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경영기획본부장
우리나라의 올해 정부 연구ㆍ개발(R&D) 예산 규모는 물경 13조원이 훌쩍 넘는다. 2000년대 들면서 해마다 10%씩 늘려온 결과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과학인프라 수준은 세계 10위권 밖에서 3위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작 신성장동력이 창출됐는지를 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연구비 횡령 비리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연구비를 빼돌린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검찰발 보도는 새삼스럽지 않다.
잘 쓰기 어렵지만 잘못 쓰긴 쉬운 게 정부한테서 받는 지원금이다. 자기 돈도 아니고 빚도 아니니 목적에 맞게 쓰고 되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공공자금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정부의 R&D 지원금 역시 이 딜레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부 R&D 지원체계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R&D 지원 전담기관과 연구자 입장에서도 시스템 개선은 시급한 당면 과제다. 정부 R&D 사업이 규모가 커지고 다양화ㆍ특성화되면서 연구비 관리ㆍ사용 업무 역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자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형편이다. 과다한 행정 업무로 연구에 전념하기 어려운 데다 부도덕한 일부 탓에 마치 전체가 비양심적 집단인 양 매도되기 일쑤란 게 연구자들의 토로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 시스템(RCMS, Real-time Cash Management System)' 구축에 착수한 건, 기존 시스템이 드러낸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증대된 국책 R&D 재원 규모에 걸맞은 선진화된 지원체계가 새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자금 흐름을 투명화하고 관련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서 정부는 해법을 찾았다.
RCMS의 특징은 연구비의 지급부터 사용, 조회, 정산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ㆍ온라인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먼저 연구비 지급과 증빙이 사용 시점에 실시간으로 이뤄지게 된다. 국세청ㆍ금융권과의 연계로 사용 내역의 즉시 조회도 가능해진다. 연구비 오ㆍ유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일단 돈을 다 주고 나중에 똑바로 썼는지 확인하는 현행 방식으론 연구비 부정의 예방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아울러 연구자는 한층 편리해진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연구비를 쓸 수 있게 되고 번거롭게 과제별로 다른 연구비 카드를 따로 발급받아 써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각종 증빙자료를 문서 형태로 모아뒀다 과제가 끝날 때마다 열흘 넘게 걸려 정산해야 하는 불편도 더 이상 감수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온라인화 덕분이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6개 시중은행과 RCMS 구축ㆍ운영 등을 서로 협력해 추진키로 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RCMS 구축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현재 지경부와 KEIT는 6개 은행 외에도 14개 카드사와 연계해 8개 사업, 156개 과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중이며, 내년부터 지경부의 모든 R&D 사업에 RCMS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R&D 예산 규모가 커졌다곤 해도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수준엔 아직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투자가 필수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다.
RCMS는 국가 R&D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해결책이다. 물론 하던대로 하면 편하다. 그러나 지금은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R&D 지원 시스템을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쇄신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혁신을 위해선 다소의 불편도 감내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론 공공자금 관리 방식이 간섭 형태가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최선일 것이다.
지난해 말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가장 자주 쓰일 단어로 `영리한'이란 뜻의 `스마트(smart)'를 꼽았다.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R&D는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할 유일한 수단이다. 지식경제 R&D 지원체계도 이제 스마트해져야 하는 이유다.
잘 쓰기 어렵지만 잘못 쓰긴 쉬운 게 정부한테서 받는 지원금이다. 자기 돈도 아니고 빚도 아니니 목적에 맞게 쓰고 되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공공자금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정부의 R&D 지원금 역시 이 딜레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부 R&D 지원체계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R&D 지원 전담기관과 연구자 입장에서도 시스템 개선은 시급한 당면 과제다. 정부 R&D 사업이 규모가 커지고 다양화ㆍ특성화되면서 연구비 관리ㆍ사용 업무 역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자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형편이다. 과다한 행정 업무로 연구에 전념하기 어려운 데다 부도덕한 일부 탓에 마치 전체가 비양심적 집단인 양 매도되기 일쑤란 게 연구자들의 토로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 시스템(RCMS, Real-time Cash Management System)' 구축에 착수한 건, 기존 시스템이 드러낸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증대된 국책 R&D 재원 규모에 걸맞은 선진화된 지원체계가 새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자금 흐름을 투명화하고 관련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서 정부는 해법을 찾았다.
RCMS의 특징은 연구비의 지급부터 사용, 조회, 정산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ㆍ온라인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먼저 연구비 지급과 증빙이 사용 시점에 실시간으로 이뤄지게 된다. 국세청ㆍ금융권과의 연계로 사용 내역의 즉시 조회도 가능해진다. 연구비 오ㆍ유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일단 돈을 다 주고 나중에 똑바로 썼는지 확인하는 현행 방식으론 연구비 부정의 예방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아울러 연구자는 한층 편리해진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연구비를 쓸 수 있게 되고 번거롭게 과제별로 다른 연구비 카드를 따로 발급받아 써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각종 증빙자료를 문서 형태로 모아뒀다 과제가 끝날 때마다 열흘 넘게 걸려 정산해야 하는 불편도 더 이상 감수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온라인화 덕분이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6개 시중은행과 RCMS 구축ㆍ운영 등을 서로 협력해 추진키로 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RCMS 구축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현재 지경부와 KEIT는 6개 은행 외에도 14개 카드사와 연계해 8개 사업, 156개 과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중이며, 내년부터 지경부의 모든 R&D 사업에 RCMS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R&D 예산 규모가 커졌다곤 해도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수준엔 아직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투자가 필수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다.
RCMS는 국가 R&D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해결책이다. 물론 하던대로 하면 편하다. 그러나 지금은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R&D 지원 시스템을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쇄신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혁신을 위해선 다소의 불편도 감내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론 공공자금 관리 방식이 간섭 형태가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최선일 것이다.
지난해 말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가장 자주 쓰일 단어로 `영리한'이란 뜻의 `스마트(smart)'를 꼽았다.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R&D는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할 유일한 수단이다. 지식경제 R&D 지원체계도 이제 스마트해져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