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은 물에 녹으면서 열방출
기온이 너무 낮으면 효과 발휘못해
기온이 너무 낮으면 효과 발휘못해
■ 바이오&헬스
흰 호랑이 해가 시작되자마자 느닷없이 기록적인 눈 폭탄이 쏟아졌다. 100년이 넘는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25㎝가 넘는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온 나라가 하얀 `눈의 나라'로 변해버렸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설경(雪景)을 즐기기만 할 수는 없었다. 폭설과 함께 찾아온 끔찍한 한파로 온 나라가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 급선무였다. 이번에도 역시 `염화칼슘' 분말 살포 트럭이 나섰다. 엄청난 양의 염화칼슘이 도로에 뿌려졌다. 서울에만 무려 3000톤이 사용됐고 전국적으로는 수만 톤이 살포됐다. 비축해둔 염화칼슘이 동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연히 아까운 염화칼슘만 낭비해 버렸다. 결국 전국의 도로는 하얀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아무 효과가 없는 걸 보면서도 무작정 뿌려대는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였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눈이 너무 많이 내린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날씨가 염화칼슘이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 연말 서울에 쏟아진 기습 폭설에서 생생하게 경험했던 일이다. 그 날도 뒤늦게 제설 작업에 나섰던 서울시가 무려 4000톤의 염화칼슘을 뿌려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날도 서울의 기온은 영하 10도를 밑돌고 있었다. 적설량은 고작 2.5㎝였다. 경험에서도 아무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값비싼 염화칼슘을 흥청망청 쓰면서도 아무도 그 원리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쓰는데는 과학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염화칼슘에 녹은 물은 쉽게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 파이프가 얼어 터질 정도로 추운 날에도 소금이 녹아 있는 간장은 얼지 않는 것과 똑같은 `어는점 내림'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염화칼슘은 물에 녹으면서 상당한 양의 열을 방출한다는 것이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사용하는 두 번째 이유다. 염화칼슘을 물에 녹이면 물의 온도가 섭씨 6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발생한 열이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값싼 암염(岩鹽)보다 비싼 염화칼슘을 쓰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원리가 작동하려면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눈이 염화칼슘에 닿기만 하면 녹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물이 있어야만 염화칼슘이 제설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실제로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 것은 염화칼슘 자체가 아니라 염화칼슘이 녹아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기온이 너무 낮으면 염화칼슘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처음부터 눈이 녹아서 물이 생길 가능성도 낮고, 설사 소량의 눈이 녹더라도 염화칼슘이 녹은 물까지 곧바로 다시 얼어붙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간단하고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고려했더라면 지난 연말에 이어 이번에도 쓸데없이 아까운 염화칼슘을 낭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훨씬 더 추운 모스크바에서는 염화칼슘 대신 자동차 냉각수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부동액(不凍液)을 혼합한 물을 뿌린다. 겨울철 모스크바의 도로가 언제나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도로의 구조도 처음부터 중앙선 부분을 높게 만들어서 눈이 녹은 물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한다.
과학은 아는 사람에게만 도움을 준다. 남이 염화칼슘을 쓴다고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너무 추운 날에는 모스크바처럼 액체 제설제를 쓸 수 없다면 쌓인 눈을 물리적으로 밀어내는 고전적인 방법이 훨씬 더 현명한 대안이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교수
흰 호랑이 해가 시작되자마자 느닷없이 기록적인 눈 폭탄이 쏟아졌다. 100년이 넘는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25㎝가 넘는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온 나라가 하얀 `눈의 나라'로 변해버렸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설경(雪景)을 즐기기만 할 수는 없었다. 폭설과 함께 찾아온 끔찍한 한파로 온 나라가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 급선무였다. 이번에도 역시 `염화칼슘' 분말 살포 트럭이 나섰다. 엄청난 양의 염화칼슘이 도로에 뿌려졌다. 서울에만 무려 3000톤이 사용됐고 전국적으로는 수만 톤이 살포됐다. 비축해둔 염화칼슘이 동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연히 아까운 염화칼슘만 낭비해 버렸다. 결국 전국의 도로는 하얀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아무 효과가 없는 걸 보면서도 무작정 뿌려대는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였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눈이 너무 많이 내린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날씨가 염화칼슘이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 연말 서울에 쏟아진 기습 폭설에서 생생하게 경험했던 일이다. 그 날도 뒤늦게 제설 작업에 나섰던 서울시가 무려 4000톤의 염화칼슘을 뿌려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날도 서울의 기온은 영하 10도를 밑돌고 있었다. 적설량은 고작 2.5㎝였다. 경험에서도 아무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값비싼 염화칼슘을 흥청망청 쓰면서도 아무도 그 원리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쓰는데는 과학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염화칼슘에 녹은 물은 쉽게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 파이프가 얼어 터질 정도로 추운 날에도 소금이 녹아 있는 간장은 얼지 않는 것과 똑같은 `어는점 내림'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염화칼슘은 물에 녹으면서 상당한 양의 열을 방출한다는 것이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사용하는 두 번째 이유다. 염화칼슘을 물에 녹이면 물의 온도가 섭씨 6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발생한 열이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값싼 암염(岩鹽)보다 비싼 염화칼슘을 쓰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원리가 작동하려면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눈이 염화칼슘에 닿기만 하면 녹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물이 있어야만 염화칼슘이 제설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실제로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는 것은 염화칼슘 자체가 아니라 염화칼슘이 녹아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기온이 너무 낮으면 염화칼슘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처음부터 눈이 녹아서 물이 생길 가능성도 낮고, 설사 소량의 눈이 녹더라도 염화칼슘이 녹은 물까지 곧바로 다시 얼어붙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간단하고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고려했더라면 지난 연말에 이어 이번에도 쓸데없이 아까운 염화칼슘을 낭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훨씬 더 추운 모스크바에서는 염화칼슘 대신 자동차 냉각수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부동액(不凍液)을 혼합한 물을 뿌린다. 겨울철 모스크바의 도로가 언제나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도로의 구조도 처음부터 중앙선 부분을 높게 만들어서 눈이 녹은 물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한다.
과학은 아는 사람에게만 도움을 준다. 남이 염화칼슘을 쓴다고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너무 추운 날에는 모스크바처럼 액체 제설제를 쓸 수 없다면 쌓인 눈을 물리적으로 밀어내는 고전적인 방법이 훨씬 더 현명한 대안이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