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선임기자
닷컴 버블 붕괴가 진행되던 2001년 4월 7일 뉴욕타임스에 논쟁적인 한 독자투고가 실렸다. 기고자는 실리콘밸리 반도체기업 싸이프레스의 T.J.로저스사장. 그는 금리인하 시기를 실기한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경기 방어 능력이 드러났으므로 중앙은행 기능을 차라리 컴퓨터에 맡기자는 `튀는' 제안을 했다.
로저스사장의 주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실수가 있기 마련이므로 중앙은행의 재량권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준칙을 미리 법으로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주장과 중앙은행이 맞닥뜨리는 경제상황은 다양하고 예측이 어려우므로 전문가들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재량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그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이 사례를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인용하고 있다.
현재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 국이 목표 소비자물가상승룔(인플레이션율) 구간을 정해놓고 이에 맞춰 통화량을 조절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복잡해짐에 따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전보다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화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그 단적인 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보다 민첩한 판단과 사전적 대응, 세련된 정책을 구사해야 할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두하고 있는 금리인상 논쟁은 재차 중앙은행의 역할을 곱씹어보게 한다. 유래 없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 벗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정책이 실족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재 금리인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여론은 실기하기 전에 올려야 한다는, 이른바 매파가 우세한 것 같다.
사실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은의 양적 완화는 이미 출구에 들어서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금리인데, 금리는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섣불리 건들일 일이 아니다. 자칫 사용하면 치명적 부작용을 부른다. 최근의 국내외 경제 동향은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긍정적 부정적 여건을 동시에 조성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1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분기 GDP가 역성장(-4.2%)하며 저조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에 금리와 동행하는 실업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실업자는 113만 명으로 2001년 1분기이래 최고 수준이다. 실업률도 여전히 4.7%로 높다. 금리인상으로 고용시장이 더 얼어붙게 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높고 일부 단기고수익상품에 몰리는 과잉유동성과 늘어난 통화량이 우려되지만, 다행히 저금리의 가장 큰 폐해인 자산(부동산)버블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 저금리가 총수요 급증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 여건도 금리인상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중국과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들이 출구전략을 펴는 등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도 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갔지만 전 분기보다 성장률이 낮아졌다. 미국 경제가 아직 불투명하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고민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김중수 한은총재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놓고 번갈아 가며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어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한 측면만 보고 하는 말이다. 저금리 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시장참가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 총재와 기획재정부장관이 이구동성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상반된 신호를 보내는 것은 금리조정에 대한 `패치`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축적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적 판단을 할 때는 실증적 근거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정책입안자들이 발언을 자꾸 늘어놓으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흔히 시장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이 커질 수 있다.
이래저래 금리정책은 지난한 일이다.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판단을 쉽게 할 수 없게 만든다. 경제지표가 좋아졌지만 그 속내를 좀 더 뜯어봐야 하고 해외 여건의 변수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로저스 사장처럼 금리를 컴퓨터에 맡기자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요는 정책입안자와 시장이 균형된 시각과 처방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를 가능한 줄여나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다.
로저스사장의 주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실수가 있기 마련이므로 중앙은행의 재량권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준칙을 미리 법으로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주장과 중앙은행이 맞닥뜨리는 경제상황은 다양하고 예측이 어려우므로 전문가들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재량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그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이 사례를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인용하고 있다.
현재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 국이 목표 소비자물가상승룔(인플레이션율) 구간을 정해놓고 이에 맞춰 통화량을 조절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복잡해짐에 따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전보다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화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그 단적인 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보다 민첩한 판단과 사전적 대응, 세련된 정책을 구사해야 할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두하고 있는 금리인상 논쟁은 재차 중앙은행의 역할을 곱씹어보게 한다. 유래 없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 벗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정책이 실족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재 금리인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여론은 실기하기 전에 올려야 한다는, 이른바 매파가 우세한 것 같다.
사실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은의 양적 완화는 이미 출구에 들어서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금리인데, 금리는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섣불리 건들일 일이 아니다. 자칫 사용하면 치명적 부작용을 부른다. 최근의 국내외 경제 동향은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긍정적 부정적 여건을 동시에 조성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1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분기 GDP가 역성장(-4.2%)하며 저조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에 금리와 동행하는 실업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실업자는 113만 명으로 2001년 1분기이래 최고 수준이다. 실업률도 여전히 4.7%로 높다. 금리인상으로 고용시장이 더 얼어붙게 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높고 일부 단기고수익상품에 몰리는 과잉유동성과 늘어난 통화량이 우려되지만, 다행히 저금리의 가장 큰 폐해인 자산(부동산)버블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 저금리가 총수요 급증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 여건도 금리인상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중국과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들이 출구전략을 펴는 등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도 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갔지만 전 분기보다 성장률이 낮아졌다. 미국 경제가 아직 불투명하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고민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김중수 한은총재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놓고 번갈아 가며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어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한 측면만 보고 하는 말이다. 저금리 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시장참가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 총재와 기획재정부장관이 이구동성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상반된 신호를 보내는 것은 금리조정에 대한 `패치`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축적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적 판단을 할 때는 실증적 근거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정책입안자들이 발언을 자꾸 늘어놓으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흔히 시장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이 커질 수 있다.
이래저래 금리정책은 지난한 일이다.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판단을 쉽게 할 수 없게 만든다. 경제지표가 좋아졌지만 그 속내를 좀 더 뜯어봐야 하고 해외 여건의 변수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로저스 사장처럼 금리를 컴퓨터에 맡기자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요는 정책입안자와 시장이 균형된 시각과 처방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를 가능한 줄여나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