢은 마음도 든다. 100여명이 수강한 클래스였을지라도 학생들의 성취능력을 중간 중간 점검하고, 잘 못 쫓아오는 학생들을 상대로 다양한 시도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교육은 절대로 일방적이어서도 또 획일적이어도 안 된다. 교육과정을 공학적 시스템과 비교하여 본다면, 획일적, 일방적인 교육과정은 제어 시스템 중에 가장 원시적인 형태인 고정이득식 오픈루프시스템에 해당된다. 그런 시스템으로는 현대와 같이 급변하는 과학기술분야 발전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특히 과학기술교육시스템은 학생이나 피교육자들의 지속적인 피이드백을 받아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가변이득구조형 궤환시스템이어야 급변하는 다양한 요구에 응할 수가 있다고 본다.
요즈음 총체적으로 과학기술계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경제논리에 밀리고 정치적으로는 소외된 집단이며 사회문화적으로 타분야 사람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그룹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교육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공계에 지원하는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든지, 세계 유수한 대학들 속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경쟁력이 매우 낮은 랭킹에 속한다든지, 산업체에서는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에 대하여 현장 적응력이 형편없다고 하는 등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이를 의식하여 최근 과학기술한림원과 공학한림원 그리고 과총 등에서 여러 가지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 교육 방안에 대한 대안들을 발표하고 있다. 요약컨대 앞으로의 과학기술인재는 3C의 능력, 즉 독창성(Creativity), 소통성(Communication), 협동성(Collaboration) 등을 소지한 글로벌리더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해서 과학기술교육은 학제적(interdisciplinary)이어야 하고, 빠른 속도의 기술 집중화(technology convergence)에 대비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총론에 대하여, 실행 가능한 각론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여러 대학 총장들께서 자기 대학을 한국의 MIT로 만들겠다고 큰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후속 진행상항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언급함이 없는 것과 같아 보인다. 세계 수출규모 11위를 달성하고 있는 경제계에서라면 달리 접근할 것이다. 예컨대, 어느 회사가 몇 년 뒤에 MIT를 따라잡겠다고 목표를 세웠다면, 그 중간 중간에 년도 단계별로 벤치마킹할 학교를 여럿 정한 후 자기 학교의 발전상황과 시행결과를 구체적으로 비교 체크하는 방법을 계획하고 진행할 터인데 대학의 경우 그런 식으로 하는 예를 보지 못하였다.
"앞으로 어떻게 과학기술교육을 잘 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결코 쉽게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 보면 태산도 한 걸음씩 걸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의견이라도 전향적인 지혜를 모으면 좋은 과학기술교육 방안이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30여년 동안 일선에서 일해 온 경험과 관찰을 참고하여, 미래에 대비한 과학기술교육시스템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현재의 `한 학기=16주'라는 제도를 8주짜리 두 기간(전반부/후반부)으로 나누든지 또는 한 학기를 8주제도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16주 강의제는 꽤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지만, 다양한 학생들의 배경에 맞는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미래 교육환경을 예측할 때, `인터넷'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동기부여만 잘 되면, 학생들이 인터넷환경에서 자율학습을 통한 폭넓은 지식축적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공교육비용보다 사교육비용이 더 많아왔다는 사실은 관찰되는 바대로 학생들의 학문적 배경이 다양하고 실력차이도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각자의 실력형편에 따라 선택권을 많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학생들의 경우는 현행 16주 한 학기 전체의 내용을 (지루하게) 수강하기 보다, 후반만 수강하는 것이 좋을 수가 있고, 다른 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강의 수강으로 학점을 이수하게 해주고, 대신 다른 높은 레벨의 과목을 더 듣게 하는 등, 유연성을 제공하는 제도가 적합할 것이다.
둘째, 효과적인 학제적 교육 환경 구성을 위하여 대학장 또는 총장의 실질적인 운영 개입을 제안한다. 여러 학교에서 학제적 교육프로그램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별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학과조직과 학제전공프로그램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을 때, 이들 상충되는 이슈에 대한 조정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상존 조직인 학과들이 한 축을 이루고 라이프사이클이 한시적인 학제적 프로그램(예를 들어 로봇학제전공, 자동차기술학제전공, 카이스트의 경우다)들이 다른 축을 이루는 현행 매트릭스형 운영체계의 경우, 보통은 학제전공프로그램의 실패가 학과장들이나 학장레벨의 책임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 학제전공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관련되는 학과에 인센티브와 책임을 함께 부과하도록 하고 대학장 등이 조정자(coordinator)로 개입을 하는, 일종의 피라미드형 운영구도를 제안하는 것이다.
강의를 모두 마치고 한 학기를 돌이켜 보니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학생들에게 A만이 아닌 여러 종류의 학점을 주면서,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느낄 실망감 생각에 언짢은 마음도 든다. 100여명이 수강한 클래스였을지라도 학생들의 성취능력을 중간 중간 점검하고, 잘 못 쫓아오는 학생들을 상대로 다양한 시도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교육은 절대로 일방적이어서도 또 획일적이어도 안 된다. 교육과정을 공학적 시스템과 비교하여 본다면, 획일적, 일방적인 교육과정은 제어 시스템 중에 가장 원시적인 형태인 고정이득식 오픈루프시스템에 해당된다. 그런 시스템으로는 현대와 같이 급변하는 과학기술분야 발전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특히 과학기술교육시스템은 학생이나 피교육자들의 지속적인 피이드백을 받아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가변이득구조형 궤환시스템이어야 급변하는 다양한 요구에 응할 수가 있다고 본다.
요즈음 총체적으로 과학기술계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경제논리에 밀리고 정치적으로는 소외된 집단이며 사회문화적으로 타분야 사람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그룹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교육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공계에 지원하는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든지, 세계 유수한 대학들 속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경쟁력이 매우 낮은 랭킹에 속한다든지, 산업체에서는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에 대하여 현장 적응력이 형편없다고 하는 등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이를 의식하여 최근 과학기술한림원과 공학한림원 그리고 과총 등에서 여러 가지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 교육 방안에 대한 대안들을 발표하고 있다. 요약컨대 앞으로의 과학기술인재는 3C의 능력, 즉 독창성(Creativity), 소통성(Communication), 협동성(Collaboration) 등을 소지한 글로벌리더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해서 과학기술교육은 학제적(interdisciplinary)이어야 하고, 빠른 속도의 기술 집중화(technology convergence)에 대비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총론에 대하여, 실행 가능한 각론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여러 대학 총장들께서 자기 대학을 한국의 MIT로 만들겠다고 큰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후속 진행상항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언급함이 없는 것과 같아 보인다. 세계 수출규모 11위를 달성하고 있는 경제계에서라면 달리 접근할 것이다. 예컨대, 어느 회사가 몇 년 뒤에 MIT를 따라잡겠다고 목표를 세웠다면, 그 중간 중간에 년도 단계별로 벤치마킹할 학교를 여럿 정한 후 자기 학교의 발전상황과 시행결과를 구체적으로 비교 체크하는 방법을 계획하고 진행할 터인데 대학의 경우 그런 식으로 하는 예를 보지 못하였다.
"앞으로 어떻게 과학기술교육을 잘 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결코 쉽게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 보면 태산도 한 걸음씩 걸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의견이라도 전향적인 지혜를 모으면 좋은 과학기술교육 방안이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30여년 동안 일선에서 일해 온 경험과 관찰을 참고하여, 미래에 대비한 과학기술교육시스템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현재의 `한 학기=16주'라는 제도를 8주짜리 두 기간(전반부/후반부)으로 나누든지 또는 한 학기를 8주제도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16주 강의제는 꽤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지만, 다양한 학생들의 배경에 맞는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미래 교육환경을 예측할 때, `인터넷'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동기부여만 잘 되면, 학생들이 인터넷환경에서 자율학습을 통한 폭넓은 지식축적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공교육비용보다 사교육비용이 더 많아왔다는 사실은 관찰되는 바대로 학생들의 학문적 배경이 다양하고 실력차이도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각자의 실력형편에 따라 선택권을 많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학생들의 경우는 현행 16주 한 학기 전체의 내용을 (지루하게) 수강하기 보다, 후반만 수강하는 것이 좋을 수가 있고, 다른 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강의 수강으로 학점을 이수하게 해주고, 대신 다른 높은 레벨의 과목을 더 듣게 하는 등, 유연성을 제공하는 제도가 적합할 것이다.
둘째, 효과적인 학제적 교육 환경 구성을 위하여 대학장 또는 총장의 실질적인 운영 개입을 제안한다. 여러 학교에서 학제적 교육프로그램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별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학과조직과 학제전공프로그램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을 때, 이들 상충되는 이슈에 대한 조정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상존 조직인 학과들이 한 축을 이루고 라이프사이클이 한시적인 학제적 프로그램(예를 들어 로봇학제전공, 자동차기술학제전공, 카이스트의 경우다)들이 다른 축을 이루는 현행 매트릭스형 운영체계의 경우, 보통은 학제전공프로그램의 실패가 학과장들이나 학장레벨의 책임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 학제전공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관련되는 학과에 인센티브와 책임을 함께 부과하도록 하고 대학장 등이 조정자(coordinator)로 개입을 하는, 일종의 피라미드형 운영구도를 제안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