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원정 대회 사상 첫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그와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그리스와 첫 경기 후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싸워야 해 그리스를 상대로 승점 3을 챙기지 못하면 16강 진출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한국-그리스, 두 나라의 운명을 가를 이번 맞대결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세트피스 vs 세트피스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그리스의 주요 득점원 중 하나는 세트피스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2-2 무승부), 3일 파라과이(0-2 패)와 치른 평가전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세트피스만큼은 경기를 직접 관전한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의 입에서 "위협적이다"라는 말을 이끌어냈다.
특히 키가 큰 수비수들까지 코너킥이나 프리킥 때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상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줬다.
특히 킥을 전담하는 주장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날카롭게 올려주는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일품이라 위험 지역에서 반칙은 태극전사들로서는 절대금물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광주)도 이에 대해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은 안 주는 것이 최상이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맞서는 허정무호도 세트피스는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공격 옵션이다.
오른발잡이 박주영(모나코)과 왼발잡이 염기훈(수원)은 훈련 때마다 짬을 내 프리킥을 찼고, 기성용(셀틱)은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동료에게 정확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배달하려고 노력해 왔다.
허 감독은 결전의 땅 포트엘리자베스에 도착해 첫 훈련을 진행한 10일 자체 연습경기 때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허 감독은 특히 상대 미드필드 진영 좌ㆍ우에서 프리킥을 얻었을 때를 가정해 기성용에게 골키퍼가 달려나오기 어려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높지 않고 정확하게 공을 차올리도록 요구했다.
실제로 기성용의 크로스가 허 감독이 지시한 지점으로 날아가자 박주영이 쇄도 하며 헤딩으로 골문에 꽂아 넣었다.
◇1차전 이겨야 16강 희망
각 조 1, 2위에 주어지는 16강 티켓의 주인은 조별리그 첫 판에서 사실상 가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선 참가국이 24개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세 차례 월드컵을 되돌아보면 첫 경기의 중요성은 더욱 극명해진다. 1차전 승리 팀은 대부분 16강 문턱을 넘어섰다.
앞선 세 개 대회의 조별리그 1차전 총 48경기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 것은 36경기다. 승리한 36개국 중 16강에 진출한 나라는 모두 31개국이다. 확률로는 86.1%다.
1998년에는 무승부 5경기를 제외한 11경기에서 승패가 나뉘었는데 승자는 모두 16강에 올랐다.
4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는 승리한 12개국 중 9개국, 3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승리한 13개국 중 11개국이 각각 16강 무대로 나아갔다.
반면 1차전에서 승리하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한 나라는 2002년의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러시아와 2006년의 한국, 체코 등 다섯뿐이다. 한국은 당시 토고와 첫 판에서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결국 1승1무1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
1차전에서 무릎을 꿇고도 바로 분위기를 추슬러 16강 진출권을 따 낸 예는 세 차례(2002년 터키, 2006년 가나와 우크라이나)가 있었다.
◇이운재의 경험이냐, 정성룡의 패기냐?
그리스전에 나설 베스트11의 윤곽은 이미 드러났지만, 허정무 감독의 고민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자리가 있으니 바로 골키퍼다. 허 감독은 "당일 컨디션이 최고인 선수가 골문을 지킨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베테랑 이운재(수원)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탄 정성룡(성남)의 경쟁을 끝까지 부추기고 있다.
통산 네 번째 월드컵(1994, 2002, 2006, 2010년) 무대에 오르는 이운재는 A매치131경기(113실점)를 뛴 한국 최고 수문장이다. 경험 면에서는 2008년 1월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르며 통산 A매치 16경기(7실점)에 나선 정성룡은 이운재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이운재가 무혈입성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경기력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후 대표팀 코치진의 믿음도 흔들리는 듯했다. 반면 정성룡은 한 경기에서 두세 차례는 `슈퍼세이브`를 선보이는 순발력과 공중볼 처리 능력 등을 앞세워 조금씩 이운재의 자리를 위협했다.
장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트피스가 위협적인 그리스 선수들과 맞서려면 이운재(182㎝)보다는 체격 조건이 좋은 정성룡(190㎝)이 제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10일 전술 훈련 때도 주전 팀의 골문을 지킨 것은 정성룡이었다. 허 감독이 큰 무대, 첫 경기라는 점을 고려해 이운재의 경험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그리스라는 상대에 맞춰 정성룡의 패기를 택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낮경기.바람 등 환경도 변수
이번 경기는 전력 외에도 승패에 영향을 줄 변수들이 적지 않다.
우선 경기가 현지 시각으로 낮 1시30분에 킥오프된다는 점이다. 주로 야간 경기를 치르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시간대다. 양국 대표 선수들은 1차전 킥오프 시간에 맞춰 아침 식사 시간 등을 조절하는 등 며칠 전부터 리허설을 해왔다.
생소한 시간대 치르는 경기라 컨디션 조절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경기가 열릴 포트엘리자베스의 바람도 변수다. 포트엘리자베스는 인도양에서 사시사철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윈디 시티(Windy city)`로 불린다. 게다가 통풍이 잘되도록 뚫어 놓은 공간을 통해 스며드는 바람이 간혹 그라운드에 돌풍 현상까지 일으켜 선수들로서는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국은 해발 1천200여ｍ의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훈련하다 해발 0ｍ의 포트엘리자베스로 내려왔다. 반면 그리스는 한국과 1차전에 맞춰 해발 0ｍ의 평지인 더반에서 훈련하다 포트엘리자베스로 이동했다. 훈련캠프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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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그리스와 첫 경기 후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싸워야 해 그리스를 상대로 승점 3을 챙기지 못하면 16강 진출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한국-그리스, 두 나라의 운명을 가를 이번 맞대결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세트피스 vs 세트피스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그리스의 주요 득점원 중 하나는 세트피스다. 그리스는 지난달 26일 북한(2-2 무승부), 3일 파라과이(0-2 패)와 치른 평가전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세트피스만큼은 경기를 직접 관전한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의 입에서 "위협적이다"라는 말을 이끌어냈다.
특히 키가 큰 수비수들까지 코너킥이나 프리킥 때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상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줬다.
특히 킥을 전담하는 주장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날카롭게 올려주는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일품이라 위험 지역에서 반칙은 태극전사들로서는 절대금물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광주)도 이에 대해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은 안 주는 것이 최상이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맞서는 허정무호도 세트피스는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공격 옵션이다.
오른발잡이 박주영(모나코)과 왼발잡이 염기훈(수원)은 훈련 때마다 짬을 내 프리킥을 찼고, 기성용(셀틱)은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동료에게 정확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배달하려고 노력해 왔다.
허 감독은 결전의 땅 포트엘리자베스에 도착해 첫 훈련을 진행한 10일 자체 연습경기 때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허 감독은 특히 상대 미드필드 진영 좌ㆍ우에서 프리킥을 얻었을 때를 가정해 기성용에게 골키퍼가 달려나오기 어려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높지 않고 정확하게 공을 차올리도록 요구했다.
실제로 기성용의 크로스가 허 감독이 지시한 지점으로 날아가자 박주영이 쇄도 하며 헤딩으로 골문에 꽂아 넣었다.
◇1차전 이겨야 16강 희망
각 조 1, 2위에 주어지는 16강 티켓의 주인은 조별리그 첫 판에서 사실상 가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선 참가국이 24개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세 차례 월드컵을 되돌아보면 첫 경기의 중요성은 더욱 극명해진다. 1차전 승리 팀은 대부분 16강 문턱을 넘어섰다.
앞선 세 개 대회의 조별리그 1차전 총 48경기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 것은 36경기다. 승리한 36개국 중 16강에 진출한 나라는 모두 31개국이다. 확률로는 86.1%다.
1998년에는 무승부 5경기를 제외한 11경기에서 승패가 나뉘었는데 승자는 모두 16강에 올랐다.
4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는 승리한 12개국 중 9개국, 3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승리한 13개국 중 11개국이 각각 16강 무대로 나아갔다.
반면 1차전에서 승리하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한 나라는 2002년의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러시아와 2006년의 한국, 체코 등 다섯뿐이다. 한국은 당시 토고와 첫 판에서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결국 1승1무1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
1차전에서 무릎을 꿇고도 바로 분위기를 추슬러 16강 진출권을 따 낸 예는 세 차례(2002년 터키, 2006년 가나와 우크라이나)가 있었다.
◇이운재의 경험이냐, 정성룡의 패기냐?
그리스전에 나설 베스트11의 윤곽은 이미 드러났지만, 허정무 감독의 고민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자리가 있으니 바로 골키퍼다. 허 감독은 "당일 컨디션이 최고인 선수가 골문을 지킨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베테랑 이운재(수원)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탄 정성룡(성남)의 경쟁을 끝까지 부추기고 있다.
통산 네 번째 월드컵(1994, 2002, 2006, 2010년) 무대에 오르는 이운재는 A매치131경기(113실점)를 뛴 한국 최고 수문장이다. 경험 면에서는 2008년 1월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르며 통산 A매치 16경기(7실점)에 나선 정성룡은 이운재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이운재가 무혈입성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경기력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후 대표팀 코치진의 믿음도 흔들리는 듯했다. 반면 정성룡은 한 경기에서 두세 차례는 `슈퍼세이브`를 선보이는 순발력과 공중볼 처리 능력 등을 앞세워 조금씩 이운재의 자리를 위협했다.
장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트피스가 위협적인 그리스 선수들과 맞서려면 이운재(182㎝)보다는 체격 조건이 좋은 정성룡(190㎝)이 제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10일 전술 훈련 때도 주전 팀의 골문을 지킨 것은 정성룡이었다. 허 감독이 큰 무대, 첫 경기라는 점을 고려해 이운재의 경험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그리스라는 상대에 맞춰 정성룡의 패기를 택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낮경기.바람 등 환경도 변수
이번 경기는 전력 외에도 승패에 영향을 줄 변수들이 적지 않다.
우선 경기가 현지 시각으로 낮 1시30분에 킥오프된다는 점이다. 주로 야간 경기를 치르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시간대다. 양국 대표 선수들은 1차전 킥오프 시간에 맞춰 아침 식사 시간 등을 조절하는 등 며칠 전부터 리허설을 해왔다.
생소한 시간대 치르는 경기라 컨디션 조절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경기가 열릴 포트엘리자베스의 바람도 변수다. 포트엘리자베스는 인도양에서 사시사철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윈디 시티(Windy city)`로 불린다. 게다가 통풍이 잘되도록 뚫어 놓은 공간을 통해 스며드는 바람이 간혹 그라운드에 돌풍 현상까지 일으켜 선수들로서는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국은 해발 1천200여ｍ의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훈련하다 해발 0ｍ의 포트엘리자베스로 내려왔다. 반면 그리스는 한국과 1차전에 맞춰 해발 0ｍ의 평지인 더반에서 훈련하다 포트엘리자베스로 이동했다. 훈련캠프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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