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진수 교수 개발…바이오기업 툴젠서 사업화 추진
서울 관악로 서울대 김진수 교수(화학부ㆍ사진)의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 위에 낯익은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염기와 당, 인산이 정교하게 이중나선 형태로 연결된 DNA 모형이다.
모든 생명활동의 비밀을 담고 있는 DNA는 당과 인산이 길게 사슬같이 연결된 이중나선 형태의 뼈대 위에서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네가지 염기가 쌍을 이뤄 서로 맞잡고 있는 형상이다.
김 교수는 DNA의 뼈대인 당 사슬을 자유자재로 자르는 일명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 자신이 설립한 `툴젠'이라는 바이오기업을 통해 사업화하고 있다. 세포 내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일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의 비밀을 인간이 쥐고 주무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유전자 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DNA를 잘게 조각낸 후 자연에 존재하는 `제한효소'라는 물질을 이용해 시험관에서 자르는 방법밖에 없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세포 내의 DNA를 그대로 둔 채 원하는 부위를 찾아 자를 수 있다. 문제 있는 세포의 DNA를 고치는 일명 `세포수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은 툴젠과 미 바이오기업인 샌가모바이오사이언스(Sangamo Bioscience) 2개 회사뿐"이라며 "기술과 특허 장벽 때문에 또다른 기업의 사업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술이 개발된 지 4∼5년밖에 되지 않아 생명과학계에서도 모르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지만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네이처메서드가 올해 1월호에 관련 논문 3편과 특집을 함께 실을 정도로 생명과학 분야를 바꿀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과 학ㆍ석사, 미 위스콘신매디슨대 박사를 거쳐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미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김 교수가 툴젠을 설립한 것은 벤처붐이 한창이던 1999년 말. 유전자 가위와 유사하게 특정 유전자 부위에 단백질을 결합시켜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 스위치 기술을 갖고 과감하게 연구원 생활을 청산하고 벤처사업가로 나섰지만 기술만 보고 시도한 창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RNAi가 유전자 조절기능을 갖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유전자 스위치 기술은 급격히 관심에서 멀어졌다.
김 교수는 "사업을 잘 모르고 창업을 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후 2005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툴젠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최고과학기술책임자(CSO) 역할을 해오고 있다. 툴젠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 사무실을 두고, 김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다행히 유전자 가위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작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올해는 처음으로 흑자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은 연구자들. 연구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어떤 생명체의 어떤 유전자 가위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블록을 쌓듯 조립식으로 빠르게 대량으로 유전자 가위를 만들어 5주 내에 공급한다.수요처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호주, 대만, 일본 등으로 다양하다.
공동연구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 평균 매주 1건 정도는 공동연구 제의 메일을 받는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유전자는 생명의 모든 분야와 관련되는 만큼 대학, 연구소, 제약회사, 종자회사 등의 관심이 뜨겁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 공급을 통한 매출 확보보다는 세계 일류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특허를 확보하고 세계적인 치료제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모 바이오기업과 에이즈치료제 공동연구를 하고 있고, 굴지의 대기업도 고객으로 확보했다. 주문이 늘면서 직원 채용도 늘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바이오는 인력이 생명인 만큼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라며 "고용 있는 성장을 위해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캠퍼스 내 숙소에서 살면서 매일 10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이어가다 보니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아직 미혼인 김 교수는 "내가 개발한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걸 보는 게 꿈"이라며 "이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여기에 인생을 걸 만하다는 확신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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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활동의 비밀을 담고 있는 DNA는 당과 인산이 길게 사슬같이 연결된 이중나선 형태의 뼈대 위에서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네가지 염기가 쌍을 이뤄 서로 맞잡고 있는 형상이다.
김 교수는 DNA의 뼈대인 당 사슬을 자유자재로 자르는 일명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 자신이 설립한 `툴젠'이라는 바이오기업을 통해 사업화하고 있다. 세포 내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일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의 비밀을 인간이 쥐고 주무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유전자 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DNA를 잘게 조각낸 후 자연에 존재하는 `제한효소'라는 물질을 이용해 시험관에서 자르는 방법밖에 없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세포 내의 DNA를 그대로 둔 채 원하는 부위를 찾아 자를 수 있다. 문제 있는 세포의 DNA를 고치는 일명 `세포수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은 툴젠과 미 바이오기업인 샌가모바이오사이언스(Sangamo Bioscience) 2개 회사뿐"이라며 "기술과 특허 장벽 때문에 또다른 기업의 사업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술이 개발된 지 4∼5년밖에 되지 않아 생명과학계에서도 모르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지만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네이처메서드가 올해 1월호에 관련 논문 3편과 특집을 함께 실을 정도로 생명과학 분야를 바꿀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과 학ㆍ석사, 미 위스콘신매디슨대 박사를 거쳐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미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김 교수가 툴젠을 설립한 것은 벤처붐이 한창이던 1999년 말. 유전자 가위와 유사하게 특정 유전자 부위에 단백질을 결합시켜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 스위치 기술을 갖고 과감하게 연구원 생활을 청산하고 벤처사업가로 나섰지만 기술만 보고 시도한 창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RNAi가 유전자 조절기능을 갖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유전자 스위치 기술은 급격히 관심에서 멀어졌다.
김 교수는 "사업을 잘 모르고 창업을 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후 2005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툴젠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최고과학기술책임자(CSO) 역할을 해오고 있다. 툴젠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 사무실을 두고, 김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다행히 유전자 가위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작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올해는 처음으로 흑자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은 연구자들. 연구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어떤 생명체의 어떤 유전자 가위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블록을 쌓듯 조립식으로 빠르게 대량으로 유전자 가위를 만들어 5주 내에 공급한다.수요처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호주, 대만, 일본 등으로 다양하다.
공동연구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 평균 매주 1건 정도는 공동연구 제의 메일을 받는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유전자는 생명의 모든 분야와 관련되는 만큼 대학, 연구소, 제약회사, 종자회사 등의 관심이 뜨겁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 공급을 통한 매출 확보보다는 세계 일류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특허를 확보하고 세계적인 치료제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모 바이오기업과 에이즈치료제 공동연구를 하고 있고, 굴지의 대기업도 고객으로 확보했다. 주문이 늘면서 직원 채용도 늘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바이오는 인력이 생명인 만큼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라며 "고용 있는 성장을 위해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캠퍼스 내 숙소에서 살면서 매일 10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이어가다 보니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아직 미혼인 김 교수는 "내가 개발한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걸 보는 게 꿈"이라며 "이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여기에 인생을 걸 만하다는 확신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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