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바야흐로 노벨상의 계절이다.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공개할 수상자 명단에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문학상 부문에서 시인 고은이 후보자 물망에 오르면서 문학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물리ㆍ화학 등 과학 영역에서도 유력한 후보자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한국인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에서 가장 인상 깊은 노벨상 수상자는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일본인 다나카 고이치다. 연구기관이나 대학 교수가 아닌 일반 기업의 연구원이, 게다가 석ㆍ박사도 아닌 학사 출신이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는 사실은 당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대학 졸업 후 계측기 제조회사인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일하던 다나카 씨는 실험실에서 우연한 실수로 글리세린 용액에 코발트 미세분말을 떨어뜨리면서 분자의 친이온 현상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성 레이저이탈법이라는 생체 고분질물질 질량측정법을 고안했다.
중요한 과학적 발견은 늘 이렇게 우연과 실수를 가장해 이뤄지지만 사실은 연구에 혼을 다한 연구자만이 실수 안에서 역사적인 성과를 이뤄낸다. 그렇지만 기초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우연에서 과학적 진보가 이뤄질 수 있게 묵묵히 밀어주는 환경이 없이는 힘들다.
우리는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에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런 시스템을 일본의 기업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시마즈제작소는 연구원들이 스스로 연구주제와 연구비를 정해 마음껏 연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실패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미래에 대한 연구를 재량껏 할 수 있게 한다. 연구개발비의 5분의 1은 제품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초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풍토는 세계 최초의 발명품을 여럿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됐다. 이런 기업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나카씨뿐만 아니라 시마즈제작소 역시 노벨상 감이다. 이번 17세 이하 소녀축의 세계 정상등극 역시 보이지 않는 지원의 결과라고 하지 않는가.
국내 기업 중 이런 마인드와 풍토를 갖춘 곳은 얼마나 될까. 당장 돈 되는 일에 집중하고, 전문적인 연구자를 길러내는 데 소홀하다 보니 세계를 놀라게 하는 원천기술 개발은 언감생심이다.
최근 발표된 산업계 R&D 인력 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 R&D 인력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가깝고, 40대부터는 급격히 비중이 낮아진다고 한다. 전체 기업에서 50대와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3.2%에 그친다. 한창 연구에 집중해야 할 40~50대 숙련된 연구자가 연구에 일생을 바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 조직체계에서 연구인력들이 40대만 돼도 관리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설자리가 없어지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국가 R&D를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는 등 과학기술계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이 기회에 보다 분명한 정체성과 국가적 사명을 부여받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가 R&D 투자의 71%를 차지하는 기업의 변화가 없이는 도약에 한계가 있다. 전체 연구자의 3분의 2 가까이가 몸담고 있는 기업에서 40대 이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공계 기피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공공 R&D 예산에 맞먹는 투자를 하는 매출액 상위 5대 기업부터 과감히 변화를 시도하기를 촉구한다. 그래야 나라도, 기업도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물리ㆍ화학 등 과학 영역에서도 유력한 후보자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한국인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에서 가장 인상 깊은 노벨상 수상자는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일본인 다나카 고이치다. 연구기관이나 대학 교수가 아닌 일반 기업의 연구원이, 게다가 석ㆍ박사도 아닌 학사 출신이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는 사실은 당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대학 졸업 후 계측기 제조회사인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일하던 다나카 씨는 실험실에서 우연한 실수로 글리세린 용액에 코발트 미세분말을 떨어뜨리면서 분자의 친이온 현상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성 레이저이탈법이라는 생체 고분질물질 질량측정법을 고안했다.
중요한 과학적 발견은 늘 이렇게 우연과 실수를 가장해 이뤄지지만 사실은 연구에 혼을 다한 연구자만이 실수 안에서 역사적인 성과를 이뤄낸다. 그렇지만 기초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우연에서 과학적 진보가 이뤄질 수 있게 묵묵히 밀어주는 환경이 없이는 힘들다.
우리는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에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런 시스템을 일본의 기업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시마즈제작소는 연구원들이 스스로 연구주제와 연구비를 정해 마음껏 연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실패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미래에 대한 연구를 재량껏 할 수 있게 한다. 연구개발비의 5분의 1은 제품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초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풍토는 세계 최초의 발명품을 여럿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됐다. 이런 기업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나카씨뿐만 아니라 시마즈제작소 역시 노벨상 감이다. 이번 17세 이하 소녀축의 세계 정상등극 역시 보이지 않는 지원의 결과라고 하지 않는가.
국내 기업 중 이런 마인드와 풍토를 갖춘 곳은 얼마나 될까. 당장 돈 되는 일에 집중하고, 전문적인 연구자를 길러내는 데 소홀하다 보니 세계를 놀라게 하는 원천기술 개발은 언감생심이다.
최근 발표된 산업계 R&D 인력 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 R&D 인력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가깝고, 40대부터는 급격히 비중이 낮아진다고 한다. 전체 기업에서 50대와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3.2%에 그친다. 한창 연구에 집중해야 할 40~50대 숙련된 연구자가 연구에 일생을 바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 조직체계에서 연구인력들이 40대만 돼도 관리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설자리가 없어지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국가 R&D를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는 등 과학기술계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이 기회에 보다 분명한 정체성과 국가적 사명을 부여받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가 R&D 투자의 71%를 차지하는 기업의 변화가 없이는 도약에 한계가 있다. 전체 연구자의 3분의 2 가까이가 몸담고 있는 기업에서 40대 이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공계 기피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공공 R&D 예산에 맞먹는 투자를 하는 매출액 상위 5대 기업부터 과감히 변화를 시도하기를 촉구한다. 그래야 나라도, 기업도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