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화 2.0' 시대 표방… 휴대폰 서비스와 유사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최근 잇따라 출시하는 유선기반의 SoIP(Service over IP) 인터넷폰이 정착하려면 이동전화의 벽을 넘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무선 융합이란 메가트렌드 속에서도 유무선간 경쟁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oIP폰은 음성보다는 생활밀착형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인터넷폰과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업자들은 이런 SoIP폰을 가정내 허브로 제공해 최대 수익원인 PSTN 집전화의 가입자 이탈 속도를 줄이면서 동시에 매출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의 SoIP폰은 풀터치 스크린 기반으로 사양이 고급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KT가 출시한 `스타일(Style)'을 비롯해 미국 AT&T의 `홈 매니저(Home Manager)', 버라이즌의 `버라이즌 허브(Verizon Hub)', 홍콩 PCCW의 `아이(eye)'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자들이 고기능ㆍ고사양의 SoIP폰을 출시한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은 이동전화와 값싼 인터넷전화의 집전화 대체현상이 급격해지면서 발생하는 집전화 가입자의 이탈을 줄여보자는 의도다.
KT의 경우 하루 5000~6000명씩 집전화 가입자가 이탈하고 있으며, 미국 버라이즌도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평균 50만명 가량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계 유선사업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업자들은 캐시카우인 집전화 매출의 감소를 막기위한 대안으로 `음성 이상의 것(More than Voice)'을 내걸고 생활밀착형 부가서비스를 탑재한 SoIP폰을 내세우고 있다. 주요 SoIP폰이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부가서비스는 이동전화와의 연동, IPTV와의 연동, PC 및 웹과의 연동, 영상전화 및 채팅, e티켓팅, 지역 교통정보, GPS 위치정보, 날씨ㆍ증권ㆍ뉴스, 홈 ATM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KT의 한 관계자는 "SoIP폰이 제공하는 생활형 부가서비스는 집전화를 외면하는 고객이 집전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주방이나 식탁 위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집전화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집전화 가입자 이탈 방지를 넘어 데이터 중심의 `집전화 2.0'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의 이같은 목표는 이미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동전화의 벽에 부딪힐 것이란 예측이 적지 않다. 실제 KT를 포함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SoIP폰 확산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SoIP폰과 휴대폰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유사성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AT&T의 홈 매니저, 버라이즌의 버라이즌 허브, KT의 스타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SoIP폰 확산의 부정적 요소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SoIP서비스는 휴대폰에서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가족이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데 굳이 SoIP폰을 구매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SoIP폰은 미니PC와 같다는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존 집전화와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휴대폰과는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인 셈이다.
이에 따라 SoIP폰의 정착은 결국 가정 혹은 사무실에 보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어 보인다. 앱스토어 등을 활용한 SoIP폰용 애플리케이션 확대, 가정내 혹은 사무실내 기기나 물건(라디오, 액자, TV, 책, 냉장고, 자동차)과의 융합 시도, SoIP폰의 이동성 확대, 다른 통신방송 서비스와의 결합 확대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김응열기자 u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