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ㆍ경혈의 실체' 과학으로 규명 시도
1960년대 북한 학자 김봉한 주창
한의학연 중심 봉한관 재현 연구
아시아 5만명, 유럽 1만5000명, 그리고 미국 1만2000명.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침 시술 면허 보유자 숫자입니다. 침은 세계 78개국에 걸쳐 이미 인류 건강을 위한 보편적인 치료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침은 어디에 놓을까요. 누구나 한번쯤 경혈과 경락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경락(經絡)'은 경맥과 락맥의 합성어로, 인체의 겉과 속, 인체의 중심과 사지말단, 오장육부와 인체의 부속기관들을 서로 연결하는 통로를 말합니다. 경혈은 경락이 지나가는 곳 중 경맥과 장부의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지점을 지칭합니다. 경락이 도로라면 경혈은 정류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락을 통해 나쁜 기운(사기)이 침범하기도 하고, 반대로 경혈에 좋은 자극(침이나 뜸)을 가해 장부를 치료하기도 합니다. 경혈은 위치나 조합에 따라 자극의 종류가 달라지고, 그 자극에 따라 인체의 건강상태도 조절된다고 합니다.
한의원에 가서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한의사들은 침을 허리뿐만 아니라,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놓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침 처방은 우리 몸에 흐르는 경락과 경혈의 위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허리 통증에 관련된 경락과 통증 부위를 개선하기 위해 경혈 위치(침자리)에 침이나 뜸을 놓게 되는 것입니다. 경혈은 우리 인체에 총 361개가 있습니다.
침의 효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이지만 효과의 이유에 대해서는 막연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대 과학적으로 경락과 경혈의 실체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서양 과학자들이 침의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현대 과학장비로도 규명되지 않은 경락과 경혈의 실체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합니다. 분명히 침에 의한 치료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피부에 놓은 침이 어떻게 인간의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가의 실체에 대한 의문은 과학계 및 의학계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내 한의학 연구계가 주목하고 있는 `봉한관'이라는 연구영역은 경락ㆍ경혈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현대과학으로 증명 또는 재조명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봉한관은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북한의 학자 김봉한 교수(1916~실종 혹은 사망)가 주창한 봉한학설 중 경락의 실체라고 지목한 생체조직을 말합니다. 김봉한은 경성의대를 졸업한 후 월북한 북한의 생리학자로 평양의대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실종(혹은 사망)되기 전까지 김봉한 교수는 경락실태, 경락계통, 경락체계, 산알 학설, 혈구의 봉한 산알ㆍ세포환 등 총 5개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몸 속에 혈관계와 림프계에 이어 또 다른 제3의 순환계가 존재하고 현대과학에서 말하는 생명체의 최소단위인 세포보다 더 작은 `산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산알은 조직의 재생과 기능에 관여한다는 주장입니다.
김봉한 교수는 경혈에 해당하는 피부소체가 긴 타원형 구조인데, 경락에 해당하는 봉한관에 의해 위장관으로 연결된다고 봤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P32를 사용한 실험에서 경락의 주행에 따라 경혈점에서 더 높은 방사능 측정결과를 관찰했으며 봉한관을 절제했을 때 P32의 측정치가 기존 실험에 비해 감소하는 것을 근거로 봉한관이 경락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또 봉한관 및 봉한소체를 따라 흐르는 봉한액 속에 산알이라 불리는 DNA 과립형태의 구조물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봉한학설은 당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곧이어 그의 실험을 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중국ㆍ독일ㆍ프랑스ㆍ호주ㆍ미국 등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재현에 실패하면서 봉한학설은 논문이 조작됐거나 봉한조직이 실제 조직이 아닌 실험부산물 또는 림프체계를 오인한 것으로 간주돼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후 국내 및 일본 등에서 간헐적인 재현 연구가 진행되다가 최근 그 연구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다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한의물리연구실 소광섭 교수는 2004년 미국 해부학회가 발행하는 `해부학 기록(Anatomical Record)' 5월호에 흰쥐 혈관 내부에서 막대모양의 투명하고 가느다란 관이 존재한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소 교수는 같은 모양의 관을 혈관 내부뿐만 아니라 장기 곳곳에서 발견했으며 한국한의학연구원, 원광대, 전북대 등에도 연구팀이 구성됐습니다. 특히 한의학연은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봉한관의 실체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봉한관의 발견이 혈관이나 림프관의 발견에 견줄 만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연구 분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조직이 발견됐거나 경락과 유사하다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몸 전체에서의 분포, 기능, 질병상관성 등의 광범위한 연구분야를 내포하고 있어, 다방면의 연구가 동시에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의 신비한 `기(氣)'가 현대과학으로 밝혀지는 날이 밝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자료제공=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연 중심 봉한관 재현 연구
아시아 5만명, 유럽 1만5000명, 그리고 미국 1만2000명.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침 시술 면허 보유자 숫자입니다. 침은 세계 78개국에 걸쳐 이미 인류 건강을 위한 보편적인 치료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침은 어디에 놓을까요. 누구나 한번쯤 경혈과 경락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경락(經絡)'은 경맥과 락맥의 합성어로, 인체의 겉과 속, 인체의 중심과 사지말단, 오장육부와 인체의 부속기관들을 서로 연결하는 통로를 말합니다. 경혈은 경락이 지나가는 곳 중 경맥과 장부의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지점을 지칭합니다. 경락이 도로라면 경혈은 정류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락을 통해 나쁜 기운(사기)이 침범하기도 하고, 반대로 경혈에 좋은 자극(침이나 뜸)을 가해 장부를 치료하기도 합니다. 경혈은 위치나 조합에 따라 자극의 종류가 달라지고, 그 자극에 따라 인체의 건강상태도 조절된다고 합니다.
한의원에 가서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한의사들은 침을 허리뿐만 아니라,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놓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침 처방은 우리 몸에 흐르는 경락과 경혈의 위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허리 통증에 관련된 경락과 통증 부위를 개선하기 위해 경혈 위치(침자리)에 침이나 뜸을 놓게 되는 것입니다. 경혈은 우리 인체에 총 361개가 있습니다.
침의 효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이지만 효과의 이유에 대해서는 막연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대 과학적으로 경락과 경혈의 실체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서양 과학자들이 침의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현대 과학장비로도 규명되지 않은 경락과 경혈의 실체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합니다. 분명히 침에 의한 치료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피부에 놓은 침이 어떻게 인간의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가의 실체에 대한 의문은 과학계 및 의학계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내 한의학 연구계가 주목하고 있는 `봉한관'이라는 연구영역은 경락ㆍ경혈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현대과학으로 증명 또는 재조명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봉한관은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북한의 학자 김봉한 교수(1916~실종 혹은 사망)가 주창한 봉한학설 중 경락의 실체라고 지목한 생체조직을 말합니다. 김봉한은 경성의대를 졸업한 후 월북한 북한의 생리학자로 평양의대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실종(혹은 사망)되기 전까지 김봉한 교수는 경락실태, 경락계통, 경락체계, 산알 학설, 혈구의 봉한 산알ㆍ세포환 등 총 5개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몸 속에 혈관계와 림프계에 이어 또 다른 제3의 순환계가 존재하고 현대과학에서 말하는 생명체의 최소단위인 세포보다 더 작은 `산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산알은 조직의 재생과 기능에 관여한다는 주장입니다.
김봉한 교수는 경혈에 해당하는 피부소체가 긴 타원형 구조인데, 경락에 해당하는 봉한관에 의해 위장관으로 연결된다고 봤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P32를 사용한 실험에서 경락의 주행에 따라 경혈점에서 더 높은 방사능 측정결과를 관찰했으며 봉한관을 절제했을 때 P32의 측정치가 기존 실험에 비해 감소하는 것을 근거로 봉한관이 경락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또 봉한관 및 봉한소체를 따라 흐르는 봉한액 속에 산알이라 불리는 DNA 과립형태의 구조물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봉한학설은 당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곧이어 그의 실험을 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중국ㆍ독일ㆍ프랑스ㆍ호주ㆍ미국 등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재현에 실패하면서 봉한학설은 논문이 조작됐거나 봉한조직이 실제 조직이 아닌 실험부산물 또는 림프체계를 오인한 것으로 간주돼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후 국내 및 일본 등에서 간헐적인 재현 연구가 진행되다가 최근 그 연구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다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한의물리연구실 소광섭 교수는 2004년 미국 해부학회가 발행하는 `해부학 기록(Anatomical Record)' 5월호에 흰쥐 혈관 내부에서 막대모양의 투명하고 가느다란 관이 존재한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소 교수는 같은 모양의 관을 혈관 내부뿐만 아니라 장기 곳곳에서 발견했으며 한국한의학연구원, 원광대, 전북대 등에도 연구팀이 구성됐습니다. 특히 한의학연은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봉한관의 실체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봉한관의 발견이 혈관이나 림프관의 발견에 견줄 만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연구 분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조직이 발견됐거나 경락과 유사하다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몸 전체에서의 분포, 기능, 질병상관성 등의 광범위한 연구분야를 내포하고 있어, 다방면의 연구가 동시에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의 신비한 `기(氣)'가 현대과학으로 밝혀지는 날이 밝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자료제공=한국한의학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