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 등 전 공정 장비 80∼90% 해외 의존
대기업-중기 상생협력 글로벌 경쟁력 충분
대기업-중기 상생협력 글로벌 경쟁력 충분
■ 글로벌 장비재료 기업 키우자
프롤로그. 반도체 디스플레이 강국을 위해
올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대거 설비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반도체에만 9조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설비에 2조원 등 반도체 설비투자에만 11조원을 투자키로 했고, LCD 등 디스플레이 설비투자에 5조원을 계획하고 있다.
하이닉스도 지난해 1조원 가량에서 올해는 3조원 가량을 투자할 예정이고,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세대 추가 생산라인과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설비 등에 모두 5조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메모리반도체와 LCD 등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3개사가 올해 발표한 설비투자액만 대략 24조원으로 지난해 설비투자액의 배 이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설비투자액 가운데 70∼80%가 장비 구매액이다. 이에 따라 대략 17조원이 넘는 장비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장비 업계가 호황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조금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작 호황 대목을 만난 것은 국내 장비 업계가 아니라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외국 장비업계다. 반도체 장비는 대략 80%, LCD 등 디스플레이 생산장비는 대략 50%를 외국계 기업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새로운 메모리반도체 16라인 건설을 위해 착공에 들어갔는데, 이 신규 생산공장 하나를 짓는데만 약 4조원이 들어간다. 4조원 가운데 약 3조원이 장비 구매분에 해당하는데 3조원 가운데 외국 장비업계에 돌아가는 몫은 약 2.4조원이고, 국내 장비업계 몫은 고작 6000억원인 셈이다. 올해 약 17조원의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13조원 가량은 외국계 장비기업이 가져가는 것이고, 나머지 4조원을 놓고 국내 장비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후방산업 현황= 흔히 우리나라가 반도체 세계 1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1위이고, 디스플레이 패널 1위 국가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하다. 그런데 이 마저도 한 꺼풀 벗겨 살펴보면 진정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1등 국가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전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장비 가운데 50∼8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노광ㆍ증착ㆍ식각ㆍ열처리 등 생산공정의 핵심인 전(前)공정 장비의 해외 의존률은 반도체 90%, 디스플레이 80%에 달한다.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AMAT)나 램리서치ㆍAKT,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나 니콘ㆍ알박, 유럽 ASML 등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전공정 핵심장비를 만드는 기업들인데, 심한 말로 이들이 국내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에 장비를 공급하지 않으면 우리는 생산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도 우리가 진정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1등 국가라 자부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일 무역역조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운데 하나다. 대일 무역역조의 경우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막대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와 재료 수입 때문이다. 대일 무역역조의 원인에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반도체 장비만 7조원이고, 디스플레이 장비는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수출은 1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이니 국가 R&D 예산을 크게 배정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녹색기술 등 정부 R&D예산을 투자할 데가 천지인데, 굳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내막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세계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산업 규모만 해도 지난해 250억달러에서 올해 3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1등 하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해 360억달러 정도였는데, 이 규모와 맞먹는 대형 산업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세계 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대형 수요기업이 국내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 장비기업간 상생협력을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앞선 기술제품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고, 메모리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패널 못지 않은 효자 수출품목이 될 수 있다는 게 관련 산업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글로벌 장비산업 육성, 특단책 세워라= 그러나 우리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산업계는 글로벌 장비 기업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여력이 매우 부족하다. 규모가 작다보니 고급 R&D인력을 데려오기도 쉽지 않고, 갈수록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해져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장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종 장비 기업을 키우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특단책이란 결국 삼성ㆍLGㆍ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정부의 강한 의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장비 국산화 의지를 갖고 차세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첨단장비를 협력 장비기업과 상용화 2∼3년 전부터 미리 공동 개발하고, 적극 구매로 이어지게 해줘야 한다. 또 정부는 차세대 장비 한 대 개발하는데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리스크를 고려해 적극 R&D 지원에 나서는 등 장비 국산화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년 뒤인 2020년에도 과연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1위 국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다. 중국이 내년이면 8세대 LCD 패널 생산에 들어간다. 8세대 LCD라면 현재 세계 1ㆍ2위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한 생산력에서 중국을 무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은 대만과 경제협정(ECFA) 체결을 눈앞에 두며, `차이완' 중화 경제권을 만들고 있다. 폭넓은 내수와 생산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2020년 LCD에서 1위를 차지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때 우리나라는 중국에 LCD패널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LCD 장비와 재료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때 가서도 장비와 재료를 모두 수입에 의존에 의존한다면 우리나라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은 흔히 얘기하는 `넛 크래커'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기획취재팀 팀장=김승룡기자 srkim@
심화영기자 dorothy@
배옥진기자 withok@
이연호기자 dew9012@
프롤로그. 반도체 디스플레이 강국을 위해
올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대거 설비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반도체에만 9조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설비에 2조원 등 반도체 설비투자에만 11조원을 투자키로 했고, LCD 등 디스플레이 설비투자에 5조원을 계획하고 있다.
하이닉스도 지난해 1조원 가량에서 올해는 3조원 가량을 투자할 예정이고,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세대 추가 생산라인과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설비 등에 모두 5조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메모리반도체와 LCD 등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3개사가 올해 발표한 설비투자액만 대략 24조원으로 지난해 설비투자액의 배 이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설비투자액 가운데 70∼80%가 장비 구매액이다. 이에 따라 대략 17조원이 넘는 장비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장비 업계가 호황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조금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작 호황 대목을 만난 것은 국내 장비 업계가 아니라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외국 장비업계다. 반도체 장비는 대략 80%, LCD 등 디스플레이 생산장비는 대략 50%를 외국계 기업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새로운 메모리반도체 16라인 건설을 위해 착공에 들어갔는데, 이 신규 생산공장 하나를 짓는데만 약 4조원이 들어간다. 4조원 가운데 약 3조원이 장비 구매분에 해당하는데 3조원 가운데 외국 장비업계에 돌아가는 몫은 약 2.4조원이고, 국내 장비업계 몫은 고작 6000억원인 셈이다. 올해 약 17조원의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13조원 가량은 외국계 장비기업이 가져가는 것이고, 나머지 4조원을 놓고 국내 장비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후방산업 현황= 흔히 우리나라가 반도체 세계 1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1위이고, 디스플레이 패널 1위 국가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하다. 그런데 이 마저도 한 꺼풀 벗겨 살펴보면 진정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1등 국가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전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장비 가운데 50∼8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노광ㆍ증착ㆍ식각ㆍ열처리 등 생산공정의 핵심인 전(前)공정 장비의 해외 의존률은 반도체 90%, 디스플레이 80%에 달한다.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AMAT)나 램리서치ㆍAKT,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EL)이나 니콘ㆍ알박, 유럽 ASML 등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전공정 핵심장비를 만드는 기업들인데, 심한 말로 이들이 국내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에 장비를 공급하지 않으면 우리는 생산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도 우리가 진정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1등 국가라 자부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일 무역역조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운데 하나다. 대일 무역역조의 경우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막대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와 재료 수입 때문이다. 대일 무역역조의 원인에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반도체 장비만 7조원이고, 디스플레이 장비는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수출은 1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이니 국가 R&D 예산을 크게 배정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녹색기술 등 정부 R&D예산을 투자할 데가 천지인데, 굳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내막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세계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산업 규모만 해도 지난해 250억달러에서 올해 3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1등 하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해 360억달러 정도였는데, 이 규모와 맞먹는 대형 산업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세계 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대형 수요기업이 국내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 장비기업간 상생협력을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앞선 기술제품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고, 메모리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패널 못지 않은 효자 수출품목이 될 수 있다는 게 관련 산업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글로벌 장비산업 육성, 특단책 세워라= 그러나 우리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 산업계는 글로벌 장비 기업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여력이 매우 부족하다. 규모가 작다보니 고급 R&D인력을 데려오기도 쉽지 않고, 갈수록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해져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장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종 장비 기업을 키우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특단책이란 결국 삼성ㆍLGㆍ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정부의 강한 의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장비 국산화 의지를 갖고 차세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첨단장비를 협력 장비기업과 상용화 2∼3년 전부터 미리 공동 개발하고, 적극 구매로 이어지게 해줘야 한다. 또 정부는 차세대 장비 한 대 개발하는데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리스크를 고려해 적극 R&D 지원에 나서는 등 장비 국산화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년 뒤인 2020년에도 과연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1위 국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다. 중국이 내년이면 8세대 LCD 패널 생산에 들어간다. 8세대 LCD라면 현재 세계 1ㆍ2위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한 생산력에서 중국을 무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은 대만과 경제협정(ECFA) 체결을 눈앞에 두며, `차이완' 중화 경제권을 만들고 있다. 폭넓은 내수와 생산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2020년 LCD에서 1위를 차지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때 우리나라는 중국에 LCD패널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LCD 장비와 재료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때 가서도 장비와 재료를 모두 수입에 의존에 의존한다면 우리나라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은 흔히 얘기하는 `넛 크래커'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기획취재팀 팀장=김승룡기자 srkim@
심화영기자 dorothy@
배옥진기자 withok@
이연호기자 dew9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