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널 무료서비스… 영국 디지털방송 주도
지상파 컨소시엄 구성 플랫폼
영국 디지털전환 '일등공신'
KBS 신임사장 추진밝혀 주목
김인규 KBS 신임 사장이 24일 취임사에서 영국 프리뷰(FREEVIEW)를 모델로 한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BBC가 주도하는 프리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수년간 연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프리뷰 설립 이후 디지털전환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의 구상처럼 국내에 프리뷰와 같은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관련 업계의 반발 등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또, 멀티모드서비스(MMS) 도입 논란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전환 정책과 프리뷰=영국이 프리뷰를 설립, 서비스한 것은 디지털전환 정책과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2009년 2분기 기준 영국에서 디지털TV를 시청하고 있는 가구는 2300만으로 전체의 89.8%에 해당합니다. 영국은 우리와 같이 2012년에 아날로그방송 방송 종료를 계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의 디지털전환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이 이같이 디지털전환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프리뷰 서비스가 일조하고 있습니다. 프리뷰만 시청하는 가입자는 2009년 2분기 현재 970만으로 전체 가구의 37.6%에 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방송 서비스는 우리와 구조가 달라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의 개념이 생소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플랫폼과 채널 서비스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은 쉽게 얘기해 방송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유통망'을 의미합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위성방송사업자(스카이라이프)가 플랫폼입니다. 케이블망이나 위성라는 유통망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방송 콘텐츠가 실려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죠. 하지만 유료방송매체와 달리 국내 방송법상 지상파에서는 플랫폼과 채널의 구별이 없습니다.
영국은 지상파 다채널 방송을 유료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유료 지상파 디지털 다채널 방송으로 1998년 11월 ITV디지털(digital)이 출범했으나 2년 6개월 만에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셋톱박스를 무료로 공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2001년 영국의 위성방송인 B스카이B(BSkyB)는 모든 아날로그 위성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무상으로 셋톱박스를 제공했습니다. 후발 주자였던 지상파 다채널 방송 역시 셋톱박스를 무료로 제공해야 했습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한 것도 커다란 부담이 됐습니다. 결국 ITV디지탈은 유료방송 시작 2년 6개월만에 13억파운드(약 2조6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해야 했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 새로운 지상파 디지털 다채널방송의 유료화 정책이 실패였음을 인정하고 무료 방송으로 전환했습니다.
2002년 영국이 새로 선보인 프리뷰는 BBC, B스카이B, 채널4(Channel4), ITV, 내셔널그리드와이어리스(National Grid Wireless) 등 5개 사업자가 연합해 만든 플랫폼 사업자인 DTV서비스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ITV와 채널4는 DTV서비스의 창설 멤버는 아니었지만, 2년 뒤인 2005년 10월 합류했습니다. 프리뷰는 영국 지상파방송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들어진 플랫폼 서비스인 것입니다.
프리뷰 서비스는 8MHz의 대역폭을 갖는 6개의 멀티플렉스(MUX1？2？A？B？C？D)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몇개의 영화를 동시 상영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 6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각 멀티플렉스는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9개의 TV 채널과 2~4개의 데이터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프리뷰는 19개 TV와 12개의라디오 채널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50개의 TV채널과 24개의 라디오 채널로 구성돼 있습니다. 프리뷰 서비스 초기에는 BBC 등 기존 채널들이 재배치됐으나 점점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채널들이 늘어났습니다.
◇프리뷰 성공 요인=프리뷰 서비스는 2007년초에 기존 디지털 방송 시장을 선점했던 B스카이B 가입자를 추월한 이후 영국 디지털방송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프리뷰의 고속 성장은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서비스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프리뷰는 모든 지상파 방송 채널을 제공할 뿐 아니라 2006년에는 ITV의 어린이 전문 채널인 CITV와 필름4를 제공했습니다. 버진라디오가 전국적으로 제공됐으며 하트FM은 잉글랜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2006년 하반기에는 프리뷰플레이백(Freeview Playback)이라는 브랜드의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VR) 셋톱박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영국의 방송통신 서비스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은 프리뷰에서 유료채널 서비스를 금지했던 조항을 폐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프리뷰에서는 일부 유료채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리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송신호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기(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합니다. 수신기 가격은 초기에 매우 고가였으나 현재는 국내가격으로 1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프리뷰의 단점은 주파수의 한계로 인해 고화질(HD) 채널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BBC는 ITV등과 함께 2008년 위성방송을 통한 프리뷰, 즉 프리샛(Freesat)을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국내 도입 난관 많아=국내에서 영국의 프리뷰와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우선 방송법을 바꿔야 합니다. 영국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도입하기 위해 1996년 방송법을 고쳤습니다. 당시 방송법은 디지털 지상파 TV를 도입하기 위해 6개의 멀티플렉스를 사용하고 멀티플렉스 운영 사업자와 프로그램 공급 사업자로 이원화한 면허를 부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방송법상 플랫폼 사업자의 개념을 도입해야 하며 별도로 허가를 해야 합니다.
또, 김 사장의 구상처럼 20여개의 채널 서비스 가능한 다채널 디지털TV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멀티모드서비스(MMS)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국내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현재까지 6MHz의 대역폭을 할당해 1개의 고화질(HD) 채널을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반해 MMS는 6MHz의 대역폭에서 1개의 HD방송 이외에 표준화질(SD) 방송을 추가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MS를 도입할 것인지, 도입할 경우 어떤 사업자에게 허가할지 등을 놓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MBC, SBS 등 다른 지상파방송사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또, 위성방송 및 케이블 등 기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예상되는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도 고민할 문제입니다.
강희종기자 mindle@
영국 디지털전환 '일등공신'
KBS 신임사장 추진밝혀 주목
김인규 KBS 신임 사장이 24일 취임사에서 영국 프리뷰(FREEVIEW)를 모델로 한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BBC가 주도하는 프리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수년간 연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프리뷰 설립 이후 디지털전환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의 구상처럼 국내에 프리뷰와 같은 무료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관련 업계의 반발 등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또, 멀티모드서비스(MMS) 도입 논란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전환 정책과 프리뷰=영국이 프리뷰를 설립, 서비스한 것은 디지털전환 정책과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2009년 2분기 기준 영국에서 디지털TV를 시청하고 있는 가구는 2300만으로 전체의 89.8%에 해당합니다. 영국은 우리와 같이 2012년에 아날로그방송 방송 종료를 계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의 디지털전환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이 이같이 디지털전환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프리뷰 서비스가 일조하고 있습니다. 프리뷰만 시청하는 가입자는 2009년 2분기 현재 970만으로 전체 가구의 37.6%에 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방송 서비스는 우리와 구조가 달라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의 개념이 생소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플랫폼과 채널 서비스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은 쉽게 얘기해 방송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유통망'을 의미합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위성방송사업자(스카이라이프)가 플랫폼입니다. 케이블망이나 위성라는 유통망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방송 콘텐츠가 실려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죠. 하지만 유료방송매체와 달리 국내 방송법상 지상파에서는 플랫폼과 채널의 구별이 없습니다.
영국은 지상파 다채널 방송을 유료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유료 지상파 디지털 다채널 방송으로 1998년 11월 ITV디지털(digital)이 출범했으나 2년 6개월 만에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셋톱박스를 무료로 공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2001년 영국의 위성방송인 B스카이B(BSkyB)는 모든 아날로그 위성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무상으로 셋톱박스를 제공했습니다. 후발 주자였던 지상파 다채널 방송 역시 셋톱박스를 무료로 제공해야 했습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한 것도 커다란 부담이 됐습니다. 결국 ITV디지탈은 유료방송 시작 2년 6개월만에 13억파운드(약 2조6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해야 했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 새로운 지상파 디지털 다채널방송의 유료화 정책이 실패였음을 인정하고 무료 방송으로 전환했습니다.
2002년 영국이 새로 선보인 프리뷰는 BBC, B스카이B, 채널4(Channel4), ITV, 내셔널그리드와이어리스(National Grid Wireless) 등 5개 사업자가 연합해 만든 플랫폼 사업자인 DTV서비스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ITV와 채널4는 DTV서비스의 창설 멤버는 아니었지만, 2년 뒤인 2005년 10월 합류했습니다. 프리뷰는 영국 지상파방송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들어진 플랫폼 서비스인 것입니다.
프리뷰 서비스는 8MHz의 대역폭을 갖는 6개의 멀티플렉스(MUX1？2？A？B？C？D)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몇개의 영화를 동시 상영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 6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각 멀티플렉스는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9개의 TV 채널과 2~4개의 데이터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프리뷰는 19개 TV와 12개의라디오 채널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50개의 TV채널과 24개의 라디오 채널로 구성돼 있습니다. 프리뷰 서비스 초기에는 BBC 등 기존 채널들이 재배치됐으나 점점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채널들이 늘어났습니다.
◇프리뷰 성공 요인=프리뷰 서비스는 2007년초에 기존 디지털 방송 시장을 선점했던 B스카이B 가입자를 추월한 이후 영국 디지털방송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프리뷰의 고속 성장은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서비스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프리뷰는 모든 지상파 방송 채널을 제공할 뿐 아니라 2006년에는 ITV의 어린이 전문 채널인 CITV와 필름4를 제공했습니다. 버진라디오가 전국적으로 제공됐으며 하트FM은 잉글랜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2006년 하반기에는 프리뷰플레이백(Freeview Playback)이라는 브랜드의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VR) 셋톱박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영국의 방송통신 서비스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은 프리뷰에서 유료채널 서비스를 금지했던 조항을 폐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프리뷰에서는 일부 유료채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리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송신호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기(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합니다. 수신기 가격은 초기에 매우 고가였으나 현재는 국내가격으로 1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프리뷰의 단점은 주파수의 한계로 인해 고화질(HD) 채널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BBC는 ITV등과 함께 2008년 위성방송을 통한 프리뷰, 즉 프리샛(Freesat)을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국내 도입 난관 많아=국내에서 영국의 프리뷰와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우선 방송법을 바꿔야 합니다. 영국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도입하기 위해 1996년 방송법을 고쳤습니다. 당시 방송법은 디지털 지상파 TV를 도입하기 위해 6개의 멀티플렉스를 사용하고 멀티플렉스 운영 사업자와 프로그램 공급 사업자로 이원화한 면허를 부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방송법상 플랫폼 사업자의 개념을 도입해야 하며 별도로 허가를 해야 합니다.
또, 김 사장의 구상처럼 20여개의 채널 서비스 가능한 다채널 디지털TV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멀티모드서비스(MMS)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국내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현재까지 6MHz의 대역폭을 할당해 1개의 고화질(HD) 채널을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반해 MMS는 6MHz의 대역폭에서 1개의 HD방송 이외에 표준화질(SD) 방송을 추가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MS를 도입할 것인지, 도입할 경우 어떤 사업자에게 허가할지 등을 놓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지상파 디지털TV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MBC, SBS 등 다른 지상파방송사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또, 위성방송 및 케이블 등 기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예상되는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도 고민할 문제입니다.
강희종기자 mind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