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어린 시절, 가슴속까지 훑고 지나갈 듯이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날이면 한지와 대나무 살을 이리저리 이어붙여 연을 만들어 날렸다. 벼 그루터기가 줄지어 있는 얼어붙은 논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연을 띄우려 애를 썼었다. 실패작은 하늘에 몇 미터 정도 띄우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간혹 나오는 성공작은 산봉우리 넘어 작은 점이 될 때까지 창공을 파고들었다.
지난 25일, 나로호 발사 실패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어린 시절 날리다 잃어버린 연들이 문득 떠올랐다. 잃어버린 연들은 대개 아주 잘 만들어져서, 마을을 둘러싼 산 너머까지 멀리멀리 날아가다 실이 끊겨버린 것들이었다. 유난히 잘 날아서 도저히 포기가 안 되는 것들은 산 속을 헤매 다니며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찾아온 연들은 나무에 걸리기도 하고 찾는 과정에서 살이 부러지기도 해 제 실력(?)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지구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공기의 마찰력 때문에 대부분 불에 타 소멸됐을 것이라고 하니 안타까움이 크다. 높은 압력과 온도 등으로부터 위성을 지켜주는 보호덮개인 페어링이 정작 인공위성이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추락하도록 한 원인이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나로호는 역사적인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긴장감과 발사 순간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발사체의 위용이 준 감격과 왠지 모를 후련함, 성공 발표가 준 환희, 부분실패 발표 후의 안타까움 등 짧은 시간에 극적인 감정변화를 우리에게 안겨줬다. 발사에서 1단 분리, 2단 분리, 인공위성 분리 등 전 과정이 성공이라는 처음 발표를 보고는 `첫 발사에 이 정도라니, 대한민국의 저력은 역시 대단하다. 뜻을 모으면 이렇게 한번에 이뤄내 버리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도 실패사례가 수두룩한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번에 척 성공하는 걸 보며, 2002 월드컵 4강 진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세계 제패,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첫 수영 금메달 등 국민들이 마음을 모을 때마다 이뤄냈던 극적인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우주개발은 스포츠와 달리 열정과 한두명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되는 분야가 아님을 알려주듯 결과는 참담하게 뒤집어졌고, 환희는 한숨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우리가 준비하고 갖춰놓은 것에 비해 이번 결과는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우주개발 인력, 예산, 기술이 모두 일천한 상태에서 우리가 너무 쉬운 성공신화를 꿈꾸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우주개발 연구인력 600여명, 관련 예산 인도의 3분의 1, 400명이 채 안되는 발사체 인력, 우주산업 경쟁력 중국ㆍ인도ㆍ일본의 4분의 1. 우리나라 우주개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라는 우주선진국의 핵심장치를 사와 거기에다 우리 기술을 덧붙여 우리 땅에서 2~3번 쏘는 것으로 세계 10대 우주선진국에 손쉽게 진입하겠다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닌가 반성된다.
최소 10번은 쏘아야 안정성을 인정받는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나로호 발사를 2, 3번 이벤트성으로 끝내고, 그 다음 또다른 자력발사체를 개발하는 프로세스는 정공법은 아니지 않은가.
수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우주발사체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간단한 연 만들기에서조차 조급증은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이었다. 대나무살을 튼튼하면서도 고르게 깎고, 한지에 균형 있게 붙이는 과정은 끈기와 꼼꼼함 없이는 불가능했다.
기술이전이 힘든 우주개발 분야는 우리의 특기인 `기술ㆍ전략 따라하기'라는 `지름길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사람도 데려올 수 없다. 나로호에 이어 진정한 자력 우주발사체가 될 `KSLV-Ⅱ' 개발을 위해 인력, 예산, 기술의 씨앗을 뿌리는 일부터 이제 시작해야 한다.
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naturean@
지난 25일, 나로호 발사 실패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어린 시절 날리다 잃어버린 연들이 문득 떠올랐다. 잃어버린 연들은 대개 아주 잘 만들어져서, 마을을 둘러싼 산 너머까지 멀리멀리 날아가다 실이 끊겨버린 것들이었다. 유난히 잘 날아서 도저히 포기가 안 되는 것들은 산 속을 헤매 다니며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찾아온 연들은 나무에 걸리기도 하고 찾는 과정에서 살이 부러지기도 해 제 실력(?)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지구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공기의 마찰력 때문에 대부분 불에 타 소멸됐을 것이라고 하니 안타까움이 크다. 높은 압력과 온도 등으로부터 위성을 지켜주는 보호덮개인 페어링이 정작 인공위성이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추락하도록 한 원인이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나로호는 역사적인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긴장감과 발사 순간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발사체의 위용이 준 감격과 왠지 모를 후련함, 성공 발표가 준 환희, 부분실패 발표 후의 안타까움 등 짧은 시간에 극적인 감정변화를 우리에게 안겨줬다. 발사에서 1단 분리, 2단 분리, 인공위성 분리 등 전 과정이 성공이라는 처음 발표를 보고는 `첫 발사에 이 정도라니, 대한민국의 저력은 역시 대단하다. 뜻을 모으면 이렇게 한번에 이뤄내 버리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도 실패사례가 수두룩한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번에 척 성공하는 걸 보며, 2002 월드컵 4강 진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세계 제패,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첫 수영 금메달 등 국민들이 마음을 모을 때마다 이뤄냈던 극적인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우주개발은 스포츠와 달리 열정과 한두명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되는 분야가 아님을 알려주듯 결과는 참담하게 뒤집어졌고, 환희는 한숨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우리가 준비하고 갖춰놓은 것에 비해 이번 결과는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우주개발 인력, 예산, 기술이 모두 일천한 상태에서 우리가 너무 쉬운 성공신화를 꿈꾸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우주개발 연구인력 600여명, 관련 예산 인도의 3분의 1, 400명이 채 안되는 발사체 인력, 우주산업 경쟁력 중국ㆍ인도ㆍ일본의 4분의 1. 우리나라 우주개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라는 우주선진국의 핵심장치를 사와 거기에다 우리 기술을 덧붙여 우리 땅에서 2~3번 쏘는 것으로 세계 10대 우주선진국에 손쉽게 진입하겠다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닌가 반성된다.
최소 10번은 쏘아야 안정성을 인정받는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나로호 발사를 2, 3번 이벤트성으로 끝내고, 그 다음 또다른 자력발사체를 개발하는 프로세스는 정공법은 아니지 않은가.
수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우주발사체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간단한 연 만들기에서조차 조급증은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이었다. 대나무살을 튼튼하면서도 고르게 깎고, 한지에 균형 있게 붙이는 과정은 끈기와 꼼꼼함 없이는 불가능했다.
기술이전이 힘든 우주개발 분야는 우리의 특기인 `기술ㆍ전략 따라하기'라는 `지름길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사람도 데려올 수 없다. 나로호에 이어 진정한 자력 우주발사체가 될 `KSLV-Ⅱ' 개발을 위해 인력, 예산, 기술의 씨앗을 뿌리는 일부터 이제 시작해야 한다.
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nature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