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비상-판갈.org 앤솔러지/김보민 외 17인 지음/북토피아 펴냄/전자책 3500원
기존의 유전자 조작 생물들은 단기간에 성체로 만들기 위한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그에 비해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고 배양액만을 통해 성체로 성장시키는 나의 기술은 정상 수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기술이 식용 닭이나 경마용 말을 키우는 데 사용되리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미친 마초이스트가 세계정복을 위한 클론 병사들을 만드는 데 쓰더라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연합정부의 치안부대와 마초이스트 클론부대가 전쟁을 벌일 때쯤이면 군사연구소의 생물공학 연구원 출신인 중성인 아무개 씨는 달 궤도 콜로니에 경제적 망명을 마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테니까. 물론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온 초등학생 양성인 아이들에 대한 연쇄강간살인 사건의 수사가 시작된 것 따위도 문제가 아닐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이 책은 인터넷 포털 디씨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리에서 파생한 작가공동체 판갈(fangal.org)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집이다. 기성작가와 신인작가의 글을 골고루 담은 것은 물론 SF부터 판타지, 추리, 호러, 무협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과 문체의 단편 21편이 실려 있다. 신선한 상상력과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들 작품은 대부분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사이버 문학광장이나 장르 문학 인터넷 사이트에서 우수상, 작품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작품 성격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동인지 제작과 디지털 서적 출간을 상호보완적으로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한정판으로 제작한 양장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3주 만에 매진되자 전자책으로 출판하는 등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참신하다.
이 같은 판갈의 실험적인 도전에 소설가 김이환은 "글을 연재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단편소설대회, 비평대회를 개최해 서로의 글을 적극적으로 비평하고 성과를 칭찬하는 판갈의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설가 이성현도 "작품들이 짧은 분량 속에서 기승전결의 완벽한 구조를 이루어야 하는 단편 형식임에도 이를 녹여내는 솜씨가 대단하다"라고 평가했다.
기존의 유전자 조작 생물들은 단기간에 성체로 만들기 위한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그에 비해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고 배양액만을 통해 성체로 성장시키는 나의 기술은 정상 수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기술이 식용 닭이나 경마용 말을 키우는 데 사용되리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미친 마초이스트가 세계정복을 위한 클론 병사들을 만드는 데 쓰더라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연합정부의 치안부대와 마초이스트 클론부대가 전쟁을 벌일 때쯤이면 군사연구소의 생물공학 연구원 출신인 중성인 아무개 씨는 달 궤도 콜로니에 경제적 망명을 마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테니까. 물론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온 초등학생 양성인 아이들에 대한 연쇄강간살인 사건의 수사가 시작된 것 따위도 문제가 아닐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이 책은 인터넷 포털 디씨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리에서 파생한 작가공동체 판갈(fangal.org)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집이다. 기성작가와 신인작가의 글을 골고루 담은 것은 물론 SF부터 판타지, 추리, 호러, 무협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과 문체의 단편 21편이 실려 있다. 신선한 상상력과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들 작품은 대부분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사이버 문학광장이나 장르 문학 인터넷 사이트에서 우수상, 작품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작품 성격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동인지 제작과 디지털 서적 출간을 상호보완적으로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한정판으로 제작한 양장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3주 만에 매진되자 전자책으로 출판하는 등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참신하다.
이 같은 판갈의 실험적인 도전에 소설가 김이환은 "글을 연재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단편소설대회, 비평대회를 개최해 서로의 글을 적극적으로 비평하고 성과를 칭찬하는 판갈의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설가 이성현도 "작품들이 짧은 분량 속에서 기승전결의 완벽한 구조를 이루어야 하는 단편 형식임에도 이를 녹여내는 솜씨가 대단하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