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지금은 비록 그 아성이 무너졌지만 미 제너럴모터스(GM)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창조해낸 기업임에 틀림없다. 100년 이상 된 GM의 역사에서 설립자인 윌리엄 듀런트 못지 않게 강한 족적을 남긴 이가 바로 `경영의 천재'로 불리는 알프레드 슬론이다.
슬론은 1920년 심각한 파산 위기에서 듀런트가 사임한 후 GM의 경영을 맡아 37년간 자동차 시장을 천하통일하는 대업을 이뤄냈다.
MIT를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3년 만에 졸업한 슬론은 술, 담배, 골프, 취미활동 등을 일체 하지 않으면서 늘 GM의 경영전략만 생각하는 모범경영인이었다. 그는 1920년 12%이던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1957년 52%까지 끌어올렸다.
슬론이 경영의 귀재였다면 기술면에서 자동차 산업의 새 지평을 연 것은 찰스 케터링이었다. 케터링은 슬론이 최고경영자에 오른 1920년부터 27년간 기술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델코'라는 자동차용 전기발전기, 자동차용 전기자동점화장치, 자동시동기 등 그가 발명한 기술들은 자동차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밖에 전자현금등록기,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인 프레온, 자동변속장치, 인큐베이터 등이 모두 그의 발명품이었다.
이 정도 이력만으로도 훌륭한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두 사람은 인생 후반기에 함께 실행한 `통큰 기부'로 역사에 더 길이 기억되고 있다.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1000만달러라는 거금을 기부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암 연구ㆍ치료기관으로 공인되는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전신인 슬론케터링연구소를 세웠다. 이 연구소는 항암제 개발, 백혈병 원인 유전자 발견 및 치료물질 개발, 간기능 표지자인 혈청 GOT, GPT 개발 등 역사적인 연구성과를 쏟아냈다.
과학의 발전 뒤에 숨겨진 `기부'의 예는 이밖에도 많다. 세계 최대의 바이오ㆍ의학 연구소인 미 하워드휴즈연구소는 2004년 상영된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의 실제 주인공인 항공산업의 거부 하워드 휴즈가 1953년 사재를 털어 설립했다. 휴즈는 19살이던 1925년 서명한 유언에서 재산의 일부를 생명의 기원과 생명의학 연구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명시했고, 나중에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 연구소는 83억달러 이상을 장래가 촉망되는 과학자의 연구와 교육에 지원해 왔고, 지금까지 300명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 그중 12명은 노벨상 수상자들이었다.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리처드 액셀과 린다 벅은 인간의 냄새 감지 및 기억시스템을 연구해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로드릭 맥킨넌은 생물의 이온통로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거부들의 이러한 `과학 기부'는 미국 과학계의 토양을 더 기름지고 풍부하게 만들었고, 과학자들은 정부 연구비에 목메지 않고도 자신만의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과학이 기부의 큰 `툴'로 자리잡으면서 과학발전과 함께 경제성장, 나아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이 가능했다.
최근 국립과천과학관을 중심으로 과학대중화와 과학교육을 돕기 위한 과학관후원회가 만들어져 국내에도 과학 기부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평생 `과학자가 존경받는 나라'를 꿈꾸며 KAIST에 578억원을 기부한 유근철 박사는 최근 과학분야의 최고 훈장인 창조장 수상소감을 통해 "과학자를 기르는 것은 개인의 힘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힘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경제력 있는 계층이 과학자를 위해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 일색의 과학생태계를 다양화하고 젊은 과학자들이 보다 넓은 기회를 갖기 위해 국가 대표 기업가들의 `과학 기부', `과학 나눔'이 본격화되길 기대한다.
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naturean@
슬론은 1920년 심각한 파산 위기에서 듀런트가 사임한 후 GM의 경영을 맡아 37년간 자동차 시장을 천하통일하는 대업을 이뤄냈다.
MIT를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3년 만에 졸업한 슬론은 술, 담배, 골프, 취미활동 등을 일체 하지 않으면서 늘 GM의 경영전략만 생각하는 모범경영인이었다. 그는 1920년 12%이던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1957년 52%까지 끌어올렸다.
슬론이 경영의 귀재였다면 기술면에서 자동차 산업의 새 지평을 연 것은 찰스 케터링이었다. 케터링은 슬론이 최고경영자에 오른 1920년부터 27년간 기술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델코'라는 자동차용 전기발전기, 자동차용 전기자동점화장치, 자동시동기 등 그가 발명한 기술들은 자동차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밖에 전자현금등록기,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인 프레온, 자동변속장치, 인큐베이터 등이 모두 그의 발명품이었다.
이 정도 이력만으로도 훌륭한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두 사람은 인생 후반기에 함께 실행한 `통큰 기부'로 역사에 더 길이 기억되고 있다.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1000만달러라는 거금을 기부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암 연구ㆍ치료기관으로 공인되는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전신인 슬론케터링연구소를 세웠다. 이 연구소는 항암제 개발, 백혈병 원인 유전자 발견 및 치료물질 개발, 간기능 표지자인 혈청 GOT, GPT 개발 등 역사적인 연구성과를 쏟아냈다.
과학의 발전 뒤에 숨겨진 `기부'의 예는 이밖에도 많다. 세계 최대의 바이오ㆍ의학 연구소인 미 하워드휴즈연구소는 2004년 상영된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의 실제 주인공인 항공산업의 거부 하워드 휴즈가 1953년 사재를 털어 설립했다. 휴즈는 19살이던 1925년 서명한 유언에서 재산의 일부를 생명의 기원과 생명의학 연구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명시했고, 나중에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 연구소는 83억달러 이상을 장래가 촉망되는 과학자의 연구와 교육에 지원해 왔고, 지금까지 300명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 그중 12명은 노벨상 수상자들이었다.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리처드 액셀과 린다 벅은 인간의 냄새 감지 및 기억시스템을 연구해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로드릭 맥킨넌은 생물의 이온통로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거부들의 이러한 `과학 기부'는 미국 과학계의 토양을 더 기름지고 풍부하게 만들었고, 과학자들은 정부 연구비에 목메지 않고도 자신만의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과학이 기부의 큰 `툴'로 자리잡으면서 과학발전과 함께 경제성장, 나아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이 가능했다.
최근 국립과천과학관을 중심으로 과학대중화와 과학교육을 돕기 위한 과학관후원회가 만들어져 국내에도 과학 기부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평생 `과학자가 존경받는 나라'를 꿈꾸며 KAIST에 578억원을 기부한 유근철 박사는 최근 과학분야의 최고 훈장인 창조장 수상소감을 통해 "과학자를 기르는 것은 개인의 힘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힘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경제력 있는 계층이 과학자를 위해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 일색의 과학생태계를 다양화하고 젊은 과학자들이 보다 넓은 기회를 갖기 위해 국가 대표 기업가들의 `과학 기부', `과학 나눔'이 본격화되길 기대한다.
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nature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