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의 독립을 선언한 사건입니다." 소프트웨어전문기업협회 송재영 부회장은 지난 9일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그가 통화한 사람은 근로복지공단 정보시스템실의 한 간부. 새로 구축한 DB시스템이 5분 정도 다운됐다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며 자문을 구해온 것이다. 정보시스템실장 자리를 떠난 지 넉 달이 다 돼가지만 송부회장에게는 수시로 걸려오는 옛 부하직원들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2008년 2월 송 부회장은 주변의 반대와 업계의 우려를 무릅쓰고 김원배 당시 이사장과 의기투합해 국내 기업에 DBMS 구축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당시 업계는 미쳤다고 했다. 기업 DBMS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는 오라클과 사이베이스를 제쳐두고 검증이 끝나지 않은 국내 중소기업의 DBMS를 선택하다니…
국내 4대 사회보험 가운데 고용과 산재보험이라는 두 개의 거대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국내 중소기업에 맡긴다는 것은 웬만한 믿음과 용기, 배짱을 가지고선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기업과 밀착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것이라는 점은 애초 염두도 두지 않았다.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우리의 약점을 알고 있는 한 성공은 예약된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는 국내 시장에서는 국산DBMS가 적어도 20% 정도는 점유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시되어온 고리를 끊는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금명간 새 DBMS구축 완료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험 가동 중 몇 차례 버그가 발생했지만 사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의 DBMS는 세계 DBMS 시장에서 거의 `이단'으로 통할 것이다. 국산 소프트웨어의 독립 선언이며 국산 DBMS 시대가 본격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DBMS를 구축한 기업은 알티베이스라는 중소기업이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연이나 행운의 결과가 아니다. 90년대 중반 당시 전자통신연구소(ETRI)가 중심이 돼 국산DBMS를 만들어보자며 추진했던 `바다'프로젝트의 정신이 스며있다. `바다'는 안정화와 성능 향상 작업을 거쳐, 메인프레임, 워크스테이션, PC 등 다양한 기종에 탑재됐지만 지속적인 버전 업이 따라주지 않아 시장에서 잊혀졌다. 알티베이스는 바다프로젝트에 관여했던 이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다.
기회는 위기 때 온다. 그것을 잡기 위해서는 관습을 깨는 결단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의 DBMS 구축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 2년을 맞고 있다. 세기에 한두 번 올까 말까한 사태였다고 한다. 우린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는가.
위기 후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이차전지, 원자력 등에서는 민첩한 대처로 선두로 치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데는 실패했다. 산업의 혈맥이자 기반인 소프트웨어와 부품소재, 성장엔진인 신재생에너지기술 등이 특히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인프라국가지만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서버운영체제와 DBMS는 거의 100% 외산이 점령하고 있다. 컴퓨팅 분야 핵심기술은 전부 외산이다. 소프트웨어산업에서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정책과 몇몇 거대 벤더들의 군웅할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대일의존은 더 악화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엔화강세로 국산대체라는 호기를 맞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올해 8월까지 대일 부품소재 부문 대일 적자는 162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상반기 전체 대일적자 180억7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부품소재에서 냈다.
신재생에너지 4대 분야,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석탄가스발전(IGCC)에서 우리는 원천기술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 응용, 상용화 기술에서도 난맥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정부정책 과실을 따먹으려는 근시안적 투자만 있고 장기적 원천기술 개발이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가 `범부처 신재생에너지 R&D 추진전략'을 내놓으며 8개 부처의 연구개발을 통합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 두고 볼 일이다.
근로복지공단의 DBMS 구축에서 배워야 한다. 기술과 시장을 주체적으로 간파한 경영진의 결단과 위기를 기회로 삼은 소프트웨어인들의 도전정신 말이다.
2008년 2월 송 부회장은 주변의 반대와 업계의 우려를 무릅쓰고 김원배 당시 이사장과 의기투합해 국내 기업에 DBMS 구축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당시 업계는 미쳤다고 했다. 기업 DBMS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는 오라클과 사이베이스를 제쳐두고 검증이 끝나지 않은 국내 중소기업의 DBMS를 선택하다니…
국내 4대 사회보험 가운데 고용과 산재보험이라는 두 개의 거대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국내 중소기업에 맡긴다는 것은 웬만한 믿음과 용기, 배짱을 가지고선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기업과 밀착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것이라는 점은 애초 염두도 두지 않았다.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우리의 약점을 알고 있는 한 성공은 예약된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는 국내 시장에서는 국산DBMS가 적어도 20% 정도는 점유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시되어온 고리를 끊는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금명간 새 DBMS구축 완료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험 가동 중 몇 차례 버그가 발생했지만 사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의 DBMS는 세계 DBMS 시장에서 거의 `이단'으로 통할 것이다. 국산 소프트웨어의 독립 선언이며 국산 DBMS 시대가 본격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DBMS를 구축한 기업은 알티베이스라는 중소기업이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연이나 행운의 결과가 아니다. 90년대 중반 당시 전자통신연구소(ETRI)가 중심이 돼 국산DBMS를 만들어보자며 추진했던 `바다'프로젝트의 정신이 스며있다. `바다'는 안정화와 성능 향상 작업을 거쳐, 메인프레임, 워크스테이션, PC 등 다양한 기종에 탑재됐지만 지속적인 버전 업이 따라주지 않아 시장에서 잊혀졌다. 알티베이스는 바다프로젝트에 관여했던 이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다.
기회는 위기 때 온다. 그것을 잡기 위해서는 관습을 깨는 결단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의 DBMS 구축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 2년을 맞고 있다. 세기에 한두 번 올까 말까한 사태였다고 한다. 우린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는가.
위기 후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이차전지, 원자력 등에서는 민첩한 대처로 선두로 치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데는 실패했다. 산업의 혈맥이자 기반인 소프트웨어와 부품소재, 성장엔진인 신재생에너지기술 등이 특히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인프라국가지만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서버운영체제와 DBMS는 거의 100% 외산이 점령하고 있다. 컴퓨팅 분야 핵심기술은 전부 외산이다. 소프트웨어산업에서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정책과 몇몇 거대 벤더들의 군웅할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대일의존은 더 악화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엔화강세로 국산대체라는 호기를 맞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올해 8월까지 대일 부품소재 부문 대일 적자는 162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상반기 전체 대일적자 180억7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부품소재에서 냈다.
신재생에너지 4대 분야,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석탄가스발전(IGCC)에서 우리는 원천기술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 응용, 상용화 기술에서도 난맥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정부정책 과실을 따먹으려는 근시안적 투자만 있고 장기적 원천기술 개발이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가 `범부처 신재생에너지 R&D 추진전략'을 내놓으며 8개 부처의 연구개발을 통합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 두고 볼 일이다.
근로복지공단의 DBMS 구축에서 배워야 한다. 기술과 시장을 주체적으로 간파한 경영진의 결단과 위기를 기회로 삼은 소프트웨어인들의 도전정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