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일몰제 적용 진통 예고… 음성 등 사업협력 부문 시각차 커
제4 이동통신사 설립근거가 되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법안이 처리됐다. 그러나 도매제공 의무가 사라지는 3년 일몰제 적용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이하 문방위) 의원들 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부정적이어서 향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 문방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무선 시장지배적사업자에 재판매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국회 법사위와 본회에서 법안이 최종 의결되면 통상 6개월 이후인 내년 하반기부터는 제4 이동통신사 등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와 국회, 관련업체들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근 4년여의 진통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됐다.
MVNO 도입의 근거가 되는 이번 전기통신사업법은 후방 통신사나 역외 사업자가 SK텔레콤 등을 비롯해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독자적인 음성 및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다.
◇3년 일몰제, `진통' 예고〓문방위에서 확정된 MVNO 법안은 △정부(방통위)가 도매대가 기준을 만들어 협상시 사전 규제하되 △3년 이후에는 재판매 의무화, 사전 도매대가 규제를 폐지하는 일몰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재판매 의무제공 사업자 대상이나 범위는 방통위가 마련하되 국회에 승인을 거쳐야 한다.
협상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사전 도매대가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MVNO 사업자로서는 이동통신사업자와의 가격협상에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협상이 3개월이상 지연될 경우, 방통위가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3년 일몰제 적용이 MVNO 사업 존립자체를 위협할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몰제 기한인 3년이 MVNO 사업이 본 궤도에 정착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3년 일몰제 적용을 놓고 이견이 제기됐다.
문방위 이용경, 조영택 의원은 "3년 후 도매제공 의무와 사전 대가규제가 사라지면 MVNO 사업자들이 사업을 벌이지도 못하고 사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도"정부로서는 일몰제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일몰제가 없으면 좋겠다"고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변재일 법안소위 위원은 "사전규제에 3개월 이후에는 중재도 들어가 충분하다"면서 "MVNO 사업자들이 사업진행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법제화는 끝난 상황이지만, 향후 진통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음성 MVNO시장 `동상이몽'〓법안처리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MVNO 관련업체들의 준비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케이블TV, 온세텔레콤 등을 비롯해 중소 통신사업자들이 MVNO 시장진입을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주요 케이블TV MSO와 온세텔레콤 등 중견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이미 사내에 MVNO 전담팀을 가동하고 사업 타당성 등을 타진해왔다. 이들 MVNO 추진업체들은 이동통신사와 음성서비스를 도매로 제공,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정상적인 원가구조로 도매대가 협상이 가능하다면, 현재 가격의 70∼80% 수준에서 서비스제공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정작 이동통신사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여전히 "이미 이통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MVNO가 큰 부작용을 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더라도,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음성통신 부문보다는 새로 개척의 여지가 있는 무선데이터 부문에 한해 MVNO 사업협력이 가능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MVNO 사업성, 사업협력 부문에서 큰 시각차이를 나타내면서 시행령 마련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협상단계에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형 은행사-카드사, 자동차, 유통업계 등 이업종 기업의 MVNO 사업참여 움직임은 시장형성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이업종 기업들은 이통사의 망을 임대해 새로운 유형의 전자상거래, 콘텐츠서비스, 모바일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구상중이어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KT와 협력관계를 맺고 자동차와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연계한 MVNO 서비스를 준비중이고 교보문고도 e-북(전자책) 사업을 추진중이다. BC카드 등 카드업계, 은행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유통사들도 MVNO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최경섭기자 kscho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