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하모닉이 드디어 세계 공연계의 거대한 흐름에 동참했다. 그 조류는 `영화스크린으로 즐기는 공연예술`이다. 지난달 27일 베를린의 베를린필하모니에서는 사이먼 래틀의 지휘 아래 베를린필의 2010-2011 시즌 개막연주회가 있었다.
베토벤 교향곡 4번과 말러 교향곡 1번이 연주된 이 오프닝콘서트는 유럽의 60여 개 영화관에서 연주실황이 HD급 화질로 중계됐다. 세계적인 명성의 베를린필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다. 개막연주 실황은 독일의 함부르크와 드레스덴 등 세 곳에서는 공공장소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중계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메트오페라)에 이어 유럽 주요 국가의 오페라ㆍ발레ㆍ클래식연주ㆍ연극 단체들이 속속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세계 공연계의 화두이 며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오페라는 일부 여유계층만 향유할 수 있다고 인식되고 있는 고급 공연예술이다.
이런 공연예술을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할까? 이는 스스로 문화강국임을 자처하는 많은 나라들이 해결책을 두고 고심해온 과제다. 우리나라 역시 국립오페라단이나 서울시향 등 국공립 예술단체를 중심으로 누구나가 오페라 또는 클래식음악을 친근감을 갖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시도 를 하고 있다.
찾아가는 오페라, 유명 음악가가 실연과 함께 소개하는 클래식 강좌 같은 것들이다.
◇스크린 공연예술 첫 시도…뉴욕 메트오페라 = 중장기 계획 아래 제대로 틀을 갖춰 만들어진 `스크린 공연예술` 프로그램은 뉴욕 메트오페라가 처음 시작했다. 메트오페라는 2006년 9월 시즌개막작인 푸치니의 <나비부인> 공연을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생중계했다. 전세계로부터 온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늘 북적대는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개된 장소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오페라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한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이 작업을 주도한 사람은 `예술경영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피터 겔브(Gelb) 메트오페라 총감독(general manager). 그는 그해 총감독 취임과 함께 오페라의 대중화를 선언하면서 생중계 외에 메트오페라 무대의 공연실황을 영화관의 스크린을 통해 HD급 화질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실천에 옮겼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오페라, 발레 등 전방위 고급 공연예술의 영화관 공연실황 방영을 촉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연을 무대에서 직접 보는 것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메트오페라 티켓 가격을 생각하면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또는 저렴한 가격에 오페라를 관람한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오페라팬이지만 평생 메트오페라나 로열오페라하우스, 스칼라가극장 같은 곳을 가 볼 형편이 못되는 사람에게는 귀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오페라팬이라 하더라도 메트오페라 작품을 직접 관람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예를 들어 2010-2011년 시즌에 메트오페라에서 <마술피리> 또는 <라보엠> 같은 오페라를 한 편 볼 경우 가장 비싼 파르테르(parterre)석 최고가는 420달러다.
다음으로 비싼 좌석군인 오케스트라석의 최고가도 330달러나 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에서 이뤄진 오페라의 영화관 상영은 큰 인기를 끌었다. 가장 최근 통계를 보면 메트오페라의 공연실황 상영 티켓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 2009-2010년 시즌에 220만장이 팔렸다. 전년 시즌에 비해서는 40만장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봄 메트오페라 무대 위에 올랐던 로시니의 <아르미다>는 서울의 메가박스 코엑스관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관에서 상영이 이뤄지면서 지금까지 25만명 정도가 관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트오페라가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 새로 시도한 것은 서머HD페스티벌. 메트오페라하우스 바로 앞의 링컨센터플라자에서 8-9월 기간에 <나비부인>, 도니체티의 <대령의 딸> 등 호화배역진이 출연한 10편의 오페라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시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28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소프라노 카리타 마틸라와 테너마르첼로 알바레스 등 호화캐스팅의 <토스카>를 보여주면서 제2회 서머HD페스티벌이 시작됐다. 매회 공연마다 3천명의 시민이 오페라 공연실황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축제기간에 <아이다> <카르멘> <마술피리> <장미의 기사> <투란도트>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독일도 동참…영국, 연극 실황도 영화관 상영 시도 = 티켓가격이나 명성 등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일반인이 가장 보기 힘든 오페라 공연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바그너 오페라 축제)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축제는 2008년 처음으로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생중계했다. 이곳의 공연 생중계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바이로이 트페스티벌 티켓은 비싼 가격은 둘째 치고 보통 사람의 경우 매년 계속 신청할 경우8-10년이 되어야 티켓을 할당받을 수 있을 정도로 관람이 극히 어렵다.
바이로이트축제극장 안의 관객은 7-8월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거의 모든 사람이 턱시도나 파티복을 입는다. 상류층의 축제 같은 느낌이다. 공연실황 생중계는 기본적으로는 표를 구하지 못해 공연을 보지 못하는 팬들에 대한 배려이며 나아가 바그너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내셔널씨어터의 경우 지난해 6월25일 헬렌 미렌 주연의 연극 <페드라> 공연실황을 세계 300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했다. 이 작품을 영화관에서 본 관객은 20만명.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데 힘입어 내셔녈씨어터는 내년에는 자체제작한 연극 <햄릿>의 공연실황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는 영국 정부기관(Nesta)의 조사에 따르면 <페드라>를 영화관에서 본 관객은 극장에서 연극을 직접 본 관객에 비해 정서적으로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에든버러의 트래버스극장은 지난달 규모는 작지만 영국과 아일랜드의 30개영화관에서 연극 공연실황을 상영하도록 했으며, 런던의 던마극장은 올가을 연극 <리어왕> 공연실황을 영화관에서 동시상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에 앞서 이탈리아의 스칼라가극장, 영국의 로열오페라하우스, 러시아의 볼쇼이발레가 공연실황의 영화관 상영을 시도했으며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도 곧 이 대열에 동참할 계획이다.
◇스크린 공연예술, 예술단체의 생존전략 일환 = 세계적인 명성의 예술단체들이 `스크린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배경에 고급 예술의 대중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인터넷시대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싼 비용을 들여 극장을 찾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그런 경향은 심화되고 있다. 또 예술기관에 대한 공공기관의 지원은 자꾸 줄어드는 추세다. 스크린 오페라 프로그램의 창안자인 피터 겔브 메트오페라 총감독의 생각을 현지 언론들이 전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저렴한 가격에, 친근감이 느껴지는 영화관 또는 공공장소에서, 좋은 화질ㆍ음향의 오페라를 감상하게 되면 처음 보는 사람도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 다. 이런 맛을 본 사람들 중 일부는 실제 극장에서의 오페라 관람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관객개발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이런 오페라를 경험했던 청소년들은 메트오페라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중장년 세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게다가 스크린 오페라는 우리의 미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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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4번과 말러 교향곡 1번이 연주된 이 오프닝콘서트는 유럽의 60여 개 영화관에서 연주실황이 HD급 화질로 중계됐다. 세계적인 명성의 베를린필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다. 개막연주 실황은 독일의 함부르크와 드레스덴 등 세 곳에서는 공공장소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중계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메트오페라)에 이어 유럽 주요 국가의 오페라ㆍ발레ㆍ클래식연주ㆍ연극 단체들이 속속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세계 공연계의 화두이 며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오페라는 일부 여유계층만 향유할 수 있다고 인식되고 있는 고급 공연예술이다.
이런 공연예술을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할까? 이는 스스로 문화강국임을 자처하는 많은 나라들이 해결책을 두고 고심해온 과제다. 우리나라 역시 국립오페라단이나 서울시향 등 국공립 예술단체를 중심으로 누구나가 오페라 또는 클래식음악을 친근감을 갖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시도 를 하고 있다.
찾아가는 오페라, 유명 음악가가 실연과 함께 소개하는 클래식 강좌 같은 것들이다.
◇스크린 공연예술 첫 시도…뉴욕 메트오페라 = 중장기 계획 아래 제대로 틀을 갖춰 만들어진 `스크린 공연예술` 프로그램은 뉴욕 메트오페라가 처음 시작했다. 메트오페라는 2006년 9월 시즌개막작인 푸치니의 <나비부인> 공연을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생중계했다. 전세계로부터 온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늘 북적대는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개된 장소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오페라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한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이 작업을 주도한 사람은 `예술경영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피터 겔브(Gelb) 메트오페라 총감독(general manager). 그는 그해 총감독 취임과 함께 오페라의 대중화를 선언하면서 생중계 외에 메트오페라 무대의 공연실황을 영화관의 스크린을 통해 HD급 화질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실천에 옮겼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오페라, 발레 등 전방위 고급 공연예술의 영화관 공연실황 방영을 촉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연을 무대에서 직접 보는 것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메트오페라 티켓 가격을 생각하면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또는 저렴한 가격에 오페라를 관람한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오페라팬이지만 평생 메트오페라나 로열오페라하우스, 스칼라가극장 같은 곳을 가 볼 형편이 못되는 사람에게는 귀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오페라팬이라 하더라도 메트오페라 작품을 직접 관람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예를 들어 2010-2011년 시즌에 메트오페라에서 <마술피리> 또는 <라보엠> 같은 오페라를 한 편 볼 경우 가장 비싼 파르테르(parterre)석 최고가는 420달러다.
다음으로 비싼 좌석군인 오케스트라석의 최고가도 330달러나 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에서 이뤄진 오페라의 영화관 상영은 큰 인기를 끌었다. 가장 최근 통계를 보면 메트오페라의 공연실황 상영 티켓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 2009-2010년 시즌에 220만장이 팔렸다. 전년 시즌에 비해서는 40만장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봄 메트오페라 무대 위에 올랐던 로시니의 <아르미다>는 서울의 메가박스 코엑스관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관에서 상영이 이뤄지면서 지금까지 25만명 정도가 관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트오페라가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 새로 시도한 것은 서머HD페스티벌. 메트오페라하우스 바로 앞의 링컨센터플라자에서 8-9월 기간에 <나비부인>, 도니체티의 <대령의 딸> 등 호화배역진이 출연한 10편의 오페라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시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28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소프라노 카리타 마틸라와 테너마르첼로 알바레스 등 호화캐스팅의 <토스카>를 보여주면서 제2회 서머HD페스티벌이 시작됐다. 매회 공연마다 3천명의 시민이 오페라 공연실황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축제기간에 <아이다> <카르멘> <마술피리> <장미의 기사> <투란도트>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독일도 동참…영국, 연극 실황도 영화관 상영 시도 = 티켓가격이나 명성 등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일반인이 가장 보기 힘든 오페라 공연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바그너 오페라 축제)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축제는 2008년 처음으로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생중계했다. 이곳의 공연 생중계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바이로이 트페스티벌 티켓은 비싼 가격은 둘째 치고 보통 사람의 경우 매년 계속 신청할 경우8-10년이 되어야 티켓을 할당받을 수 있을 정도로 관람이 극히 어렵다.
바이로이트축제극장 안의 관객은 7-8월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거의 모든 사람이 턱시도나 파티복을 입는다. 상류층의 축제 같은 느낌이다. 공연실황 생중계는 기본적으로는 표를 구하지 못해 공연을 보지 못하는 팬들에 대한 배려이며 나아가 바그너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내셔널씨어터의 경우 지난해 6월25일 헬렌 미렌 주연의 연극 <페드라> 공연실황을 세계 300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했다. 이 작품을 영화관에서 본 관객은 20만명.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데 힘입어 내셔녈씨어터는 내년에는 자체제작한 연극 <햄릿>의 공연실황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는 영국 정부기관(Nesta)의 조사에 따르면 <페드라>를 영화관에서 본 관객은 극장에서 연극을 직접 본 관객에 비해 정서적으로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에든버러의 트래버스극장은 지난달 규모는 작지만 영국과 아일랜드의 30개영화관에서 연극 공연실황을 상영하도록 했으며, 런던의 던마극장은 올가을 연극 <리어왕> 공연실황을 영화관에서 동시상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에 앞서 이탈리아의 스칼라가극장, 영국의 로열오페라하우스, 러시아의 볼쇼이발레가 공연실황의 영화관 상영을 시도했으며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도 곧 이 대열에 동참할 계획이다.
◇스크린 공연예술, 예술단체의 생존전략 일환 = 세계적인 명성의 예술단체들이 `스크린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배경에 고급 예술의 대중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인터넷시대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싼 비용을 들여 극장을 찾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그런 경향은 심화되고 있다. 또 예술기관에 대한 공공기관의 지원은 자꾸 줄어드는 추세다. 스크린 오페라 프로그램의 창안자인 피터 겔브 메트오페라 총감독의 생각을 현지 언론들이 전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저렴한 가격에, 친근감이 느껴지는 영화관 또는 공공장소에서, 좋은 화질ㆍ음향의 오페라를 감상하게 되면 처음 보는 사람도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 다. 이런 맛을 본 사람들 중 일부는 실제 극장에서의 오페라 관람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관객개발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이런 오페라를 경험했던 청소년들은 메트오페라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중장년 세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게다가 스크린 오페라는 우리의 미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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