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과학/김영식 지음/돌베개 펴냄/236쪽/1만2000원
우리나라의 교육계에서는 아직도 문과와 이과가 엄격하게 구분된다. 고등학교 상급반이 되면 누구나 예외 없이 문과나 이과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고 일단 선택 후에는 줄곧 자신이 선택한 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최근에는 대학진학 시 `교차지원' 등의 제도가 생겨나긴 했지만 문과, 이과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여전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실체적인 바탕이 아닌 인위적인 구분이기 때문에 우리 교육과 학문에 많은 폐단을 양산하고 있다. 일단 과를 선택한 후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긴다. 이후에도 대학 진학, 직업 선택 등에서도 막강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인문학은 과학, 기술, 정보, 경영 등과 구분되는 요소이자 온전히 다른 분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중 과학은 가장 인문학과 상반되고 대립되는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두 분야는 본질적으로 대립되거나 상반되는 것이 아니며 역사적으로도 분리되지 않았다.
과거의 위대한 학자와 사상가들은 인문학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학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학 지식에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반면 실제로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지식에만 매진하고 바탕이 되는 지식이나 이론, 작업의 의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원로 화학자이자 서울대 규장각 원장인 저자는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오늘날의 인문학자들이 폭 좁은 전문기능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꼬집는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첨단 과학기술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과학기술이 인간을 황폐화시킨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책은 오히려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적 탐구와 반성, 그리고 탐색이 위기에 빠진 우리 인문학을 구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과 인문학의 분리는 현대 들어 외래 과학기술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생겼다는 설명이다. 결국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문학과 과학의 괴리를 단순한 사교 모임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대신 과학 분야에도 얼마든지 인문학이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20세기 현대사를 다루는 학자들은 많지만 20세기 과학기술 발전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현실 등을 꼬집는다. 결국 과학기술의 시대를 스스로 인정하고 인문학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때만이 인문학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 진지한 반성은 의미 있는 과제를 남기고 이것이 곧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지성기자 ezscape@
우리나라의 교육계에서는 아직도 문과와 이과가 엄격하게 구분된다. 고등학교 상급반이 되면 누구나 예외 없이 문과나 이과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고 일단 선택 후에는 줄곧 자신이 선택한 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최근에는 대학진학 시 `교차지원' 등의 제도가 생겨나긴 했지만 문과, 이과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여전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실체적인 바탕이 아닌 인위적인 구분이기 때문에 우리 교육과 학문에 많은 폐단을 양산하고 있다. 일단 과를 선택한 후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긴다. 이후에도 대학 진학, 직업 선택 등에서도 막강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인문학은 과학, 기술, 정보, 경영 등과 구분되는 요소이자 온전히 다른 분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중 과학은 가장 인문학과 상반되고 대립되는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두 분야는 본질적으로 대립되거나 상반되는 것이 아니며 역사적으로도 분리되지 않았다.
과거의 위대한 학자와 사상가들은 인문학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학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학 지식에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반면 실제로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지식에만 매진하고 바탕이 되는 지식이나 이론, 작업의 의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원로 화학자이자 서울대 규장각 원장인 저자는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오늘날의 인문학자들이 폭 좁은 전문기능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꼬집는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첨단 과학기술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과학기술이 인간을 황폐화시킨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책은 오히려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적 탐구와 반성, 그리고 탐색이 위기에 빠진 우리 인문학을 구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과 인문학의 분리는 현대 들어 외래 과학기술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생겼다는 설명이다. 결국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문학과 과학의 괴리를 단순한 사교 모임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대신 과학 분야에도 얼마든지 인문학이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20세기 현대사를 다루는 학자들은 많지만 20세기 과학기술 발전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현실 등을 꼬집는다. 결국 과학기술의 시대를 스스로 인정하고 인문학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때만이 인문학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 진지한 반성은 의미 있는 과제를 남기고 이것이 곧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지성기자 ezscap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