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력, 장비기업 보다 대기업 선호현상 여전
반도체산업협 "품목별 협의체 구성 컨설팅 제공"
반도체산업협 "품목별 협의체 구성 컨설팅 제공"
■ 글로벌 장비재료 기업 키우자
2부. 글로벌 장비기업을 키워라
③ 시급한 인력ㆍ특허문제
"저라도 제 자식에게 장비회사보다는 삼성전자에 입사하라고 권유할 겁니다. 아무리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전방산업의 성공 여부가 장비산업에 달려 있다 해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과연 누가 더 선호할까요."
국내 한 장비기업 사장의 솔직한 심정이다.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분야 장비기업으로 다양한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고, 규모도 제법 되지만 대한민국에서 현실은 그저 `한 중소기업일 뿐'이라는 비탄이었다.
비단 이 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 장비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는 물론 생산직 근로자 구하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우수 장비가 전제돼야 전방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국내 장비산업은 우수 인재 고갈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 장비기업들과 특허 분쟁도 쉽게 뛰어넘기 힘든 걸림돌이다. 국내 상위권 장비기업이라면 최소 한 곳 이상의 해외 기업과 특허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 소송은 특성상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관련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소송에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지면 거액의 배상금을 조용히 물어줄 수밖에 없다. 소송 비용과 시간도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재 육성ㆍ확보와 특허 문제를 중장기 산업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사람 키워놓으면 절반은 뺏겨= 최근 국내 모 장비기업은 그동안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추진해온 프로젝트 비중을 축소했다.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수 인재를 발굴ㆍ육성하고 졸업과 동시에 채용하려던 당초 계획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아서다.
이 회사 사장은 "열심히 대학생들과 작업하고 교육시켜도 정작 취업 시즌이 되면 절반 이상은 대기업으로 취업한다"며 "채용 후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입했는데 투자의 절반을 대기업에 준 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산학협력보다는 전문 연구기관과 함께 하는 공동 연구개발(R&D)을 더 선호하고 있다. 대학과 함께 연구개발과 인재육성을 동시에 꾀하려는 시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얻고 있는데 비해 전문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가 제품개발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 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해외 장비기업들과 달리 1조원 매출 기업이 전무한 것도 인재 확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위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 때문에 석박사급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한 장비기업의 제품담당 임원은 "장비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메카트로닉스 등 첨단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분야의 석박사급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대기업으로 먼저 눈을 돌리는게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인력난은 연구개발 인력에 국한하지 않는다. 생산라인 근로자가 부족해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람을 고용해 납기일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장비기업들은 전문 인력 제공업체를 통해 생산라인 근로자를 배치하는데, 업무 중요성에 비해 생산직의 인식이 떨어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때문에 생산 근로자 1명당 수십만원의 일당을 제공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국내 장비회사 A사 대표는 "생산라인에서 오래 근무하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데 실제로 오래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LED 등이 업계 이슈가 되면서 인력 이동이 잦다"며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장비기업들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과 사내 문화활동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느끼기 힘든 중소ㆍ중견기업만의 친밀한 유대관계 형성, 크고 작은 이벤트 등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차별화한 경쟁력을 내세우며 전문기업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쉬쉬하는 특허 분쟁= 다수의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기업들은 해외 장비와 해외 완제품 제조사들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일본, 독일 등 주요 원천기술을 개량해 장비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특허 분쟁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대표 장비기업 중 하나인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 2004년 글로벌 장비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주성의 플라즈마화학증착기(PECVD)에 대해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현재까지 본안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 소송은 당초 예상을 넘어 오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중으로 대강 결말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 분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더라도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는 소지는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률적으로는 라이선스 비용을 우선 제공하고 사업을 진행하는게 맞지만 업계 현실상 일단 사업을 진척시킨 뒤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허청이 파악한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업계와 해외 기업간 분쟁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분쟁에서 국내 기업이 피소된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이 해외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제 특허분쟁에 대해 관련 기업들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만 전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소송건이나 내용 등이 알려지면 주가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이는 자동차나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국내 제품과 서비스를 모방했을 때 이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며 업계와 정부가 대응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원천기술이 부족한 현실에서 문제가 기인하기도 하지만 외산 장비의 시제품을 모방해 장비를 생산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도 한 몫 한다.
특허 소송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특성상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장비업계는 소송 대응을 위한 시간과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일정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데 회사 운영상황과 관계없이 별도의 전담인력을 배치해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김휘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IP특허지원센터 과장은 "지난 6월 발족한 IP특허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간 협의체를 구성해 특허 분쟁에 미리 대응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품목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식재산권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팀장=김승룡기자 srkim@
심화영기자 dorothy@
배옥진기자 withok@
이연호기자 dew9012@
2부. 글로벌 장비기업을 키워라
③ 시급한 인력ㆍ특허문제
"저라도 제 자식에게 장비회사보다는 삼성전자에 입사하라고 권유할 겁니다. 아무리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전방산업의 성공 여부가 장비산업에 달려 있다 해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과연 누가 더 선호할까요."
국내 한 장비기업 사장의 솔직한 심정이다.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분야 장비기업으로 다양한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고, 규모도 제법 되지만 대한민국에서 현실은 그저 `한 중소기업일 뿐'이라는 비탄이었다.
비단 이 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 장비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는 물론 생산직 근로자 구하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우수 장비가 전제돼야 전방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국내 장비산업은 우수 인재 고갈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 장비기업들과 특허 분쟁도 쉽게 뛰어넘기 힘든 걸림돌이다. 국내 상위권 장비기업이라면 최소 한 곳 이상의 해외 기업과 특허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 소송은 특성상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관련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소송에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지면 거액의 배상금을 조용히 물어줄 수밖에 없다. 소송 비용과 시간도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재 육성ㆍ확보와 특허 문제를 중장기 산업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사람 키워놓으면 절반은 뺏겨= 최근 국내 모 장비기업은 그동안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추진해온 프로젝트 비중을 축소했다.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수 인재를 발굴ㆍ육성하고 졸업과 동시에 채용하려던 당초 계획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아서다.
이 회사 사장은 "열심히 대학생들과 작업하고 교육시켜도 정작 취업 시즌이 되면 절반 이상은 대기업으로 취업한다"며 "채용 후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입했는데 투자의 절반을 대기업에 준 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산학협력보다는 전문 연구기관과 함께 하는 공동 연구개발(R&D)을 더 선호하고 있다. 대학과 함께 연구개발과 인재육성을 동시에 꾀하려는 시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얻고 있는데 비해 전문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가 제품개발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 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해외 장비기업들과 달리 1조원 매출 기업이 전무한 것도 인재 확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위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 때문에 석박사급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한 장비기업의 제품담당 임원은 "장비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메카트로닉스 등 첨단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분야의 석박사급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대기업으로 먼저 눈을 돌리는게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인력난은 연구개발 인력에 국한하지 않는다. 생산라인 근로자가 부족해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람을 고용해 납기일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장비기업들은 전문 인력 제공업체를 통해 생산라인 근로자를 배치하는데, 업무 중요성에 비해 생산직의 인식이 떨어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때문에 생산 근로자 1명당 수십만원의 일당을 제공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국내 장비회사 A사 대표는 "생산라인에서 오래 근무하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데 실제로 오래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LED 등이 업계 이슈가 되면서 인력 이동이 잦다"며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장비기업들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과 사내 문화활동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느끼기 힘든 중소ㆍ중견기업만의 친밀한 유대관계 형성, 크고 작은 이벤트 등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차별화한 경쟁력을 내세우며 전문기업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쉬쉬하는 특허 분쟁= 다수의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기업들은 해외 장비와 해외 완제품 제조사들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일본, 독일 등 주요 원천기술을 개량해 장비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특허 분쟁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대표 장비기업 중 하나인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 2004년 글로벌 장비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주성의 플라즈마화학증착기(PECVD)에 대해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현재까지 본안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 소송은 당초 예상을 넘어 오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중으로 대강 결말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 분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더라도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는 소지는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률적으로는 라이선스 비용을 우선 제공하고 사업을 진행하는게 맞지만 업계 현실상 일단 사업을 진척시킨 뒤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허청이 파악한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업계와 해외 기업간 분쟁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분쟁에서 국내 기업이 피소된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이 해외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제 특허분쟁에 대해 관련 기업들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만 전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소송건이나 내용 등이 알려지면 주가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이는 자동차나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국내 제품과 서비스를 모방했을 때 이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며 업계와 정부가 대응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원천기술이 부족한 현실에서 문제가 기인하기도 하지만 외산 장비의 시제품을 모방해 장비를 생산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도 한 몫 한다.
특허 소송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특성상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장비업계는 소송 대응을 위한 시간과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일정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데 회사 운영상황과 관계없이 별도의 전담인력을 배치해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김휘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IP특허지원센터 과장은 "지난 6월 발족한 IP특허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간 협의체를 구성해 특허 분쟁에 미리 대응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품목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식재산권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팀장=김승룡기자 srkim@
심화영기자 dorothy@
배옥진기자 withok@
이연호기자 dew9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