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부문 한국지위 후퇴… 선진국과 격차 커져
정보화 급급 개발자만 있고 설계인력 없는 기형구조
기업ㆍ정부조직 효율화 초점 대중생활 편의제공 취약
정보화 급급 개발자만 있고 설계인력 없는 기형구조
기업ㆍ정부조직 효율화 초점 대중생활 편의제공 취약
■ 국가정보화 신년 좌담회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예산 중복투자, 전체 사업 조율 미비 등 어려움을 겪었던 부처별 정보화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국가정보화 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됐다는 점에서 IT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정보화는 정보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왔지만 하드웨어(HW) 부문에 치중돼 소프트웨어(SW) 투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 `IT강국`이라는 국가적 자부심에 비해 새로운 IT환경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와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세계적 지위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IT산업을 전담해온 정보통신부의 기능이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되면서 IT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수행할 전담조직이 없어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 이에 범정부의 정보화 계획을 조율하고 새로운 국가정보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출범했으나 국가정보화를 부처 정보화 사업으로 국한하는 잘못된 시각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경인년 새해를 맞아 IT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정보화의 추진성과를 점검하고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본다.
◇참석자 (무순)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 민간위원장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고현진 통합 LG텔레콤 부사장
사회= 장윤옥 디지털타임스 IT정보화부장
△사회=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이를 기반으로 수준 높은 전자정부 서비스를 구현해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 IT강국 인지도가 높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국가정보화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SW산업 성장이 부진하고 전문인력 유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문제점도 많다. 국가정보화의 추진경과를 살펴 반성하고 개선할 점을 이야기해보자. 또 우리나라가 정보화 산업에서 가진 강점과 이에 따른 기회는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이각범 민간위원장=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하지만 지난 10년간 전 세계 정보통신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는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장 강점으로 꼽는 네트워크 부문에서도 후속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보통신 부문의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꼽는 SW산업에서는 선진국과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은 각 산업 영역간 융합을 일으키는 촉매이자 지식정보사회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국가정보화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다시 점검함으로써 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할 시기이다.
△김진형 교수=지금까지 IT강국은 효과적인 정책구호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구호로서의 신선도가 많이 떨어졌으며, 대신 녹색성장 등이 조명을 받고 있다. 모든 산업이 지식산업화 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IT강국은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이에 그친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투자 없이 IT산업 육성이라는 말만 난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네트워크의 경우 10여년 전 초기 투자를 한 뒤 후속투자가 없다. HW적인 투자 후에는 SW적 투자를 해야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이런 시도가 거의 없었다.
이런 현상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대학 인력도 HW 중심적 경향이 강하고 SW 인력 육성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회변화를 선도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회변화의 흐름도 놓친 것이다.
△김홍선 대표=우리나라는 새로운 정보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는 성향이 강하고 실제 IT산업도 발달했다. 정부, 법률, 병원 등의 산업에 IT 적용이 어느 나라보다 앞서있다. 오래 전부터 준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학번의 전자공학과 출신들이 IT산업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후반 학번에 이르기까지 산업 유입이 활발했다. 이 때 유입된 전문인력과 1990년대 초반의 초고속망 투자 등을 통해 전자, 반도체, 통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HW 중심의 IT산업은 발전했지만 SW산업은 정착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과 창의력 있는 기업이 생길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전자공학에 비해 컴퓨터공학 인력 양성기간이 짧은 것도 이유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SW로 정보화를 실현하고 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기존 프로세스는 놔둔 채 정보화하기에만 급급한 것도 문제다. 속을 들여다보고 전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작업에 게을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만 많고 설계인력은 없는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조성됐고 많은 인력이 SW 산업을 떠났다.
IT가 많은 사회적 변화를 유발하는데 이런 삶의 변화를 이해하고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심리ㆍ문화 등 인문학적 기반이 약한 것도 지적할만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IT를 통한 삶의 변화가 큰 것으로 보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중심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고현진 부사장=새정부 출범 초기에 `IT에 과투자 됐다`, `IT산업에 관심이 없다`는 등의 인식이 있었다. 부분적으로 IT에 과투자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HW와 SW산업간 불균형도 실제 있다고 본다.
지난 정부가 10대 성장동력을 선정해 부분적인 영역에 집중해 왔다면, 현 정부는 녹색성장,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전 산업을 종합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정보화가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IT산업 내에 격차가 있다`는 등의 지적은 모두 SW와 연관된다. 정보화의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기업 및 정부 조직 내부를 효율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중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의 발전은 약했던 것이다.
통신망의 발달과 함께 정보화가 국민의 실생활에 자리잡았지만, 가상세계와 실물경제가 원활히 결합되지 않아 SW와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것 같다. 실질적인 투자가 없다는 지적도 있고 연구개발과 교육 부문의 투자가 약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는 그동안 IT가 예산감축과 비용절감을 위한 수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사회=그동안 IT산업에서 진행돼온 노력들은 실질적인 선순환 구조나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미흡했고 체감형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 관점의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이각범=정보통신분야만큼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분야가 드물 것이다. 정보통신은 변화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장기적으로 파급효과가 미치므로 투자, 인력양성, 애플리케이션의 발전방향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HW는 강하지만 SW는 약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새로 등장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하려면 현재의 네트워크보다 더 강한 신개념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존 운영체제의 기득권이 변하고 있으므로 그동안 운영체제 부문에서 영향력이 없던 우리가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SW는 HW와 달리 벤처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주도해야 할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벤처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새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대표적인 게 원격근무를 비롯한 스마트워크이다. 주거와 업무공간을 분리해온 산업사회에서 주거와 업무공간이 통합된 지식정보사회로 진화함에 따라 새로운 근무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근무환경은 새로운 시대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점들로 미뤄볼 때 범국가적으로 SW 진흥정책을 실행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새롭고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 구축도 필요하다.
△김진형=SW 정책 연구도 필요하고 사회 경제학적 흐름도 봐야 하는데 이런 연구기반이 약하다. 그동안 SW 관련 정책은 굉장히 많이 나왔지만, 최근의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그동안의 많은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SW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질이 좋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급 수준의 SW를 생산해 싼값으로 팔아왔지만 이제는 최고급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계가 조성돼 기업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정부의 개입이 많은 것은 이미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국가정보화 관련 사업들이 많았지만 관련 기업들과 생태계가 황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 대상의 계몽활동도 필요하다. SW는 재사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법안들이 많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특정 시장이 아닌, 큰 시각에서 산업을 봐야 한다.
또 정부는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 및 유관분야의 사람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직을 구성하고 건물을 짓는 역할이 아닌, 빠른 개발을 위해 적기에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해주면 된다.
△고현진=우리는 원천기술 확보에 과하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원천기술이 없는 산업도 많은데 SW산업에서는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등 모든 분야를 갖고 싶어한다. 전 세계적으로 패키지 SW에 강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정도뿐인데 우리가 이들에 도전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국내 시장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원천기술보다 응용기술에 충실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또 신성장동력은 실패할 확률이 있으므로 기존의 경쟁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꼭 갖춰졌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하고 네트워크 인프라가 좋으므로 이를 강화해서 온라인과 실물경제를 잘 결합,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도 산업 진흥의 한 방법이라고 본다. 또 패키지SW, 임베디드SW, 서비스 영역을 구분해 전략을 마련해야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김홍선=응용기술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최근 국내시장에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열풍인데, 의외로 대기업이나 정부는 이를 피부로 못 느끼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등이 구현되므로 전 세계 시장이 타깃이 된다. 앱스토어는 국가간 장벽을 무너뜨린 사례다. 이처럼 모바일 환경을 통해 영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SW 개발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향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
향후 10년 뒤의 세상은 모바일 환경이 주도할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정부기관에 적용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모바일 콘텐츠도 등급 심의 때문에 국내 개발자들이 개발물을 미국에서 먼저 선보이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모바일 환경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결국 SW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럼 소위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롤 모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ㆍ벤처기업들이 대기업 및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하청기업에 머무르는 현실에서는 롤 모델이 나올 수 없다.
애플은 국내 중소기업 수준의 규모이지만 세계적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자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대신 많은 벤처기업과 개발자가 참여함으로써 애플의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SW 개발자를 영입하는 현상이 강한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발자, 디자이너, 인문학자 등 연관된 전문가들이 공개된 시장(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SW 개발은 가장 큰 인력창출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본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SW분야 원천기술에 집착… 응용기술에 더 충실해야
네트워크 연결 PC는 공공재 정보보호 개인역할 중요
창의ㆍ개방성 존중하면 도전적 벤처기업 많이 생길것
△사회=국가정보화가 사용자 중심에서 편의와 실효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들이 있을 것 같다.
△이각범=국가정보화는 우리 미래의 중요한 성장동력이자 혁신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게 관건이다. 또 반대로 창의와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국가정보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국가정보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보호이다. 어떻게 해야 정보보호산업의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김홍선=정보보호산업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보안문제는 100% SW 때문에 발생하므로 SW 전문가가 필요하다. 보안과 SW 인력은 별개가 아니다. 정보보호가 바로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할 분야이다.
지난해 7.7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대란 이후 일반인 대상의 강연을 많이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백신 SW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PC가 좀비PC가 됐다. 결국 사용자가 보안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보안제품을 늘 사용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쉽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PC는 개인 소유물이기지만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공재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개인 소유물이지만 도로에서는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PC도 마찬가지다. 개인 소유물이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상 정품을 사용하고 보안패치를 업데이트 하는 등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이처럼 정보보호의 근본적 원인은 전문인력과 사용자이다. 그러나 정부는 표면만 보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고현진=온라인 경제가 실물경제와 결합돼야 한다. 자신의 PC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타인의 PC까지 좀비PC로 만든다면 최소한의 경범죄 처벌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DDoS 대란 시 개인이 대응하기보다는 정부의 해결책만 기다리는 경향이 컸다. 내 집 잠금장치는 내가 달아야 하는데 남이 달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사용자 인식도 선행돼야 하지만 기업이 사용자 편의성을 더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녀노소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화하고 정부는 법제도적 규제를 완화해주는 게 필요하다.
△김진형=전문인력 확보와 사용자 인식 제고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은행이 키보드 보안 SW를 개인PC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것은 월권이다. 처음에는 이런 정책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국민의 보안 마인드를 차단한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국가정보화는 국민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고 나아가 삶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형적인 SW 산업 구조를 바로잡고 인력양성, 국민과 정부의 인식변화 등이 선행돼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국가정보화에 대한 기대와 방향을 말해달라.
△이각범=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 전체의 정보화 방향을 수립하는 명실상부한 IT컨트롤타워이다. 단순히 공공정보화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의미 이상이다. 민간위원장으로서 국가정보화를 통해 지속적이고 혁신 가능한, 창조적 국가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고현진=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 건전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인은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고 정부는 SW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이를 정책화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김홍선=개발자 개개인의 창의력을 존중하고 개인과 조직 모두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하는 개방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창의성과 개방성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더 도전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발자와 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김진형=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정보화 관련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를 준비할 수 있는 꾸준한 투자가 관건이다.
정리=배옥진기자 withok@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예산 중복투자, 전체 사업 조율 미비 등 어려움을 겪었던 부처별 정보화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국가정보화 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됐다는 점에서 IT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정보화는 정보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왔지만 하드웨어(HW) 부문에 치중돼 소프트웨어(SW) 투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 `IT강국`이라는 국가적 자부심에 비해 새로운 IT환경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와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세계적 지위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IT산업을 전담해온 정보통신부의 기능이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되면서 IT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수행할 전담조직이 없어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 이에 범정부의 정보화 계획을 조율하고 새로운 국가정보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출범했으나 국가정보화를 부처 정보화 사업으로 국한하는 잘못된 시각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경인년 새해를 맞아 IT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정보화의 추진성과를 점검하고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본다.
◇참석자 (무순)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 민간위원장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고현진 통합 LG텔레콤 부사장
사회= 장윤옥 디지털타임스 IT정보화부장
△사회=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이를 기반으로 수준 높은 전자정부 서비스를 구현해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 IT강국 인지도가 높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국가정보화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SW산업 성장이 부진하고 전문인력 유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문제점도 많다. 국가정보화의 추진경과를 살펴 반성하고 개선할 점을 이야기해보자. 또 우리나라가 정보화 산업에서 가진 강점과 이에 따른 기회는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이각범 민간위원장=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하지만 지난 10년간 전 세계 정보통신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는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장 강점으로 꼽는 네트워크 부문에서도 후속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보통신 부문의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꼽는 SW산업에서는 선진국과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은 각 산업 영역간 융합을 일으키는 촉매이자 지식정보사회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국가정보화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다시 점검함으로써 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할 시기이다.
△김진형 교수=지금까지 IT강국은 효과적인 정책구호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구호로서의 신선도가 많이 떨어졌으며, 대신 녹색성장 등이 조명을 받고 있다. 모든 산업이 지식산업화 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IT강국은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이에 그친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투자 없이 IT산업 육성이라는 말만 난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네트워크의 경우 10여년 전 초기 투자를 한 뒤 후속투자가 없다. HW적인 투자 후에는 SW적 투자를 해야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이런 시도가 거의 없었다.
이런 현상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대학 인력도 HW 중심적 경향이 강하고 SW 인력 육성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회변화를 선도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회변화의 흐름도 놓친 것이다.
△김홍선 대표=우리나라는 새로운 정보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는 성향이 강하고 실제 IT산업도 발달했다. 정부, 법률, 병원 등의 산업에 IT 적용이 어느 나라보다 앞서있다. 오래 전부터 준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학번의 전자공학과 출신들이 IT산업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후반 학번에 이르기까지 산업 유입이 활발했다. 이 때 유입된 전문인력과 1990년대 초반의 초고속망 투자 등을 통해 전자, 반도체, 통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HW 중심의 IT산업은 발전했지만 SW산업은 정착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과 창의력 있는 기업이 생길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전자공학에 비해 컴퓨터공학 인력 양성기간이 짧은 것도 이유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SW로 정보화를 실현하고 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기존 프로세스는 놔둔 채 정보화하기에만 급급한 것도 문제다. 속을 들여다보고 전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작업에 게을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만 많고 설계인력은 없는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조성됐고 많은 인력이 SW 산업을 떠났다.
IT가 많은 사회적 변화를 유발하는데 이런 삶의 변화를 이해하고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심리ㆍ문화 등 인문학적 기반이 약한 것도 지적할만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IT를 통한 삶의 변화가 큰 것으로 보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중심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고현진 부사장=새정부 출범 초기에 `IT에 과투자 됐다`, `IT산업에 관심이 없다`는 등의 인식이 있었다. 부분적으로 IT에 과투자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HW와 SW산업간 불균형도 실제 있다고 본다.
지난 정부가 10대 성장동력을 선정해 부분적인 영역에 집중해 왔다면, 현 정부는 녹색성장,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전 산업을 종합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정보화가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IT산업 내에 격차가 있다`는 등의 지적은 모두 SW와 연관된다. 정보화의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기업 및 정부 조직 내부를 효율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중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의 발전은 약했던 것이다.
통신망의 발달과 함께 정보화가 국민의 실생활에 자리잡았지만, 가상세계와 실물경제가 원활히 결합되지 않아 SW와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것 같다. 실질적인 투자가 없다는 지적도 있고 연구개발과 교육 부문의 투자가 약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는 그동안 IT가 예산감축과 비용절감을 위한 수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사회=그동안 IT산업에서 진행돼온 노력들은 실질적인 선순환 구조나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미흡했고 체감형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 관점의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이각범=정보통신분야만큼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분야가 드물 것이다. 정보통신은 변화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장기적으로 파급효과가 미치므로 투자, 인력양성, 애플리케이션의 발전방향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HW는 강하지만 SW는 약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새로 등장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하려면 현재의 네트워크보다 더 강한 신개념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존 운영체제의 기득권이 변하고 있으므로 그동안 운영체제 부문에서 영향력이 없던 우리가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SW는 HW와 달리 벤처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주도해야 할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벤처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새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대표적인 게 원격근무를 비롯한 스마트워크이다. 주거와 업무공간을 분리해온 산업사회에서 주거와 업무공간이 통합된 지식정보사회로 진화함에 따라 새로운 근무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근무환경은 새로운 시대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점들로 미뤄볼 때 범국가적으로 SW 진흥정책을 실행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새롭고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 구축도 필요하다.
△김진형=SW 정책 연구도 필요하고 사회 경제학적 흐름도 봐야 하는데 이런 연구기반이 약하다. 그동안 SW 관련 정책은 굉장히 많이 나왔지만, 최근의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그동안의 많은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SW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질이 좋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급 수준의 SW를 생산해 싼값으로 팔아왔지만 이제는 최고급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계가 조성돼 기업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정부의 개입이 많은 것은 이미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국가정보화 관련 사업들이 많았지만 관련 기업들과 생태계가 황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 대상의 계몽활동도 필요하다. SW는 재사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법안들이 많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특정 시장이 아닌, 큰 시각에서 산업을 봐야 한다.
또 정부는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 및 유관분야의 사람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직을 구성하고 건물을 짓는 역할이 아닌, 빠른 개발을 위해 적기에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해주면 된다.
△고현진=우리는 원천기술 확보에 과하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원천기술이 없는 산업도 많은데 SW산업에서는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등 모든 분야를 갖고 싶어한다. 전 세계적으로 패키지 SW에 강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정도뿐인데 우리가 이들에 도전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국내 시장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원천기술보다 응용기술에 충실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또 신성장동력은 실패할 확률이 있으므로 기존의 경쟁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꼭 갖춰졌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하고 네트워크 인프라가 좋으므로 이를 강화해서 온라인과 실물경제를 잘 결합,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도 산업 진흥의 한 방법이라고 본다. 또 패키지SW, 임베디드SW, 서비스 영역을 구분해 전략을 마련해야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김홍선=응용기술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최근 국내시장에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열풍인데, 의외로 대기업이나 정부는 이를 피부로 못 느끼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등이 구현되므로 전 세계 시장이 타깃이 된다. 앱스토어는 국가간 장벽을 무너뜨린 사례다. 이처럼 모바일 환경을 통해 영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SW 개발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향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
향후 10년 뒤의 세상은 모바일 환경이 주도할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정부기관에 적용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모바일 콘텐츠도 등급 심의 때문에 국내 개발자들이 개발물을 미국에서 먼저 선보이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모바일 환경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결국 SW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럼 소위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롤 모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ㆍ벤처기업들이 대기업 및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하청기업에 머무르는 현실에서는 롤 모델이 나올 수 없다.
애플은 국내 중소기업 수준의 규모이지만 세계적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자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대신 많은 벤처기업과 개발자가 참여함으로써 애플의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SW 개발자를 영입하는 현상이 강한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발자, 디자이너, 인문학자 등 연관된 전문가들이 공개된 시장(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SW 개발은 가장 큰 인력창출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본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SW분야 원천기술에 집착… 응용기술에 더 충실해야
네트워크 연결 PC는 공공재 정보보호 개인역할 중요
창의ㆍ개방성 존중하면 도전적 벤처기업 많이 생길것
△사회=국가정보화가 사용자 중심에서 편의와 실효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들이 있을 것 같다.
△이각범=국가정보화는 우리 미래의 중요한 성장동력이자 혁신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게 관건이다. 또 반대로 창의와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국가정보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국가정보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보호이다. 어떻게 해야 정보보호산업의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김홍선=정보보호산업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보안문제는 100% SW 때문에 발생하므로 SW 전문가가 필요하다. 보안과 SW 인력은 별개가 아니다. 정보보호가 바로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할 분야이다.
지난해 7.7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대란 이후 일반인 대상의 강연을 많이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백신 SW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PC가 좀비PC가 됐다. 결국 사용자가 보안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보안제품을 늘 사용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쉽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PC는 개인 소유물이기지만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공재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개인 소유물이지만 도로에서는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PC도 마찬가지다. 개인 소유물이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상 정품을 사용하고 보안패치를 업데이트 하는 등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이처럼 정보보호의 근본적 원인은 전문인력과 사용자이다. 그러나 정부는 표면만 보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고현진=온라인 경제가 실물경제와 결합돼야 한다. 자신의 PC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타인의 PC까지 좀비PC로 만든다면 최소한의 경범죄 처벌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DDoS 대란 시 개인이 대응하기보다는 정부의 해결책만 기다리는 경향이 컸다. 내 집 잠금장치는 내가 달아야 하는데 남이 달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사용자 인식도 선행돼야 하지만 기업이 사용자 편의성을 더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녀노소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화하고 정부는 법제도적 규제를 완화해주는 게 필요하다.
△김진형=전문인력 확보와 사용자 인식 제고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은행이 키보드 보안 SW를 개인PC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것은 월권이다. 처음에는 이런 정책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국민의 보안 마인드를 차단한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국가정보화는 국민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고 나아가 삶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형적인 SW 산업 구조를 바로잡고 인력양성, 국민과 정부의 인식변화 등이 선행돼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국가정보화에 대한 기대와 방향을 말해달라.
△이각범=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 전체의 정보화 방향을 수립하는 명실상부한 IT컨트롤타워이다. 단순히 공공정보화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의미 이상이다. 민간위원장으로서 국가정보화를 통해 지속적이고 혁신 가능한, 창조적 국가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고현진=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 건전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인은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고 정부는 SW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이를 정책화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김홍선=개발자 개개인의 창의력을 존중하고 개인과 조직 모두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하는 개방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창의성과 개방성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더 도전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발자와 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김진형=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정보화 관련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를 준비할 수 있는 꾸준한 투자가 관건이다.
정리=배옥진기자 withok@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