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최근 취재 차 만난 한 과학자에게서 책 한 권을 건네 받았다. 생명공학 작물을 다룬 `식탁 위의 생명공학'이라는 그 책을 읽어가던 중 머리말 부분에서 인상 깊은 대목을 발견했다.
자동차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후에도 1896년까지는 제한속도가 시속 6.4㎞, 그나마 시내에서는 3.2㎞에 그쳤다고 한다. 거기에다 낮에는 차 앞에 붉은 깃발 든 사람을, 밤에는 붉은 등불 든 사람을 앞세워야 했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책의 저자는 이런 제한이 자동차 발달을 저해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은 늘 이렇게 조심스럽게 시작돼 왔으며, 생명공학 작물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생명공학 작물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막연한 반감도 세월이 가면서 과학과 사회적 검증을 거쳐 해소되고, 본격적인 확산의 시기가 올 거라는 과학자로서의 신념을 읽을 수 있었다.
과학은 과학자의 연구실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 전체를 바꾼다. 그러나 지금껏 사회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보폭을 맞춰주지 않았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수많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성과가 빛을 발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다.
다행히 기술사회가 되면서 연구실과 시장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최신 연구성과가 새로운 사업기회가 되는 시대가 됐다. 세계 각국이 당장 급한 지출을 줄여가면서까지 과학기술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거기에 미래와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999년부터 추진해온 10년 장기 대형 R&D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의 뒤를 이을 `글로벌프론티어'의 닻을 올렸다. 교과부는 첫해부터 9년간 지원을 받을 3개 연구단과 단장을 지난주 발표하고, 국가 성장동력이 될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러한 톱다운식 대형 연구는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 과학기술력을 결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21세기 프론티어에서는 과학자들이 기술CEO가 돼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사업화, 신시장 개척까지 이뤄내는 새로운 모델을 완성했다.
글로벌프론티어에 대한 교과부의 기대와 정성은 사업 추진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2년간 수많은 정책연구와 공청회 등을 거쳤고, 최종 선정과정에는 7명의 국가과학자를 투입했다. 136개 후보기술을 7개로 좁힌 후 연구단과 단장 공모를 거친 만큼 막판까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이 펼쳐졌다. 7개 분야에 지원한 19개 연구단 중 3개 연구단만 가려냈다.
그러나 연구단이 제시한 목표를 보면 연구과정이 그보다 훨씬 치열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장으로 뽑힌 서울대 김성훈 교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전임상 전단계인 후보물질 발굴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의 4분의 1, 비용과 성공확률은 100배 높이는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KAIST 양지원 교수는 미세조류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고 유기성 폐수와 중금속을 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연료와 소재까지 얻는 `인공나무'를 개발, 원유 수립을 대체하겠다는 각오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범재 박사는 영화 `아바타'에서와 같이 인간과 가상체가 사고와 감정을 실시간 소통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제시했다.
분명 힘든 길이지만 장기지원과 자율성 확보로 신명난 과학자들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교과부는 2, 3년 후에는 기업도 참여시켜 원천연구의 사업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21세기 프론티어를 하면서 과학자들은 이미 사업화 및 시장창출 전략과 연계한 연구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과학과 산업의 진정한 `프론티어'가 이 사업을 통해 여럿 배출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자동차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후에도 1896년까지는 제한속도가 시속 6.4㎞, 그나마 시내에서는 3.2㎞에 그쳤다고 한다. 거기에다 낮에는 차 앞에 붉은 깃발 든 사람을, 밤에는 붉은 등불 든 사람을 앞세워야 했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책의 저자는 이런 제한이 자동차 발달을 저해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은 늘 이렇게 조심스럽게 시작돼 왔으며, 생명공학 작물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생명공학 작물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막연한 반감도 세월이 가면서 과학과 사회적 검증을 거쳐 해소되고, 본격적인 확산의 시기가 올 거라는 과학자로서의 신념을 읽을 수 있었다.
과학은 과학자의 연구실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 전체를 바꾼다. 그러나 지금껏 사회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보폭을 맞춰주지 않았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수많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성과가 빛을 발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다.
다행히 기술사회가 되면서 연구실과 시장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최신 연구성과가 새로운 사업기회가 되는 시대가 됐다. 세계 각국이 당장 급한 지출을 줄여가면서까지 과학기술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거기에 미래와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999년부터 추진해온 10년 장기 대형 R&D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의 뒤를 이을 `글로벌프론티어'의 닻을 올렸다. 교과부는 첫해부터 9년간 지원을 받을 3개 연구단과 단장을 지난주 발표하고, 국가 성장동력이 될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러한 톱다운식 대형 연구는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 과학기술력을 결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21세기 프론티어에서는 과학자들이 기술CEO가 돼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사업화, 신시장 개척까지 이뤄내는 새로운 모델을 완성했다.
글로벌프론티어에 대한 교과부의 기대와 정성은 사업 추진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2년간 수많은 정책연구와 공청회 등을 거쳤고, 최종 선정과정에는 7명의 국가과학자를 투입했다. 136개 후보기술을 7개로 좁힌 후 연구단과 단장 공모를 거친 만큼 막판까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이 펼쳐졌다. 7개 분야에 지원한 19개 연구단 중 3개 연구단만 가려냈다.
그러나 연구단이 제시한 목표를 보면 연구과정이 그보다 훨씬 치열할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장으로 뽑힌 서울대 김성훈 교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전임상 전단계인 후보물질 발굴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의 4분의 1, 비용과 성공확률은 100배 높이는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KAIST 양지원 교수는 미세조류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고 유기성 폐수와 중금속을 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연료와 소재까지 얻는 `인공나무'를 개발, 원유 수립을 대체하겠다는 각오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범재 박사는 영화 `아바타'에서와 같이 인간과 가상체가 사고와 감정을 실시간 소통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제시했다.
분명 힘든 길이지만 장기지원과 자율성 확보로 신명난 과학자들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교과부는 2, 3년 후에는 기업도 참여시켜 원천연구의 사업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21세기 프론티어를 하면서 과학자들은 이미 사업화 및 시장창출 전략과 연계한 연구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과학과 산업의 진정한 `프론티어'가 이 사업을 통해 여럿 배출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