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썬-제이씨현, 공정위 조정 불발로 법리논쟁 돌입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제이씨현시스템즈 간의 서버 선발주, 일명 `밀어내기'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양사의 갈등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이 불발되면서 1월 말부터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됐다. 공정위는 2월 초 한국썬에 대한 실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쟁의 핵심은 한국썬의 불공정거래 여부이다. 제이씨현은 한국썬이 제품 공급자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판매가 확정되지 않은 제품을 유통사가 선발주해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품인 서버는 그 특성상 재고 기간에 따라 가치가 급락한다. 제이씨현에 따르면, 당초 한국썬은 제이씨현이 선발주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면 추후 이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현재 50억~60억원에 이르는 부당한 재고를 안고 있다는 것이 제이씨현의 주장이다.
차중석 제이씨현시스템즈 대표는 "한국썬 영업부문장 등 핵심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비롯해 다양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썬은 제이씨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씨현의 주장은 한국썬 내의 해당 영업사원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일뿐 법인이 공식적으로 한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썬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지만 이미 국내 최고 로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김앤장에 사건을 의뢰해 공식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서버 업체와 유통사 간의 `밀어내기'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 시기에는 이러한 갈등이 더욱 첨예해진다. 그러나 밀어내기가 유통사가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 위한 선주문인가, 아니면 공급업체의 강요에 따른 구매인가의 경계가 모호해 논쟁의 여지가 있고 대부분 조정단계에서 합의를 해 이번처럼 공정위에 상정된 경우는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공정위 심의로 비화된 배경에는 최근 한국썬의 복잡한 내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오라클과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썬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수 인력을 감축했고 합병 이후 하드웨어 사업의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돼 있다. 이미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4개 유닉스 서버 유통사 중 제이씨현이 공정위 제소와 함께 채널 계약을 해지했고 SK네트웍스도 지난해 하반기 한국썬과의 채널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투명한 사업전망과 매출 감소로 유통사와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통해 밀어내기를 둘러싼 논란과 관행이 정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에서는 밀어내기를 실제 판매되지 않은 매출, 즉 일종의 분식회계로 보고 엄격하게 금하는 반면, 국내 서버업계에는 아직도 잘못된 관행이 일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국썬의 또 다른 서버 유통사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밀어내기에 대해 형사처벌을 포함해 매우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밀어내기가 인정될 경우 수정 회계보고 등 절차적인 부분 이외에 책임자 문책 등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지난해 말 시작된 양사의 갈등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이 불발되면서 1월 말부터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됐다. 공정위는 2월 초 한국썬에 대한 실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쟁의 핵심은 한국썬의 불공정거래 여부이다. 제이씨현은 한국썬이 제품 공급자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판매가 확정되지 않은 제품을 유통사가 선발주해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품인 서버는 그 특성상 재고 기간에 따라 가치가 급락한다. 제이씨현에 따르면, 당초 한국썬은 제이씨현이 선발주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면 추후 이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현재 50억~60억원에 이르는 부당한 재고를 안고 있다는 것이 제이씨현의 주장이다.
차중석 제이씨현시스템즈 대표는 "한국썬 영업부문장 등 핵심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비롯해 다양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썬은 제이씨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씨현의 주장은 한국썬 내의 해당 영업사원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일뿐 법인이 공식적으로 한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썬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지만 이미 국내 최고 로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김앤장에 사건을 의뢰해 공식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서버 업체와 유통사 간의 `밀어내기'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 시기에는 이러한 갈등이 더욱 첨예해진다. 그러나 밀어내기가 유통사가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 위한 선주문인가, 아니면 공급업체의 강요에 따른 구매인가의 경계가 모호해 논쟁의 여지가 있고 대부분 조정단계에서 합의를 해 이번처럼 공정위에 상정된 경우는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공정위 심의로 비화된 배경에는 최근 한국썬의 복잡한 내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오라클과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썬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수 인력을 감축했고 합병 이후 하드웨어 사업의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돼 있다. 이미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4개 유닉스 서버 유통사 중 제이씨현이 공정위 제소와 함께 채널 계약을 해지했고 SK네트웍스도 지난해 하반기 한국썬과의 채널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투명한 사업전망과 매출 감소로 유통사와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통해 밀어내기를 둘러싼 논란과 관행이 정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에서는 밀어내기를 실제 판매되지 않은 매출, 즉 일종의 분식회계로 보고 엄격하게 금하는 반면, 국내 서버업계에는 아직도 잘못된 관행이 일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국썬의 또 다른 서버 유통사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밀어내기에 대해 형사처벌을 포함해 매우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밀어내기가 인정될 경우 수정 회계보고 등 절차적인 부분 이외에 책임자 문책 등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