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화기 육성책 제각각 '혼선'… 시범사업 중복 우려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 초기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할 정부 부처의 준비 상황과 육성 전략이 제각각이어서 자칫 시장이 개화되기도 전에 일회성 `동상이몽'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컴퓨팅 파워 등을 필요한 만큼 쓰고 쓴만큼 지불하는 서비스 모델로, 기업의 IT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망사업자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체된 국내 IT 산업 성장의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도 이런 가능성을 인정, 지식경제부는 지난 26일 정보통신산업과 등 지경부내 4개과 관계자와 업계, 학계 등이 참석하는 가칭 `클라우드컴퓨팅 정책 연구반'의 첫 모임을 열었다. 지경부 차원의 클라우드 산업 육성 정책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로, 늦어도 차기 정기국회 이전에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도 최근 `공공기관 클라우드 컴퓨팅 정책연구회'를 발족, 공공기관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도입하는 로드맵 작성에 착수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올초 45억원 규모의 차세대 디지털 방송 관련 클라우드 시범사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초 국방 분야 클라우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등 공공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창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각 부처들이 그리는 클라우드 컴퓨팅 육성 전략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그린IT'의 방법론으로 클라우드를 접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 등을 육성하자는 개념인 반면 방통위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상용화에 주목하고 있다. 또 행안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구상은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중심에 있지만 아직은 자체 비용절감과 관리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처간 독자행보는 예산 확보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추경에 방통위가 제안했던 273억원 규모의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이 전액 삭감된 배경에는 사업 결과가 확실치 않고 세금을 투입할 사업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지경부와의 공공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이 주요 지적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간 입장은 이렇게 다르면서도 거론되고 있는 시범사업들은 중복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경부 주도의 한국클라우드산업포럼은 `클라우드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을, 방통위 주도의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는 `클라우드시범사업지원센터 설립'을 각각 주요 시범사업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만 다를 뿐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대규모 하드웨어 풀(pool)을 만드는 것이어서 사실상 같은 사업이다. 또한 내달 초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는 `클라우드 기술표준화 포럼'을 출범시킬 예정으로, 이는 클라우드산업포럼 내 기술분과와 활동 내용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내년도 예산 확보 전망은 더욱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분위기여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근의 이슈를 반영한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5월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그린IT 국가전략'을 발표했지만 기대와 달리 책정된 예산은 지경부, 방통위, 행안부를 합쳐도 200억~300억원 정도 밖에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이슈를 놓고 부처간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삭감된 예산이 지경부 주도의 `그린IT'에 집중되자 다른 부처들이 클라우드 측면에서 그린IT를 재해석, `예산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부 부처간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민간 업체들의 사업화 시기는 지연되고 있다. 지난 3월 30여개 업체 등이 모여 설립한 한 이익단체는 두달간 분과활동 없이 사실상 공전했다. 단체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는 투자에 대한 의지도 높고 사업화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정부의 메아리가 없어 문제였다"며 "최근 정부와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만큼 본격적인 분과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 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실패한 전례가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EMC 등이 유저인터페이스(UI) 한글화는 물론 인프라 운영과 서비스까지 일괄 한국 파트너에 위임하는 `한국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재선 넥스알 대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 비교적 거부감이 적은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스토리지 등 외산 장비업체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주요 클라우드 이익단체의 회원사에는 한국IBM, 한국썬 등의 이름이 빠짐없이 올라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외산 장비업체들에게 한국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테스트 베드의 경우 부처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내거나 정부통합전산센터, 대규모 망 사업자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법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특히 법 제도 측면에서는 산업 육성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법적인 제약을 푸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두환 KT 서비스디자인부문 사장은 "개별 병원이 갖고 있는 의료정보를 묶어 클라우드를 만들면 한국인에 특화된 의료 통계를 기반으로 선대응 성격의 의료 서비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의료정보에 대한 법적 제한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찬현 KAIST 교수는 "부처간 공동 대응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정부 예산부서와 국회 등을 설득하는 데도 필수적"이라며 "최근 방통위와 행안부가 테스트베드 공동 추진 논의를 시작하는 등 일부 부처들이 중복된 시범사업을 줄여가는 움직임을 나타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컴퓨팅 파워 등을 필요한 만큼 쓰고 쓴만큼 지불하는 서비스 모델로, 기업의 IT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망사업자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체된 국내 IT 산업 성장의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도 이런 가능성을 인정, 지식경제부는 지난 26일 정보통신산업과 등 지경부내 4개과 관계자와 업계, 학계 등이 참석하는 가칭 `클라우드컴퓨팅 정책 연구반'의 첫 모임을 열었다. 지경부 차원의 클라우드 산업 육성 정책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로, 늦어도 차기 정기국회 이전에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도 최근 `공공기관 클라우드 컴퓨팅 정책연구회'를 발족, 공공기관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도입하는 로드맵 작성에 착수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올초 45억원 규모의 차세대 디지털 방송 관련 클라우드 시범사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초 국방 분야 클라우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등 공공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창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각 부처들이 그리는 클라우드 컴퓨팅 육성 전략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그린IT'의 방법론으로 클라우드를 접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 등을 육성하자는 개념인 반면 방통위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상용화에 주목하고 있다. 또 행안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구상은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중심에 있지만 아직은 자체 비용절감과 관리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처간 독자행보는 예산 확보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추경에 방통위가 제안했던 273억원 규모의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이 전액 삭감된 배경에는 사업 결과가 확실치 않고 세금을 투입할 사업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지경부와의 공공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이 주요 지적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간 입장은 이렇게 다르면서도 거론되고 있는 시범사업들은 중복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경부 주도의 한국클라우드산업포럼은 `클라우드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을, 방통위 주도의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는 `클라우드시범사업지원센터 설립'을 각각 주요 시범사업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만 다를 뿐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대규모 하드웨어 풀(pool)을 만드는 것이어서 사실상 같은 사업이다. 또한 내달 초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는 `클라우드 기술표준화 포럼'을 출범시킬 예정으로, 이는 클라우드산업포럼 내 기술분과와 활동 내용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내년도 예산 확보 전망은 더욱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분위기여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근의 이슈를 반영한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5월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그린IT 국가전략'을 발표했지만 기대와 달리 책정된 예산은 지경부, 방통위, 행안부를 합쳐도 200억~300억원 정도 밖에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이슈를 놓고 부처간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삭감된 예산이 지경부 주도의 `그린IT'에 집중되자 다른 부처들이 클라우드 측면에서 그린IT를 재해석, `예산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부 부처간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민간 업체들의 사업화 시기는 지연되고 있다. 지난 3월 30여개 업체 등이 모여 설립한 한 이익단체는 두달간 분과활동 없이 사실상 공전했다. 단체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는 투자에 대한 의지도 높고 사업화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정부의 메아리가 없어 문제였다"며 "최근 정부와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만큼 본격적인 분과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 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실패한 전례가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EMC 등이 유저인터페이스(UI) 한글화는 물론 인프라 운영과 서비스까지 일괄 한국 파트너에 위임하는 `한국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재선 넥스알 대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 비교적 거부감이 적은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스토리지 등 외산 장비업체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주요 클라우드 이익단체의 회원사에는 한국IBM, 한국썬 등의 이름이 빠짐없이 올라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외산 장비업체들에게 한국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테스트 베드의 경우 부처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내거나 정부통합전산센터, 대규모 망 사업자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법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특히 법 제도 측면에서는 산업 육성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법적인 제약을 푸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두환 KT 서비스디자인부문 사장은 "개별 병원이 갖고 있는 의료정보를 묶어 클라우드를 만들면 한국인에 특화된 의료 통계를 기반으로 선대응 성격의 의료 서비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의료정보에 대한 법적 제한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찬현 KAIST 교수는 "부처간 공동 대응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정부 예산부서와 국회 등을 설득하는 데도 필수적"이라며 "최근 방통위와 행안부가 테스트베드 공동 추진 논의를 시작하는 등 일부 부처들이 중복된 시범사업을 줄여가는 움직임을 나타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