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ㆍ정유ㆍ교통ㆍ금융 망 공격땐 가공할 피해 초래
이코노미스트 "각국 사이버전 '선의의 룰' 세워야"
미ㆍ영국 등 전방위 대비체제…국내는 여전히 취약
이코노미스트 "각국 사이버전 '선의의 룰' 세워야"
미ㆍ영국 등 전방위 대비체제…국내는 여전히 취약
제2 디도스(DDoS)공격이 다행히 별 피해 없이 지나갔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국가기관이 공격 타깃이 됐던 지난해 7.7 디도스공격은 여전히 공격자를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다. 좀비PC를 통한 우회 공격으로 인해 발원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증거와 심증으로 볼 때 북한이 확신범이다.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트들은 여전히 사이버위협에 취약하다. 국회디지털포럼(회장 서상기의원)이 디도스 공격 1주년에 즈음해 지난달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60개의 디도스 공격 대응력과 홈페이지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서상기의원은 국가기관의 보안강화를 위해 해커 1000명을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 안전을 지키는 영역이 사이버 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일 국방정보화 정책세미나에서 국방부는 2012년까지 국방정보체계를 통합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서비스, 데이터콘텐츠, 정보서비스, 네트워크 4개 관점에서 3단계로 고도화를 추진한다. 사이버전쟁에 대비한 정보 방어 전략도 포함될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사이버부대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사이버위기 시 국정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 부처의 임무를 규정했다. 올해부터 민간 사이버보안관 3000명을 양성하는 사업계획도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사이버위협 고도화와 사이버전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적성국이나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사이버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에 최근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김대중 정권 시절 해체한 국방정보체계연구소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은 물론 국방IT화까지 포괄하는 기구다. 사이버전쟁을 대비한 기구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코노미스트(7월 3일자)는 과거 미국과 소련이 했던 것처럼 사이버무기와 사이버전쟁에 대해 각 국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에 지켜야 할 사항을 담은 제네바협정처럼 사이버공간에서도 유사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자는 것이다. 특히 사이버공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국제 센터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내용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사이버 공간, 전장으로 비화하나 = 현대 사회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상호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이버 공간은 육지 바다 영공 우주에 이어 국가가 지켜야 할 제5의 영역이 됐다. 다섯 번째 전쟁터가 된 것이다. 각 국 정부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피해를 알기 때문에 스스로 해커가 돼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려 한다. 사이버 해킹능력을 배양하고 적성국 시스템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거나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망가뜨린다.
전력, 정유, 교통, 금융 망에 대한 공격은 가공할 피해를 초래한다. 더욱이 본격적인 사이버공격이 역사상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각 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 한다. 경쟁적으로 사이버무기와 군대를 양성하면서 이제 사이버 상에서도 핵무기 군축처럼 사이버무기 군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5월 창설된 미국 사이버사령부의 키스 알렉산더 장군이 사이버 위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의 논의 요구를 외면해왔던 미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도 사이버공격에 대한 전략적 개념을 고민하고 있다. 2007년 에스토니아와 2008년 조지아(그루지아)에 러시아 크레믈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사이버공격을 마주한 NATO는 회원국(에스토니아)의 안전을 지키는데 사이버공간도 포함시킬지 고민했다. NATO는 한때 소련의 병영이었던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수월성 센터`(Center of Excellence)를 개설했다.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위협을 알기 때문에 사이버 군축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사이버무기는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와 달리 물리적 형태를 띠지 않고 어디에서든 생산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통제할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유럽 등이 참여하는 사이버 무기 군축회담이 곧 열릴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
◆견제와 공조가 공존하는 사이버공간 = 전 백악관 사이버안보 담당관이었던 리차드 클라크가 지난달 미국에서 발간한 `사이버 전쟁: 국가 안보의 다음 위협과 대응'이란 책은 사이버전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책은 사이버전쟁이 터지면 15분 내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컴퓨터 버그는 물론이고 군사 통신, 교통 정유 금융 철도 항공관제 궤도위성 등 사회인프라가 가동을 멈추고 통제불능이 된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로 각 국은 사이버방어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미국이 5월 사이버사령부를 설치했고, 영국도 정보국 산하에 감청기구인 국가통신본부(GCHQ)를 두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중반까지 사이버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대비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러시아, 이스라엘, 이란, 북한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이버 상의 첩보활동과 해킹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차세대 주력전투기인 F-35의 정보를 빼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08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관장하는 미국 중앙사령부의 컴퓨터가 해킹 당하고 침입자를 떼어내는 데는 일주일이나 걸렸다. 스파이활동과 해킹은 각 국 정부뿐 아니라 테러리스트와 금전적 갈취를 목적으로 한 범죄자들에 의해 빈번히 일어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사이버범죄로 1조 달러를 잃었다고 말했다. 마약거래액보다는 많은 액수다. 기업들은 해킹이나 데이터손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2008년에만 2억8500만명의 개인정보를 잃었다.
국가간 전면적인 사이버전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적성국이라 해도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적의 공격이 민간부문을 포함한 나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 공격에 앞서 사담 후세인의 은행계좌에 있는 수 십억 달러를 동결하기 위해 이라크 금융시스템을 해킹하려 했으나 그 여파가 중동과 유럽, 아시아, 미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포기했다.
테러리스트는 상응한 보복이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를 테면, 인터넷 트래픽의 90%이상을 소화하는 해저광케이블의 몇몇 집결지는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 테러리스트가 이곳을 공격한다면 전세계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잘 통제되지 않는 아프리카가 점점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도 사이버범죄 증가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이버 상에서 국가는 국경의 안에 있지만 범죄자는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사이버공격이 초래할 예상할 수 없는 피해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대비 때문에 각 국은 사이버공간에서 견제와 공조를 병행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해상 재난 시 선박으로 하여금 선원의 구조를 의무화한 것처럼, 사이버 공격 발생 시 국적과 동기를 불문하고 서로 돕도록 하자는 `선의의 룰'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트들은 여전히 사이버위협에 취약하다. 국회디지털포럼(회장 서상기의원)이 디도스 공격 1주년에 즈음해 지난달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60개의 디도스 공격 대응력과 홈페이지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서상기의원은 국가기관의 보안강화를 위해 해커 1000명을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 안전을 지키는 영역이 사이버 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일 국방정보화 정책세미나에서 국방부는 2012년까지 국방정보체계를 통합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서비스, 데이터콘텐츠, 정보서비스, 네트워크 4개 관점에서 3단계로 고도화를 추진한다. 사이버전쟁에 대비한 정보 방어 전략도 포함될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사이버부대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사이버위기 시 국정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 부처의 임무를 규정했다. 올해부터 민간 사이버보안관 3000명을 양성하는 사업계획도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사이버위협 고도화와 사이버전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적성국이나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사이버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에 최근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김대중 정권 시절 해체한 국방정보체계연구소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은 물론 국방IT화까지 포괄하는 기구다. 사이버전쟁을 대비한 기구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코노미스트(7월 3일자)는 과거 미국과 소련이 했던 것처럼 사이버무기와 사이버전쟁에 대해 각 국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에 지켜야 할 사항을 담은 제네바협정처럼 사이버공간에서도 유사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자는 것이다. 특히 사이버공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국제 센터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내용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사이버 공간, 전장으로 비화하나 = 현대 사회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상호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이버 공간은 육지 바다 영공 우주에 이어 국가가 지켜야 할 제5의 영역이 됐다. 다섯 번째 전쟁터가 된 것이다. 각 국 정부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피해를 알기 때문에 스스로 해커가 돼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려 한다. 사이버 해킹능력을 배양하고 적성국 시스템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거나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망가뜨린다.
전력, 정유, 교통, 금융 망에 대한 공격은 가공할 피해를 초래한다. 더욱이 본격적인 사이버공격이 역사상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각 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 한다. 경쟁적으로 사이버무기와 군대를 양성하면서 이제 사이버 상에서도 핵무기 군축처럼 사이버무기 군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5월 창설된 미국 사이버사령부의 키스 알렉산더 장군이 사이버 위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의 논의 요구를 외면해왔던 미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도 사이버공격에 대한 전략적 개념을 고민하고 있다. 2007년 에스토니아와 2008년 조지아(그루지아)에 러시아 크레믈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사이버공격을 마주한 NATO는 회원국(에스토니아)의 안전을 지키는데 사이버공간도 포함시킬지 고민했다. NATO는 한때 소련의 병영이었던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수월성 센터`(Center of Excellence)를 개설했다.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위협을 알기 때문에 사이버 군축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사이버무기는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와 달리 물리적 형태를 띠지 않고 어디에서든 생산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통제할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유럽 등이 참여하는 사이버 무기 군축회담이 곧 열릴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
◆견제와 공조가 공존하는 사이버공간 = 전 백악관 사이버안보 담당관이었던 리차드 클라크가 지난달 미국에서 발간한 `사이버 전쟁: 국가 안보의 다음 위협과 대응'이란 책은 사이버전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책은 사이버전쟁이 터지면 15분 내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컴퓨터 버그는 물론이고 군사 통신, 교통 정유 금융 철도 항공관제 궤도위성 등 사회인프라가 가동을 멈추고 통제불능이 된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로 각 국은 사이버방어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미국이 5월 사이버사령부를 설치했고, 영국도 정보국 산하에 감청기구인 국가통신본부(GCHQ)를 두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중반까지 사이버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대비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러시아, 이스라엘, 이란, 북한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이버 상의 첩보활동과 해킹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차세대 주력전투기인 F-35의 정보를 빼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08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관장하는 미국 중앙사령부의 컴퓨터가 해킹 당하고 침입자를 떼어내는 데는 일주일이나 걸렸다. 스파이활동과 해킹은 각 국 정부뿐 아니라 테러리스트와 금전적 갈취를 목적으로 한 범죄자들에 의해 빈번히 일어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사이버범죄로 1조 달러를 잃었다고 말했다. 마약거래액보다는 많은 액수다. 기업들은 해킹이나 데이터손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2008년에만 2억8500만명의 개인정보를 잃었다.
국가간 전면적인 사이버전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적성국이라 해도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적의 공격이 민간부문을 포함한 나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 공격에 앞서 사담 후세인의 은행계좌에 있는 수 십억 달러를 동결하기 위해 이라크 금융시스템을 해킹하려 했으나 그 여파가 중동과 유럽, 아시아, 미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포기했다.
테러리스트는 상응한 보복이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를 테면, 인터넷 트래픽의 90%이상을 소화하는 해저광케이블의 몇몇 집결지는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 테러리스트가 이곳을 공격한다면 전세계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잘 통제되지 않는 아프리카가 점점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도 사이버범죄 증가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이버 상에서 국가는 국경의 안에 있지만 범죄자는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사이버공격이 초래할 예상할 수 없는 피해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대비 때문에 각 국은 사이버공간에서 견제와 공조를 병행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해상 재난 시 선박으로 하여금 선원의 구조를 의무화한 것처럼, 사이버 공격 발생 시 국적과 동기를 불문하고 서로 돕도록 하자는 `선의의 룰'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