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650조 `한계수위`
채권과 예금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사실상 금리 투자 시대의 종결을 의미한다.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확정금리를 보고 투자처를 결정할 수 없게 되면, 자금은 위험하지만 좀 더 높은 수익을 주는 자산시장으로 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실질금리 마이너스는 자금 이동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였다. 문제는 정책당국이 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내는 시기에 처음으로 맞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라는 것이다.
17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자산시장 버블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확정금리? 앉아서 까먹는 게 더 많아
금융위기, 위험자산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똑똑히 목격한 투자자들은 `금리나 따먹자`며 안전자산으로 회귀하기에 바빴다.
지난해 후반부터 예금 등 은행으로 돈은 몰렸고, 펀드에서 돈은 빠져도 채권형펀드로는 돈이 들어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넘쳐나는 돈이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자 금리에만 만족할 수 없게 됐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확정금리에 안주하는 투자자가 앉아서 지는 게임이 됐다.
채권시장 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국고채 실질금리는 지난달 -0.12%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 채권시장 3년 물 국고채의 영업일 기준 월평균 금리는 연 3.48%로, 3년 물 국고채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제로는 손해로 전환됐다.
1년 물도 마이너스로 넘어왔다. 세금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아직은 플러스인 5년 물 실질금리도 이자소득세까지 감안하면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10월 들어서는 채권과 예금 등 모든 금리상품의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확실시된 다.
지난달 말 3.32%던 3년 물 국채 금리는 14일 한국은행이 석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3.08%로 폭락, 종전 사상 최저치던 2004년 12월7일의 3.24%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15일에는 3.05%로 더 내려가 2%대 진입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와 비교하면 실질금리는 -0.55%가 된다. 5년 물 금리도 지난달 말 3.74%에서 3.45%로 급락, 2005년 1월 10일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인 3.55% 아래로 떨어졌다. 물론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1년 물과 10년 물 역시 2.69%, 3.92%로 내려갔다.
3년 물 기준 실질금리는 1995년 10.38%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폭을 조절하며 줄곧 플러스권에서 유지했다. 2004년 7~10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포인트 안팎에서 플러스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0.21%포인트로 전환한 뒤, 지난달 17개월 만에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좋았지만 채권 투자 이젠 매력 상실
"제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한 채권 분석가는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주식시장 같은 경우에는 오늘 코스피지수가 2,000 가면 3,000 갑니다. 다음엔 5,000 갑니다 할 수 있지만 채권의 경우 금리라는 게 하한선이 있어서 그럴 수 없다. 명목금리로 치면 제로가 끝이니 3년 물 기준 2% 레벨이라면 더이상 투자전략을 제시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익률을 반영한 기대수익률을 볼 때 제로에 가까워 이제부터 채권투자의 매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동양종금증권 박형민 애널리스트는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국채금리가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책이 기대되지만 파급 효과는 점점 약해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투자해 놓은 일부 투자자는 평가차익이 나 좋았겠지만, 현재로서는 더 얻을 수 없어 채권의 경우 차익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김일구 채권전략팀장은 "개인의 경우 중간에 거래를 안하고 만기 보유개념으로 투자한다"며 "금리 매력이 있는 상품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것이 추세"라고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도 실질금리가 낮을 때 은행이나 채권에 묶여 있던 자금들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주식시장 `큰 버블` 온다
이미 부동자금은 위험수위에 오른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8월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645조원으로, 2009년 8월 이 후 600조원 위에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금융위기 전인 2008년 8월 535조8천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시대에 본격적으로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 8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하자 채권형펀드는 순유출로 돌아선 뒤 유출 규모를 대폭 확대했고, 정기예금도 그 후 2년간 순유출을 면치 못했다. 반면 주식형펀드는 순유입 규모를 늘렸고, 2006~2007년 펀드 붐 시대를 견인했다. 코스피지수가 1,000에서 2,000을 뚫게 하는 일등 공신이었다. 주택 가격과 주택담보대출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삼성증권 신동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부터 실질금리 마이너스 진입은 자금이동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라며 "한국 경제의 자산가격 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정책당국의 금리 인상 스탠스가 있는 가운데 나타난실질금리 마이너스 국면이라는 것이다.
잇따른 금리 인하로 3년 물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던 2004년 중반이나, 금융위기 회복 후 정책당국이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하향하는 등 총체적으로 노력을 가하던 지난해 초와 상황이 다르다.
토러스투자증권 공동락 애널리스트는 "실질금리 마이너스로 불거질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자산 버블, 버블 확대 등에 대해 정책당국이 컨프롤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더 큰 버블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공 애널리스트는 "유동성은 절대크기도 문제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의해 세포 분열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며 "버블위험을 경고해야 하는 구간에 충분히 진입했다"고 우려했다.
2006년 부동산 버블이라 불리는 집값 급등기 때, 투자자들은 `내가 산 가격보다더 높은 가격에 사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버블을 키웠다. 이른바 버블 세포 분열이다. 이런 기대가 자체 발전기가 돼 버블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
특히 현재는 부동산이라는 투자처가 구조적인 침체에 들어간 상태여서 주식시장의 버블이 우려된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환차익 등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금이 넘쳐나고, 국제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유동성까지 가세한다면 주식 버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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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실질금리 마이너스는 자금 이동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였다. 문제는 정책당국이 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내는 시기에 처음으로 맞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라는 것이다.
17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자산시장 버블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확정금리? 앉아서 까먹는 게 더 많아
금융위기, 위험자산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똑똑히 목격한 투자자들은 `금리나 따먹자`며 안전자산으로 회귀하기에 바빴다.
지난해 후반부터 예금 등 은행으로 돈은 몰렸고, 펀드에서 돈은 빠져도 채권형펀드로는 돈이 들어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넘쳐나는 돈이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자 금리에만 만족할 수 없게 됐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확정금리에 안주하는 투자자가 앉아서 지는 게임이 됐다.
채권시장 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국고채 실질금리는 지난달 -0.12%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 채권시장 3년 물 국고채의 영업일 기준 월평균 금리는 연 3.48%로, 3년 물 국고채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제로는 손해로 전환됐다.
1년 물도 마이너스로 넘어왔다. 세금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아직은 플러스인 5년 물 실질금리도 이자소득세까지 감안하면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10월 들어서는 채권과 예금 등 모든 금리상품의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확실시된 다.
지난달 말 3.32%던 3년 물 국채 금리는 14일 한국은행이 석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3.08%로 폭락, 종전 사상 최저치던 2004년 12월7일의 3.24%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15일에는 3.05%로 더 내려가 2%대 진입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와 비교하면 실질금리는 -0.55%가 된다. 5년 물 금리도 지난달 말 3.74%에서 3.45%로 급락, 2005년 1월 10일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인 3.55% 아래로 떨어졌다. 물론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1년 물과 10년 물 역시 2.69%, 3.92%로 내려갔다.
3년 물 기준 실질금리는 1995년 10.38%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폭을 조절하며 줄곧 플러스권에서 유지했다. 2004년 7~10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포인트 안팎에서 플러스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0.21%포인트로 전환한 뒤, 지난달 17개월 만에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좋았지만 채권 투자 이젠 매력 상실
"제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한 채권 분석가는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주식시장 같은 경우에는 오늘 코스피지수가 2,000 가면 3,000 갑니다. 다음엔 5,000 갑니다 할 수 있지만 채권의 경우 금리라는 게 하한선이 있어서 그럴 수 없다. 명목금리로 치면 제로가 끝이니 3년 물 기준 2% 레벨이라면 더이상 투자전략을 제시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익률을 반영한 기대수익률을 볼 때 제로에 가까워 이제부터 채권투자의 매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동양종금증권 박형민 애널리스트는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국채금리가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책이 기대되지만 파급 효과는 점점 약해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투자해 놓은 일부 투자자는 평가차익이 나 좋았겠지만, 현재로서는 더 얻을 수 없어 채권의 경우 차익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김일구 채권전략팀장은 "개인의 경우 중간에 거래를 안하고 만기 보유개념으로 투자한다"며 "금리 매력이 있는 상품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것이 추세"라고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도 실질금리가 낮을 때 은행이나 채권에 묶여 있던 자금들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주식시장 `큰 버블` 온다
이미 부동자금은 위험수위에 오른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8월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645조원으로, 2009년 8월 이 후 600조원 위에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금융위기 전인 2008년 8월 535조8천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시대에 본격적으로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 8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하자 채권형펀드는 순유출로 돌아선 뒤 유출 규모를 대폭 확대했고, 정기예금도 그 후 2년간 순유출을 면치 못했다. 반면 주식형펀드는 순유입 규모를 늘렸고, 2006~2007년 펀드 붐 시대를 견인했다. 코스피지수가 1,000에서 2,000을 뚫게 하는 일등 공신이었다. 주택 가격과 주택담보대출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삼성증권 신동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부터 실질금리 마이너스 진입은 자금이동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라며 "한국 경제의 자산가격 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정책당국의 금리 인상 스탠스가 있는 가운데 나타난실질금리 마이너스 국면이라는 것이다.
잇따른 금리 인하로 3년 물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던 2004년 중반이나, 금융위기 회복 후 정책당국이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하향하는 등 총체적으로 노력을 가하던 지난해 초와 상황이 다르다.
토러스투자증권 공동락 애널리스트는 "실질금리 마이너스로 불거질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자산 버블, 버블 확대 등에 대해 정책당국이 컨프롤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더 큰 버블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공 애널리스트는 "유동성은 절대크기도 문제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의해 세포 분열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며 "버블위험을 경고해야 하는 구간에 충분히 진입했다"고 우려했다.
2006년 부동산 버블이라 불리는 집값 급등기 때, 투자자들은 `내가 산 가격보다더 높은 가격에 사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버블을 키웠다. 이른바 버블 세포 분열이다. 이런 기대가 자체 발전기가 돼 버블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
특히 현재는 부동산이라는 투자처가 구조적인 침체에 들어간 상태여서 주식시장의 버블이 우려된다. 현재 주식시장에는 환차익 등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금이 넘쳐나고, 국제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유동성까지 가세한다면 주식 버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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